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호

교차대구법의 천재들

  • 저자 이윤재 / 편집기획·진행 구미화

    입력2006-11-16 0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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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위대한 웅변가와 작가들은 교차대구법을 좋아했다. ‘wordsmith(말을 능숙하게 하는 문장가)’가 펼치는 다채로운 수사(修辭)의 파노라마를 교차대구법을 통해 감상해보자.

    (1) 부시 父子

    교차대구법의 천재들
    선거 구호는 유권자의 귀에 착 달라붙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선거 구호 역사는 1956년 치러진 제3대 대통령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승만(李承晩) 후보의 구호는 “갈아봤자 별수 없다”고, 신익희(申翼熙) 후보의 구호는 “못살겠다 갈아보자”였다.

    제41대(1989~93)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George Herbert Walker Bush)는 1988년 8월18일 뉴올리언스에서 미국 공화당 대통령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할 때, 왼손 집게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The Congress will push me to raise taxes, and I’ll say no, and they’ll push, and I’ll say no, and they’ll push again, and I’ll say to them, ‘Read my lips: no new taxes.’ (의회는 내게 세금을 인상하라고 강요할 것입니다. 그러면 나는 ‘아니오’라고 말하겠어요. 그러면 그들은 날 압박할 것이고, 난 다시 ‘아니오’라고 할 것입니다. 그들이 거듭 강요하면 나는 그들에게 말할 것입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보세요: 세금 인상은 없습니다.”)



    I will never break my pledge of no new taxes(세금인상은 없다는 약속을 꼭 지키겠다)의 의지를 이렇게 장황하게 표현한 그의 연설은 세금에 시달리던 유권자들을 크게 감동시켰다.

    그런데 부시가 대통령일 때 미국은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출을 줄이려면 의료·사회보장비까지 깎아야 할 형편이었다. 1991년 예산에서 부시는 소득세율을 대폭 인상했으며 휘발유, 담배, 주류에 대한 과세도 인상했다.

    ‘뉴욕 포스트’는 이런 제목을 달았다. “Read my lips. I lied(내 입술을 봐라. 나는 거짓말을 했다).” 결국 부시는 재선에 실패했다. 영악한 클린턴 후보가 이를 놓칠 리 없었다. It’s the Economy, Stupid란 슬로건 한 방으로 부시를 날려버렸다. 우리나라 언론은 It’s the Economy, Stupid를 대부분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라고 번역했다. ‘문제는 경제야, 뭘 몰라’라고 번역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부시 전 대통령의 아들인 조지 W 부시(George Walker Bush) 현 미국 대통령은 텍사스 주지사 시절 만찬석상에서 “How did you turn a deaf ear to your wife’s entreaties that you purchase new formal wear for the event(만찬에 입을 새로운 턱시도를 구입하라는 부인의 말을 어떤 식으로 물리치셨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Read my lips. No new tuxes(내 입술을 봐요. 턱시도는 안 사요).” 아버지 부시가 했던 말을 철자 하나 바꾼 것이다.

    (2) 링컨

    교차대구법의 천재들
    링컨(Abraham Lincoln)은 이렇게 말했다.

    Stand with anybody that stands right. Stand with him while he is right, and part with him when he goes wrong. (정의의 편에 선 사람과 함께 서라. 그 사람이 옳은 일 하는 동안 같이 서 있고, 그 사람이 잘못하면 그에게서 떠나라.)

    그는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이 되기 몇 해 전인 1858년에 행한 연설에서 교차대구법을 활용하여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You can fool all the people some of the time, and some of the people all the time, but you cannot fool all the people all the time. (모든 사람을 얼마간은 속일 수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사람을 평생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언제나 속일 수는 없다.)

    링컨과 동시대를 살았던 미국의 유명한 흥행사 바넘(Phineas Taylor Barnum)은 링컨과 비슷한 말을 했다.

    You cannot fool all of the people all of the time, but you can fool some of the people some of the time. (모든 사람을 평생 속일 수는 없다. 그러나 몇몇을 얼마간 속일 수는 있다.)

    바넘은 누구인가? 바넘은 1835년, 한 늙은 흑인 여인을 조지 워싱턴 장군의 161세 된 간호원이라고 선전하며 쇼에 출연시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대중이 희귀하고 기괴한 것에 흥미를 느낀다는 것을 간파하고 짜낸 속임수였다. 바넘은 지느러미가 달린 물고기 몸에 사람 머리를 한 피지 인어를 박물관에 전시하기도 했는데, 이 또한 사람이 만든 것이었다.

    한 권의 책이 역사를 바꾸기도 한다. 미국의 여류작가 스토우(Harriet Beecher Stowe)가 쓴 ‘톰 아저씨의 오두막(Uncle Tom’s Cabin)’은 노예제도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고취시켰다. 남부에서는 그의 이름이 증오의 대상이었지만 다른 지역에선 그의 책이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1862년 스토우를 만난 링컨 대통령은 악수를 청하며 “So you’re the little woman who started the big war(당신이 그 큰 전쟁을 일으킨 작은 여인이군요)”라고 말했다.

    (3) 처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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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칠(Winston Leonard Spencer Churchill)은 정치가일 뿐만 아니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자 화가로도 유명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군이 이집트 전선에서 승리할 즈음에 처칠이 국민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This is not the end. It is not even the beginning of the end. But it is, perhaps, the end of the beginning.(이것은 끝이 아니다. 끝의 시작도 아니다. 아마도 시작의 끝이다.)

    “We shape our dwellings, and afterwards our dwellings shape us(우리는 집을 만들지만 집은 우리 삶을 만들어갑니다)”라고 주택 정책을 설명했는가 하면, “I have taken more good from alcohol than alcohol has taken from me(술이 내게서 가져간 것보다 내가 술로 얻은 것이 더 많다)”며 술을 예찬했다. 이 모두 교차대구법을 활용한 것이다.

    (4) 허바드

    미국의 수필가 허바드(Elbert Green Hubbard)의 말은 각운(脚韻·rhym)의 효과 덕분에 기억하기 쉽다. Natural joy brings no headaches and no heartaches.(꾸밈없는 기쁨은 머리도 마음도 아프게 하지 않는다.) To avoid criticism do nothing, say nothing, be nothing.(비판받지 않으려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아무 말도 하지 말며, 아무것도 되지 말라.)

    한국의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1958년 6월18일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을 질책하며 “Do nothing, say nothing, be nothing”이라고 말했다. 허바드의 말을 인용한 듯하다.

    허바드는 친구에 대한 정의를 명쾌하게 내리기도 했다. Never explain-your friends do not need it and your enemies will not believe you anyway.(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다-친구는 그런 말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원수는 어떤 말도 믿지 않는다.) A friend is one who knows you and loves you just the same.(친구란 당신에 대해 잘 알고 있음에도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5) 케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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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정치사(政治史)의 3대 명문장(名文章)으로 꼽히는 것이 있다. 모두 다 대구어법을 적절히 활용했다. 하나는 16대 대통령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Gettysburg Address) 중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1963년 8월23일 노예해방 100주년을 기념해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목사가 워싱턴에서 열린 평화행진 때 한 연설의 일부분이다.

    I have a dream this afternoon, I have a dream that one day every valley shall be exalted, every hill and mountain should be made low, the rough places will be made clean and the crooked places will be made straight and the glory of the Lord shall be revealed and all flesh shall see it together. (지금 내겐 꿈이 있어요. 어느 날 모든 골짜기가 솟아오르고, 모든 언덕과 산이 주저앉으며, 거친 곳이 평탄해지고, 굽은 곳이 곧게 펴지며, 주의 영광이 나타나 모든 사람이 함께 그것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꿈꿉니다.)

    I have a dream this afternoon, that the brotherhood of man will become a reality in this day. With this faith, I will go out and carve a tunnel of hope through the mountain of despair. With this faith, I will go out with you and transform dark yesterdays into bright tomorrows. (지금 내겐 꿈이 있어요. 오늘 모든 사람이 형제가 되는 꿈. 이 신념을 갖고 나서서 절망의 산에 희망의 터널을 뚫겠습니다. 이러한 믿음을 갖고 여러분과 함께 나아가 어두웠던 어제를 밝은 내일로 바꾸겠습니다.)

    또 다른 명문장은 존 F. 케네디(John Fitzgerald Kennedy)의 1961년 대통령 취임 연설(Inaugural Address)의 한 대목이다.

    My fellow Americans,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친애하는 미국 국민 여러분, 국가가 국민 여러분을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지 말고, 국민 여러분이 국가를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기 바랍니다.)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원고 작성자이던 시어도어 소렌슨(Theodore Sorensen)은 “Kennedy was the chief source of his own best quotations(케네디가 가장 좋아하는 인용문의 주요 출처는 케네디 자신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 국민을 감동시킨 그의 취임 연설에는 주옥같은 교차대구법을 구사한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Let us never negotiate out of fear. But let us never fear to negotiate. (두렵다고 협상해서도 안 되며 협상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Mankind must put an end to war, or war will put an end to mankind. (인류가 전쟁에 종지부를 찍지 않으면 전쟁이 인류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No one has been barred on account of his race from fighting or dying for America. There are no white or colored signs on the foxholes or graveyards of battle. (누구든 인종을 불문하고 미국을 위하여 싸우고 죽는 것이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왔습니다. 전쟁터의 참호에도 전몰장병묘지에도 백인 전용 혹은 유색인종전용 표시는 없습니다.)

    Let every nation know, whether it wishes us well or ill, that we shall pay any price, bear any burden, meet any hardship, support any friend, oppose any foe to assure the survival and the success of liberty. (우리는 자유의 생존과 성공을 담보하기 위하여 어떤 대가도 치를 것이며, 어떠한 부담이나 곤란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고, 우방이면 누구나 도울 것이며 적이면 누구든 대항할 것임을, 우리에게 우호적이든 아니든 간에 모든 국가에 천명하는 바입니다.)

    1963년 10월27일 케네디 대통령이 한 로버트 프로스트 추모 연설은 미국 사회에서 예술의 가치를 논한 기념비적 연설로 평가받는다. 케네디 대통령은 이 연설을 하고, 한 달이 채 안 된 11월22일 암살당했다.

    When power leads man toward arrogance, poetry reminds him of his limitations. When power narrows the areas of man’s concern, poetry reminds him of the richness and diversity of his existence. When power corrupts, poetry cleanses. (권력이 인간을 오만으로 몰고 갈 때 시(詩)는 인간의 한계를 일깨워줍니다. 권력이 인간의 관심 영역을 좁힐 때 시가 인간 존재의 풍요와 다양성을 일깨워줍니다. 권력이 부패할 때 시가 정화해줍니다.)

    (6) 스티븐슨

    미국의 정치가이자 외교관이었던 스티븐슨(Adlai E. Stevenson)은 1961~65년에 유엔 미국 수석대표로 활약했다. 그는 1952년과 1956년에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출마해 낙선했지만 교차대구법을 즐겨 사용한 웅변은 기지가 뛰어났다.

    Words calculated to catch everyone may catch no one. (모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하는 말은 어느 누구의 마음도 사로잡지 못한다.)

    In America any boy may become President and I suppose it’s just one of the risks he takes. (미국에서는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그것은 그 사람이 감행한 모험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Public confidence in the integrity of the Government is indispensable to faith in democracy; and when we lose faith in the system, we have lost faith in everything we fight and spend for. (국민이 정부의 청렴성을 확신할 때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 우리가 얻기 위해 싸우고 투자한 모든 것에 대한 믿음을 잃게 된다.)

    I have been thinking that I would make a proposition to my Republican friends … that if they will stop telling lies about the Democrats, we will stop telling the truth about them. (나는 나의 공화당 친구들에게 제안할까 생각 중이다 … 그들이 민주당에 대해서 거짓말하는 것을 중단한다면 우리도 더는 그들의 진실을 말하지 않겠다고.)

    교차대구법을 좋아한 스티븐슨은 “The woman you notice is beautiful. The woman who notices you is enchanting(자기가 주목하는 여자는 아름답고 자기를 주목하는 여자는 매혹적이다)”이라고 말했는데, 이것은 미국의 교육자이자 작가인 존 어스킨(John Erskine)이 한 말을 약간 변형한 것이다.

    There’s a difference between beauty and charm. A beautiful woman is one I notice. A charming woman is one who notices me. (미와 매력에는 차이가 있다. 미녀는 내가 눈여겨보는 사람이고 매력 있는 여성은 나를 눈여겨보는 사람이다.)

    (7) 셰익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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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ve’s fire heats water, water cools not love(사랑의 불은 물을 뜨겁게 하지만, 물은 사랑을 식히지 못한다)는 셰익스피어 소네트(Sonnet·14행시)의 한 구절이다.

    셰익스피어는 ‘햄릿’에서 햄릿과 오필리아와의 대화를 통해 정조(貞操)에 대한 견해를 이렇게 밝혔다.

    Hamlet : If you be honest and fair, your honesty should admit no discourse to your beauty. (당신의 정조가 굳고 얼굴이 고우면 말이오, 당신의 미모에 수작을 거는 걸 정절이 내버려두어선 안 되오.)

    Ophelia : Could beauty, my lord, have better commerce than with honesty? (여자의 미모와 정절처럼 잘 어울리는 천생연분이 또 있을까요?)

    Hamlet : Ay, truly; for the power of beauty will sooner transform honesty from what it is to a bawd than the force of honesty can translate beauty into his likeness: this was sometimes a paradox, but now the time gives it proof. (천만의 말씀이오. 정절이 미모를 자기와 같이 깨끗한 모양으로 변모시키기보다는 미모가 정절을 타락시키기가 쉬운걸요. 과거에는 이것이 역설이었습니다만, 지금은 그것이 옳다는 게 충분히 증명되었습니다.)

    (8) 새뮤얼 존슨

    교차대구법의 천재들
    1747년에 ‘A Dictionary of the English Language’를 만들기 시작해 7년 만에 자력으로 완성시킨 영국 문인 새뮤얼 존슨(Samuel Johnson)은 ‘좌담의 명인(Talker Johnson)’이라고도 불렸다. 그가 런던에 관해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When a man is tired of London, he is tired of life; for there is in London all that life can afford. (런던에 싫증 난 사람은 인생에 싫증 난 사람이다. 왜냐하면 런던에는 인생을 즐겁게 해주는 모든 것이 있기 때문이다.)

    결혼에 대한 명언도 있다. Marriage has many pains, but celibacy has no pleasures.(결혼에는 많은 고통이 있지만, 독신에는 아무런 즐거움이 없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철학자 키에르케고르(S쉜en Aabye Kierkegaard)도 했다. If you marry, you will regret it. If you do not marry, you will also regret it (결혼하면 후회할 것이다. 그러나 결혼하지 않아도 후회할 것이다).

    (9) 클레어 루스

    미국의 여류 극작가이자 정치가였던 클레어 루스(Ann Clare Boothe Luce)는 ‘Vogue’지(誌) 부(副)편집장, ‘Vanity Fair’ 부(副)편집장과 편집장을 역임했다. ‘Vanity Fair’에 실린 자신의 풍자적 기사를 모아 ‘Stuffed Shirts(허풍쟁이들)’(1931)를 펴냈다.

    그의 풍자적 유머 감각은 1940~60년대 정치판에서 발휘됐다. 코네티컷에서 공화당 하원의원에 뽑혀 의회에서 활동했고,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 주(駐)이탈리아 대사를 지냈다. 레이건 대통령의 해외정보 자문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그는 교차대구법을 적절히 구사한 연설로도 주목받았다.

    No good deed goes unpunished. (어떠한 선행도 벌 받지 않는 경우는 없다.) Censorship, like charity, should begin at home; but, unlike charity, it should end there. (검열이란 자애(慈愛)와 마찬가지로 가정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애와 달리 거기에서 끝나야 한다.)

    Lying increases the creative faculties, expands the ego, and lessens the frictions of social contacts. (거짓말은 창의력을 높이고, 자아를 확대시키고, 사회적 교류에서의 충동을 줄인다.)

    Because I am a woman, I must make unusual efforts to succeed. If I fail, no one will say, ‘She doesn’t have what it takes.’ They will say, ‘Women don’t have what it takes.’ (나는 여자이기 때문에 성공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해야 한다. 내가 실패하면 어느 누구도 ‘그녀는 노력해도 그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말하지 않고 ‘여자란 노력해도 성과를 얻지 못한다’고 말할 것이다.)

    클레어 루스는 1940년 제2차 세계대전 중 4개월간 유럽을 방문하고 돌아와 ‘Europe in the Spring’이라는 논픽션을 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전쟁 중인 유럽을 ‘a world where men have decided to die together because they are unable to find a way to live together(남자들이 함께 살길을 찾을 수 없어서 함께 죽기로 작정한 세계)’라고 표현했다.

    (10) 저트루드 스타인

    미국의 여류 작가 저트루드 스타인은 시에서 압운(押韻)으로 운율적인 효과를 내고, 대구법과 교차대구법으로 문장을 가꾸었다. 시집 ‘Tender Buttons’(1915)에 나와 있는 시구(詩句)를 보자.

    The sister was not a mister (sister와 mister가 대구)

    The teasing is tender and trying and thoughtful (t로 시작되는 단어들이 대구)

    The settling of stationing cleaning is one way not to shatter scatter and scattering (-ing로 끝나는 단어와 -ter로 끝나는 단어들이 대구)

    이밖에도 저트루드의 시는 언어유희 그 자체다. 단어들 사이에 일관된 지시적 의미는 없지만, 이미지·연상·내포·반향이 연결된다. 교차대구로 된 몇 작품을 직접 감상해보자.

    ‘Roast Beef’

    In the inside there is sleeping
    in the outside there is reddening


    내부에서는 잠들고 있고
    외부에서는 붉어지고 있다
    ‘Cloudiness’

    What is cloudiness
    is it a lining
    is it a roll
    is it melting


    흐림은 무엇인가
    그것은 선긋기인가
    그것은 둥근 것인가
    그것은 녹는 것인가
    ‘Chicken’

    stick stick call then
    stick stick sticking
    sticking with a chicken
    sticking in a extra succession
    sticking in


    쪼아라 쪼아라 그리고 소리쳐라
    찌르고 찌르고 계속 찔러라
    닭과 함께 계속해서 쪼면
    추가로 계속 찌르면
    결국 꽂힌다
    ‘Tea’

    all the splinter and the trunk
    all the poisonous darkening drunk
    all the joy in weak success
    all the joyful tenderness
    all the section and the tea
    all the stouter symmetry


    모든 가시와 줄기
    모든 유해한 어두워지는 주연
    모든 미약한 성공에의 즐거움
    모든 기쁨에 넘친 다정함
    모든 부분과 차
    모든 보다 견고한 균형


    단어와 단어에 내포된 이미지들로 주제가 재구성될 수 없어 장난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일관된 주제나 의미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스타인의 글에는 부적절하다. 스타인의 독자는 작품을 꿰뚫어보기(look through)보다 그냥 보아야(look at) 한다. 그의 시는 독자의 관심을 단어 그 자체에 쏠리게 함으로써 단어가 새롭게 보이게 한다. 많은 비평가가 지적하듯이 말의 의미를 무시하는 게 아니다. 각 단어를 특수한 상황에서 제시함으로써 단어의 소리뿐 아니라 의미를 향한 관심을 유발한다.

    스타인은 ‘Lost Generation’이라는 표현을 맨 처음 쓴 사람이기도 하다. 제1차 세계대전 후 고장 난 자동차를 수리하기 위해 프랑스의 젊은 수리공들을 찾아간 스타인은 자동차 하나를 고칠 능력이 없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젊은이들을 향해 “You are all a lost generation!”이라며 탄식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청년들이 대거 파리로 건너가 국적이탈자(expatriate)가 됐다. 그들은 대부분 참전 용사들로 연금과 참전 수당에 의지해 유럽 사회를 배회하면서 허무하고 퇴폐적인 생활을 했다.

    아무튼 헤밍웨이가 제1차 세계대전 후 가치가 전도된 사회를 그린 소설 ‘The Sun Also Rises(해는 또다시 떠오른다)’(1926)의 제사(題辭)에 ‘You are all a lost generation’을 인용했는데, 이 짧은 어구는 한 시대를 대변하는 명언이 되었다.

    그런데 ‘lost generation’을 흔히 ‘잃어버린 세대’라고 번역하는 건 잘못이다. lost가 사물을 수식하면 ‘잃은·분실한’의 의미를 갖지만 사람이나 동물을 수식할 경우 ‘길을 잃은·당황하는·방황하는’을 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lost child는 미아(迷兒), lost sheep은 길 잃은 양을 뜻한다. 따라서 ‘Lost Generation’은 ‘방황하는 세대’라고 옮겨야 타당하다.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전후 세대.

    뉴욕 맨해튼엔 뉴욕공립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이 있다. 도서관 뒤편으로 브라이언트 파크(Bryant Park)가 있는데, 사람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공원에 넓은 치마를 입은, 풍채가 좋고 인자해 보이는 동상이 있는데, 바로 스타인의 좌상(坐像)이다. 마지막으로 스타인의 시 한 구절을 읊어보자.

    There ain’t no answer. There ain’t gonna be any answer. There never has been an answer. That’s the answer. (해답은 없다. 앞으로도 해답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해답이 있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것이 해답이다.)

    (11) 볼테르

    프랑스의 작가이자 사상가인 볼테르(Voltaire)의 인생은 피신, 연금, 망명, 투옥으로 점철됐다. 저항과 논쟁이 주된 이유였다. 영국에서의 3년여 망명 생활동안 영어공부를 계속하는 한편, 문필가인 포프(Alexander Pope), 스위프트(Jonathan Swift)와 교류했으며 셰익스피어 연극에 매료되기도 하였다. 그는 교차대구어법으로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I disapprove of what you say, but I will defend to the death your right to say it. (나는 당신이 말하는 내용에 찬성하지 않으나 당신이 그것을 말하는 권리는 나의 목숨을 걸고 보장한다.)

    인류사회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개개인의 생존 권리이며 언론과 표현의 자유 역시 이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인간이 인간을 침묵시킬 권리는 있을 수 없다.

    (12) 밀

    영국의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은 경제학자였지만 정치학 관련저서들도 출판하였다. 1859년에 ‘자유론(On Liberty)’, ‘의회 개혁에 관한 구상(Thoughts on Parliamentary Reform)’, 1861년에 ‘대의제 정부에 대한 고찰(Considerations on Representative Government)’이 출판되었다. 그는 ‘자유론’의 ‘제 2장: 사상과 토론의 자유(Chapter Ⅱ: Of The Liberty Of Thought And Discussion)’에서 교차대구법으로 다음과 같은 불멸의 말을 남겼다.

    If all mankind minus one were of one opinion, and only one person were of the contrary opinion, mankind would be no more justified in silencing that one person, than he, if he had the power, would be justified in silencing mankind. (한 명을 뺀 모든 인류가 같은 의견이고, 단 한사람이 반대의견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인류가 그 한 명을 침묵시키는 것이 정당화되지 않는다. 그것은 그 한 사람이 인류를 침묵시키는 힘을 갖고있다고 할지라도, 그가 인류를 침묵시키는 것이 정당화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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