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약물치료 이상으로 심리치료가 중요한 만큼 한 달에 한 번은 의사와 심리치료를 병행해야 하는데, 이때는 여자 의사보다 남자 의사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남성인 성범죄자들이 여자 정신과 의사들에게 마음을 터놓고 상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통상적으로 성범죄가 발생하면 여자 정신과 의사들은 피해 여성을, 남자 정신과 의사들은 범죄자의 상담과 치료를 전담한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1년 안에 그만한 인력을 조직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제대로 된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단순한 법 시행이 아니라 보건복지부와 정신과협회 등이 제도적으로 공조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 따로, 예산 집행 따로, 관리 따로, 현장상황 따로…. 현장에 있다보면 법 시행의 문제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아동성범죄 상담기구인 해바라기센터와 지속적으로 연계하며 현장상황을 파악하려 노력하는 분을 만나본 적이 없어요. 아이들이 실적 위주의 게임에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려의 목소리는 또 있다. 7월8일 여성가족부 주최로 열린 ‘한국사회의 변화와 여성’ 정책 세미나에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양현아 교수는 ‘성폭력의 실태, 원인 및 여성의 안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대중의 법감정에 기초한 화학적 거세제도는 또 다른 국가폭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번 법안의 경우 본인의 동의 없이도 화학적 거세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이는 법원의 선고와 별도로 약물을 투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이중처벌에 해당할 수 있다. 반면 화학적 거세 제도를 시행하는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가해자의 인권을 고려해 징역형과 거세형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양 교수는 또한 비정상적인 성충동에 의해 저지르는 성폭행이라는 전제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왜곡된 성의식을 바로잡는 국가 차원의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두 가지 오해
도둑이 증가하면 사람들은 저마다 대책을 세운다. 담벼락을 높이고, 방범장치를 설치하기도 하며, 방범을 강화한다. 국가는 제도적으로 절도범에 대한 형량을 늘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왜 갑자기 도둑이 늘어났는지 고민해보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흉년이 들어 먹고살기 어려워졌을 수도 있고, 의외의 문제가 원인일 수도 있다. 하물며 절도의 경우에도 이러한 과정이 필요할진대 아동 성범죄의 경우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그 죄질이 몹시 나쁘고 피해자에게는 일생을 송두리째 빼앗아가는 무시무시한 폭력임에도 처벌과 재발방지에 어려움이 몹시 커서 기존의 법적 잣대만으로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으로는 급증하는 범죄를 막아내기 힘들다.
박민식 의원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발의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아동 성폭력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슈화되기 전의 일이다. 검사 재직 당시 법조계 비리까지 속속들이 파헤치며 맹활약을 한 그였기에 초선의원답지 않은 ‘당돌한’ 법안 발의도 그다지 놀라운 일만은 아니다. 그는 이 법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자비를 들여가며 해외 사례를 모으고 전문가에게 용역을 의뢰했다. 개인이 해내기엔 분명 벅찬 일이었지만 한번 마음먹으면 꼭 제대로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에 무리를 했다.
물론 그가 제출한 법안이 완벽할 수는 없다. 그 역시 이번 법안 통과에 많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법안 자체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세간의 잘못된 인식이 법안에 대한 오해를 낳고 그 오해가 오해의 꼬리를 물고 있어 조금은 답답한 심정이다. 시작하기도 전에 소문난 잔치가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그 역시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에 그 누구보다 이 법안이 실효성을 갖추고 제대로 시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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