
육군부사관학교 훈련 광경. 이들 가운데 우수한 사람은 간부사관으로 임용돼 장교가 된다. 올해 육군에서는 부사관 출신 장군이 배출될 것인가.
지난해 후반기 육군 수뇌부 인사에서 2군 사령관 권영기(갑종 222기) 대장이 군문을 떠남으로써 ‘갑종(甲種)’ 출신 장교는 육군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일본은 중일전쟁 발발 직전인 1933년부터 대륙 침략을 위해 장교 요원인 ‘갑종 간부후보생’과 부사관 요원인 ‘을종 간부후보생’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갑종 간부후보생은 병(兵)이나 부사관 중에서(부족할 때는 민간지원자 중에서도 선발) 대상자를 선발해 단기교육을 한 후 연간 4000~1만1000명을 장교로 임용하는 초급장교 양성과정이었다.
한국군은 6·25전쟁이 발발하자 장교 수요를 메우기 위해 이 제도를 받아들였다. 1950년 육군보병학교에서 1기 363명 임관을 시작으로 1969년 230기까지 총 4만5424명의 장교를 배출했다. 이 가운데 1만508명이 6·25전쟁에 참전해 805명이 전사했고, 1만4712명이 베트남전에 참전해 174명이 전사했다. 3명의 태극무공훈장 수훈자를 포함해 5342명이 무공훈장을 받았고 200여 명이 별을 달았다. 200여 명의 장군 가운데 5명은 대장으로 진급했고, 그중 2명은 국방장관을 역임했다.
6600명 중 1명도 별 못 달아
비슷한 시기에 육군은 육군종합학교에서 단기교육을 받은 7277명을 ‘종합간부’라는 이름으로 임관시켰으며 그중 127명이 장군에 올랐다. 또 전쟁 중 전투력이 탁월한 부사관을 교육 없이 현장에서 바로 장교로 임명하기도 했다(현지임관 장교). 현지임관 장교는 총 4240명인데, 그중 12명이 장군으로 진급했고, 4명은 사단장이 됐다.
또 육군은 베트남전 파병과 전력증강에 필요한 간부를 확보한다는 계획에 따라 부사관 중에서 우수자를 선발해 단기교육을 한 후 장교로 임용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단기사관’으로 불린 이들은 보병과 포병 위주로 15기에 걸쳐 총 6597명이 임관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대령에 진급한 사람은 0.7%인 45명에 불과하고, 아직 장군 진급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이는 4240명의 현지임관 출신 중 12명, 7277명의 종합학교 출신 가운데 127명, 4만5242명의 갑종 출신에서 200여 명의 장군이 탄생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심한 차별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육군은 11기에서 15기 사이의 단기사관 출신 대령이 장군 진급 대상권에 포함돼 있어 장군이 탄생할 기회는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재 단기사관 출신 대령은 14명에 불과해 ‘스타’ 탄생은 요원해 보인다.
2004년과 2005년 정기인사에서 장군진급 대상이던 단기사관 출신의 모 대령은 육사 출신 장성으로부터 “부사관 출신이 대령까지 진급했으면 출세한 줄 알아야지, 주제넘게 무슨 장군이냐”는 핀잔을 들었다고 한다. 단기사관 출신의 또 다른 대령도 육사 출신의 장성으로부터 “단기사관은 초급장교로 활용하기 위해 양성한 것이니 장군은 절대 안 된다”고 하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현재 육군의 장교 임관체계는 육사, 3사, 간호사관, 학군, 학사, 간부사관(단기사관을 대신해서 생긴 것), 법무·군의·군종·정훈 등을 포괄하는 특수사관 7개 출신으로 나뉜다. 이 중 엘리트로 평가받는 육사 출신은 매년 300여 명이 임관해 중령까지는 별 어려움 없이 진급한다. 그리고 동기생 가운데 60%가 대령, 15% 정도가 장군이 된다.
육군은 장군 진급시 육사 대 비(非)육사의 진급 공석을 50대 50으로 나눠놓고 있다. 육사 출신은 준장 공석의 50%를 보장받고 여타 출신이 나머지 50%를 놓고 진급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단기사관 출신 대령은 별을 달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실제로 단기사관은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전문성을 입증하고 남에게 뒤지지 않는 학력을 갖춰도 임관 때 학력이 낮다는 이유로 다른 출신보다 2~4년 늦게 진급되곤 했다. 아예 진급 공석이 할당되지 않아 진급 대상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