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호

봉하마을 ‘노무현 타운’ 불법·특혜 입방아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7-11-12 1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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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해시 “연습장이나 조경 용도라면 불법” 노건평측 “조경용”
    • 노건평 골프연습장 된 소류지, 타인 부동산 ‘임의점유’ 논란
    • 김해시, 노건평 회사 요구로 없던 사업 급조
    • 건설협회 자료 “노건평 회사, 노 대통령 취임 후 실적 8배 급등”
    • 김해시 “수의계약 대상 봉하마을 공사는 정안토건에 다 맡겼다”
    • 노건평측 “허리 치료 위해 골프 연습… 공사 수주에 특혜 없어”
    사저 옆 노건평 농지, 골프연습장-조경지 불법전용 논란 / 사저 주변 도로 ‘임의로 확장’ / 노건평 회사에 60억 관급공사·‘박연차 하도급’ 몰아주기

    봉하마을 ‘노무현 타운’ 불법·특혜 입방아

    노건평씨가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사저 옆 소류지 아래 잔디밭에서 골프 연습을 하고 있다(위). 소류지 상류에 설치된 간이 골프연습장.(사진제공·조선일보 위클리조선)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선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기거할 사저 공사가 한창이다. 사저는 이미 지붕이 얹혀졌으며, 12월 초순쯤 마감공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집은 대지 4290㎡(1297평), 건물 연면적 933㎡로 역대 대통령 사저 중 최대 규모다. 청와대가 밝힌 공사비는 12억955만원.

    사저 앞으로는 노 대통령의 생가(生家)가 있다. MBC는 2007년 9월10일 “생가와 바로 앞 2개 필지는 지난 2월 대통령의 고교 동문인 강모씨가 주변 시세보다 4~5배나 비싸게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사저 뒤로는 노 대통령의 후원자로 통하는 박연차 (주)태광실업 회장의 측근인 정모씨 소유 임야가 ‘ㄱ’자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사저를 정면에서 볼 때 사저 우측으로는 노 대통령 친형인 건평씨의 부인 민모씨 소유 잔디밭이 널찍하게 펼쳐져 있다. 잔디밭 뒤로는 소류지가 있다. 소류지 상류엔 골프공 자동 배급기와 골프공 박스, 골프채가 비치된 가건물이 있는데, 노건평씨는 이곳과 잔디밭에서 소류지를 향해 스윙연습을 한다.

    사저에서 30여m 떨어진 1157㎡의 터엔 경호시설이 건축 중이고 사저에서 좌측으로 걸어서 2, 3분 거리엔 연립주택 공사가 진행 중이다. 89~323㎡ 연립주택 14채가 들어서는데 주로 노 대통령의 비서관이나 측근들이 입주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MBC 보도에 따르면 노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들은 사저를 둘러싼 주변 땅 3만6000㎡를 매입했다.

    노 대통령 사저에는 국비 지원으로 지열방식 냉·난방설비(에너지관리공단, 6538만원)가 설치될 예정이고 대통령 사저까지 도시가스(경남에너지)가 들어온다. 사저 신축을 계기로 국·시비 8억여 원으로 봉하마을에 하수관이 연결되고, 김해시 예산으로 대통령 사저까지 상수도관이 연장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김해시는 노무현 대통령 생가를 복원하고 일대를 공원화하는 관광지 개발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시는 1억1400만원의 용역을 맡겼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김종간 김해시장은 “봉하마을에 노사모박물관을 세울 경우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되면 건립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김해시는 2006년 중앙정부로부터 64억5000만원의 특별교부세를 받아 전국 234개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혜택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자체 평균 14억원의 4.6배이며 2007년에도 41억 6800만원을 지원받았다.

    “그것도 정도의 문제이지…”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들의 땅 사들이기, 김해시의 대가성 지원 의혹 등으로 ‘노무현 타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땅의 소유주가 어떻든 대통령의 퇴임 후 용도와 관련된 만큼 노무현 마을이니 노무현 타운이니 하는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MBC 9월10일)

    “전직 대통령이 보통 국민과 같을 수야 없겠지만 그것도 정도의 문제일 것이다. 노 대통령측이 퇴임 후의 보금자리에 너무 욕심을 내면 ‘국민을 위해 뭘 그리 잘했다고?’ 하는 소리가 커질지 모른다.” (동아일보 10월10일)

    “김해시는 노 대통령의 고향이 아니었어도 전국 최대의 수혜지역이 될 수밖에 없을 만큼 재정수요가 특별했다고 누가 믿을 것인가. 그런 김해시가 벌이는 ‘봉하 관광’ 사업 또한 의구심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문화일보 10월9일)

    봉하마을 ‘노무현 타운’ 불법·특혜 입방아

    잔디와 조경수가 심어져 있는 소류지 아래 전경.

    “기본적으로 현직 대통령의 고향마을을 관광지로 조성하는 사업은 상식에 벗어나는 일이다. 노사모라는 특정 정파의 박물관을 세우는 것도 들어 있다. 그런 일에까지 국가예산을 들여야 하는지 의문이다. 김해시가 정권의 쌈짓돈이라는 특별교부세 혜택을 가장 많이 본 지방자치단체라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세계일보 10월9일)

    이렇듯 ‘노무현 타운’에 대한 평판이 썩 좋은 것은 아니다. 친인척과 측근들의 땅 사 모으기 및 김해시 집중 지원의 최대 수혜자는 노 대통령이고, 결국 대통령 1인의 편익을 위해 상당액의 국가예산까지 변칙 동원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올 수 있기 때문. 그런데 ‘신동아’ 취재 결과 ‘노무현 타운’에 몇 가지 불법-특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퐁’ 연못으로 골인

    노건평씨 부인 민미영씨는 2003년 2월20일, 2003년 7월23일 두 차례에 걸쳐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22-1(1531㎡), 22-2(1904㎡), 22-3(1712㎡), 22-4(175㎡), 25-1(159㎡) 번지 등 땅 5481㎡를 매입했다. 노 대통령 사저 우측으로 널찍하게 잘 가꿔진 잔디밭이다. 잔디밭에는 경관용 조경수도 심어져 있다.

    등기부 등본을 확인한 결과 10월12일 현재 이 5필지의 땅은 지목상 ‘농지(밭)’였다(22-1번지는 전, 22-2번지는 전, 22-3번지는 전, 22-4번지는 구거, 25-1번지는 전). 농지법 시행령 제2조 1항은 ‘농지’를 목초, 종묘, 잔디 등 다년생식물의 ‘재배지’로 규정하고 있다. 재배란 경지에 작물을 길러 ‘수확’을 올리는 경제적 영위 체계다.

    김해시 관계자는 “잔디를 길러서 수확해 판매할 목적이라면 농지에 잔디를 심을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경관 조경’을 위해 농지를 잔디밭으로 만든 것이라면 농지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해시에 확인한 결과, 이들 노건평씨측 농지는 ‘자연녹지’로서 농지법 적용 대상이었다. 노건평씨는 3년 전부터 이곳에 잔디를 깔았다고 한다. 이때부터 “노건평씨가 노 대통령 사저의 경관 조경 및 퇴임 후 휴식 공간으로 활용할 목적에서 사저 옆에 넓은 잔디밭을 만들고 소류지 주변도 가꿨다”는 얘기가 나왔다.

    ‘월간조선’ 2006년 5월호는 “소류지 바로 밑 전답은 현재 전답의 기능을 상실한 채 잔디와 소나무가 심어져 있었다…소류지 주변 정비공사, 예컨대 잔디를 깔고 나무를 심고 자연석을 옮겨놓는 일은 노 대통령이 퇴임 후 여가를 보내기 위한 장소로 개발되고 있다는 의혹이 든다”고 보도했다. 잔디밭과 뒤편 소류지는 노 대통령 사저와 샛길 하나를 두고 맞닿아 있다.

    최근 이 잔디밭은 노건평씨의 ‘골프연습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주간조선’(2007년 9월17일자)은 “연못(소류지) 아래 잔디밭으로 걸음을 옮기자 노건평씨가 스윙하는 모습이 보였다. 노씨의 샷에 골프공이 날아가더니 ‘퐁’ 연못으로 골인했다. 그는 플로터(floater)라는 특수 골프공을 사용한다. 물에 뜨도록 고안된 공으로, 값이 보통 공의 2배쯤 된다고 한다”고 했다.

    ‘신동아’는 노건평씨가 실질적으로 관여해온 정원토건(주)측에 노씨와의 인터뷰를 요청했다. 노씨의 측근인 정원토건 조재만 대표이사가 10월12일 ‘신동아’의 질문에 대답했다. 조 대표는 잔디밭에 대해 “조경용으로 조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조 대표와의 전화통화 내용.

    노건평측 “그냥 조경 용도”

    ▼ 소류지 아래쪽 노건평씨 부인 땅이 잔디로 잘 단장되어 있던데.

    “비가 많이 오면 소류지에서 물이 넘치고 해서 감당을 못했다. 그래서 제방을 올렸다.”

    ▼ 제방 아래 노건평씨 부인 땅에 잔디를 심은 것엔 문제가 없나.

    “노건평씨는 3년 전쯤 잔디를 깔았다. 자기 밭에 잔디 심는 것은 농지 전용이 아니다.”

    ▼ 조경 목적으로 잔디를 심은 것인가.

    “그냥 조경 용도였다.”

    ▼ 김해시는 ‘조경 용도로 농지에 잔디밭을 만들면 법 위반’이라고 하던데.

    “지금까지 지적받은 바가 없다. 만약 문제가 된다면 조치를 취하면 된다.”

    ▼ 노건평씨는 소류지 주변을 골프연습장으로 활용한다고 들었다.

    “2년 전 노건평씨가 허리 치료를 받았는데 잘 낫지 않았다. 의사가 가벼운 허리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권유해 골프 연습을 시작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소류지 아래 노건평씨 부인 땅은 골프연습장이 아니다.”

    봉하마을 ‘노무현 타운’ 불법·특혜 입방아

    왼편 포장된 도로가 소류지로 연결되는 도로.

    노건평씨측이 잔디밭을 조경용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김해시 관계자는 “농지법상 밭을 조경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더 알아봐야겠지만 소유주가 ‘조경 목적으로 잔디를 심었다’고 말했다면 불법을 저질렀다고 시인한 것과 같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농지를 농지 이외 목적으로 사용하려면 농지 소유주가 시에 ‘농지전용허가’와 ‘개발행위허가’를 신청해 허가를 취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해시 담당 부서에 확인한 결과 노건평씨 부인 소유 5개 필지에 대해 농지전용허가나 개발행위허가 신청이 들어온 사실이 없었다. 김해시 관계자는 “농지를 골프연습장 용도로 사용하려면 체육시설 조성 관련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 사저 주변에 조경 또는 골프연습 목적으로 잔디밭이 조성되는 것은 그 자체로는 문제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농지를 전용해 만들었다’는 논란이 제기된다면 사정이 다르다. ‘신동아’는 노건평씨 와의 인터뷰를 노씨측에 요청했으나 노씨는 응답하지 않았다. 노씨는 ‘잔디 판매 실적’ 등을 제시해 논란을 명확히 해명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만약 농지 무단전용의 소지가 실제로 있다면 원상복구조치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노건평씨는 소류지 아래 잔디밭에서 소류지를 향해 스윙 연습을 하거나 소류지 상류 가건물에서 골프공 자동 배급기를 이용해 공을 날리기도 한다. 가건물에는 골프공이 박스째 비치되어 있다. 노무현 대통령 사저는 작은 샛길을 통해 소류지와 이어져 있다. 그런데 노건평씨의 측근인 A씨가 이 길을 임의로 확장했다고 한다. A씨는 노건평씨의 여러 뒷일을 봐준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토건 조재만 대표이사는 A씨가 사장으로 있는 모 회사 전무로 재직했다고 하며, A씨는 노 대통령 사저 바로 위에 있는 ‘노 대통령 후원자’ 박연차 회장의 측근 정모씨 소유 땅에 소나무 12그루를 심기도 했다. 노 대통령 사저 부근 묘 이장(移葬) 문제의 실무도 이씨가 맡아 왔다. 2006년 12월 노 대통령 사저 부근 여기저기에 설치되어 있던 묘 이장 촉구 팻말에는 담당자 A씨의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었다.

    그러나 조재만 대표는 “길 확장은 노 대통령 사저와는 무관하다. A씨가 개인적으로 한 일이 말썽을 빚었다. 그래서 김해시도 A씨에게 ‘문제되는 부분은 원상 복구하라’고 했는데 11월 중 그대로 이행할 계획으로 안다”고 말했다.

    소류지는 노 대통령 사저, 노건평씨 부인 소유 잔디밭, 노 대통령 관계인인 정모씨 임야, 노건평씨 측근이 무단확장을 시도했던 샛길 등에 둘러싸여 있는데다 노건평씨가 가끔 골프공을 날리는 등 사실상 노 대통령 일가의 ‘개인 연못’이 되고 있는 듯 했다. 그러나 토지대장과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소류지의 물에 잠겨 있는 땅(김해시 한림면 가동리 640번지, 진영읍 본산리 23-1 번지 등) 중 일부는 2007년 8월1일 송모씨에게서 최모씨에게로 증여되는 등 소유권이 제3자 명의로 돼 있었다.

    과거에 이 소류지는 봉하마을 논에 물을 대는 기능을 했으며 마을에서 공동으로 이용해왔다고 한다. 그래서 “노건평씨측이 자신의 소유가 아닌 소류지를 골프연습장 등의 용도로 사실상 독점하는 것 아니냐”는 ‘임의점유’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조재만 대표는 “소류지 내에 개인의 사유지가 들어 있다 해도 임의로 다른 용도로 사용해 형태가 없어지도록 했으면 법 위반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진영, 진영, 진영…

    한편 김해시 공무원의 답변과 관련 자료에 따르면 정원토건(주)은 노 대통령 재임 때 김해시와 그 산하기관이 발주하는 봉하마을 인근 수의계약 대상 관급공사를 독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원토건측은 “노건평씨는 우리 회사와 관련해 어떠한 직함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건평씨는 정원토건의 감사로 재직했으며 노씨의 부인 민모씨는 이 회사 이사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인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소유의 정산개발(주)은 2003년 12월 정원토건에 32억6000만원 상당의 토목공사를 맡긴 바 있다. 정승영 당시 정산개발 전무는 ‘신동아’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과 노건평씨와는 오래전부터 고향인 김해에서 잘 알고 지내왔다. 공사를 할 만한 능력이 되는데다 같은 값이면 아는 사람에게 주게 된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노건평씨의 측근인 정승영씨도 정원토건이 사실상 노건평씨 회사라고 보고 정원토건에 수십억대 공사 물량을 대줬다는 것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가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에게 제출한 ‘2000~2006년 정원토건 공사실적 내역표’에 따르면 정원토건은 노 대통령 재임 3년(2003~2005년) 동안 김해시, 김해시 산하기관, 농업기반공사 등 관공서와 노 대통령 후원인 박연차 회장의 정산개발(주), 태광실업(주)으로부터 총 25건, 60억5283만원어치의 공사를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25건 중 18건은 정원토건이 김해시와 김해시 산하기관으로부터 수의계약으로 원도급받은 관급공사였다. 정원토건은 2006년과 2005년에도 각각 6건과 5건의 관급공사를 김해시로부터 수의계약으로 원도급받아 공사를 했다.

    봉하마을 ‘노무현 타운’ 불법·특혜 입방아

    정원토건 사무실과 대한 전문건설협회의 정원토건 공사 실적표.

    25건 중 2건은 김해시 발주 공사를 원도급 받은 업체로부터 정원토건이 공사 일부를 하도급받은 관급공사였다. 또 2건은 정부 산하기관인 농업기반공사 발주 공사를 원도급받은 업체로부터 정원토건이 공사 일부를 하도급받은 관급 공사였다. 3건은 정원토건이 박연차 회장의 정산개발(주), 태광실업(주)으로부터 원도급받은 공사였다. 정원토건은 봉하마을이 위치해 있는 김해시 진영읍 지역 공사를 집중적으로 받았다.

    관급공사의 공개경쟁입찰에는 다수의 건설사가 참여하고 전산 시스템에 의해 낙찰자가 결정되기 때문에 행정기관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 그러나 3000만원 이하 관급공사에서 시행된 수의계약에서는 행정기관이 자율적으로 낙찰자를 결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특정 지방자치단체가 관내 특정 업체에 수의계약 공사를 몰아주는 행태가 나타나는 등 특혜시비가 일자 정부는 2006년 1월부터 각 지방자치단체 시행 관급공사에서 수의계약 제도 자체를 사실상 폐지했다. 정원토건이 수의계약으로 받은 모든 공사도 2005년 이전에 계약이 체결된 것.

    김해시 관계자는 정원토건측이 대한전문건설협회에 제출한 공사실적 내역에서 ‘일반경쟁’이라고 표현한 입찰형태에 대해 “대부분은 ‘수의계약’과 같은 의미”라고 말했다. 정원토건측은 “복수의 건설사가 공사 수주에 뛰어들 경우 수의계약에서도 경쟁적 요소가 있으므로 ‘일반경쟁’이라고 구분해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정원토건이 대한전문건설협회에 신고한 연도별 공사 실적이다. 괄호 안은 발주자, 공사 계약시점, 계약금액, 입찰형태 순이다. 2004년 이전 정원토건의 관급공사 실적 중 일부가 알려진 적은 있지만 2003~2006년 4년치 이 회사의 공사 실적 전부가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2006년 정원토건의 공사실적에서 ‘입찰형태’ 난에 수의계약이라는 표현이 있는 것은, 2005년 이전 시점에 수의계약으로 낙찰받은 사업이 연도가 이월해 공사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2006년 공사실적(6건)

    진영 서천 구거 수해복구공사(김해시, 2005년 11월29일, 2990만원, 원도급-수의계약)

    진영2지구 제3공구 과수생산기반 정비사업(김해시 농업기술센터, 2005년 12월13일, 2721만원, 원도급-수의계약)

    진영2지구 제2-1공구 과수생산기반 정비사업(김해시 농업기술센터, 2005년 12월13일, 2578만원, 원도급-수의계약)

    진영 봉하마을 안길 정비 공사(김해시 진영읍사무소, 2005년 12월29일, 1920만원, 원도급-수의계약)

    진영204호선 농로 포장공사(김해시, 2005년 12월27일, 3398만원, 원도급-수의계약)

    본산중공업단지 옆 가각정비 공사(김해시, 2005년 9월7일, 3400만원, 원도급-수의계약)

    2005년 공사실적(6건)

    주촌 용곡-옥천간 도로가설 공사 중 철근콘크리트 공사(김해시, 기산(주) 원도급, 전문건설협회와 정원토건 공사실적 자료. 2004년 5월13일, 2억1611만원, 하도급-수의계약)

    진영 봉하마을 농로포장 공사(김해시, 2004년 11월30일, 3068만원, 원도급-수의계약)

    진영 312호선 농어촌 도로포장 공사(김해시, 2005년 2월24일, 2970만원, 원도급-수의계약)

    진영 312호선 12차 농어촌 도로포장 공사(김해시, 2005년 5월30일, 3125만원, 원도급-수의계약)

    진영 농촌마을 구거정비 공사(김해시, 2005년 8월23일, 3330만원, 원도급-수의계약)

    진영 골프장 진입도로개설 공사(정산개발(주), 2003년 12월26일, 10억4920만원, 원도급-수의계약)

    25건 60억원 공사

    2004년 공사실적(6건)

    진영 봉하마을 농로포장 공사(김해시, 2003년 10월28일, 4243만원, 원도급-수의계약)

    진영 봉하마을 농로정비 공사(김해시, 2004년 1월27일, 3896만원, 원도급 수의계약)

    진영 봉하마을 진입도로정비 공사(김해시, 2004년 4월29일, 2650만원, 원도급-수의계약)

    용곡-옥천 도로개설 공사(김해시, 기산(주) 원도급, 2004년 5월13일 1억9297만원, 하도급-일반경쟁)

    진영 봉하마을 입구 가각정비 공사(김해시, 2004년 5월31일, 5269만원, 원도급-수의계약)

    진영 골프장 진입도로 개설 공사(정산개발(주), 2003년 12월24일, 32억8790만원, 원도급-수의계약).

    2003년 공사실적(7건)

    의전마을 배수로정비 공사(김해시 진영읍사무소, 1455만원, 원도급-수의계약)

    진영 우동 마을 농로포장 공사(김해시, 3042만원, 원도급-수의계약)

    진영읍 봉하 승수로보강 공사(김해시 진영읍사무소, 2003년 7월8일, 1666만원, 원도급-수의계약)

    부원지구 제2호 배수지선 사업(농업기반공사, 2003년 2월28일, 대저토건(주) 원도급, 2003년 2월28일, 2억7192만원, 하도급-일반경쟁)

    부원지구 배수개선사업(농업기반공사, 2002년 3월11일 대저토건(주) 원도급, 1342만원, 하도급-일반경쟁)

    진영 공장부지 조성공사(태광실업(주), 2002년 10월30일, 2억5000만원, 원도급-일반경쟁)

    김해시 관계자는 “2003년 이후 봉하마을과 그 주변의 수의계약 대상(공사금액 3000만원 이하) 공사는 정원토건에 거의 다 줬다고 보면 된다. 2006년부터 수의계약이 사실상 폐지된 뒤로는 정원토건이 공개경쟁을 통해 김해시 발주 공사를 받은 실적은 없다”고 밝혔다. 시 예산으로 노 대통령 사저의 주변 인프라를 정비하고, 또 그 공사는 대통령 형에게 몰아주는 방식이었다.

    ‘통 큰 발주자’ 김해시와 박연차

    박연차 회장은 2002년 10월30일 2억5000만원(태광실업 발주), 2003년 12월24일 32억8790만원(정산개발 발주)에 이어 2003년 12월26일에도 10억4920만원(정산개발 발주)의 공사를 정원토건에 하도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건평씨 회사로서는 ‘통 큰 발주자’인 박연차 회장과 김해시가 물량이나 건수의 면에서 회사를 먹여살린 셈이었다.

    지방 건설 경기의 불황으로 많은 지방 건설사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 가운데 소규모 건설사인 정원토건(납입 자본금 2억원)에 수의계약 관급공사나 대통령 후원자의 하도급 공사가 집중된 것과 관련,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 관여하는 회사라는 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특혜 시비가 일 여지가 있다. 그러나 김해시 관계자는 “봉하마을 연고기업이기 때문에 정원토건에 공사를 준 것이지 특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연차 회장은 현 정부 들어 몇 차례 특혜 의혹을 받기도 했다. 박 회장은 2002년 12월 노무현 후보의 정무팀장이던 안희정씨에게 불법 정치자금 5억원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2003년 3월 다시 안씨에게 불법자금 2억원을 줬다. 박 회장은 2006년 5월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 20명에게 1인당 300만~500만원씩 9800만원의 불법 후원금을 제공한 혐의로 2007년 3월 검찰에 의해 약식 기소됐다.

    박 회장은 노무현 정부 들어 김해시 진영읍에 정산CC 골프장 허가를 취득해 개장했다. 그는 공기관인 농협으로부터 알짜 자회사를 헐값에 인수해 큰 이익을 봤다는 의혹도 받았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2006년 12월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연차 회장은 최근 농협 자회사로서 독과점 품목을 판매하며 많은 수익을 내는 휴켐스를 인수했다. 박 회장측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농협이 매각대금 322억원을 깎아주는 등 헐값 인수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 회장이 2002년 10월 수의계약을 통해 한국토지공사로부터 매입 중인 땅은 최근 80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시는 이 땅에 대해 재산세 등 세금을 부과하면서 관련 규정을 부당하게 적용해 적정 세금의 6% 정도만 축소 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원토건은 수의계약 대상 봉하마을 관급 공사 독식과 박연차 회장측의 하도급 밀어주기로 노 대통령 취임 이후 공사실적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의 연평균 공사실적은 2000~2001년 1억7271만원에 불과했으나 2003~2006년엔 15억1320만원으로 8.7배 올랐다. 정원토건은 노무현 대통령의 해양수산부 장관 재임 기간(2000년 8월7일~2001년 3월25일)이던 2000년 10월5일, 2000년 11월15일엔 해양수산부 산하 부산지방해양수산청으로부터 각각 감천항 보안 울타리 교체 및 보수 공사(3960만원), 감천항 보안 울타리 보수 공사(1974만원)를 수의계약으로 받기도 했다.

    “골치 아파 하더니…”

    대선 기간인 2002년 정원토건의 공사실적은 4억9909만원이었는데, 박연차 회장측은 대선 하루 전인 12월18일 정원토건에 2억5000만원짜리 하도급 공사(태광실업 발주)를 줬다. 2002년 4월29일 정원토건은 김해시 진영읍사무소로부터 봉하마을 하수구 정비공사(1148만원)를 수의계약으로 받았다. 그런데 이 사업은 정원토건측의 요구로 김해시측이 계획에도 없던 사업을 급조한 뒤 정원토건에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이 회사 조재만 대표의 말.

    “공사장 위치는 노무현 대통령 생가 근처였다. 당시 하수구 정비가 안 돼 퀴퀴한 냄새가 심하게 났다. 우리 회사측에서 김해시에 생가 주변 하수구 정비 사업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런데 액수가 1000만원대에 불과해 김해시가 발주하기에는 내용상 골치 아픈 점이 있었다. 시는 진영읍사무소로 이 사업을 내려 보내 진영읍이 발주하여 우리 회사가 공사를 하게 됐다.”

    조 대표는 “공사 수주과정에 특혜는 일절 없었다. 대통령 형이라고 해서 덕 본 것 없다. 작은 마을 내의 공사는 하나를 맡아서 하다 보면 다른 공사도 계속 연결되게 마련이라 한 업체가 맡는 것이 효율적인 측면이 있었다. 정원토건이 봉하마을 주변이 아닌 김해시의 다른 지역 공사도 많이 맡았다면 특혜 소지가 있겠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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