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 메달을 걸고 환호하는 맨유 선수들. 박지성은 선수들의 팔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함께 매달을 걸었다.
알렉스 퍼거슨(67)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에게 팀은 유기적 생명체다. 거꾸로 선수에게 그는 ‘불’이다. 오죽하면 별명이 ‘헤어드라이어’일까. 그가 선수들에게 호통을 칠 때면 선수들의 머리카락이 휘날릴 정도다. 선수들 얼굴 가까이 입을 바짝 들이대고 ‘불같은 육두문자’를 퍼부어댄다. 선수들은 행여 그 ‘뜨거운 욕설’에 얼굴을 델세라 꼼짝 못하고 서 있을 수밖에 없다. 헤어드라이어에서 쏟아져 나오는 뜨거운 바람을 대책 없이 맞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데이비드 베컴(33·LA갤럭시)이 세계 곳곳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릴 때도 퍼거슨 앞에 서면 꼼짝도 하지 못했다. 퍼거슨이 홧김에 던진 축구화에 그 잘생긴 이마가 찢어져도 찍 소리 한번 못했다. 특급 골잡이 반 니스텔루이(32·레알 마드리드)가 반기를 들자 가차 없이 방출했다. 맨유를 떠난 필립 네빌(31·에버턴)은 아예 ‘퍼거슨의 신도’를 자처할 정도다. 그가 맨유에 있을 때 여러 팀에서 러브콜을 보내오자 그는 단호하게 말한다.
“난 누가 뭐래도 맨유에서 뛰고 싶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내게 팀에서 나가라고 말할 수 없다. 퍼거슨 감독이 ‘이제 필요 없으니 팀을 떠나라’고 한다면 군소리 없이 그와 악수를 나누고 보따리를 꾸리겠다. 그와 나는 선수와 감독의 사이가 아니다. 퍼거슨은 내게 양아버지 같은 존재다. 퍼거슨은 내 운명의 관리인이다. 퍼거슨이 죽으라면 죽겠다.”
‘헤어드라이어’ 퍼거슨, ‘전설’의 긱스
대단하다. 역시 퍼거슨이다. 그의 그런 카리스마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맨유가 있었을 것이다. 문득 히딩크 감독이 떠오른다. 히딩크는 한국대표감독 계약 사인에 앞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게 묻는다. “내가 만약 지금 한국선수들에게 아무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저 나무에 올라가라고 한다면 올라가겠느냐”고. 축구협회 관계자가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하자, 히딩크는 비로소 사인을 한다. 나중에 결국 한국선수들도 히딩크의 신도가 됐다. 히딩크가 죽으라면 죽을 정도로 한몸이 됐다. 그리고 그것이 월드컵 4강으로까지 이어졌다. 퍼거슨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