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대상 기관 선정 등의 논의과정에서 청와대와는 어느 정도 조율이 됐습니까.
“발표 전 청와대에 먼저 보고했습니다. 청와대도 발표 내용에 대해 이해했고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행정수도 이전은 4조원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후 이전비용은 46조원으로 늘었다. 그러다 최근 국토연구원 발주 조사에선 95조~120조가 소요될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 문제는 수도 이전 논란의 핵이다.
-행정수도 이전 반대론자들이 문제삼는 것 중 하나는 이전 비용 부분입니다. 추진위는 새 청사 건립비를 3조4000억원 정도로 잡았습니다. 건물을 새로 지어 85개 국가기관을 이주시키는데 이 돈으론 부족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며칠 전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된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이전 비용이 너무 많이 책정됐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기왕에 백년대계(百年大計)를 보고 짓는다면 잘 지어야 할 것이라는 여론이 많았습니다. 평당 건축비를 낮춰 허름하게 청사를 지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날 참석자 중 한 분은 서울의 현대식 건물 중에서도 잘된 건물들을 소개하면서 신 청사도 이 정도로는 지어야 할 텐데 지금 정부가 밝힌 돈으로는 부족할 것이라고 걱정했습니다.”
-한정된 예산으로 국가의 격(格)에 맞는 청사를 새로 만들 수 있다고 보십니까.
“공사비를 줄이려면 청사 규모를 줄일 수도 있고 날림공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계산으론 3조4000억원이면 현재 정부부처 공무원이 사용할 만한 적절한 공간면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정부가 분권화되고 중앙정부의 군살이 빠지면 공무원 수도 조정되겠지만 적어도 행정수도 이전 과정에서 공무원 수의 감소는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전비용이 총 46조원이라는 연구분석결과가 나오는데 이 수치에 동의하십니까.
“동의하지요. 그러나 46조원이 다 들어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지요. 46조원 중 11조원이 정부투자 몫이고 나머지는 민간투자 몫입니다. 민간 투자금도 가급적 줄어들도록 할 것입니다. 민간 경제도 한국의 경제에 포함되는 것이니까요. 과거 국책사업 중엔 시행을 하면서 원래 책정한 예산보다 사업비가 배 이상으로 불어난 사례가 있습니다. 행정수도 이전비도 46조원의 배 이상 들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하는데요. 우리는 46조원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행정·입법·사법부가 새로 건설되는 수도로 이전될 경우 수도권엔 청와대, 국회의사당, 대법원, 세종로 정부청사, 과천 정부청사, 국방부 등 빈 청사가 남게 된다. 이들 빈 청사의 처리 문제도 관심 대상이다. 일부 언론은 청와대나 국회의사당을 아파트건설업자에게 매각할 경우 조달될 수 있는 재원을 예측하기도 했다. 기획단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이른바 ‘적산 활용대책’을 김 위원장에게 집중적으로 물어봤다.
-세종로 정부청사, 세종로 정부2청사, 과천 정부청사는 매각대상입니까.
“될 수가 있지요. 정부청사는 공공건물로 지어졌기 때문에 다른 용도로 전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일단 매각대상은 됩니다. 세종로 정부청사는 지은 지 오래됐고 특색이 없는 콘크리트 건물입니다. 민간에 매각 후 헐어서 새로운 구조물을 올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람직하다기보다는 오래된 건물이니 헌다 해도 아깝지는 않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세종로 정부청사를 민간에 매각하지 말고 건물을 헌 뒤 그 자리에 공원을 조성하라는 요구가 서울 시민들 사이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구도 검토해 최종적인 결론이 나올 것입니다. 세종로 정부2청사는 최근에 새로 지은 건물입니다. 과천 정부청사는 특색이 있고 공간 면적도 넓으며 꽤 잘 지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들 청사는 헐기엔 아깝습니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적절한 용도로 전환해서 재이용하는 방안을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서울의 빈 청사 팔아 재원 조달”
-최근 지어진 정부(헌법)기관 청사는 건물의 보존 및 재이용을 단서로 한 뒤 민간에 매각할 수도 있다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서초동 대법원 청사나 용산의 국방부 청사도 최근 새로 지어진 건물인데 이들 기관의 이전이 확정된다면 이런 청사들은 재이용되는 방향으로 처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 빈 청사 처리 방식은 건물 보존을 전제로 민간기업 등에 매각하는 방안, 관리권은 정부가 계속 갖고 있으면서 임대하는 방안, 민간에 매각해 아파트 단지 개발 등 수익성이 큰 사업으로 활용되게 하는 방안, 다른 공공 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의 활용방안은 어떻습니까.
“청와대를 헐어서 그 자리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겠습니까. 청와대는 역사성이 있으니 이전되더라도 건물은 그대로 보존될 것입니다.”
-국회의사당의 경우 건물이 특이한 구조여서 다른 용도로 쓰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국회는 다른 청사와는 달리 여의도 요지의 넓은 땅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에 매각하면 상당한 재원이 마련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데요.
“행정수도 이전 비용조달 차원에선 매각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러나 현 국회의사당은 역사성도 있고 건물 자체로도 특이성이 있습니다. 박물관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빈 청사를 모두 공원이나 공익적 목적으로 활용할 경우 정부가 국가예산에서 부담해야 할 이전비용이 늘어나게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국회의사당의 이전 및 청사 처리는 일차적으로 국회가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러나 청사 처리는 정부와도 협의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만약 국회가 이전한다면 새 국회 청사는 정부가 지어주는 방식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국회 청사가 현재 정부소유로 되어 있는지, 누구 소유인지는 한번 알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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