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사고방식이 같다’의 영어표현은 We speak the same language이고, ‘당신은 나하고 말이 통하는군’은 영어로 You’re talking my language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에선 이런 의미로 ‘코드가 맞다’는 말을 쓴다. code는 라틴어 codex(고전의 사본)에서 온 말로 암호라는 의미를 지닌다. 코드가 맞으면 아군이고, 다르면 적이다.
사실 code는 [코드]가 아니라 [코우드]이다. ‘코드’라고 표기할 수 있는 영어 단어는 chord(화음)와 cord(가는 끈, 전기선)이다. 물론 이 ‘코드(code)’를 cord로 이해해도 무리 없이 뜻이 통할 때도 간혹 있다. 연세대 유석춘 교수가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놓은 ‘밥통’ 이야기가 그렇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출범 후 새로 산 전기밥통의 성능을 코드(code) 맞는 사람들과 함께 시험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220V에 꽂아야 할 코드(cord)를 110V 코드(cord)에 꽂아 밥통이 순식간에 타버렸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외래어를 원음에 가깝게 표기하고, 발음해야 한다. 다만 주의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영어 발음이 철자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philosophy(철학)에서 ph는 [f]로 발음된다. 다른 모든 단어에서 ph는 [f]로 발음되는데, 예외가 하나 있다. shepherd(양치기)는 sheep(양)과 herd(목동)의 합성어이기 때문에 ph가 [p]로 발음된다.
둘째, 국어와 영어의 발음체계가 다르다. 우리말은 단어에 장단은 있지만 강약과 억양이 없는 평조(平調)다. 이를테면 장고(杖鼓)의 ‘장’은 단음이고, 장고(長考)의 ‘장’은 장음이다. 반면 영어는 고저와 장단을 복합시켜 ‘출렁대며’ 발음해야 한다. 미국사람에게 ‘사람’을 발음하라고 하면 십중팔구 [쎄럼]아니면 [써람]이라고 한다. ‘쎄’는 강하게 발음하고, ‘럼’은 약하게 흘려보낸다. 아니면 ‘써’는 약하게 발음하고, ‘람’은 강하고 분명하게 발음한다. 마찬가지로 ‘동대문’을 발음하라고 하면 [통대문] 아니면 [동태문]이라고 한다. 우리말엔 강약이 없는데도 영어식으로 강세를 두어 읽기 때문이다. ‘찰떡’은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다. 하버드대 출신의 미국인 현각 스님은 한국말로 농담도 곧잘 하지만 자신이 입고 있는 장삼(長衫)을 [창삼]이라고 발음한다.
셋째, 종성(받침) 발음이 잘 안 되는 일본인은 quickly(빠르게)를 [퀵리]가 아니라 [퀴크리]로, eight은 [에잇]이 아니라 [에이트]로 발음한다. That is a book[댓 이저 북]은 [대트 이즈 어 부크]라고 한다. 일본식 영어 발음이 아직까지 우리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우리말을 영어로 표기하는 데에도 문제점이 발견된다. 2000년 7월 문화관광부가 개정한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영어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일본식 로마자 표기법을 따라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를 낳고 있다. 문화관광부 표기법대로 강, 방, 순, 손을 Gang, Bang, Sun, Son으로 표기하면 원어민은 [갱][뱅][선][선]으로 발음한다.
(2) Let’s Break Broken English!
우리는 일상에서 ‘Made in Korea’ 조립영어를 자주 접한다. 이런 말이 영어권 사람들에게 통하지 않는 건 당연하다. 한국에서 제조된 Broken English와 현지에서 사용되는 ‘정품 영어’를 함께 살펴보자.
▼ One shot!
우리는 술자리에서 흔히 “원샷(one shot)”을 외친다. ‘건배(乾杯)’를 대신해 잔에 담긴 술을 한 번에 다 마시자는 의미로 사용하는데, 정작 영어권 사람들은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shot은 동사 shoot(총·활·화살 등을 쏘다)의 명사형으로 ‘one shot’은 이런 경우에 쓴다.
A player gets only one shot per hole. (선수는 홀마다 샷을 한 번만 칠 수 있다.)
또한 영화를 1회만 상영할 때나 인물 한 사람의 확대 사진, 1회로 끝나는 거래, 한 번의 섹스를 허락하는 여자 등을 가리킬 때 one shot이라고 한다. 방송에서는 ‘화면에 한 사람만 등장하는 것’ ‘1회 방송용 프로그램’을 one shot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