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釜山, 소비와 보수만 남은 도시… 개방성, 역동성 살려낼까?

“우리가 노무현 때문에 못사는 건 아니지만 부뚜막에 얼라 앉혀놓은 것 같아서…”

  • 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釜山, 소비와 보수만 남은 도시… 개방성, 역동성 살려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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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도 부산 출신인데 왜 그렇게 안 밀어주냐”고 묻자 오씨는 “내 자식이면 뭐합니꺼. 못하면 남의 자식 밀어줘야제”라며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택시기사가 거들었다.

“노무현이 부산 사람이가, 김해 사람이지. YS 버리고 DJ(김대중)한테 간 거 아이가.”

부산에서 노 대통령에겐 여전히 DJ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민주노동당 부산시장 후보 김석준씨는 “김대중 정부에 대한 부산 시민의 피해의식은 근거가 있다기보다 다분히 감정적이다. 한나라당이 자꾸 그걸 부추기고 사람들은 그 감정을 증폭시킨다”고 했다.

부산 사람들은 “이제 부산에서 DJ에 대한 반감은 많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노 대통령을 싫어하는 것은 그가 “일을 너무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

“한나라당 사람들은 한마디를 해도 신중하게 하는데 노무현은 말이 너무 가벼워요. 우리끼리 하는 말로 ‘부뚜막에 얼라(아기) 앉혀놓은 것’ 같다니까요.”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도 “노 대통령이 잘했으면 열린우리당에 대한 부산 시민의 시선이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임기 내내 정치 갈등과 경제 실정만 거듭하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처신이 가볍다, 자질이 부족하다, 말이 헤프다는 혹평이 쏟아진다”고 전했다.

‘우리가 남이가?’ 의식

부산에서 열린우리당의 입지는 탄탄하지 못하다. 시장은 물론 구청장들도 모두 한나라당이다. 2002년 광역의회 선거에서 비례대표 1명이 당선됐을 뿐이다.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조경태 의원(사하을)이 승리하기는 했지만, 민주계 출신 박종웅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한나라당 후보의 표를 잠식하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당선됐다고 봐야 한다.

‘시민의 신문’ 양병철 부산지국장은 “가령 정형근 의원 같은 사람이 서울에서 나왔다면 3선을 할 수 있었겠냐”며 “그런데 부산에선 당선된다. 사람들은 그가 과거에 고문을 했든 뭘 했든 ‘나와 상관없다, 그는 부산 경제를 살릴 한나라당 사람이다’고 생각한다”며 부산의 정서를 전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젊은 구청장 후보는 ‘남구’ ‘북구’처럼 단순한 구 명칭을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란 생각이 들어 그 지역 50대 주민에게 “열린우리당 후보가 이런 공약을 내놨는데 어떻게 보냐”고 물었다. 그는 “그게 뭐냐, 나이가 어려 생각이 경박하다”고 했다. 하지만 비슷한 연배의 다른 주민에게 한나라당 후보가 그런 공약을 했다고 하자 “젊고 참신한 생각”이라고 평했다.

부산경실련 차진구 사무처장은 “부산은 한나라당이다. 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왜?’라는 의문을 달지 않는다. 지금 꼭 한나라당만 붙잡고 있을 까닭이 없는데도 ‘민주당, 열린우리당은 아니기 때문에 한나라당이다’ 이런 정서다. 여전히 반(反)호남 정서가 강하다”고 했다.

서울을 빼고 보면 부산만큼 타 지역 사람이 쉽게 뿌리를 내린 곳도 없다. 광복 이후 귀환의 장소, 전쟁 때는 피난의 장소였던 데다 드나듦이 자연스러운 항구도시인 까닭이다. 어디에서 누가 와도 쉽게 뿌리를 내리고 동화된다. 이북이든 전라도든 제주도든 이곳에선 다 ‘부산사람’이란 공동체로 뭉친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은 혈연공동체보다는 지역공동체 성향이 더 강하다. 친족을 지칭하는 ‘아재’ ‘아지매’가 일상적인 대화에서 다른 지역에서보다 훨씬 더 빈번하게 사용되는 것도 이런 동류의식의 발로다.

지역감정 이야기가 나오면 부산 사람들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대구·경북과 호남 간의 경쟁 와중에 자신들까지 덤터기를 쓴다는 것이다. 해운대에서 만난 시민 박한식(45)씨는 “광주는 특정 정당 지지율이 90%가 넘는다. 대구도 70%가 넘는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부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부산 사람들은 지금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대놓고 지지하는 사람도, 그렇다고 대놓고 욕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부산학센터 오재환 연구원은 YS에 대한 부산 시민의 심리를 “호남에서는 지금도 DJ가 추앙의 대상이다. 하지만 부산에서 YS는 우리가 돌봐야 할 대상으로 여겨진다.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부산의 정치성향을 보여주는 여·야 지지율
선거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진보정당
2004년 시장보궐 허남식 62.3% 오거돈 37.7%
2004년 총선 한나라당 52.52% 열린우리당 38.92% 민노당 2.88%
2002년 대선 이회창 66.26% 노무현 29.64% 권영길 3.08%
2002년 시장선거 안상영 63.77% 한이헌 19.4% 김석준 16.83%
2000년 총선 한나라당 60.32% 민주당 15.2%
1998년 시장선거 안상영 45.14% 하일민 11.4%
1997년 대선 이회창 52.59% 김대중 15.07% 권영길 1.2%
1996년 총선 신한국당 55.8% 국민회의+민주당 25.17%
1992년 대선 김영삼 72.64% 김대중 12.41% 백기완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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