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호

식중독은 보톡스의 은인?

  • 이현경 /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입력2006-08-14 17: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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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중독은 보톡스의 은인?

    눈가 떨림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보톡스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 삼성제일병원)

    최근 학교 급식에서 발생한 초유의 집단 식중독 사태로 식중독은 ‘공공의 적’이 됐다. 그런데 식중독은 주사 한 방으로 감쪽같이 주름살을 없앤다는 보톡스(botox)엔 ‘은인’이나 다름없다.

    19세기 초 독일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해 200명 이상이 사망한 일이 있다.

    당시 의사인 유스티누스 케르너는 식중독의 원인을 찾다가 부패한 소시지 통조림에서 나오는 보툴리눔 톡신(botulinum toxin)을 발견했다.

    그로부터 100여 년 동안 아무도 보툴리눔 톡신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73년 미국의 안과연구소에 근무하는 의사 앨런 스콧이 원숭이 실험 도중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수축돼 있던 눈 주변 근육에 보툴리눔 톡신을 주입하자 근육이 이완된 것이다.



    그가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자 의학계에서는 대단한 관심을 나타냈다.

    1980년대 중반부터 보툴리눔 톡신은 눈 주변의 근육경련이나 목이 돌아가는 증상, 소아마비 등의 치료제로 쓰이기 시작했다.

    주름살 치료제로 이용된 것은 1987년 이후. 캐나다의 안과의사인 진 캐루터스가 보툴리눔 톡신으로 환자의 눈 주변 근육경련을 치료하던 중 주름살이 사라지는 것을 우연히 발견한 것이 계기였다.

    200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얼굴 주름살을 없애는 성형수술용으로 이를 승인하면서 보툴리눔 톡신은 비아그라 이래 최대 신약으로 꼽히게 됐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보톡스가 바로 보툴리눔 톡신이다.

    통조림이 부패하거나 고기가 썩을 때 생기는 박테리아인 글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에서 추출한 신경독이 보톡스다.

    보톡스는 미국 앨러간사(社)에서 출시한 브랜드 이름이다. 워낙 유명하다 보니 관련 제품이 모두 보톡스라고 불리는 것이다.

    보툴리눔 톡신은 한마디로 단백질이다. 독성이 매우 강해 몸무게가 60kg인 성인에게 12~ 18ng(나노그램)만 주입해도 죽음에 이를 수 있다. 100g만 있으면 60억 인류를 전멸시킬 수 있는 무서운 화학물질인 것이다.

    주름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신경 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막아 일정 기간 근육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한 연예 사이트는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이 보톡스 덕분에 주름살은 없앴지만 눈·코·입이 어색해졌다며 나이가 들면서 망가진 스타라고 평했다. 젊음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지나치면 보톡스는 그 이름처럼 독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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