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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법의 매직 파워(Magic Power)

가정법의 매직 파워(Magic 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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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하거나 양해를 구할 때 상대방 기분을 up!

가정법의 매직 파워(Magic Power)
영어에는 높임말이 없다. 하지만 영어권 사람들은 상대의 옷깃만 스쳐도 “Excuse me”라고 한다. 영어로 정중하고 부드럽게 말하는 방법이 수없이 많고, 섬세한 표현법도 아주 다양하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가정법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영어의 서법(敍法·mood)에는 직설법·명령법·가정법이 있다. 사실을 그대로 표현하는 방식을 직설법(Indicative Mood)이라고 하고, 어떤 일에 대한 가정·소망 등 머릿속의 상념을 표현하는 방식을 가정법(Subjunctive Mood)이라 한다. 그리고 명령조로 표현하는 방식을 명령법(Imperative Mood)이라고 한다.

그런데 서법을 영어로 law가 아닌 mood라 하는 이유는 뭘까? mood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기분·분위기’로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일시적인 마음의 상태나 사람의 언동을 좌우하는 감정’을 뜻한다. 다른 하나는 ‘mode(방법·양식·형식·형태)의 변형’이다. 이 두 가지 의미를 합치면 직설법· 명령법·가정법에서의 ‘법’이란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마음의 태도를 표현하는 술어동사의 어형 변화방식’을 말한다.

명령법보다는 직설법이, 직설법보다는 가정법이 듣는 사람에게 Good Mood(좋은 기분)를 준다. ‘물 좀 가져다 달라’고 할 경우 Give me water보다는 Will you give me some water?가 듣기에 좋은 것처럼. 여기서 직설법 조동사 Will을 가정법 조동사 Would로 바꾸어 Would you give me some water?로 하면 더 공손한 느낌을 준다. 사실 이 문장은 If I were bold to ask you to give me some water, would you (please) give me some water?(만일 제가 외람스럽게도 물을 좀 달라고 부탁한다면 주시겠습니까?)에서 If절을 생략한 표현이다.



구색을 맞춰서 말하면 오히려 어색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길을 물을 때 주절과 종속절을 모두 동원하여 “만일 제가 외람스럽게도 정거장으로 가는 길을 묻는다면,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If I were bold to ask you the way, would you (please) show me the way to the station?)”라고 물으면 우습지 않겠는가. 이럴 때는 Would you (please) show me the way to the station? 정도가 적당하다.

우리말에서도 ‘유리창 열어(Open the door)’보다는 ‘유리창을 열면 좋을 텐데(It might help if you open the door)’라고 하면 듣는 사람이 기분 좋을 게 당연하다. 마찬가지로 Why didn’t you work harder? (왜 더 열심히 하지 않았는가?)보다는 You could have worked harder (좀더 열심히 할 수도 있었을 텐데)가 상대방을 배려한 표현이다.

‘담배 피워도 될까요’를 표현할 때 Do you mind if I smoke?보다 Would you mind if I smoke?가 더 정중한 표현이다.

※Will you mind~란 표현은 쓰지 않는다.

‘선반에 제 가방을 얹어주시겠습니까?’도 마찬가지다. Do you mind putting my suitcase up on the rack?보다 Would you mind putting my suitcase up on the rack?가 정중한 표현이다. ‘저녁식사나 한번 하시죠’ 또한 Do you mind if I ask you out for dinner? 보다 Would you mind if I ask you out for dinner?가 공손한 표현이다.

그러나 Do 대신 Would를 썼다고 해서 무조건 더 예의를 갖춘 표현이 되는 건 아니다. Would you tell me the news?보다 May I have the news가 상대를 훨씬 배려한 표현이다. 또한 ‘커피를 드시겠습니까?’를 영어로 말할 때는 Would you like coffee?라고 해야지 Do you like coffee?라고 해서는 안 된다. ‘Do you like+음료(음식)?’은 ‘평소에 ~을 드십니까?’ 하고 식성을 묻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가정법은 꼭 가정적인 일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정중한 표현법’으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이제는 이 Would가 가정법 과거(현재사실의 반대상황을 서술하는 문장 형태)에 사용되는 조동사라는 국한된 영역에서 벗어나 ‘정중한 표현의 Would’의 입지를 단단히 하고 있다. Should·Could·Might도 ‘겸손한 어법’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은 지 이미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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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윤재 / 편집기획·진행 구미화 || 일러스트 이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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