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누리교회 서빙고성전 일요일 예배 광경.
그렇다고 해서 교회 밖의 일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교회 안에서는 ‘긍휼사역’으로 표현되는 다양한 사회사업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7년간 40여만명의 노인에게 무료급식을 한 ‘예수향기회’는 온누리복지재단으로 이어졌고, 현재는 용산노인종합복지관과 치매노인을 위한 전문요양센터 등으로 연결됐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구조대원들을 위한 식사 제공, 탈북자와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한 쉼터 운영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이 같은 행보는 1970~80년대 격동의 시기에 목회를 시작한 하용조 목사의 경험과 관계가 깊다. 기독교계 전체가 반독재투쟁 등 사회참여를 두고 양분돼 있던 시기에 하 목사는 보수단체로 분류되는 한국대학생선교회(CCC) 간사로 사역을 시작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참여’에 ‘가난한 이웃에 대한 봉사’와 ‘구원 받은 자의 모범’도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을 실은 그의 메시지는 불안과 죄책감에 시달리던 중산층 크리스천들에게 일종의 돌파구였다. 하 목사가 사랑의교회 옥한음 원로목사와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목사 등 보수교단의 개혁파에 속하는 지도자급 목회자들과 신학교 시절부터 뜻을 같이해온 ‘4인방’이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살아 있는 예배’
‘해골’이라고 하는 곳에 이르자 그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고 두 죄수도 하나는 그 오른쪽에, 하나는 그 왼쪽에 못 박았습니다…그때 군인들은 제비를 뽑아 예수의 옷을 나눠 가졌습니다. 백성들은 서서 지켜보고 있었고 지도자들은 심지어 예수를 조롱하며 말했습니다. “이 사람이 다른 사람들은 구원했다지. 자기가 택하심을 입은 하나님의 그리스도라면 자기도 구원하라지.”… 정오쯤 돼 어둠이 온 땅을 뒤덮으니, 오후 3시까지 계속됐습니다. 해가 빛을 잃었고 성전의 휘장 한가운데가 찢어졌습니다. (9월9일 온누리교회 설교 본문이던 ‘우리말성경’ 누가복음 23장 부분 인용) |
9월9일 오전, 온누리교회 서빙고성전을 찾았다. 교인이 가장 많이 참석한다는 3부 예배는 11시30분부터 시작되지만, 11시10분이 넘어서자 2400석 규모의 본당에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본당에 앉지 못한 이들은 별관과 지하 등 다섯 개 홀에 나뉘어 스크린을 통해 예배에 참여한다. 같은 시간 3000석 규모의 양재 사랑성전 등에서도 3부 예배가 시작된다. 각 성전을 모두 합하면 일요일 하루에만 40건의 예배가 열린다. 어린이와 청소년 예배, 주중 예배와 외국어 예배는 별도다. 건물 규모만 놓고 보면 큰 편이 못되는 온누리교회에 수만명의 교인이 모일 수 있는 이유다.
11시15분, 전면에 자리잡은 반주팀이 연주를 시작한다. 단상의 한쪽에 서 있는 드럼 풀세트에서는 대중음악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감미로운 리듬의 연주곡이 흘러나온다. 교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딕풍의 실내장식은 눈에 띄지 않는다. 연극무대에 가까울 정도로 별다른 꾸밈이 없는 단상에는 평범한 아크릴 설교대가 놓여 있을 뿐이다. 단상 뒤편에 선 찬양팀 역시 색깔을 맞춰 입기는 했어도 모두 평상복 차림이다. 찬송가 대신 복음성가로 시작된 준비 찬양은 별다른 멘트 없이 예배 시작으로 이어진다.
건강이 안 좋은 하용조 목사는 최근 수개월간 일본에서 요양 중이다. 이미 간암으로 수술을 여섯 번 받았고 현재는 신장이 안좋아 일주일에 세 차례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는 1985년 교회 창립 이후 건강 문제로 몇 차례의 안식년을 가졌다. 그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서빙고성전의 일요일 오전 예배는 라준석 목사가, 양재성전 예배는 한홍 목사가 설교를 맡고 있다.
설교자는 다르지만 대상이 되는 성경본문과 주제는 모든 성전이 동일하다. 온누리교회가 매주 성경 본문을 순서대로 따라가는 강해설교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설교는 누가복음 23장 33~49절. 그런데 설교에 사용되는 성경 본문이 독특하다. 다른 교회에서 주로 사용되는 ‘개역성경’ 번역본 대신 2005년 두란노서원에서 펴낸 ‘우리말성경’ 번역본을 사용한다. 본당 안의 2400명 교인이, 성경이라면 으레 연상되는 의고체 대신 현대어를 한목소리로 낭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