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호

실천하는 자유주의자 공병호

“‘감정 낭비’ 없이 10년 몰입하면 자유를 얻습니다”

  •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chunghokim@hotmail.com

    입력2007-11-12 13: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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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병호 소장은 자유주의자다. 보통의 자유주의자가 책과 논문으로 접한 자유주의 이론을 머릿속에서 꺼내 말하는 데 반해, 그는 실천하는 자유주의자다. 자유주의자로 부자가 돼서 더 주목받는다.
    실천하는 자유주의자  공병호

    ● 1960년 경남 통영 출생<br>●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라이스대 박사(경제학)<br>● 자유기업센터 초대 소장<br>● 現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br>● 저서 : ‘이것이 시장경제다’ ‘공병호의 자기경영노트’ ‘10년 후 한국’ 등

    공병호 소장을 알고 지낸 지 17년째다. 그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공병호는 여전히 경이로운 존재다. 결심을 하면 이루어내고 마는 사람, 대화 상대를 감동시켜 결국 얻고자 하는 것을 얻어내고 마는 사람이다. 연 300회에 달하는 강연과 한 달에 한 권꼴로 나오는 저서들, 그리고 매일같이 쓰는 칼럼…. 필자도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공 소장을 따라가는 건 일단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그는 자유인이다. 100억원이 넘는 기금을 모아 재단법인 자유기업원을 만들어놓고는 홀연히 떠나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고는 자기경영의 대가, 1인 기업의 대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보통의 자유주의자와 다르다. 보통의 자유주의자가 머릿속 자유주의를 말하거나 책과 논문을 빌려 말하는 데 비해, 그는 실천하는 자유주의자다. 각자가 자유의지에 따라 결정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 자유주의의 핵심인데, 그의 삶이 그러하다. 이뿐만 아니라 남에게 그런 원리를 가르치고 실천하게 만든다. 자유주의로 성공하고 자유주의로 부자가 된 사람이다.

    서울 가양동의 한 아파트를 일하기 좋게 개조한 곳이 그의 집무실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9월 어느 날, 그를 찾아가 그가 거둔 성공의 비결, 그리고 자유주의와 한국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김정호 소장님은 ‘생산적인 삶’을 사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연 300회 강연과 50권이 넘는 저서,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비결이 무엇인지요.

    공병호 생활을 조직화한 덕분입니다. 시간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최적으로 배분해서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일을 시스템화한 거죠. 이런 좋은 시스템이 있으면 시간당 생산성이 아주 커집니다. 자신의 삶을 규율하는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늘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살고자 노력하고, 시스템도 계속해서 혁신해온 결과 생산성 높은 삶을 살게 됐습니다. 좋은 시스템을 만들고, 노력과 혁신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 누구나 멋진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김정호 하루에 몇 시간 일합니까. 잠은 얼마나 주무시고….

    공병호 저는 늘 시간을 기록하는데, 하루 6시간 정도 잡니다. 일하는 시간은 보통 8~9시간인데, 많이 하는 날은 10시간도 하지요.

    김정호 하루 8~9시간 노동으로 그만한 생산이 가능합니까.

    공병호 그렇습니다. 일하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그리고 일하는 동안 얼마나 몰입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무엇이든 다 잘할 수는 없죠. 쓸데없는 일을 줄이는 것이 잘사는 비결입니다.

    감정 낭비 없이 삶을 시스템화

    김정호 저서를 보니 몰입을 방해하는 것들을 가리켜 ‘감정의 낭비’라고 표현하셨더군요. 흥미로웠습니다. ‘감정의 낭비’ 없이 몰입하는 방법이 있다면요.

    공병호 저라고 감정의 낭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제가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은 이유도 그 시절에 감정의 낭비가 심했기 때문이죠. 해답은 나를 둘러싼 문제들을 정리정돈하는 겁니다. 처, 아이, 친구, 사회, 돈 등 나를 둘러싼 모든 것과의 관계를 차분하고 명확하게 정리하고 나면 감정의 낭비가 없어지죠.

    김정호 보통 사람은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합니다.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서 관계를 좋게 만들어놓지 않으면 소외될까 불안해지는 증상 같은 것 말이죠.

    공병호 그건 자신감 문제입니다. 많은 사람이 젊을 때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직장에 얽매여 살다가 은퇴 후에 혼자 남겨져 어쩔 줄 모릅니다. 혼자 남겨진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저는 청년기부터 자신의 길과 자존감을 연구해왔습니다. 진정한 자유는 자기에게 주어진 선택의 기로에서 후회 없는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불안감은 그다지 없습니다.

    실천하는 자유주의자  공병호

    공병호 소장의 성공비결은 철저한 시간관리와 모든 문제의 원인을 자기 안에서 찾는 데 있었다.

    김정호 그렇게 엄격하고 자기 절제가 철저하신 분이 자유주의자라니, 어쩐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전형적인 자유주의자와는 거리가 먼 듯합니다. 보통 자유라 하면 김삿갓이나 히말라야의 수도사들처럼 어디에도 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공 소장께선 어떤 면에서 자신이 자유주의자라고 생각합니까.

    공병호 자유주의에는 두 가지 차원이 있습니다. 첫째는 사회구성 원리로서의 자유주의입니다. 이것은 사회 현상을 해결함에 있어서 개인적 자유를 극대화하고 집단적 선택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이를 가장 잘 구현하는 것이 자유시장경제입니다. 개인적 자유와 자유시장경제를 철저히 지지한다는 면에서 저는 자유주의자입니다.

    자유주의의 두 번째 차원은 생활철학으로서 개인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고 그 책임도 개인이 지게 하는 원리입니다. 다른 이에게 손 벌리는 거지 근성 없이 강한 자존감과 자유의지를 바탕으로 자기 인생이 추구하는 바를 개척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죠. 그런 차원에서도 저는 철저한 자유주의자입니다.

    물론 히말라야에서 도를 찾는 사람도 자유주의자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일정한 물적 토대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저도 언젠가는 시간을 내어 히말라야에 가서 휴식을 취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하든 타인에게 기대지 않고 자신이 결정하고 자신이 책임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사람을 자유주의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겁니다.

    ‘난 내 식으로 살아가련다’

    김정호 어떻게 해서 자유주의자가 됐습니까. 태생적으로 그런 성향이 있었던 건가요? 자유주의 사상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까.

    공병호 저의 자유주의적 생활 태도는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촌에서 나고 자랐는데, 어릴 때부터 자아의식과 자기주도 성향이 매우 강했던 것 같습니다. 7남매 중 막내인데도 ‘내가 누구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김정호 부모나 형제로부터 독립하려는 성향이 강했던 모양이군요.

    공병호 그래서 어머니와 누나들이 섭섭해 했습니다. 저는 공병우(공병우타자기 발명자)씨의 자서전 ‘난 내 식으로 살아가련다’를 읽으며 크게 공감했습니다. 공병우씨처럼 누가 뭐라 해도 평생 나 스스로를 고치고 단련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곤 했지요. 그러나 초년의 제 자유주의는 삶의 방식이었을 뿐 사상으로 세워져 있지는 않았습니다.

    체계 잡힌 자유주의 사상을 가지게 된 계기는 자유기업센터(자유기업원의 전신)와의 인연입니다. 자유기업센터 재직 시절 하이에크나 미제스 같은 자유주의자들의 저서를 읽으면서 자유주의 사상을 받아들였습니다. 또 2001년 이후 몇 년간 자영업을 하면서 제 스스로 인생과 시간을 경영하다 보니, 자유주의야말로 개인과 사회를 모두 구원할 사상이라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김정호 정리해보자면 타고난 독립적 생활 태도, 자유기업센터 재직 때 접한 자유주의 문헌들, 자영업을 하면서 얻은 확신, 이 세 가지가 오늘날 공 소장을 자유주의자로 만들어놓은 것이군요.

    貧者의 지름길, 의타심

    많은 사람이 부자를 꿈꾼다. 공병호 소장은 ‘부자의 생각, 빈자의 생각’이란 책을 내기도 했는데, 그에게 ‘부자가 되는 생각’이란 어떤 것일까.

    공병호 인간의 행동은 생각의 결과물입니다. 인간은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빈자가 될 수도 있고, 부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대부분의 성공학 책들이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저는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한 이유는 의타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에게 기대려고 하는 한 아무리 돈을 갖다주어도 결국 가난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런 원리는 국가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령 북한 주민이 스스로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 한 아무리 많은 무상 지원을 해준다 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 개인이건, 국가이건 자신의 허물을 스스로 책임지기보다는 타인에게 미루려고 하는 마음, 즉 의타심을 가지게 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빈자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김정호 내 허물이 모두 내 탓이라고 생각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는 겁니까.

    공병호 그렇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자기경영아카데미에 ‘석봉토스트’로 유명한 김석봉씨가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같이 점심식사를 하면서 그분이 성공한 배경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술을 잔뜩 마시고 일어난 어느 날 아침에 문득 ‘나는 거지 근성을 가진 게으름뱅이다’란 생각이 들더랍니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당장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시작했고, 그러면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실천하는 자유주의자  공병호
    ‘부자의 생각, 빈자의 생각’은 모든 것이 관점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는 책인 만큼 나와 조직을 보는 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회사만 나를 선택하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도 회사를 선택하고 버릴 수 있다, 쿨(cool)하게 생각하자는 것이 요점입니다.

    사회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어느 사회나 부자와 빈자가 있게 마련입니다. 국가가 나에게 뭘 해주기를 바라는 것보다는 내가 어떻게 해야 잘살 수 있는지만 고민하라고 조언합니다. 인간은 오직 자신의 이익을 위한 존재일 뿐 남을 위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자기 길은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죠.

    인생은 포기의 미학

    김정호 가난한 이유가 모두 자기 탓임을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지만, 그 과정을 거쳐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군요. 비슷한 맥락으로 ‘자기경영’에 관한 이야기도 좀 해주시죠.

    공병호 세일즈로 말을 시작하겠습니다. 세일즈에 성공하려면 좋은 판매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잘 팔아보겠다는 의욕만으로 충분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의욕은 변덕스럽기 때문에 결심을 굳게 했다가도 금방 식어버리기 십상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훌륭한 세일즈맨은 순간의 의욕과 관계없이 자신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탁월한 판매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탁월한 판매 시스템이 있어야 탁월한 판매실적을 낼 수 있는 것처럼 인생에도 좋은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기분이 어떻게 변하든 행동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삶을 시스템화해야 합니다. 자기 자신, 가정, 시간, 돈을 자원으로 보고 회사를 운영하는 것처럼 삶을 시스템화, 매뉴얼화하십시오. 매뉴얼은 결코 딱딱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책을 많이 써낼 수 있는 이유도 책을 쓰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호 책 쓰는 시스템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

    공병호 책을 쓰기 전에 머릿속에 짜임새 있는 청사진을 그려놓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주제당 원고지 15~20장 분량의 덩어리 40개로 나눕니다. 칼럼을 쓰듯이 40여 일 꾸준히 쓰다 보면 어느 새 책 한 권이 만들어집니다.

    김정호 책 한 권을 40덩어리로 나누고 하루에 한 덩어리씩 채워 나간다, 그것이 공병호식 책 쓰기 시스템이군요.

    공병호 예, 그렇습니다. 그러나 로드맵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심적 안정에도, 도전정신을 고취하는 데도 도움이 되거든요. 책을 쓰는 것뿐 아니라 모든 일이 그렇습니다. 많은 분이 생각을 잘 안 하세요. 그냥 살면 잘살 수 없죠. ‘어떻게 하면 잘할까, 어떻게 하면 시간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IBM의 초기 캐치프레이즈도 ‘싱크(Think)!’였습니다.

    김정호 저서 중에 ‘명품인생을 위한 10년 법칙’도 있는데, 자신의 인생에 비추어 명품 인생을 꾸리는 법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공병호 제가 강의 중에 늘 강조하는 것이 ‘선택과 집중’입니다. 아무도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습니다. 선택해서 얼마만큼 화력을 집중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무엇을 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최소 10년은 집중해야 합니다. 신정아씨 경우도 사람 자체는 재기발랄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한 10년은 묵직하게 했어야 하는 공부를 안 하고 너무 빨리 결실을 얻으려고 한 거지요. 어떤 길이든 문리가 트이려면 10년은 묵묵히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일단 문리가 트이고 나면 많은 기회가 옵니다. 인생은 포기의 미학입니다. 포기할 부분은 과감히 포기하고 집중할 부분을 확실히 집중해야 합니다.

    10년 몰입하면 두뇌구조도 바뀐다

    김정호 소장님은 무엇을 포기했습니까.

    공병호 모든 잡기(雜技)를 포기했지요. 제가 가진 시간과 모든 역량을 직업적 성과로 만드는 데 쏟아 부었습니다. 그 활동에는 책 쓰기와 강연이 포함되겠지요. 젊은 시절 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시간을 거친 후 저는 제 길을 명확히 정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일해왔습니다. 그 결과로 지금의 모든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잡기를 포기한 것에 대해 어떤 후회도 없습니다. 흔히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도 일정한 기간 아주 열심히 하는 과정 없이는 불가능하거든요.

    김정호 요즘은 골프가 사교와 정보교환의 장입니다. 골프도 잡기라면 잡기인데, 골프를 못 해서 불편한 점은 없습니까.

    공병호 ‘나의 핵심 역량이 뭘까?’ 제가 종종 제 자신에게 묻는 질문입니다. 내가 세상에 기여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재능은 무엇인가 자문하는 거죠. 확실한 것은 사람을 많이 만나서 저녁 먹는 일이 제 핵심역량은 아니라는 겁니다. 제 핵심역량은 콘텐츠 창조능력입니다.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제가 세상에서 존경받는 길입니다. 그 길을 가는데 사람을 만나 저녁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일은 불필요한 비용인 셈이죠.

    김정호 그래도 많은 한국인이 인맥 관리에 엄청난 투자를 합니다. 그런 일들도 굳이 필요하지 않은 감정의 낭비라고 보는 건가요.

    공병호 핵심역량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폭넓은 인맥이 핵심역량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분들에게 인맥관리는 낭비가 아니라 꼭 필요한 일이지요. 사람 만나고 사귀는 일에 어느 정도 투자할 것인지는 개개인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김정호 그렇게 10년 정도 하나의 목표에 몰입하다 보면 두뇌구조 자체가 바뀐다고 하셨는데, 그 부분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시죠.

    공병호 저는 한 인간이 자신의 업무에 집중할 때 뇌구조가 바뀐다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이 그러한 경험을 하기도 했고요. 앞으로 뇌과학이 발달하면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어떤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두뇌 속에서 그 일과 관련된 사고 회로가 엉성하고 성긴 도로망에서 세밀하고 정교한 도로망으로 바뀌는 거죠. 제 경우 오랫동안 책 쓰는 일에 매진하다 보니 사고 회로가 자연스레 그쪽으로 발달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부모는 부모, 나는 나’

    김정호 성공학은 주로 어른을 대상으로 하는데, 공 소장께선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도 자기경영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시죠?

    공병호 초·중·고교생에게 현재 자기가 처한 위치를 스스로 깨닫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은 자기 인생에 대한 각성이 부족하고,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동기 부여도 잘 안 돼 있습니다. 한국 교육에서 이런 부분을 거의 다루고 있질 않거든요. 그래서 저는 저희 연구소 자기경영 아카데미에 참여하는 아이들에게 ‘너는 가능성 있는 인간’이라는 점을 일깨워주려고 노력합니다.

    김정호 어떤 방법으로 그런 메시지를 전달합니까.

    공병호 질문과 답변, 즉 대화 방식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지나온 삶에 후회를 많이 합니다.

    김정호 아이들이 그런 과정을 잘 따라오나요.

    공병호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 잘합니다.

    김정호 그렇게 아이들이 자기 삶을 돌아보고 나면 주위를 보는 눈이 달라지나요? 특히 부모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공병호 짧은 시간이지만 분명히 변화가 있습니다. 부모에 대한 생각도 달라지죠. ‘부모는 부모, 나는 나’라는 생각을 갖게 돼요. 부모가 아이한테 공부 좀 해달라고 구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보다는 아이에게 자기 인생은 자기가 책임져야 하고, 공부를 하지 않아서 발생한 비용은 모두 자기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훨씬 현명합니다. 부모 자식 사이도 하나의 게임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공부하라고 사정하는 순간 힘은 자식 쪽으로 쏠리게 되죠. 그럼 정말 힘들어집니다.

    김정호 한국의 교육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요.

    공병호 이렇게 가는 것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있는 정보를 달달 암기하는 교육은 정보가 부족하던 시대에나 필요했습니다. 지금처럼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는 자기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고, 창의적으로 가공하는 능력을 기르는 게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은 아직도 생각하는 교육을 못하고 있습니다. 논술마저 암기하게 하는, 중앙집권식 교육 공급체제는 정말 문제입니다.

    김정호 사립학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공병호 사립학교에 더 많은 자율을 보장해야 합니다. 교과목이나 교사 채용 등을 자율화하고 등록금도 자율화해야 합니다.

    김정호 ‘귀족학교’가 나올 거라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공병호 귀족학교, 당연히 나와야 합니다. 한국엔 삼성전자 같은 명품 기업이 있는데, 왜 명품 학교는 못 만듭니까. 국내에 명품 학교가 없으니 돈 많은 사람만 외국의 명품 학교에 갑니다. 등록금의 50%를 다시 장학금으로 주면 머리 좋고 가난한 아이들도 명품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습니다. 교육의 경쟁력과 형평성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김정호 학교 선생님들을 위해서도 한말씀 해주신다면요.

    공병호 세상의 모든 것은 변화에 열려 있어야 합니다. 모든 산업이 고객중심으로 변하고 있으며 평가에 대한 보상차별화도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조금만 길게 보면 선생님들 또한 그러 변화를 피해갈 수 없습니다. 이러한 세상의 변화를 맞아 스스로 혁신을 단행해야 합니다.

    김정호 ‘10년 후 한국’이란 책이 사회과학서적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그 책에 담긴 예측과 우려, 특히 한국의 좌파 정권에 대한 우려들이 맞아가고 있습니까.

    공병호 그 책이 나온 2005년엔 정권교체 가능성이 거의 없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죠. 우익이 잘해서가 아니라 워낙 좌파진영의 실수가 많아서이긴 하지만, 지금은 그 책의 우려와 달리 정권교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정권이 교체되고, 정권 교체에 성공한 사람들이 좋은 청사진을 가지고 부패 없이 한국을 이끌어간다면 ‘10년 후 한국’에서 예측했던 것보다는 훨씬 밝은 한국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김정호 ‘10년 후 한국’에는 한국인의 사고방식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대목도 있지요.

    공병호 그렇습니다. 한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중요한 것은 사고방식의 전환입니다. 개인적 자유, 재산권 존중 등은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번영을 위해서라면 받아들여야 하는 원리지요. 자꾸 정부에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하면서 포퓰리즘 정책을 원하는 것은 더 나은 한국을 이끌어갈 국민에게 적합한 사고방식이 아닙니다.

    김정호 어떻게 해야 국민 의식이 바뀔까요? 가령, 정권이 바뀌면 국민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까.

    공병호 바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국과 미국의 역사를 보면 지도자가 확신을 갖고 국민에게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노사 문제에서도 마거릿 대처, 로널드 레이건이 원칙을 세워 잘 해결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지금의 이랜드 사태가 장기화하는 건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개인의 성공은 생각의 산물

    김정호 얼마 전 ‘한국, 10년의 선택’이란 책을 또 펴내셨지요.

    공병호 이번 대선의 의미를 제 나름대로 요약한 책입니다. 저는 이번 대선을 ‘평등-좌파 대 자유-우파의 대결’ 또는 ‘좌익진영 대 우익진영’의 대결이라고 봅니다. 물론 그런 표현을 불편하게 느끼는 분도 계시겠지만 말입니다. 사실 현 좌파는 지나치게 평등 지향적이고 친북적인 태도로 일관해왔습니다. 표를 던지는 국민 여러분도 이번 대선을 두 진영의 대결 구도로 이해하셨으면 합니다. 인기, 분위기, 지역색, 언론의 조작에 휩쓸려 표를 던지고 후회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합니다.

    실천하는 자유주의자  공병호
    김정호

    1956년 서울 출생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환경대학원 수료

    미국 일리노이대 석·박사 (경제학), 숭실대 박사(법학)

    한국산업경제연구원, 한국지방 행정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근무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겸임교수

    現 자유기업원 원장

    저서 : ‘땅은 사유재산이다’ ‘7천만의 시장경제 이야기’(편역) ‘갈등하는 본능’ 등


    한 개인의 성공은 생각의 산물이요, 한 국가의 번영은 정신적 구축물의 산물입니다. 한국인의 뛰어난 잠재력을 폭발시키려면 정신적 구축물을 올바르게 쌓아올릴 좋은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능력이 뛰어난 개인도 좋은 지도자와 체제가 있어야만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공병호가 전하는 성공의 비결은 뜻밖에 단순했다.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자기 안에서 해결책을 찾으면 그 때부터 부자의 길에 들어선다고 그는 말한다. 반면 자신의 문제를 타인에게 돌리기 시작하면 가난한 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내 탓이요’라는 도덕률을 그는 성공의 비결로 꼽는다. 스스로 결단하고 책임지는 것, 그것이 바로 자유사회의 주춧돌임을 강조한다. 자유주의사회의 생활철학을 전파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는 그 책임을 사회로 돌리는 데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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