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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놀란 ‘대단한 실험’

‘남자+여자+α’, 제3의 性 가진 인류 출현할까?

  • 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남자+여자+α’, 제3의 性 가진 인류 출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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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의 모든 정신적, 물질적 문명은 ‘남녀’라는 이분법적 성별의 토대 위에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녀의 구분은 인간의 본성인 ‘성욕’과 ‘욕망’을 잉태했다. 그런데 성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인간의 실험은 이제 생물학적 성별의 ‘절대성’을 허물어뜨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
‘남자+여자+α’, 제3의 性 가진 인류 출현할까?
성(性)은 정치, 사회, 윤리 등 온갖 분야에서 복잡다단한 모습을 보여준다. 안타까움, 애틋함, 기쁨, 슬픔, 절망, 분노라는 감정을 낳고 이성(理性)까지 좌지우지한다. 성의 대상에 대해 좋을 때는 한없이 좋다가도 싫을 때는 차라리 없었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만일 성이 없었다면 어떠했을까. 혹은 지금과 다른 형태로 존재했다면? 남녀, 즉 암수의 이분법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깊이 배어 있다. 그러나 성이 두 가지가 아니라 서너 가지, 수십 가지 형태였다면 어떠했을까. 또한 생식기가 지금처럼 배설기관 주변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면? 예를 들어 발가락이나 손가락 끝에 달려 있었다면?

‘성별 결정’ 유전자 발견

이런 질문은 지구의 생물들에게 가해진 제약을 무시할 경우 환상적이다. 그러나 성을 비롯한 우리의 일상은 생물의 기원과 진화사에 얽매여 있고, 적어도 당분간은 그 제약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런 한계에 따르면 성에 관한 의문은 성의 기원 문제로 이어진다. 성이 어떻게 생겨났고 왜 지금과 같은 형태를 취하게 됐을까. 과학자들은 이에 대해 흥미롭고 색다른 이론들을 제시해왔다. 성은 다양한 생물에게서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그리고 인간은 성에 수반되는 심리 및 행동 양상을 다른 생물보다는 더 가시적으로, 때로는 극단적으로 표출함으로써 성의 진화에 기여하고 있다.

인간의 성은 생물학적으로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란이 생길 때부터 구분된다. 성염색체의 조합이 XY이면 남자이고, XX이면 여자다. 그러나 염색체 하나로부터 시작되어 남녀의 수많은 육체적 차이가 파생되는 과정은 아직까지 전모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Y 염색체가 있고 없음에 따라 남녀가 구분되니, Y 염색체에 해답이 있지 않을까? 과학자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인간 성 발달 연구의 계기가 된 실험은 프랑스에서 이뤄졌다. 동물실험이었다. 1940년대 독일군에 점령당한 파리에서 알프레드 조는 토끼를 대상으로 여러 가지 창의적인 실험을 했다. 그는 토끼의 자궁에 있는 수컷 배아를 거세했다. 그러자 그 배아들은 유전적으로는 수컷임에도 암컷으로 자라났다. 그는 암컷 배아의 생식기를 제거하는 수술도 했는데, 그 배아들은 그대로 암컷으로 자랐다. 그는 정소(精巢)에서 색다른 호르몬들이 만들어지며, 그 호르몬들이 수컷의 성을 분화시키는 데 기여한다고 봤다.

이 실험들은 정소가 수컷의 성 분화에 필수적인 기능을 하는 데 반해 난소(卵巢)는 암컷의 성 분화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음을 보여줬다. 정소와 난소는 근원이 같다. 둘 다 배아의 생식샘에서 발달한다. 배아의 생식샘은 정소가 될 수도 있고 난소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토끼의 성 결정은 생식샘에 어떤 영향이 미치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생식샘이 정소가 될지 난소가 될지 결정된 뒤 성 분화가 이뤄진다.

이 실험은 인간과 포유류의 성 결정과 분화 연구의 출발점이 됐다. Y 염색체가 성 결정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추측은 누구나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유전자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알프레드 조가 토끼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인간에게 적용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래서 인간을 대상으로 한 많은 연구가 그렇듯이 과학자들은 결함이 있는 사람, 즉 성 분화 양상이 특이한 사람을 찾아 나섰다. 예를 들어 남녀의 특징이 한몸에 있는 중성인 사람은 인간의 성 결정과 분화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에 대한 단서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성별, 조작할 수 있다?

사실 처음에는 X 염색체의 수에 따라 성별이 결정된다는 가설도 있었다. 그러다가 XXY인 남성과 XO인(X 염색체 하나뿐인) 여성이 발견되면서 X 염색체의 수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성별 결정에 있어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Y 염색체의 유무였다. 그 뒤 과학자들은 Y 염색체 내에서도 ‘특정 부위’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정소가 발달할지 난소가 발달할지가 결정된다는 것을 점차 깨달아갔다. 가령 XX임에도 남성인 사람은 X 염색체에 Y 염색체의 특정 부위가 삽입되어 있었고, XY임에도 여성인 사람은 Y 염색체 내에 특정한 부위가 없었다. 따라서 이 특정 부위에 ‘성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연구자들은 이 특정 부위의 실체를 찾아 나섰다. XX임에도 남성인 사람들의 X 염색체에 삽입된 Y 염색체 조각에서 생식샘을 정소로 결정하는 데 관여하는 인자를 만드는 유전자를 추출하려 한 것이다. 1990년 피터 굿펠로 연구진이 마침내 ‘SRY’라는 유전자를 찾아냈다. SRY에 상응하는 유전자는, 조사한 모든 포유동물에 들어 있었다. SRY가 만드는 단백질은 DNA에 결합할 수 있었고, 그것은 SRY가 다른 유전자들의 발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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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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