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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수학의 정석’ 저자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

“고교 참고서 팔아 富 쌓았으니 고교에 환원해야”

  • 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수학의 정석’ 저자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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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부터 시작해 참여정부에 와서는 상당히 줄었어요.

“이해찬 국무총리 지명자도 서울대 출신이고 17대 국회의원 중에 서울대를 거친 사람이 143명입니다. 특수과정 수료자도 포함된 숫자입니다만 이분들이 모두 서울대 간판만 갖고 당선된 건 아니죠. 미국 하버드대 졸업생이 1년에 1600명입니다. 서울대 4000명에 연·고대까지 합치면 1만5000명입니다. 미국에 비해 인구는 적으면서 3개 대학의 졸업생은 너무나 많습니다. 미국에선 하버드대 예일대 출신이 요직을 차지해도 별로 눈에 안 띄는데 우리는 좁은 땅, 적은 인구에 배출되는 졸업생이 많다 보니 여기저기서 서울대, 연대, 고대 출신들이 우글대는 것처럼 보이는 거지요. 정운찬 총장이 학부 인원을 줄이려 합니다. 교수와 시설, 재정은 그대로 두고 학생을 줄여 교육을 내실화하겠다는 거죠.”

-정관계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에 비해 자연과학분야에서 이룬 업적은 상대적으로 적어 보입니다. 홍 이사장이 수학과를 나왔으니까 하는 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과학정보연구소가 해마다 발표하는 SCI(Science Citation Index) 순위에서 서울대는 세계 여러 대학 가운데 2002년 34위, 2003년 35위를 차지했습니다. SCI 순위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 3900개에 발표된 논문을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SCI 상위권 대학은 대부분 미국 대학들입니다. 그 외에는 영국 옥스퍼드대 캠브리지대, 일본 도쿄대 도호쿠대, 캐나다 토론토대, 브라질의 브라질대밖에 없습니다. 나라별로 순위를 매긴다면 서울대는 6위입니다.

황우석 교수로 대표되는 생명공학 연구팀은 인간 배아복제와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함으로써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서울대 의대 수의대 약대 자연대 농대 공대 교수 60여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황 교수팀이 이룬 업적은 실로 세계적인 것입니다.”



홍 이사장은 1957년 서울대 문리대 수학과에 입학했다. 모친이 돌아가시고 나서 가세가 기울어 등록금 하숙비 책값 등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처지였다. ‘서울대’와 ‘수학과’는 그가 자력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한 힘이 됐다.

대학 3학년 때 서울사대부고 교사의 소개로 여학생 6명을 맡아 가르쳤는데 인기가 높아지자 겨울방학 때 그 학교 학생 50명이 몰려와 강의를 들었다. 서울 동숭동 문리대 본관 2층 수학과 연구실을 빌려 강의실로 사용했다. 이인기 학장과 수학과 최윤식 주임교수도 못 본 척 눈감아주었다. 육순이 넘은 수위는 조개탄 난로를 피워줬다. 그때부터 언젠가는 이 은혜를 갚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1995년 40억원을 들여 서울대에 상산수리과학연구동을 지어 기증했다. 서울대에는 대기업들이 지어 기증한 건물이 여럿 있지만 개인으로는 홍씨가 처음이다. 이 건물엔 수학연구소 대역해석학연구센터 통계연구소 이론물리연구센터 이론물리연구소 등 5개 연구소와 수학도서관이 들어가 있다.

“EBS 수능강의 타격 없다”

‘수학의 정석’은 과외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어 쓰던 고학(苦學)의 산물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기존 참고서에 만족하지 못하고 기왕이면 좋은 문제를 풀어주기 위해 광화문의 외국서적 판매점을 뒤지고 다녔다. 일본의 입시문제와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의 수학책을 구해 아이디어를 얻었다. 수학책은 그 나라 언어를 몰라도 수식만 보면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대학 졸업 후 학원강의를 할 때는 문제를 만들어 등사를 했다. 해마다 새로운 문제를 집어넣으면서 보완을 거듭했다.

학원강사들 중에는 자신의 저서를 교재로 강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참고서가 잘 팔려 베스트셀러가 되면 저자의 강의실은 학생들로 대만원을 이뤘다. 베스트셀러 참고서가 학원강사의 인기를 높이고 생명력을 연장하는 비결이었다. 그도 학원강사로 성공하기 위해 저서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갈고닦은 프린트물을 토대로 집필을 시작해 3년 만에 완성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식은땀이 납니다. 스물일곱 살짜리가 뭘 안다고 책을 씁니까. 그렇지만 그때 서두르지 않았다면 게을러지고 용기도 없어져 영원히 책을 내지 못했을 겁니다.”

지난해 개편한 책 표지에는 여전히 저자 이름이 ‘홍성대’로 나와 있지만 책 뒷면에는 ‘도운이 이창형 홍재현’이 추가됐다. 재현씨는 그의 셋째딸이고 창형씨는 사위다. 두 사람은 서울대 수학과 동기생이다.

-‘수학의 정석’도 EBS 수능강의로 인해 타격을 받고 있습니까.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 출판사가 타격이 커서 울상입니다. 내 책도 한때는 입시경향에 맞춰 책을 재편했습니다. 그러나 수능이 바람직한 출제방법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일정 시점부터는 입시 경향에 신경쓰지 않고 나 혼자 정도(正道)로 갔지요. 그랬더니 시험이야 어떻게 출제되든지, 정석 책 한번 보고 그 다음에 무얼 하더라도 하자는 인식이 확산돼 책이 계속 나갔습니다.”

-얼마전 동아일보 교육담당 홍찬식 논설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EBS 수능강의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말했다지요.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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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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