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호

식물성의 사랑

  • 일러스트·박진영

    입력2008-06-09 14: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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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성의 사랑
    그 아픈 나무에게 마음을 빼앗긴 지

    겨우 일 년.

    퇴근할 때 두고 간다고 생각한 것도

    이제 겨우 며칠.

    목련꽃이 공중부양하듯 떠 있던 밤



    까칠한 나뭇가지만 보여주는 산딸나무에게

    못내 서운했다.

    봄이 왔잖니, 꽃도 피어나고 있잖니.

    어두운 표정의 산딸나무에게 마음 쓰인 건

    봄밤과 어울리지 않아서일까.

    어느 출근길 녹색의 낯빛을 보여주는 산딸나무에게

    달려갔었다.

    나를 불러들인 산딸나무.

    어떤 꽃송이도 없이

    어떤 향기도 없이

    밤의 침묵을 잘 견뎌낸 산딸나무가

    나를 품에 안았다.

    고요한 자리의 산딸나무.

    고요한 마음에 사랑의 자취.

    식물성의 사랑
    정은숙

    1962년 전북 전주 출생

    이화여대 정외과 졸업

    ‘작가세계’ 시 부문 등단, 세계사 편집장, 열림원 주간

    現 도서출판 마음산책 대표, 시인

    저서 : 시집 ‘비밀을 사랑한 이유’ ‘나만의 것’, 산문집 ‘편집자 분투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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