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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역歷/사史/내內/란亂

민중사관式 서술 극치 국정화 폐해 반면교사

‘조선력사’ 등 북한 교과서 분석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민중사관式 서술 극치 국정화 폐해 반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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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사도 “12세기 후반~13세기 초의 대농민 전쟁”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평양 농민군의 투쟁” “망이농민폭동” “경상도 농민군의 투쟁” “실패한 만적의 폭동계획”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신라사를 긍정적으로 서술한 부분은 “9세기 후기신라의 농민전쟁(“붉은바지농민폭동” 등)”이 유일하다.

반외세도 북한 역사 서술의 핵심이다. 침략에 응전한 역사도 민중을 중심에 두고 서술한다. ‘조선력사’는 대몽 항쟁기를 “봉건몽골의 고려 침략기”로 규정하면서 인민의 투쟁사로 기록한다. “국토 완정을 위한 고려민들의 투쟁” 덕분에 “원나라 침략세력을 몰아냈다”고 서술한다.

사라진 조선 왕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도 마찬가지다. ‘조선력사’는 임진왜란을 “임진조국전쟁”이라고 칭한다. “왕은 도망갔”으나 “애국심에 불타는 우리 인민들은 조금도 굴하지 않고 바다와 육지에서 적들을 무찌르기 위해 한 사람같이 떨쳐나섰다”는 것이다(5권 2장). 이순신 장군이 유일하게 등장하는 관군의 이름이다. ‘조선력사’ 전체에서 “봉건 통치배들의 정점”인 조선 국왕의 호칭은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병자호란은 “청나라 침략을 반대한 인민들의 투쟁”으로 서술한다. “왕을 비롯한 통치배들은 평양이 강점되자 수도를 버리고 강화도 또는 전주로 도망쳤”으나 “인민들은 침략자에 반대해 도처에서 용감히 싸워 큰 타격을 안기었다. 그리하여 적들은 할 수 없이 봉건정부와 화의를 맺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조선력사’는 외세의 침략에 맞서 투쟁해온 역사를 강조한다. 근·현대사는 “미제”와 일제의 침략에 맞선 역사다. “미국 침략자들을 쳐물리친 인민들의 투쟁”(신미양요), “프랑스 침략자들을 물리친 인민들의 투쟁”(병인양요)(5권 4장)은 “사대투항적”인 “봉건 통치배들”의 “매국배족적 책동”과 비교된다.

‘日帝=美帝’ 구도 서술

1866년 셔먼호 사건은 1권, 5권에서 다룬다. ‘조선력사’가 특정 사건을 두 차례 다룬 것은 셔먼호가 유일하다. 1권 22과의 제목은 “대동강에 처박힌 셔면호”다. “미국놈”들이 “날강도만이 할 수 있는 강도적 요구”를 할 때 “슬기롭고 용감한 우리 인민들이 침략자를 쳐물리치기 위한 성스러움 싸움에 떨쳐 나섰”다는 것이다. 5권은 셔먼호 사건을 더욱 구체적으로 다룬다. 1권, 5권에 똑같은 김일성 ‘교시’가 실려 있다. “미제국주의는 셔면호의 침입으로부터 시작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100여 년 동안이나 우리나라를 침략해 온 조선인민의 철천지원쑤입니다.”

‘조선력사’ 6권은 일제강점기를 다룬다. “역사 연구에서 언제나 주체를 튼튼히 세워야 합니다”라는 김정일 ‘말씀’으로 시작한 6권의 머리말은 “외래 침략자들과 반동적 봉건 통치배들을 반대해 줄기차게 싸우면서 역사 발전을 추동한 우리 인민의 투쟁에서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6권의 1장은 반일 의병투쟁과 애국문화운동을 다룬다. 2장의 제목은 “1919년 3·1 인민봉기”다. 3장은 3·1운동 이후 “부르주아 민족운동의 쇠퇴”와 초기 공산주의 운동을 다룬다. 1장의 서술은 한국 교과서와 구분되는 특이점을 찾기 어려우나 일제 강점과 관련해 미국의 책임을 거론하는 대목이 있다.

민중사관式 서술 극치 국정화 폐해 반면교사

북한의 학제는 유치원 1년, 소학교 5년, 초급중학교 3년, 고급중학교 3년이다. REX

“위대한 수령 김일성 대원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시었다. .”

6권 2장은 “애국적인 청년학생들이 부르주아 민족운동 상층부의 투항주의적 행동을 박차고 반일항쟁에 나섰다”고 서술하면서 3·1운동을 “3·1 인민봉기”라고 규정한다. 민족대표 33인은 등장하지 않는다. ‘일제=미제’ 구도의 서술도 이어진다. “미제는 3·1 인민봉기가 부질없는 짓이라며 우리 인민을 모독하고 일제놈들에게 조선 인민의 반일 투쟁은 총칼로 사정없이 죽여야 한다고 부추겼다.”(2장 3절)

6권 3장은 초기 공산주의 운동을 다룬다. “부르주아 민족운동의 상층 분자들이 반일 독립운동을 집어치우고 일제의 품속으로 기어들거나 다른 나라에 가서 매국배족적인 책동을 감행”하면서 “3·1 인민봉기”를 계기로 “대중운동이 장성(성장)”했다는 것이다. “독립군은 자산계급의 이익”을 대변했다면서 1925년 “조선공산당이 창건”됐으나 “종파분자들” 탓에 “조직사상적 통일”을 이룰 수 없었으므로 “이 시기 투쟁은 수령의 출현을 목마르게 고대”했다고 서술한다.

박물관 보내야 할 교과서

1930년 이후의 역사는 앞서 언급했듯 ‘김일성 대원수님 혁명활동’ ‘김일성 대원수님 혁명력사’와 ‘미제와 일제의 조선침략 죄행’으로 가르친다. 북한 교과서는 “제국주의의 식민지”면서 “사대매국 정책”을 답습하는 곳으로 대한민국을 규정한다. 대한민국을 “인민에 의한” “자기의 자주성을 옹호하고 실현하기 위해 투쟁해온 자랑스러운 역사”의 대척점에 두는 것이다.

‘미제와 일제의 조선침략 죄행’ 1장은 1930년 이후의 일제강점기(“조선에 대한 일제의 식민지파쑈통치”)를 다룬다. 2장은 “미제의 남조선 강점” “조선침략전쟁 도발” “일본 군국주의의 조선 전쟁 가담” 등 8·15광복~6·25전쟁을 다룬다. 3장의 제목은 “전후 미제의 새 전쟁도발 책동과 일본 군국주의의 남조선 재침 책동”이다. 4장은 ‘미제와 일본 반동들의 ‘두 개 조선’ 조작 책동과 반공화국 압살 책동”을 다룬다. “리승만 괴뢰정권” “박정희 역도” “유신 잔당, 전두환 역도” “미제가 오랫동안 묻어둔 정치특무 김영삼 역도”가 4장에 등장한다. “미제가 정권 교체 연극을 벌여 ‘국민의 정부’를 출현시켰으나 ‘국민정권’ 역시 사대매국 정책을 답습했다”고도 평가했다.

‘김일성 대원수님 혁명활동’ ‘김일성 대원수님 혁명력사’는 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김일성의 행적이 역사가 돼버린 우상화 혹은 신격화 교재다. 통일 후 가장 먼저 박물관으로 보내야 할 교과서들이다.

신동아 2015년 12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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