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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 ‘자유인’과의 대화

소설가 복거일

“한국 자유주의는 노태우 정권 때 개화, 이념 일천한 YS는 오히려 전체주의적”

  •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chunghokim@hotmail.com

소설가 복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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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복거일

1917년 일본인 토목기사들이 전남 무안에서 ‘토지 세부 측량’을 하고 있다. 강점 초기 일제는 전국에서 이러한 세부 측량을 진행했다.

우리 사회의 자유와 자유주의는 어떤 상태일까요. 우리 시대의 대표적 자유주의 이론가이신 복거일 선생은 자유주의가 세계적으로 시대정신이 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복거일 가장 큰 이유는 오랫동안 계속된 전체주의 실험들이 실패했다는 역사적인 정황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소련, 중국, 동유럽 국가에서의 공산주의 실험과 나치 독일, 무솔리니의 이탈리아 등 민족사회주의 체제의 실패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대신에 자유주의를 택한 사회들은 번창했습니다. 세계인이 그런 역사적 교훈으로부터 배우게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 같아요.

두 번째는 근년에 자유주의에 대한 이론적 뒷받침이 이뤄졌다는 사실도 중요한 이유라고 봅니다. 특히 사람의 천성(天性)에 대한 연구가 아주 깊어졌다는 것입니다. 전체주의는 대개 인간을 개조할 수 있다는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히틀러도, 레닌도, 김일성도 모두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새로운 이론들은 인간의 본성은 고치기 어렵다는 것으로 결론이 모아지고 있어요. 이 때문에 당분간 자유주의에 대한 반론은 설득력이 없을 것 같습니다. 개인에게 자유를 주지 않아야 할 이유가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일제 강점기에 인구가 증가한 까닭

하지만 자유주의의 앞날이 탄탄한 것만은 아닙니다. 민주주의에서는 다수결을 피할 수 없고, 그러다 보면 다수의 결정 때문에 소수의 자유가 침해당하기 십상이지요. 민주주의가 오래 지속되면 사회주의적 성향이 틀림없이 나타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주의자들이 할 일은 늘 생겨납니다. 어떤 점에서는 자유주의자가 행복한 면도 있지만 걱정스러운 면도 있죠.



김정호 자유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줍니다. 자유 그 자체가 무엇보다도 귀하지만, 자유는 물질적 풍요도 가져다준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는 인류 최초로 개인이 자유를 누릴 수 있던 곳이었습니다. 그 자유가 아테네의 시민들에게 여러 분야에서 풍요를 가져다줬습니다. 물질적 풍요뿐 아니라 갖가지 사상과 예술이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명예혁명 이후 왕권이 약화된 영국에서 시민들의 자유가 생겨났고, 그것을 기반으로 세계 최초의 산업혁명이 일어납니다. 중국에서도 개인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당나라나 남송시대에는 사람들이 풍요를 누렸지만, 황제의 독단 때문에 개인의 자유가 질식당했던 명나라 이후에는 빈곤이 찾아듭니다. 복 선생께서는 경제적 자유와 재산권을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하시던데요, 이 역시 같은 맥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복거일 경제적 자유는 다른 모든 자유의 기본입니다. 그리고 경제적 자유는 재산권과 동전의 앞뒷면을 이루지요. 그렇기 때문에 자유주의를 떠받치는 기본적인 제도는 재산권입니다. 인권도 따지고 보면 재산권의 한 부분입니다. 사람이 가진 가장 중요한 재산이 몸이거든요. 몸의 노동을 통해 얻은 재산은 바로 자신의 일부분과 같지요. 재산의 중심에 바로 자기 몸과 마음이 있다는 겁니다. 제일 먼저 그것을 뚜렷이 밝힌 사람이 존 로크입니다.

몸과 마음을 써서 노력한 결과물이 자기 것이 되어야 비로소 사람들은 몸과 마음으로 노동을 하게 됩니다. 그 결과가 물질적 풍요이고요. 조금 전에 영국의 예를 말씀하셨는데, 그와 아주 대조적인 나라가 러시아입니다. 두 나라의 뚜렷한 차이는 재산권 의식이 있고 없음입니다. 러시아에서는 농노제가 강화된 뒤부터 재산권이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반면 영국에서는 일찍부터 재산권 개념이 발전했죠. 그 결과 영국은 자유와 풍요를 얻었고, 러시아는 피폐와 압제의 나락으로 빠져듭니다.

김정호 우리 경제 발전의 역사에서 일제 강점기를 빼놓고 말할 수는 없을 텐데요. 말하기 매우 불편하지만, 그 기간에 조선인의 생활수준이 많이 향상됐습니다. 조선말에 비해 굶거나 병들어 죽는 사람의 비율이 훨씬 낮아진 것이 사실이고, 교육을 받는 사람의 숫자도 훨씬 많아집니다. 일제 치하에서 우리 조상들의 생활이 그렇게 좋아진 것도 일제가 이 땅에 이식한 제도들의 자유주의적 요소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신분제도를 타파한 것이 중요했습니다. 신분제만큼 자유를 질식시키는 것이 없으니까요. 갑오경장을 필두로 일본인들은 우리의 신분질서를 무너뜨려갔고, 그 결과 ‘상놈’도 잘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민법을 도입해 개인의 재산과 계약을 보호하기 시작한 것도 중요했고요. 재산권과 경제적 자유를 보호하는 그런 장치들이 생산력을 높여서 생활수준이 올라가기 시작한 것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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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chunghoki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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