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호

산중일기 외

  • 담당·이혜민 기자

    입력2008-06-09 15: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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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중일기 _ 최인호 지음

    산중일기 외
    최인호 작가의 글은 깊은 숨처럼 고르다. 어려운 표현으로 치장하지 않아서인지 그의 글은 내숭 떨 줄 모르는 여자를 닮았다. 그러니 독자는 머리 굴리지 않고 편안히 읽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마음을 놓는 순간 그는 날쌘 벌처럼 툭 하고 감동을 쏘고 간다.

    작가의 진솔한 마음이 담긴 이 산문집에는 감동적인 일화들이 들어 있다. 특히 그가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엄마와 함께 여탕에 다녔지만 지금은 엄마가 돌아가셔서 얼굴조차 마주할 수 없다는 대목에서는 뭉클해진다.

    그의 산중일기에는 삶의 교훈이 깃들어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은 어느 것 하나 그대로 사라져버리는 것이 없다. 나쁜 말 한마디도 그대로 사라지는 법 없이 어디론가 날아가 어디엔가 씨앗으로 떨어져 나쁜 결과를 맺으며, 좋은 인연도 그대로 사라지는 법 없이 어디엔가 씨앗으로 떨어져 좋은 열매를 맺는 것이다”라는 인연설이 있고, “도움을 주고받는 행위는 우리가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은 호흡처럼 자연스러운 행위인 것이다”라는 이웃사랑의 명제가 있다. 또 “내 얼굴은 알 수 없는 미지의 인생극장에 배우로 찾아온 내가 잠시 빌려 쓴 가면에 지나지 않는다. 내 얼굴은 빌려 쓴 이름과 더불어 내가 빌려 입는 껍질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는 허무함까지 감싸 안게 한다.

    삶을 바라보는 그의 눈길은 참으로 따뜻하다. 독감이 찾아오거나 상대방이 태클을 걸어오는 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서 그 덕분에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그래서 그에게는 온전히 버려지는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런 마음을 담아선지 이 책은 잠시 들러서 마음을 여밀 수 있는 간이역 같다. 랜덤하우스/ 302쪽/ 1만1800원



    아잔 차의 마음 _ 아잔 차 지음, 이진 옮김

    아잔 차는 차(茶)가 아닌 달라이 라마, 틱낫한만큼 유명한 불교 수도승이지만 홍차 아삼 차(Assam tea)만큼 강렬하다. 태국에서 태어난 아잔 차는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뒤 출가해 동굴이나 화장터에 머물면서 선사들의 가르침을 받고 밀림에 있는 빠뽕 사원에서 하루 스무 시간씩 사람 만나는 일로 보냈다. 그는 법문을 미리 준비하기보다 순간의 필요에 따라 법문을 말했기에 직설적이고 진솔한 수도승으로 통했다. 이 책은 이러한 아잔 차의 법문을 녹음해 푼 것이다. 아잔 차는 수행을 하려면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했다. 마음을 조절하려면 조절하는 대상인 마음 자체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을 훈련하고 그 어떤 조건에도 얽매이지 않은 상태에 머물라. 그렇게 노력하면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가르침이다. 조화로운삶/ 532쪽/ 2만3000원

    안병찬 르포르타주 저널리스트의 탐험 _ 안병찬 지음

    저널리스트의 눈으로 한국 현대사를 재조명하는 ‘한국의 저널리스트’ 시리즈물 중 하나다. 한국일보 기자였고 현재는 언론인권센터 이사장인 안병찬 박사가 본인의 발자취를 뒤돌아보며 사회에 대한 고민을 밝혔다. 르포르타주 저널리스트라고 부를 만한 저자가 취재기와 기사, 칼럼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1962년에 한국일보에 입사한 그는 1972년 북베트남 춘계대공세 때 최전선 취재 중 휴대용 로켓 저격을 받기도 하고, 1975년에는 사이공 최후의 현장에 가 남부베트남 붕괴 순간을 보도하기도 했다. 1976년에는 아프리카 대륙을 돌며 백인 인종분리주의를 취재하고 1982년에는 베이루트 취재차 29개 검문소를 통과하기도 했다. 사실을 전하기 위해 위험한 분쟁 현장을 찾은 저널리스트의 뜨거운 가슴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커뮤니케이션북스/ 190쪽/ 1만원

    중국이 내게 말을 걸다 _ 이욱연 지음

    여행 안내서를 사려 할 때 돈이 아까운 경우가 있다. 음식, 관광 정보는 가득하지만 도시의 진면목을 담은 책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이 내게 말을 걸다’는 가벼운 여행 안내서이면서 문화비평서이기 때문에 읽을거리가 풍부해 술술 읽힌다.

    저자는 서강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20여 년간 틈틈이 중국 현장을 다녀와 중국 역사와 문화에 박식하다. 중국의 역사를 이해하는 단서로 영화를 인용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패왕별희’ ‘북경자전거’ ‘첨밀밀’ 등 과거 영화에서부터 ‘스틸 라이프’ ‘색계’와 같은 최근 영화들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민감한 쟁점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영화 16편을 분석하고 영화의 배경이 된 중국 도시 13곳을 여행하며 문화의 저변을 읽는다. 창비/ 372쪽/ 1만8000원

    바다 위의 낭만 크루즈 여행 _ 이형준 글·사진

    책을 대충 넘겨만 봐도 즐거워진다. 아름다운 사진이 가득 담겨서다. 부모님께 크루즈 여행을 못 보내드린다면 이 책만큼이라도 건네드리고 싶다. 이 책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크루즈 가이드북이다. 저자는 지중해, 북유럽, 카리브, 알래스카, 아시아에서 가볼 만한 크루즈 노선을 소개하며 유람선 선택 요령, 크루즈 노선별 여행 시즌과 예약 방법, 크루즈 여행에 필요한 준비물, 유람선 탑승 수속, 하선 절차 등을 자세히 설명해 놨다. 2003년 처음으로 알래스카 크루즈를 떠난 이래 일곱 번의 해양크루즈와 두 번의 리버크루즈, 세 번의 탐험크루즈를 떠난 크루즈 여행가답게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잘 포착해냈다. 외국 사람들이 노년의 크루즈 여행을 꿈꾸며 절약하며 사는 이유를 알게 한다. 열번째행성/ 544쪽/ 2만원

    라쇼몽 _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김영식 옮김

    산중일기 외
    대개 소설을 읽으면 안도감이 든다. 동류의식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게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 있듯 일본의 천재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소설을 보니 인간의 마음도 거기서 거기인가 보다.

    “인간의 마음에는 서로 모순된 두 가지 감정이 있다. 물론, 누구라도 타인의 불행을 동정한다. 그러나 그 사람이 불행을 어떻게라도 극복하게 되면, 이번에는 그것을 바라보던 쪽에서 왠지 섭섭한 마음이 된다. 조금 과장하여 말하자면, 다시 한 번 그 사람을 같은 불행에 빠뜨리고 싶다는 마음조차 생긴다. 그리고 어느 사이에, 소극적이기는 하나 어떤 적의를 그 사람에게 품게 된다.”(소설 ‘코’ 중에서)

    적의를 품다가도 작은 사건에 감동하는 것도 사람 생각하는 게 거기서 거기인 까닭이다.

    “창밖으로 상반신을 내민 소녀가, 그 부르튼 손을 내밀고 힘차게 좌우로 흔드는가 싶더니, 가슴을 설레게 할 정도의 따뜻한 햇살로 물든 귤 대여섯 개가 기차를 배웅하는 아이들 쪽으로 어느새 날아가 흩어졌다. 나는 순간 숨을 멈췄다. 그리고 찰나에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녀는 지금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는 것일 터이고, 가지고 있던 몇 개의 귤을 던져, 일부러 멀리 건널목까지 배웅 나온 남동생들의 노고에 답한 것이다.”(소설 ‘귤’ 중에서)

    아쿠타가와의 단편소설 17편을 읽다 보면 숨겨둔 우리의 내면이 읽힌다. 다듬어지지 않은 인간 본연의 심성이 보인다. 문예출판사/ 275쪽/ 8000원

    구텐베르크의 조선(전3권) _ 오세형 지음

    ‘베니스의 개성상인’의 작가 오세형. 그가 다시금 우리의 자긍심을 높여주는 글을 썼다. 지난번에 개성상인이 유럽에서 활약한 것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금속활자 장인이 유럽 인쇄술에 혁혁한 공을 세운 점을 다뤘다. 작가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인쇄술은 교황 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한 뒤 얻어온 기술”이라고 말한 것을 단서로 3년간 연구했다. 실제로 개연성을 찾기도 했다. 한 예로 구텐베르크의 친구인 니콜라우스 쿠자누스 추기경은 로마 교황청의 사절단 일행이었고, 로마 교황청에는 1452년 ‘신원이 그 이상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 니콜라우스 쿠자누스 추기경의 소개로 ‘42행 성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음을 고해 금속활자의 완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작가는 “‘그 사람’을 염두에 두고 진취의 역사를 꿈꾸며”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예담/ 각권 320쪽 내외/ 각권 9800원

    서재필 광야에 서다 _ 고유 지음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경향신문 파리특파원, 동아일보 출판국장을 지내고 현재는 출판국 전문기자로 있는 저자가 이번에는 소설 쓰기에 도전했다. 이 소설은 제1회 디지털 작가상의 역사·팩션 소설 부문에서 당선된 ‘푸른 꿈을 꾸다’를 개작한 것으로 서재필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작가는 업적에 비해 덜 알려진 서재필의 활동을 조명하면서 동시에 주인공의 내면세계도 들여다보고자 했다고 말한다. 서재필은 김옥균과 함께 갑신정변을 도모하기도 하고, 실패해 역적으로 몰리자 미국에 가서 의대를 졸업하지만 한국에 돌아와 독립신문을 창간하고 독립협회를 주도해 한국 근대화를 이끈 인물이다. 소설을 집필하는 동안 저자는 서재필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인지 “그의 말소리가 이명처럼 울려 들리는 대로 자판을 두드렸다”고 한다. 문이당/ 305쪽/ 9800원

    호당 신영길 문집 _ 신영길 지음

    평생을 국경변천사와 일본의 한국 침략관계를 연구한 저자가 오랫동안 간직해온 두 가지 자료를 공개했다. 서울 생활 50년을 접고 회고록을 작성하던 중 깊이 묻혀 있던 귀중한 사료를 발견해 이번에 회고록 문집에 함께 실은 것이다. 김옥균과 박영효가 서문을 쓰고, 일본작가가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기 전 벌인 책략의 진상과 조선왕조 말기 증상을 사실적으로 기록한 ‘이노우에 가쿠고로의 조선조 망국전야기’(이는 1895년 1월 발간되자마자 판매금지된 일본 풍속잡지에 실림)와 간도를 둘러싼 국경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청국에서 조선 정부에 보내온 외교문서인 ‘북방영토 간도와 청국비시문(淸國批示文)’이 그것이다. 저자는 전근현대 한일연구회장이자 한국장서가협회 명예회장인 신영길 정치학 박사다. 지선당/ 509쪽/ 2만3000원

    H그룹 직장영웅전설 _ 박성원 지음

    직장인들이 읽을 만한 소설이 나왔다. 저자는 H그룹 윤병기 대리의 일상을 통해 대한민국 직장인이 품고 있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알려준다. 글에는 직장생활의 노하우와 승진 비결이 녹아 있다. 이를테면 박명진 부사장은 “거짓말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라고 하고 비서실 김정무 상무는 “미리 목표를 정해놓으면 오히려 쉽게 지칠 수 있으니 맡겨지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흐름을 타라”고 조언한다. 게다가 독자는 윤 대리가 만난 과장, 부장, 차장, 임원 등 다양한 인물을 통해 그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10년간 언론사에서 경제, 사회 분야 기자로 일했고 현재 하와이주립대에서 미래학을 공부하고 있다. 이 소설에는 저자가 만난 직장인들의 솔직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고즈윈/ 182쪽/ 1만원

    크리에이티브 마인드 _ 하버트 마이어스·리처드 거스트먼 지음, 강수정 옮김

    산중일기 외
    ‘크리에이티브 마인드’에는 예술가들이 창의적인 이유가 담겨있다. 사람 중에서 가장 창의적인 사람들인 예술가. 그중에서도 창의성이 돋보이는 대가의 비법이 적혀 있다.

    기본적으로 그들은 일을 즐긴다. 브로드웨이에서 ‘라이온 킹’을 연출한 줄리테이머는 ‘공연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즐기면 창의적인 작품이 나온다고 한다.

    일을 즐기려면 무엇보다 뚝심이 필요하다.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을 세운 스티브 워즈니악은 뭔가를 생각해냈는데 옆에서 “아니지, 아니야. 그 방법은 틀렸어”라며 고개를 젓더라도 그 사람들 말에 개의치 말고 혼자 힘으로 가는 뚝심이 창조성의 기본이라고 지적한다.

    뚝심에 노력을 섞어야 하는 건 물론이다. BMW 수석 디자이너인 크리스 뱅글은 보고 느끼는 것을 메모하기 위해 스케치북을 손에서 놓지 않는데 이는 스케치북이 창조성이라는 프로그램을 구동하는 역할을 해서다. 물론 작가 에리카 종처럼 아이디어가 자기 자신 안에서 샘솟을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무심한 유형도 있다.

    창의적이기 위해서는 삶의 여유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영화음악가인 마빈 햄리시는 일하지 않을 때는 주로 여행을 떠난다. 그는 프랑스 남부와 토스카나와 프라하는 물론 캘리포니아 나파밸리를 자주 들르며 활력을 재충전하곤 한다. 그에게 휴가란 “작업 기간에 쌓인 열기를 식히기 위해 반드시 한 번씩 눌러줘야 하는 중지 버튼과 같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창의성을 유지하기 위해, 창의적이고 싶은 사람들은 그 비결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집어보는 건 어떨가. 에코리브로/ 349쪽/ 1만8000원

    나는 매일 농장으로 출근한다 _ 이우형 지음

    시골은 청빈한 선비를 닮았다. 그래서인지 시골에서 살며 물질에 초연하고 싶다는 이는 많아도 돈 벌겠다고 달려드는 이는 드물다. 이 책의 주인공 한국벤처농업대학 졸업생 15명은 그 드문 무리에 속한다. 이들의 인터뷰집인 이 책을 보면 이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경쟁력을 갖췄는지 알 수 있다. 졸업생들은 농업으로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다고 여겼고 실제로 성공했다. 물론 여기서도 경쟁은 있는데 기업 경영인이 남과 경쟁한다면 농업 경영인은 자신과 경쟁한다고 볼 수 있다. 농업 경영인들은 하나같이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서우목장 정태호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30대 후반 넘으면 농촌이 낫습니다. 50대로 넘어가면 더욱 그렇죠. 미리 준비하고 정착해서 살다 보면 50대에는 농촌에서 훌륭하게 자리 잡을 수 있을 겁니다.” 페이퍼로드/ 271쪽/ 1만2000원

    우리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간다 _ 팔란티리 2020 지음

    네이버와 한게임 등 인터넷 포털을 운영하는 NHN이 만든 오픈 네트워크형 연구조직 NORI. NORI의 첫 프로젝트 그룹인 ‘팔란티리 2020’이 네트워크 시대를 진단했다. 어디서 본 듯한 내용을 담은 것 같아 식상할 것 같지만 현상의 원인을 짚어내고 있어 결과적으로 유익한 책이다. 사람들이 클럽과 같은 소규모 모임에 집중하는 이유는 직장에서는 야단만 맞는 사원이라도 인터넷 동호회에서는 실력을 인정받고 칭송받는 영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재미있다. 또한 저자는 새로운 현상은 또 다른 현상을 불러온다는 것도 언급한다. 인터넷 등을 통해 사랑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지만 동시에 “사랑이 식은 사람은 그만큼 자신의 식은 감정을 잘 나타낼 수 있게 됐다”는 식이다. 웅진윙스/ 328쪽/ 1만3000원

    세발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_ 서사현 지음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명제에 대해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인다. 경쟁 없는 곳은 경쟁력이 없다는 생각에서다. KDN, 파워콤,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공기업 CEO로 일한 저자도 경쟁력 없는 공기업을 질타한다. 직원들이 주인의식이 없고, 만성적자 상태에 빠졌다는 사실도 모른 채 900%에 달하는 상여금을 받고, 대기업 구조만 옮겨오면 만사형통으로 아는 상황에서 이익이 날 리 없다는 거다. 또한 저자는 유능한 공기업 CEO라고 해도 변혁을 꾀하기 어려운 이유를 지적한다. 공기업 CEO는 잘해봤자 3년 일하고 인사권도 없지만 직원들은 국가가 임기를 보장해주니 긴장할 필요가 없어서다. 게다가 이런 직원과 힘겨루기 해야 하는 CEO는 임기 연장과 같은 인센티브도 없어 일할 의욕이 없다고 지적한다. 콜로세움/ 320쪽/ 1만원

    고품격 영어상식 칼럼 100 관사편 _ 이윤재 지음

    관사인 ‘a’와 ‘the’를 정확하게 구사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그러나 원어민들은 “이를 잘못 쓰면 아무리 훌륭한 말도 우습게 들린다”고 한다. 관사용법에 헷갈리는 사람들을 위해 영어칼럼니스트 이윤재 선생이 그 구별법을 들고 나왔다. 저자는 2007년부터 ‘신동아’에 ‘이윤재의 Total English’를 연재하고 있으며, 그 기사를 토대로 이 책을 만들었다. 저자는 주로 관사의 쓰임새와 위치, 관사를 생략하는 경우 등을 설명한다. 이렇듯 관사를 강조하는 것은 영어 문장이 얼마나 정교한지 판단할 때 필요한 것이 관사인 까닭이다. 저자는 “영어로 작문할 때 마지막 공정이 관사 체크하는 것”이라며 “이 책이 학습자의 궁금증을 정확하게 짚어 관사에 대한 의문점을 해갈시켜주는 지적 청량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넥서스/ 362쪽/ 1만3900원

    은정희 교수의 대승기신론 강의 _ 은정희 지음

    산중일기 외
    대승불교 시대에 나타난 불교사상서 가운데 최고의 논서로 알려진 원효 스님의 ‘대승기신론’은 일반인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책이다. 읽는 것은 물론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전 서울교대 은정희 교수의 이 책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불교 교양서로, 원효의 큰 뜻과 사상을 가까이 하려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인간의 깨달음에 관한 책으로, 인간의 마음은 청정한 면과 물든 면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를 어떻게 다스려야 깨달음의 단계로 갈 수 있는지 안내해주고 있다. 책은 크게 ‘원효의 삶과 사상’ ‘대승기신론의 해제’ ‘대승기신론 강의’로 이루어졌다.

    책의 주요 내용인 ‘대승기신론 강의’ 부분에 가서는 대승기신론의 주요 내용이 잘 정리돼 있고, 해설도 쉬워 일반인도 그 뜻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한자어가 아닌 쉬운 우리말 표현이 더 많은 것도 장점이다.

    “모든 상념을 생각마다 다 없애고 또한 없앤다는 생각마저도 없애야 한다. 모든 법은 본래 상이 없어서 생각이 나지 않고 생각이 멸하지 않으며 또한 마음을 따라 밖으로 경계를 생각할 수도 없다. 그런 후에 마음으로써 마음을 제멸하면 움직이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대목은 대승기신론에서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

    저자는 불교학술서 중 최고의 스테디셀러인 ‘대승기신론소·별기’의 역자인데 이 책은 18년 전 발간돼 한국출판문화상(1991), 행원문화상(2005) 등을 수상하고 1만5000부나 간행됐다. 예문서원/ 179쪽/ 1만원

    사람의 한평생 _ 정종수 지음

    옛것을 지켜야 한다는 사람은 많지만 그 의미를 아는 사람은 적다. 전통을 제대로 알고픈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 한 권 나왔다. 저자는 문화재청 학예연구관, 국립춘천박물관 관장,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 과장으로 일하면서 25년 동안 통과의례 현장에서 정보를 모았다. 책은 출생, 관례와 혼례, 장례와 상례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그래서 이를 읽다 보면 우리가 한평생 따르다 가는 관습의 유래를 알 수 있다. 백일 맞은 아기의 머리를 깎아줄 때 다 깎지 않고 조금 남겨두는 것은 명이 길어지라는 소망 때문이고, 궁합은 본래 한나라 황제가 오랑캐의 구혼을 거절할 목적으로 지은 것으로 배필을 맺지 못하게 하려고 만든 것이라 한다. 고려시대, 조선 중기 때까지만 해도 모든 자녀가 돌아가면서 한 차례씩 제사를 맡아 지냈다는 내용도 있다. 학고재/ 324쪽/ 1만5000원

    마키아벨리의 덕목 _ 하비 맨스필드 지음, 조혜진·고설 공역

    흔히 고전 해석본을 읽는 것보다 고전 원본을 읽는 게 낫다고 한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각도 키울 수 있고, 곡해되지 않은 날것의 지식을 얻을 수 있어서다. 그러나 때로는 고전 해석본을 읽는 게 더 낫다. 원본을 몇 번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구절이 있어 작가의 의도를 헤아릴 수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와 더불어 네오콘의 핵심 이론가인 하비 맨스필드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는 마키아벨리의 저서 ‘군주론’ ‘전술론’ ‘피렌체사’ ‘리비우스에 관한 논고’ 등을 해부하며 마키아벨리가 꿈꾸는 정치사회와 정치원리를 해석한다. “마키아벨리는 새로움 그 자체에 긍정적 책임을 부여했다. 그 안에서 우리는 모든 근대적인 것을 향한 호의를 인지할 수 있었다”는 해설이 대표적이다. 말글빛냄/ 501쪽/ 2만2000원

    신라 금관의 기원을 밝힌다 _ 임재해 지음

    안동대학교 국학부 및 대학원 민속학과 교수인 저자가 자기 문화를 보고도 자기 문화인 줄 모르는 한국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신라 금관의 기원을 밝혔다. 이 연구서는 금관이 신라시대에 나타난 구체적인 시점을 밝히는 것은 물론 신라 건국 신화들과 금관의 관계를 고찰해 시베리아가 아닌 신라가 금관의 수도라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 이후 현재까지 국학계는 신라 금관은 시베리아 철제 무관에서 비롯된 것이라 믿어왔다. 그러나 저자는 국학계가 금관의 기원을 북방 민족에서 찾으면서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중국땅에 있는 역사를 자기 것으로 끌어안으려는 계획)을 부정하는 행태는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한다. 또 저자는 김알지 신화에서 신라 금관의 형상과의 연관성을 찾았다. 지식산업사/ 700쪽/ 3만5000원

    서양미술사 I _ 진중권 지음

    중앙대 독문학과 겸임교수인 저자가 서양미술사를 썼다. 저자는 몇몇 중요 양식을 택한 뒤 그 사조를 관통하는 예술원리를 짚었다. 저자가 글 안에 많은 내용을 담았기에 독자는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사회참여에 열성적인 그가 이렇듯 미술을 강조하는 것은 ‘미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양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르네상스 시기의 원근법과 러시아의 역원근법을 비교해볼 수 있다. 원근법은 시점이 정지해있는 반면 역원근법은 시점이 이동해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번 책에서 고대, 중세, 르네상스, 마니 에리스모, 바로크, 로코코, 신고전주의, 모더니즘 등을 다뤘지만 앞으로 현대사조까지 아우를 계획이다. 휴머니스트/ 364쪽/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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