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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부록 | ‘내 손 안의 영어’를 위한 명문장 명표현

모순어법(Oxymoron)

  • 저자 이윤재 / 편집기획·진행 구미화

모순어법(Oxymo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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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으로 빚어낸 역설의 미학인 모순어법(Oxymoron)은 활발한 두뇌활동의 결과물이다.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단어를 결합시켜 더 높은 진리의 세계로 안내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순어법은 사고의 폭을 한없이 넓혀준다. ‘미운 정’ ‘부부는 원수간에 만나고 자식은 부모의 빚쟁이’ 등은 우리말의 대표적인 모순어법이다.

영영(英英)사전에서는 Oxymoron을 ‘a rhetorical figure of speech in which contradictory terms are used together, often for emphasis or effect’(상반된 어휘가, 때로는 강조와 효과를 위하여 함께 사용된 수사법)라고 설명한다.

oxymoron이라는 단어는 1640년에 처음 영어로 표기되었는데,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oxy는 ‘날카로운(sharp)’ 혹은 ‘예리한(keen)’을 의미하고 moron은 ‘저능아(fool)’를 의미한다. 결국 Oxymoron은 sharp fool(똑똑한 바보)이라는 뜻이고, 문자 자체에 모순이 드러나 있다.

모순어법은 겉으로 보기에는 부조리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심오한 진실을 담고 있다. Close your eyes, and you will see. (눈을 감아라. 그러면 보일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주베르(Joseph Joubert)의 말이다. 논리에 어긋나 보이는 양면가치(ambivalence)를 활용하면 당신도 ‘언어술사’가 될 수 있다.

맛과 멋을 극대화한 수사법



우리는 1970∼80년대를 ‘암울했던 시절’이라고 말한다. 이때의 시대상황과 맞물려 크게 유행한 노래가 사이먼 앤드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The Sound of Silence(침묵의 소리)’다. 이들의 미성(美聲)과 화음은 어두운 뉘앙스를 풍기는 시적인 노랫말과 어우러져 전설이 됐다. 한국에서는 침묵이 깊어질수록 그 반동역학이 강해져 마침내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났다. 지난해 TV에서 방영된 한 콘서트에서 사회자가 재미있는 얘기를 했다.

“학창시절 소풍을 갔는데 노래자랑이 벌어졌다. 한 학생이 나와서 약 30초간 가만히 있었다. 사회자가 ‘왜 노래부르지 않느냐’고 묻자 그 학생은 ‘The Sound of Silence(침묵의 소리)를 노래했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이 학생은 인기상을 받았다.” 다음은 ‘The Sound of Silence’의 노랫말이다.

And in the naked light I saw ten thousand people, maybe more,
People talking without speaking,
People hearing without listening,
People writing songs that voices never share.
And no one dare disturb the sound of silence.

그 환한 불빛 속에서 나는 수많은 사람을 보았지,
소리 내어 말하지 않지만 속마음을 말하는 사람들을,
듣는 척하지만 건성으로 듣는 사람들을,
소리 내어 부르지 않는 노랫말을 짓는 사람들을.
아무도 감히 침묵의 소리를 막지 못하네.


“Fools” said I, “You do not know silence like a cancer grows.
Hear my words that I might teach you.
Take my arms that I might reach you.”
But my words like silent raindrops fell,
And echoed in the wells of silence.

나는 “바보들, 암(癌)처럼 침묵이 자라고 있음을 당신들은 알지 못하는군요.
당신들을 깨우치는 내 말을 들으세요.
당신들에게 내미는 내 손을 잡으세요”라고 말했지.
하지만 이러한 나의 말은 소리 없는 빗방울처럼 떨어져,
침묵의 샘에서 메아리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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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윤재 / 편집기획·진행 구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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