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호

‘텔미 신드롬’ 원더걸스 막내 소희

“팬사인회 줄 선 ‘아저씨’들… 장소 잘못 알았나 했죠”

  • 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 장소협찬·화이트 치과(02-541-2807)

    입력2008-06-10 17: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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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텔미’ 열풍으로 지난해 최고의 화제를 모은 10대 소녀그룹 원더걸스. 그중에서도 깜찍하게 ‘어머나’를 외치는 막내 소희는 ‘국민여동생’으로 불릴 만큼 인기를 모았다. 6월초 가요계에 복귀하는 소희는 그 사이 키도 자라고 성숙했지만 앳된 외모와 풋풋함은 그대로였다.
    ‘텔미 신드롬’ 원더걸스 막내 소희
    ‘텔미 신드롬’ 원더걸스 막내 소희

    2007년 최고의 인기를 누린 5인조 10대 소녀그룹 원더걸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소희.

    지난해 최고의 히트 상품은 누가 뭐래도 원더걸스의 ‘텔미’다. 박진영의 UCC 동영상을 시작으로 유치원에서부터 학교, 군대, 직장, 노인학교까지 국민적으로 ‘텔미춤’ 따라 하기 열풍이 일었다. 얼마 전엔 탤런트 김태희가 텔미춤을 추는 동영상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10대 소녀 5명으로 구성된 원더걸스는 풋풋함을 무기로 성별과 세대를 초월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노래 중간에 놀란 표정을 지으며 ‘어머나’를 외치는 막내 소희(본명 안소희·16)는 앳된 외모와 깜찍한 이미지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젊은 세대에게는 ‘국민 여동생’, 나이 든 세대에게는 ‘귀여운 막내딸’로 불리면서.

    지난 1월초 활동을 접은 후 한동안 휴지기에 들어갔던 원더걸스가 6월초 싱글앨범을 내며 가요계에 복귀한다. 5월13일, 소희를 만났다. 그런데 하필 태국에서 아침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도착한 날이었다. 두 시간밖에 못자고 나왔다는 그의 얼굴에선 피곤함이 묻어났지만, 사진촬영이 시작되자 얼굴에 금세 생기가 돌았다. 아무리 어려도 연예인은 연예인인 모양이다. TV로 볼 때는 키가 작은 줄 알았는데 165cm로 늘씬했다.

    ‘텔미 신드롬’ 원더걸스 막내 소희
    학업, 연예활동 병행

    ▼ 태국에는 왜 간 건가요.



    “거기서 앨범이 발매되어 멤버들과 프로모션을 하러 갔어요. 팬사인회도 하고, 공연도 하고…. 깜작 놀랐어요. 그렇게 많은 사람이 우릴 좋아하는지 몰랐거든요. 노래도 많이들 따라 부르고요.”

    ▼ 쉬는 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음악 프로그램 진행하고, 학교도 다니고, 쉬기도 하고 그랬어요. 쉴 때는 여느 또래 친구들처럼 지내요. 음악 듣고, 영화 보고, 그냥 집에서 혼자 쫙 퍼져 누워만 있어도 좋아요. 요즘은 앨범 준비를 시작했어요. 녹음하고, 안무연습하고, 뮤직비디오 찍고….”

    ▼ 학업과 연예활동을 병행하는 게 힘들죠?

    “아무리 힘들어도 학교는 꼭 출석하려고 해요. 한창 활동할 때도 오전수업, 그것도 안 되면 1교시만이라도 꼭 들으려고 했어요. 지금처럼 방송을 쉴 때에는 최대한 정상수업을 받으려 하고요.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학교 친구들이 저를 어떻게 볼까,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의외로 친구들이 저를 연예인으로 봐주지 않아 학교 다니기가 편해요.”

    ▼ 또래 친구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대신 학창시절 재미를 제대로 못 느끼겠네요.

    “그런 생각 많이 들죠. 친구들이랑 학교생활도 즐기고 싶고, 수업 끝나면 친구 집에 놀러가고, 함께 맛있는 것 먹으러 가고도 싶어요. 아쉽긴 하지만 중학교 때 많이 해봤으니까 그때 기억을 떠올리며 위안을 삼아요. 요즘처럼 시간이 있을 때 학교생활 추억을 많이 만들려고 해요. 하지만 그 친구들은 경험 못하는 걸 하고 있으니까 후회는 없어요.”

    “고1이면 아직 사춘기인데, 이성에 대한 관심이나 외로움을 느끼지 않냐”고 묻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런가?” 하며 웃는다. 그 모습이, 아빠 품에 안겨야만 잠이 드는 어린아이 같다.

    “바쁜 스케줄을 따라가다 보니까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없어요. 혼자였으면 외로움을 느낄 것 같은데 늘 멤버들과 함께 있으니까 그럴 사이가 없어요.”

    원더걸스는 2007년 데뷔했지만 훨씬 전부터 준비된 팀이다. 2001년부터 가수 트레이닝을 받아온 멤버도 있다. 소희 역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04년, 박진영의 기획사 JYP에서 실시한 공개 오디션에 합격한 후 본격적인 트레이닝을 받았다.

    아저씨 팬부대

    ‘텔미 신드롬’ 원더걸스 막내 소희
    ▼ 그 어린 나이에, 집에서 반대는 없었나요.

    “반대는 안 했지만 걱정은 많이 하셨어요. 그때 아빠가 ‘네가 직접 오디션을 보러갔을 만큼 정말 그 일을 하고 싶어하니까 해라. 하지만 힘들면 언제든 힘들다고 해라’ 하셨어요.”

    “아버지가 연예인 되겠다는 걸 쉽게 허락한 걸 보면 공부를 잘하지는 못했던 모양”이라고 농을 건네자 “아니에요, 못하진 않았어요” 하며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 오디션에 합격했다고 해서 가수 데뷔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미래가 불투명했죠. 하지만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물론 친구들처럼 놀지도 못하고 공부할 시간이 줄긴 했지만 ‘나중에 더 잘되면 더 좋은 거’라고 좋게 생각했어요. 오히려 힘들었던 건, 정말 열심히 연습한다고 했는데 노력한 만큼 실력이 늘지 않는 거였어요. 실력이란 게 꾸준히 느는 게 아니라 정체되는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는 친한 친구랑 놀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어요.”

    ▼ 원더걸스 멤버에 뽑혔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그때 함께 연습하는 사람이 10~20명이었어요. 그중에서 5명을 추려서 2006년에 팀이 꾸려졌는데, 처음엔 감이 안 왔어요. 연습하고 녹음하면서 조금 실감이 났죠. 데뷔해서 첫 방송을 할 때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 그랬는지 떨리지도 않고 아무 느낌이 없었어요. 오히려 두세 번째 방송을 하면서 뭘 좀 아니까 더 떨렸던 것 같아요.”

    ▼ 최근에도 탤런트 김태희씨가 따라 해 화제가 됐을 만큼 텔미춤은 최고 화제였는데요.

    “김태희 언니가 저희와 똑같은 의상까지 갖춰 입고 춤추는 걸 저도 봤어요. 기분 좋죠. 정말 많은 분이 따라 해주신 게 아직도 놀랍고 신기해요. 처음엔 인기가 있다고 해도 감이 안 왔어요. 그러다 가요 프로그램에서 상도 받고, UCC 동영상이 계속 올라오는 걸 보면서 ‘떴구나’ 싶었어요. 특히 밖에서 사람들이 많이 알아볼 때 실감할 수 있었어요.”

    ▼ 원더걸스, 그중에서도 특히 소희 양이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이유가 뭘까요.

    “우리는 기존의 아이돌 그룹보다 연령대가 더 낮잖아요. 어린 친구들이 무대 위에서 춤추고 하는 게 신선하고 귀여워 보였던 것 같아요.”

    ▼ 남자팬, 특히 아저씨 팬도 많았죠.

    “팬사인회 같은 거 하면 아저씨들도 오시더라고요. 30~40대 남자분도 많이 보였어요. 처음엔 잘못 오셨나 싶었어요.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는데, 기분은 좋았어요. ‘텔미’가 특별히 나이 드신 분들을 위해 만든 노래는 아니에요. 그런데 그분들까지 좋아하니까 모두가 웃고 즐길 수 있는 노래가 된 것 같아 좋아요.”

    원더걸스만의 색깔

    ▼ 활동하면서 힘든 점은 뭐였나요.

    “연말에 시상식이 많은데 스케줄이 빡빡해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특히 저희는 학교생활도 병행해야 하니까, 무엇보다 잠이 너무 부족했어요. 그땐 스케줄이 하루에 보통 8개, 많으면 12개까지도 있었어요. 그런 날은 하루 2시간 자기도 힘들었죠.”

    ▼ 인기가 많으면 안티팬도 많은 법인데, 안티팬들 때문에 상처 받은 적이 있나요.

    “사실이 아닌 이야기는 그냥 웃어넘겨요. 일일이 신경 쓰면 그게 더 힘들어요. 그리고 멤버들의 실수를 꼬집는 글이 올라오면 그걸 가지고 우리끼리 장난 삼아 서로 놀리면서 풀어버리니까 크게 상처 받은 적은 없어요. 또한 그걸 보며 나태해진 자신들을 추스르게 돼요. 사실 안티팬들이 비난을 한다는 건 그만큼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거잖아요. 관심이 없고 안 보면 그런 이야기를 하지도 않겠죠. 고맙게 생각해요. 어떤 땐 안티팬이 올린 글을 읽고 ‘아, 내게 저런 면이 있었구나’ 깨닫고 잘못된 습관을 고치기도 해요.”

    ‘텔미 신드롬’ 원더걸스 막내 소희
    ▼ 인기는 좋은데 앨범은 기대처럼 많이 안 나갔죠.

    “요즘은 음반이 많이 나가는 추세가 아니잖아요. 대신, 음원이 많이 나갔고, 우리 이름이 많이 알려졌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 일부에선 아이돌 그룹을 자기 색깔의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과 비교해 ‘대중성만 고려한 기획상품’이라고 혹평을 하기도 하던데요.

    “지금은 우리가 인기로 먹고사는 대중가수일 수도 있겠지만 점점 우리만의 음악을 하겠다는 욕심이 커져가요. 원더걸스만의 색깔이 있는 음악이요. 아직은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이 딱 이거다 하는 것은 없지만 점차 찾아가는 것 같아요. 곡을 받고 녹음을 할 때 우리끼리 공감이 가는 노래, 우리가 소화를 잘하는 음악이 있어요.”

    ▼ 라이벌로 생각하는 연예인이나 그룹이 있나요.

    “우리는 어느 그룹, 어느 사람을 라이벌로 생각한 적이 없어요. 누구를 이기려고 할 게 아니라 우리가 제일 잘하면 되는 거니까요.”

    ▼ 10대 소녀 5명이 모여 있다 보면 서로 다투는 일도 자주 있을 것 같은데.

    “합숙훈련을 오래 하다 보니 서로 성격을 잘 알아요. 다툼이 생기면 천천히 풀어나가기도 하지만, 하루 날을 잡아 모여서 한꺼번에 불만을 시원하게 쏟아놓으면서 풀기도 해요. 평소엔 제일 연장자인 유빈 언니가 중간에서 중재를 잘 해줘요.”

    여자의 삶

    ‘텔미 신드롬’ 원더걸스 막내 소희
    ▼ 요즘 인상 깊게 읽은 책은 뭔가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이요. ‘개미’ ‘나무’ 등 그 작가의 책은 다 좋아해요. ‘공중그네’ 같은 일본 소설도 좋고요.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 ‘즐거운 나의 집’을 읽은 느낌은.

    “읽고 나서 가족들 생각도 많이 나고, 여자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어요. 뭐랄까, 나도 저렇게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끌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출연한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도 여자의 삶을 다룬 영화였어요. 현모양처로 남자에게 기대 살기보다는 당당하게 자기의 커리어를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희와 헤어지며 “평소에도 이렇게 말이 없냐”고 묻자 “멤버들끼리나 친구들과 있을 때는 잘 떠들어요. 그런데 사람을 가리는 성격이라 처음 만나는 사람 앞에선 말을 잘 못해요. 대신 노래나 춤은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하며 해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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