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계곡에 숨은 청정 온천
아오니 온천에 들어서면 우선 어둡다는 느낌부터 받는다. 그 흔한 형광등도 하나 없이 긴 겨울밤을 밝혀주는 것은 호롱불이 전부다. 척박한 산 아래 터를 잡고 있는 아오니 온천은 규슈와 홋카이도에 있는 큰 온천하고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작고 시설도 낡았다. 그런데도 제법 많은 방문객이 이곳을 찾는 까닭은 다른 어느 곳보다 풍광이 빼어나고 깨끗한 온천수, 그리고 정(情)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남녀가 함께 목욕을 즐기는 류신탕 같은 노천탕이나, 남탕과 여탕이 구분되어 있는 네 개의 온천탕에는 무슨 성분의 어떤 효능을 자랑하는 요란한 안내문도 없다. 탕마다 사용되는 물의 온도가 43~ 46℃로 다를 뿐 그냥 온천수라는 것이다. 이것저것 넣지 않아도 워낙 수질이 좋아 신경마비와 피로회복에 효능이 뛰어나다는 자신감의 표현인 듯하다.

아오니 온천의 명물인 찻집에서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지배인(오른쪽).
아오니 온천의 또다른 자랑거리는 모든 투숙객이 함께 음식을 즐기는 식당이다. 보통 일본의 전통온천이나 료칸에서는 손님이 원하면 방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지만 아오니 온천은 다르다. 오지에 자리잡은 탓에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모든 투숙객이 식당에 모여 함께 음식을 먹는다. 종업원들은 수저 정도만 준비해줄 뿐 음식은 손님이 직접 테이블로 가져와 먹는 독특한 방법을 취하고 있다.
깊은 계곡에 위치한 아오니 온천엔 어둠이 빨리 찾아온다. 다행인 것은 겨울이면 언제나 눈이 쌓여 있어 호롱불과 달빛만으로도 충분히 밝아 산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온천을 찾은 관광객들은 영하의 기온에도 두터운 방한화 대신 짚신을 신고 산책에 나선다. 예부터 내려오는 산촌지방 사람들의 전통적인 삶을 한번쯤 체험해보고 싶어서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