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호

대구법 (Parallelism)

  • 저자 이윤재 / 편집기획·진행 구미화 || 일러스트 이우정

    입력2006-11-15 15: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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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법 (Parallelism)
    대구(對句)란 ‘의미가 비슷하거나 상반된 어구(語句)가 접속사나 전치사로 연결되어 짝을 맞춘 글귀’를 말한다. 이는 서술을 장중하게 할 뿐 아니라 음악적 묘미도 더해준다.

    영어로는 ‘antithesis’라고도 하고, ‘parallelism’이라고도 하는데, 개념이 약간 다르다. antithesis는 원래 ‘반대로 놓다’ ‘대조(contrast)’를 뜻하는 그리스어로 철학에서는 ‘반정립(反定立·안티테제)’을 의미한다. 반면 ‘같은 종류의’ ‘비슷한’ ‘평행의’ 같은 의미를 지닌 ‘parallel’에서 비롯된 ‘parallelism’은 ‘병행배열’을 뜻한다.

    (1) 리듬감 있고 사실적인 대구표현

    He who makes no mistakes makes nothing은 직역하면,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가 된다. 그러나 같은 의미를 이렇게 표현하면 훨씬 듣기 좋다. He is lifeless that is faultless.(잘못이 없는 사람은 생명이 없는 사람이다.) lifeless와 faultless가 각운(脚韻)을 이뤄 훨씬 리드미컬하다. 셰익스피어의 표현이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을 할 것이다’를 영어로 표현할 경우 He’ll do it whatever may happen보다는 He will do it by hook or by crook이 낫고, ‘우리는 징검다리를 건넜다’는 We walked across over the stepping stones보다 We stepped from stone to stone이 더 묘미가 있다.



    ‘시내로 들어오는 길이 꽉 막혔어’의 경우엔 The traffic is heavy all the way into the city보다 The traffic was bumper-to-bumper all the way into the city가 멋스럽고, ‘그녀는 활짝 웃고 있구나’의 경우 She is grinning radiantly보다 She is grinning from ear to ear가 더 사실적이다.

    ‘그 땜장이는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The tinker is barely managing to earn his living보다 He is now living from hand to mouth가 훨씬 실감난다. from hand to mouth는 ‘손으로 벌어 바로 입으로 들어간다’라는 원래의 의미가 ‘하루살이 살림으로’라는 뜻으로 발전했다.

    이번엔 He is now living from paycheck to paycheck을 보자. 미국에서는 급여를 회사에서 발행하는 company check으로 준다. 따라서 paycheck은 급료를 의미하는 지급 수표이다. 직장인들은 보통 이것을 받아 거래 은행에 입금해놓고 필요할 때마다 현금을 찾아 쓴다. 여기에서 from paycheck to paycheck은 ‘월급날만 기다리며 산다’ ‘월급으로 겨우 산다’는 의미를 지닌다.

    ‘어디를 가나 내 집만한 데가 없다’의 경우 There’s no place like home보다 East or west, home is best가, ‘그들은 그 법안에 대하여 반대투쟁을 하고 있다’의 경우 They are dissenting from the bill violently보다 They are fighting tooth and nail against the bill이 더 강하게 들린다. tooth and nail은 desperately·frantically, 즉 ‘전력을 다하여’ ‘필사적으로’ ‘죽을 둥 살 둥’이라는 의미다.

    ‘아무도 아직은 그와 대적하지 못해!’의 경우 Nobody can rival with him yet!보다는 Nobody can go toe-to-toe with him yet!이 낫고, ‘두 사람은 막상막하(莫上莫下)다’의 경우 The two are in a dead heat보다 The two are neck and neck이나 The two are fifty-fifty가 개성 있다. ‘그녀는 다른 선수들보다 한층 우월하다’의 경우 She is much superior to all the other players보다 She stands head and shoulders above all the other players가 훨씬 멋스럽다.

    ※go toe-to-toe: 경쟁하다, 필적하다(발가락이 나란히 있는 모양처럼 둘이 비슷한 수준에서 서로 경쟁하는 것을 가리키는 표현)

    neck and neck: (경마에서) 나란히, (경기 등에서) 비등하게·접전하여(경마에서 말 두 마리가 결승점에 나란히 들어오는 형상에서 유래)

    stand head and shoulders above one’s colleagues: (동료)보다 한층 뛰어나다

    (2) 쓰고 말하기 편하게 관사는 생략

    Another great war could destroy victor and vanquished alike (또 한 번의 대전쟁이 일어나면 승자나 패자(敗者) 모두 파멸한다)에서 굵은 글자로 표시된 부분은 원래 the victor and the vanquished가 맞다. ‘the+형용사=복수 보통명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구에서는 관사(a나 the)나 복수형을 거의 쓰지 않는다. 관사를 반복하면 쓰기도 불편할뿐더러 발음하기도 불편하기 때문에 이 같은 어법이 생겨났다.

    그렇다고 관사 생략이 원칙처럼 굳어진 것은 아니다. 관사를 생략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This car cost me an arm and a leg. (이 차는 엄청 비싸다.) That is a famous brand-name bag! But it costs an arm and a leg. (저것은 명품 가방이야! 하지만 너무 비싸.)

    ※an arm and a leg: 엄청난 금액

    The drop hollows the stone not by its force but by its frequency. (물방울은 그것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것의 빈발(頻發)에 의해서 돌에 구멍을 뚫는다.) A reader is a leader. (리더가 리더다·책을 읽는 사람이 지도자다.)

    성경의 이사야(Isaiah) 2장4절을 보자.

    The Lord will judge between the nations and will settle disputes for many peoples. They will beat their swords into plowshares and their spears into pruning hooks. Nation will not take up sword against nation, nor will they train for war anymore. (그분께서 민족들 사이에 재판관이 되시고 수많은 백성 사이에 심판관이 되시리라. 그러면 그들이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어떤 민족이 다른 민족에게 칼을 쳐들지 않을 것이며 더 이상 전쟁을 대비해 훈련하지도 않으리라.)

    앞의 ‘the nations·their swords’는 관사도 붙고 복수형으로 되어있으나 뒤의 ‘Nation·sword·nation’은 관사도 없고 단수형이다.

    (3) 시인은 대구를 즐겼다

    대구는 시적 표현의 기초 기법이기도 하다. 키플링(Joseph Rudyard Kipling)의 시 ‘The Ballad of East and West’를 보자.

    Oh, East is East, and West is West, and never the twain shall meet,
    Till Earth and Sky stand presently at God’s great Judgement Seat;
    But there is neither East nor West, Border, nor Breed, nor Birth,
    When two strong men stand face to face,
    Though they come from the ends of the earth!

    오! 동(東)은 동이고 서(西)는 서다. 땅과 하늘이 하느님의 위대한
    심판석(審判席) 앞에 설 때까지 이 둘은 결코 만나지 못하리라.
    그러나 강한 두 사람이 비록 지구의 끝에서 올지라도,
    얼굴을 마주하고 충돌할 때는,
    동도, 서도, 경계도, 번식도, 출생도 없다.

    (4) 대구로 이루어진 경구(警句)

    Forewarned is forearmed. (미리 경계하는 것은 미리 무장하는 것과 같다·유비무환(有備無患).)

    All is fair in love and war. (연애와 전쟁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Truth and oil always come to the surface. (진실과 기름은 항상 표면에 떠오르는 법.)

    Pity and compassion spoil business. (연민과 동정은 사업을 망친다.-이스라엘 속담)

    Happiness and misery are not fated but self-sought. (행복과 불행은 운명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중국 속담)

    대구법 (Parallelism)
    레위기(Leviticus) 24장 19∼20절을 보자.

    If anyone injures his neighbor, whatever he has done must be done to him: fracture for fracture, eye for eye, tooth for tooth. As he has injured the other, so he is to be injured. (누구든 그 이웃을 상하게 하였으면 그 행한 대로 그에게 행할 것이니 골절은 골절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을지어다. 남에게 손상을 입힌 대로 그에게 그렇게 할 것이니라.)

    신명기(Deuteronomy) 19장 21절을 보자.

    Show no pity: life for life, eye for eye, tooth for tooth, hand for hand, foot for foot. (동정을 보이지 말라. 생명은 생명으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손은 손으로, 발은 발로니라.)

    위와 같이 구약에서는 eye for an eye, tooth for tooth(이에는 이, 눈에는 눈)라 하여 다른 사람의 잘못을 똑같은 방식으로 처벌하라고 가르쳤으나, 예수는 원수를 위해 기도하고 사랑하라고 하였다. 마태복음 5장 38∼42절을 보자.

    You have heard that it was said, ‘Eye for eye, and tooth for tooth.’ But I tell you, do not resist an evil person. If someone strikes you on the right cheek, turn to him the other also.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아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니 약한 자를 대적치 말라. 네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도 돌려대라).

    And if someone wants to sue you and take your tunic, let him have your cloak as well. If someone forces you to go one mile, go with him two miles. Give to the one who asks you, and do not turn away from the one who wants to borrow from you. (또 너의 웃옷을 가지려고 하는 자에게 외투까지 갖게 하여라. 누구든지 너를 억지로 5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10리를 동행하라. 네게 구하는 자에게 주며 꾸고자 하는 자에게 거절하지 말라.)

    중동사태를 보도하는 외신을 보면, 이런 구절들이 등장한다.

    Militant Israelis prefer the rule of an eye for an eye. An eye for an eye leaves the whole world blind. (이스라엘 강경파들은 ‘눈에는 눈’이라는 룰을 좋아한다. ‘눈에는 눈’이 전세계 사람들을 눈멀게 한다.)

    실은 일찍이 인도의 민족운동 지도자이자 사상가인 간디(Mahatma Gandhi)가 이렇게 말했다.

    If we practice an eye for an eye and a tooth for a tooth, soon the whole world will be blind and toothless. (우리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복수를 실행한다면 전세계의 사람 모두가 눈멀고 이 빠지게 될 것이다.)

    영국 속담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Least talk, most work. (가장 떠들지 않는 자가 가장 많은 일을 한다.)

    Long tongue, short hand. (말이 많으면 실행이 적다.)

    The wise man has long ears, and a short tongue. (현자(賢者)는 남의 말을 잘 듣고, 말을 적게 한다.)

    Two eyes, two ears, only one mouth. (많이 보고 많이 듣되, 말은 적게 하라.)

    (5) 대구처럼 보이나 대구가 아닌 경우

    fender-bender는 대구처럼 보이나 대구가 아니다. fender는 ‘자동차·오토바이 등의 흙받기(mudguard)’이고 bender는 ‘구부리는 사람 또는 도구’를 말한다. 따라서 fender-bender는 ‘펜더를 구부리는 것’이 되므로 ‘경미한 자동차 사고’를 뜻한다.

    I had a fender-bender this morning and I was late to work. (오늘 아침에 접촉 사고가 나서 출근이 늦었어요.)

    중언법(重言法·hendiadys) 또한 대구처럼 보이지만 대구가 아니다. 대등해 보이는 두 단어가 수식관계이거나 종속관계를 이루고 있다. buttered bread를 bread and butter로 표현하는 식이다. 좀더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자.

    ‘앞 명사+and’가 뒤 명사를 수식하는 경우

    joy and tidings(=joyful tidings 기쁜 소식)

    horse and wagon(=horse-drawn wagon 마차)

    ‘and + 뒤 명사’가 앞 명사를 수식하는 경우

    death and honour(=honourable death 명예로운 죽음)

    poverty and distress(=distressing poverty 비참한 가난)

    ‘형용사+형용사’에서 앞 형용사가 부사 구실을 하는 경우

    She is good and plump(=She is very plump 그녀는 매우 포동포동하다).

    She hit him good and hard(=She hit him very hard 그녀는 그를 아주 세게 쳤다).

    여기서 잠깐!

    관용표현으로 살펴본 영어와 우리말 어순


    영어와 우리말은 대칭(對稱)되는 단어를 나열하는 순서가 다른 경우가 많다. near and far(원근), rich and poor(빈부), back and forth(앞뒤로), supply and demand(수요와 공급), Ladies and Gentleman(신사숙녀), Trick or Treat(사탕 안 주면 장난친다)….
    영어와 우리말 어순이 같은 표현도 있다, up and down(상하로), black and white(흑백), mother and son(모자), man and woman(남녀) 등이 그렇다.
    하지만 여기에 어떤 규칙이 있는 건 아니다. ‘day and night’은 ‘주야(晝夜)’라고 하는가 하면 ‘밤낮’이라고도 한다. 남녀(man and woman)는 우리말과 영어 어순이 같지만 노소(老少 · young and old)는 그렇지 않다. 동서(east and west)와 동북(north and east)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10월31일 핼러윈(萬聖節)은 사실상 아이들의 축제다. 여러 행사가 있지만 그중 하이라이트는 단연 ‘Trick or Treat’이다. 저녁이 되면 귀신 분장을 하거나 이상한 옷을 입은 아이들이 손에 등불과 과자 통을 들고 동네를 돌아다닌다. 집집마다 방문해 주인이 문을 열어주면 아이들이 “Trick or Treat”이라고 외치는데, 그때 주인은 “Treat!” 하면서 사탕을 준다.


    (6) 대구로 이뤄진 관용 표현

    rain or shine

    ‘rain or shine(날씨가 좋든 나쁘든·어떠한 일이 있어도)’은 ‘rich or poor(잘살든 못살든)’ ‘sink or swim(흥하든 망하든·죽든 살든)’과 함께 양보부사절을 이끄는 대구 표현이다.

    ‘날씨가 좋든 나쁘든(어떠한 일이 있어도) 그것을 하겠다’를 다양한 형태로 표현할 수 있다.

    Come rain or (come) shine, I’ll do it.

    Whether it rains or shines, I’ll do it.

    In fair weather or foul, I’ll do it.

    Rain or shine, I’ll do it.

    Wet or shine, I’ll do it.

    Rich or poor, all men are equal before the law. (부자든 가난뱅이든 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다.)

    Please leave it to me. I’ll do it, sink or swim. I’m not a quitter. (그 일을 내게 맡기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가 하겠네. 나는 한번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부드러운 연주로 유명한 미국의 재즈트럼펫 연주자이자 보컬리스트 쳇 베이커(Chet Baker)의 노래 ‘Come Rain Or Come Shine’ 중에서.

    I’m gonna love you
    Like no one’s loved you
    Come rain or come shine
    High as a mountain
    Deep as a river
    Come rain or come shine

    Days may be cloudy or sunny
    We’re in or we’re out of money
    But I’m with you always
    I’m with you rain or shine
    half empty or half full
    난 그대를 사랑할 거예요
    아무도 그대를 사랑한 적이 없는 것처럼
    어떠한 일이 있어도
    산처럼 높이
    강처럼 깊이
    어떠한 일이 있어도

    흐릴 때도 있고 햇빛이 찬란할 때도 있어요
    돈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난 늘 그대와 함께 있어요
    어떠한 일이 있어도 그대와 함께 있어요


    half empty or half full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느냐 부정적으로 보느냐를 말할 때 쓰는 표현이 있다. It depends (on) whether(=if) you see(=look at) the glass as half empty or half full. (그건 잔이 반이나 비었다고 하는지 아니면 반이나 남았다고 하는지에 달려있다.) He sees the glass half empty(=not full)는 사물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이고, He sees the glass half full(=not empty)은 사물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시각은 ‘업(業)의 법칙(The Law of Karma)’과 관련이 있다. ‘인과의 법칙(The Law of Cause and Effect)’이라고도 하는 이 법칙은 불교에서 말하는 인과응보(因果應報)의 가르침이다. 실생활에서 불교적 삶을 장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미국의 비(非)금욕불교단체(non-monastic Buddhist group)인 Dragon’s Gate Temple은 ‘업(業)’의 관점에서 half empty or half full를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

    The idea behind the Law of Karma is simple - what we do affects what happens to us. The application of the Law of Karma is choosing the causes that will give you the effects you want. Psychological karma also affects your emotions. Whether the glass is half full or half empty is not a physical question, it’s psychological. (업(業) 법칙에 내재되어있는 사상은 간단하다 - 무엇을 행하느냐가 무슨 일이 발생하느냐에 영향을 미친다. 원하는 결과를 주는 원인을 선택하는 것, 이것이 곧 업의 법칙의 적용이다. 심리적 업(業) 역시 정서에 영향을 미친다. 잔이 반이 차 있느냐 반이 비어 있느냐는 물리적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 문제다.)

    대구법 (Parallelism)

    미국 최고의 코미디언 빌 코스비.

    The scrapes and bruises after the big game hurt a lot less if your team won. If your standard is a full glass, then that other glass is half empty. If you were expecting an empty glass, then it’s half full. (큰 시합 후의 상처나 타박상은 팀이 이겼을 경우 아픔을 많이 경감시킨다. 잔을 채우기를 기대한다면 차있지 않는 부분은 반이 비어있는 것이고 잔을 비우기를 기대한다면 비어 있는 않는 부분은 반이 차있는 것이다.)

    한편 빌 코스비(Bill Cosby)는 ‘It depends if you see the glass as half empty or half full’을 이렇게 변형시켜 말했다.

    Is the glass half full, or half empty? It depends on whether you’re pouring, or drinking. (잔이 반이 찼느냐 반이 비어 있느냐는 당신이 잔에 따르고 있느냐, 마시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빌 코스비는 시트콤 장르를 정착시킨 미국 최고의 흑인 코미디언이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들려준 “You are more important to yourself than you think you are(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란 문장을 오늘의 자신이 있게 해준 최고의 조언으로 꼽는다.

    몇 년 전, 빌 코스비의 아들이 LA 고속도로에서 피살당했다. 빌 코스비는 그 사건 이후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자동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던 그는 교통 신호에 걸려 차를 멈추고 있는데, 옆 차에 탄 사람이 자신을 알아보고 손을 올리면서 “오, 불쌍한 빌” 하고는 다시 유리창을 닫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그 순간 자신이 많은 사람에게 동정의 대상이 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자신은 이웃을 웃기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데, 이제는 도리어 연민의 대상이 되었음을 깨달은 것. 곧바로 방송국에 연락해 방송을 재개하기로 하였다.

    빌 코스비는 업의 법칙을 잘 적용한 셈이다.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위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던지는 그물의 씨줄과 날줄을 이룬다. 마음가짐을 새롭게 함으로써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Fish or cut bait

    분명한 선택을 요구할 때 쓰는 표현도 모두 대구 형태를 취하고 있다. Fish or cut bait. (태도를 분명히 하라.) Put up or shut up. (해볼 테면 해봐, 그렇지 않으면 잠자코 있어.) Take it or leave it. (승낙하든지 거부하든지 결정해.) Shape up or ship out. (하려면 제대로 하고, 아니면 그만둬.) Shit or get off the pot. (하려면 똑바로 하고 아니면 그만둬.)

    ▼ Fish or cut bait.

    fish는 ‘낚시질하다’를 뜻하고, ‘cut bait’는 ‘미끼를 잘라 없애라’는 의미다. 직역하면 ‘낚시를 하든지 아니면 미끼를 버리고 낚시를 그만둬라’이다. 미국 구어에서는 ‘어느 한쪽을 분명히 정하다’ ‘거취를 명백히 하다’ ‘(어떤 활동에) 참가 여부를 정하다’의 의미로 쓰인다. It’s time to fish or cut bait. (거취를 분명히 해야 할 때다.)

    ▼ Put up or shut up.

    ‘put up’은 열댓 개의 의미로 쓰이나 여기에서는 ‘돈을 치르다’ ‘돈을 걸다’ ‘돈을 갚다’라는 의미다. 직역하면 ‘돈을 걸어라, 그렇지 않으려면 가만히 있어라’다.

    ▼ Take it or leave it.

    ‘받아들이든 거절하든 양자택일 하세요’ ‘(제시된 가격이나 조건 등을 그대로) 받아들이든 말든 마음대로 하세요’ ‘승낙하거나 거부하거나 하세요’ 등 논쟁을 할 때 상대방에 대한 언짢은 마음을 드러내는 표현. 일반적으로 논쟁(argument)의 마지막 단계에서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며, 상대방에게 수용 여부를 묻는 말이다.

    쇼핑센터(shopping mall)에서 가격을 흥정(haggling)하는 경우를 예로 보자.

    A: Can you make the price cheaper? (가격을 좀 내려주실 수 있습니까?)
    B: Sorry, but I can’t change the price. (죄송하지만 깎아드릴 수 없습니다.)
    A: You drive a hard bargain. (너무 빡빡하게 장사하시네요.)
    B: So are you going to take it or leave it? (그래서 조건을 받아들이실 건가요, 말 건가요?)
    이번엔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예로 들어본다.
    A: Dad, I want to go to the amusement park this weekend. (아빠, 우리 이번 주에 놀이동산 가요.)
    B: We went there last weekend. This time we’re going to the zoo. (놀이동산은 지난주에 갔잖아. 이번에는 동물원에 가는 거야.)
    A: But I don’t want to go to the zoo. (동물원엔 가기 싫어요.)
    B: Well, you can come with the rest of the family to the zoo, or you can stay home and do nothing. That’s my final offer, take it or leave it. (음, 가족들과 함께 동물원에 가든지, 아니면 집에서 심심하게 있든지 맘대로 해. 둘 중 하나로 네가 결정해. 아빠는 더 얘기 안 한다.)


    ▼ Shape up or ship out.

    ‘shape up’은 ‘형태를 이루다, 구체화하다, 발전하다, 호전하다, 체형을 좋게 하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ship out’은 타동사로 쓰이면 ‘(배 등으로) ~을 외국으로 보내다’란 의미. We shipped them out to a foreign country. (우리는 그들을 외국으로 보냈다.) 자동사로 사용될 땐 ‘(배 등으로) 자기 나라를 떠나다, 사직하다’를 뜻한다. ‘Shape up or ship out’을 직역하면 ‘잘하든지 아니면 사직하라(Do your job well or get fired)’이다.

    When Robert’s boss returned, instead of praising him for a job well done he said, “Just remember you better shape up or ship out!” (로버트의 사장이 돌아왔을 때 일을 잘했다고 그를 칭찬하기는커녕 “명심해, 똑바로 하든지 아니면 그만둬!”라고 말했다.)

    ▼ Shit or get off the pot.

    ‘shit’은 ‘뒤보다’ ‘똥 누다’라는 의미이고 ‘get off the pot’은 ‘변기에서 내려오다’라는 뜻이다. 직역하면 ‘용변을 보든지 아니면 (남이 이용하도록) 화장실에서 나와라.’ 우유부단한 사람에게 ‘하든지 말든지 어서 결정해!’라고 톡 쏴줄 때 적격이나, 어감이 좀 불쾌하다(objectionable).

    Hurry up with it, Robert! Shit or get off the pot! (로버트, 빨리 해! 얼른 하든지 아니면 그만둬!)

    ham-and-egg

    바늘과 실 같은 단짝을 ham-and-egg라고 표현한다. 한 접시에 햄과 달걀이 잘 어우러져 나오는 데서 유래한 표현이다. 이와 별도로 chicken-and-egg problem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의미이다.

    In my view, the argument of both hyperglobalizers and sceptics remain entangled in a particularly vexing version of a chicken-and-egg problem. After all, economic forms of interdependence are set into motion by political decisions, but these decisions are nonetheless made in particular economic contexts. (나의 견해로는 초(超)세계화주의자들과 회의론자들의 논쟁은 복잡하게 얽혀 여전히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대단히 골치 아픈 논쟁거리로 남아 있다. 결국 경제적인 형태의 상호의존이 정치적인 결정에 의해 추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정은 특정의 경제적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death and taxes

    영국의 철학자요 경제학자인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에서 이렇게 말했다.

    There is no art which one government sooner learns of another than that of draining money from the pockets of the people. (국민의 주머니를 훑어내는 기술을 빼놓으면 정부가 아는 다른 기술은 없다.)

    “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대표 없이는 과세도 없다)”는 미국 독립전쟁의 슬로건(rallying cry)이었다. 식민통치 시절 조너선 메이휴(Jonathan Mayhew) 목사가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에 있는 Old West Church라는 교회에서 한 설교에서 처음으로 이 말이 언급되었다.

    이와 비슷한 버전은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 is tyranny. If we are not represented, we are slaves(대표 없는 과세는 폭정이다. 우리에게 대표권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노예이다)”로 매사추세츠의 변호사 제임스 오티스(James Otis)가 한 말이다. 제임스 오티스는 독립전쟁 즈음에 활약했으며, 특히 식민(植民)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적 원칙들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1700년대부터 ‘death and taxes’는 죽음과 마찬가지로 세금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인 다니엘 디포(Daniel Defoe)의 ‘The Political History of the Devil’(1726)에 ‘Things as certain as death and taxes, can be more firmly believed(죽음과 세금만큼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것은 없다)’라고 씌어 있다.

    미국의 정치가요 과학자인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 1789년 11월13일 Jean-Baptiste Leroy에게 쓴 편지에도 ‘death and taxes’에 관한 언급이 있다.

    The only two certainties in life are death and taxes. (인생에 있어서 확실한 것은 죽음과 세금뿐이다.)

    In this world nothing can be said to be certain, except death and taxes. (이 세상에 죽음과 세금 외에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There are two certainties in life: death and taxes. While death comes just once a lifetime, tax day pays a visit every year. (삶에는 확실한 것 두 가지가 있다: 죽음과 세금. 죽음은 평생에 단 한 번 오지만, 세금은 매년 한 번씩 찾아온다.)

    Just like death and taxes, there is no escaping spam(죽음, 세금과 마찬가지로 스팸에서도 피할 길이 없다)처럼 오늘날 like death and taxes는 definitely, certainly, surely, to be sure, for sure, for certain 등을 대신하는 숙어로 사용된다.

    vocation vacation

    vacation(휴가)은 형용사 vacant의 명사형이고, vacant는 라틴어 vacare(빈)에서 유래했다. vocation은 라틴어 vocare(to call·부르기)에서 나온 말이다. 신학에서는 ‘신의 부르심’ ‘신의 부르심에 의한 정신적 생활’ ‘소명(召命)’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천직(天職)’ ‘사명(calling)’ ‘직업’ ‘생업(生業)’이란 의미가 생겨났다.

    따라서 이 두 단어의 철자가 엇비슷한 것은 우연의 일치일 뿐 의미상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런데도 이 두 단어는 그 모양이 비슷하다는 인연으로 함께 쓰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국 볼티모어 교구(敎區)의 롬바르디(Father John Joseph Lombardi) 신부의 말을 보자.

    I’ve learned that we need to bring Jesus and Mary with us on our vacations, and that the best vacations are with them. They’re not against our happiness or vacation; no, they want what’s best for us in them-and that means embracing vocation within vacation. (나는 휴가 때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와 함께해야 하며, 가장 좋은 휴가는 이분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이분들은 우리의 행복이나 휴가와 대립되는 분들이 아니다; 그렇다, 이분들은 우리가 이분들 속에서 가장 좋은 존재가 되기를 원하신다 -그것은 ‘휴가’를 보내며 ‘소명’을 깨닫는 것을 의미한다.)

    ‘Your vocation must be like your vacation(직업이 휴가처럼 되어야 한다)’이란 말이 있다. 자기가 하는 일이 마치 휴가를 보내듯 즐거워야 한다는 얘기다. 카운슬러의 말을 보자.

    When your vocation becomes your vacation, you’ll never work another day. Your chances of success are directly proportional to the degree of pleasure you derive from what you do. Work is not your punishment. It’s your reward, your strength and your pleasure. (직업이 당신의 휴가가 되면, 날을 정해놓고 일할 필요가 없다. 성공 가능성은 하고 있는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의 정도에 비례한다. 일이란 벌(罰)이 아니다. 그것은 보상이며, 힘이며 또한 즐거움이다.)

    ‘직업 휴가(Vocation Vacation)’ 또는 ‘vocation vacationer(직업휴가고객)’라는 표현이 2004년에 미국에서 처음 생겼다. 휴가 기간을 활용해 평소 관심이 있던 직업을 실제로 체험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그 일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 예상하지 못한 문제점은 없는지 등을 확인함으로써 전직(轉職) 가능성을 파악하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휴가 기간에 진행되므로 다니고 있는 직장의 업무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즉 평소 꿈꾸던 일이 실제로 겪어보니 생각했던 것과 다를 경우 조용히 현업(現業)을 계속할 수 있다. 직업휴가를 마친 뒤 실제로 전직하는 비율은 20% 정도다. 다음은 미국에서 유일하게 전국지로 발행되는 일간지 ‘USA Today’가 보도한 내용이다.

    You may be given an opportunity to have some on-the-job-experience you may be ready to ditch your dreary job for your dream job. Vocation Vacations, an Oregon-based travel company, allows workers to try out a “dream job” without giving up their regular one. For about $500 to $10,000, not including transportation or lodging, a customer can spend one or two days with an expert mentor. (현재의 따분한 직업을 버리고 꿈꾸던 직업을 얻기 위한 직업체험 프로그램이 나왔다. 오리건(Oregon)에 있는 한 여행사인 Vocation Vacations는 직장인이, 다니고 있는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도 꿈의 직업을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약 500~1만달러의 비용(교통비· 숙박비 별도)이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하루나 이틀 동안 체험할 수 있다.)

    Vocation Vacations is the brainchild of Brian Kurth of Oregon. Among the dream jobs Kurth’s clients can choose from; innkeeper, brewmaster, wine maker, horse trainer, cheese maker, raceway manager, hunting and fishing guide, professional gardener, wedding coordinator, pastry chef or chocolatier. Vocation Vacations will pair you with an expert mentor who will be your guide as you take your dream job for a test drive. (Vocation Vacations는 오리건의 브라이언 커스라는 사람이 창안한 아이디어이다. 커스의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희망직종은 다음과 같다: 여관주인, 양조장 주인, 포도주 제조업자, 말 조련사, 치즈 제조업자, 경마장 지배인, 사냥·낚시 안내인, 전문 정원사, 결혼 중매인, 제빵사, 초콜릿 제조 판매업자. Vocation Vacations는 꿈의 직업에 시험 삼아 도전해보는 이들을 도와줄 전문가를 붙여준다.)

    He said he usually targets smaller companies because their owners tend to be more passionate about what they do and more accessible. For example, vocation vacationers can visit Oregon’s Amity Vineyards, where they can learn everything from harvesting to bottling. Kurth calls Vocation Vacations the ultimate vacation adventure for people wanting to do more than dream about the job they’ve always wanted. (그는 항상 소규모 회사를 목표로 삼는다고 말했다. 소규모 회사의 소유자들은 대개 자기가 하는 일에 열정적이고, 접근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직업휴가고객은 오리건의 포도농장을 방문해 (포도) 수확에서 (포도주를) 병에 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배울 수 있다. 커스씨는 Vocation Vacations를 “늘 원하던 직업을 꿈꾸기만 할 게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위한 최고의 직업 모험”이라고 부른다.)

    ※mentor: 원래는 고유명사(Mentor)인데 오늘날 보통명사(mentor)로 사용된다. Mentor는 그리스신화에서 오디세우스(Odysseus)가 아들의 교육을 맡긴 지도자이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따르면, 오디세우스는 트로이전쟁에 참가하게 되자 연장자인 Mentor에게 집안일과 아들 텔레마코스의 교육을 부탁하였다. 오디세우스가 20년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자 장성한 텔레마코스가 아버지를 찾아나서는데, 오디세우스의 수호신 아테나(Athena)가 Mentor의 모습으로 텔레마코스에게 나타나 조언했다. 여기서 연유해 mentor는 충실하고 현명한 조언자 또는 스승의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mentor의 역할과 행위를 mentoring, 피보호자 또는 피후견인을 mentee 또는 protege라고 한다. protege는 불어이며 영어의 protected에 해당한다.

    apples and oranges

    compare apples and oranges(전혀 다른 것들을 비교하다)와 apples and oranges(天壤之差·성격이 전혀 다른 것)는 현대 영어, 특히 비즈니스 영어에서 많이 사용된다.

    ‘Don’t compare apple to orange.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하지 말라.)

    We compare apple with apple, not apple with orange. (사과와 사과는 비교해도 사과와 오렌지는 비교하지 않는다.)

    사과와 오렌지는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과는 사과 나름대로 독자적인 맛이 있고 오렌지는 오렌지 고유의 맛이 있어 비교하기 곤란하다. 여기서 compare의 어원을 정확히 살펴보자. compare는 라틴어로 ‘대등하게 하다’란 의미를 가졌다. com은 ‘함께’라는 의미의 접두사이고, pare는 pair(두 개로 된 한 쌍)의 변형이다.

    I hated people comparing Ferrari F40 and 959 Porsche. It was like if you were to compare apple and orange. (나는 사람들이 페라리 F40과 포르셰 959를 비교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것은 마치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하는 것과 같다.)

    Are teachers more important than parents in a child’s development? My answer is no, not more important, but equally important. We should not compare an apple with an orange. (어린이의 성장에 있어서 교사가 부모보다 중요한가? 나의 답은 ‘아니오’다. 더 중요한 것이 아니라 똑같이 중요하다.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해서는 안 된다.)

    Let’s draw a distinction between apples and oranges before we get to the bottom of the analysis. We should read between the lines because both apples and oranges are put together in their analysis. (본질이 다른 이슈를 구분한 후에 본격적인 분석에 들어가자. 그들의 분석에는 함께 고려해서는 안 될 요소들이 섞여 있기 때문에 행간을 잘 읽어야 한다.)

    Keep it short and sweet(=Kiss)

    간단명료(簡單明瞭)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요즈음 모든 문화는 ‘KISS’의 시대로 돌입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장황하게 말하면 “KISS, stupid(간단하게, 뭘 몰라)”라는 핀잔을 듣는다. Kiss는 Keep it short and simple(짧고 단순하게), 혹은 Keep it short and sweet(짧고 곱게)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말(頭文字語·acronym)이다.

    wash-and-wear · lock and lock

    대구가 상품광고 용어로도 사용되고 있다. 다리미질할 필요 없이 그냥 빨아서 입을 수 있는 옷을 광고하면서 나온 ‘wash-and-wear’는 ‘treated so as to be easily or quickly washed and dried(쉽고 빠르게 빨아서 말릴 수 있도록 처리된)’이란 긴 설명을 대구로 간단명료하게 표현한 복합형용사. ‘빨아서 (다림질 않고) 바로 입는 캐주얼 정장’이라는 명사의미로도 사용된다.

    ‘lock and lock’은 lock and lock storage(밀폐 저장)나 lock and lock container(밀폐 용기)처럼 형용사로도 사용되고, 그 자체로 ‘공기, 습기, 액체가 새들어가지 않는 용기(air, moisture · liquid tight container)’, 즉 ‘밀폐용기’라는 명사로도 쓰인다. 한편 ‘walk lock and lock’은 ‘팔을 끼고 걷다’라는 뜻이다.

    Live and let die · Live and let live

    Kill or killed(죽여라.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Respect and respected(존경하라. 그러면 존경받는다), Love and loved(사랑하라. 그러면 사랑받는다). 각각의 문장에서 동사의 원형과 과거분사가 대구를 이루고 있다. If you would be loved, love and be lovable(사랑을 받으려면 사랑하라. 그리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어라)은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영화 ‘007’ 시리즈의 제8탄 ‘Live And Let Die’는 ‘죽느냐 사느냐’로 국내에 소개됐지만 제대로 번역하면 ‘너는 살고 남은 죽여라’가 된다. 다시 말하면 (You must) live and (you must) let (others) die에서 괄호 부분이 생략됐다.

    Live and let live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공존공생(共存共生)이다. (You must) live and (you must) let (others) live (너도 살고 남도 살게 하라)에서 괄호 부분이 생략되었으며 live는 자동사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모든 사전에 이렇게 풀이되어 있지만 실제 영어권 국가에서는 이런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

    Live and let live의 또 다른 의미는 ‘각자 개성대로 살아라’이다. Live (your life) and let (others) live (their lives)에서 괄호 부분이 생략됐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서 live는 동족목적어 your life와 their lives가 각각 생략된 타동사이다. 따라서 이 문장의 의미는 ‘너 나름의 삶을 살려면 남도 그 나름의 삶을 살도록 하라’다.

    의역을 하면 ‘각양각색(各樣各色)’ ‘백인백색(百人百色)’ ‘남의 개성을 중시하라’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인생이 있다’ 같은 의미다. 비슷한 의미를 갖는 표현으로는 It’s none of your business와 Mind your own business가 있다.

    ‘너만의 천국에서 네 마음대로 살아라’를 영어로 옮기면 Live and let live on your own promised land가 되고,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 그냥 내버려두어라’를 영어로 옮기면 It takes all sorts of people to make the world. Live and let live가 된다.

    Live and let live의 첫째 의미는 사전 편찬과정에서 그 본래의 의미를 살리지 못한 경우라 하겠다.

    Different strokes for different folks

    Live and let live와 비슷한 의미를 갖는 대구형 표현으로는 different strokes for different folks가 있다. Little strokes fell great oaks(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에서 보듯 stroke는 ‘손이나 연장을 한 번 놀리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나무를 찍는 것 외에, 수영에서 손발을 놀리는 것, 골프나 테니스 등의 타법, 보트의 노를 젓는 법, 붓의 놀림(필법), 문학 작품의 필치 등도 stroke로 표현할 수 있는 의미들이다. 그런데 개인마다 손놀림이 같을 수가 없다. 다음 대화를 보자.

    A: Honey, would you stop forcing Tom to be a lawyer? (여보, 톰에게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고 너무 다그치지 말아요.)

    B: You know, he has to follow in my foot steps! (톰이 나를 따라 변호사가 되어야 하지 않겠소?)

    A: But there’s a saying ‘Different strokes for different folks’. (하지만 ‘사람마다 사는 법이 다르다’는 말도 있잖아요?)

    1960, 70년대 솔 뮤직(soul music)으로 음악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밴드 ‘슬라이 앤드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의 음악을 후배 음악가들이 자신들의 색깔로 노래하고 연주한 헌정음반이 ‘Different Strokes By Different Folks’이다. 여러 아티스트가 각자의 개성을 살려 녹음한 편집(compilation) 형태를 앨범 이름에 반영하기 위해 ‘Different Strokes For Different Folks’라는 속담을 인용하면서 살짝, 전치사 for를 by로 바꾼 것이다.

    eye for eye · tooth for tooth

    see eye to eye는 ‘견해가 완전히 일치하다(agree)’라는 의미이다. I see eye to eye with you on that.(나는 그 문제에 대해 너와 생각이 같다.)

    eye for eye, tooth for tooth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의미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보복법(同害報復法)은 세계에서 가장 오랜 성문법인 고대 바빌로니아 함무라비 법전(Code of Hammurabi)의 규정이다. 피해자가 입은 해와 같은 정도의 손해를 가해자에게 가한다는 보복의 원칙이다.

    성경의 출애굽기(Exodus) 21장 22~27절을 보자.

    If men who are fighting hit a pregnant woman and she gives birth prematurely but there is no serious injury, the offender must be fined whatever the woman’s husband demands and the court allows. (사람이 서로 싸우다가 임신한 여인을 쳐서 유산하게 하였으나 다른 해가 없으면 그 남편의 청구대로 그리고 재판이 인정하는 대로 반드시 벌금을 낼 것이니라.)

    But if there is serious injury, you are to take life for life, eye for eye, tooth for tooth, hand for hand, foot for foot, burn for burn, wound for wound, bruise for bruise. (그러나 다른 해가 있으면 갚되 생명은 생명으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손은 손으로, 발은 발로, 덴 것은 덴 것으로, 상처 낸 것은 상처로, 때린 것은 때려서 갚을지니라.)

    If a man hits a manservant or maidservant in the eye and destroys it, he must let the servant go free to compensate for the eye. And if he knocks out the tooth of a manservant or maidservant, he must let the servant go free to compensate for the tooth. (누구든 자기 남종이나 여종의 한쪽 눈을 쳐서 상하게 하면 그 눈에 대한 보상으로 그 종을 놓아줄 것이며, 남종이나 여종의 이를 쳐서 빠지게 하면 그 이에 대한 보상으로 그 종을 놓아줄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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