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별복당은 복당 제외자 두 번 죽이는 일”
- “이 대통령은 준비된 내용 갖고 박 전 대표 맞아야”
- “쇠고기, 혁신도시, 운하 공통점은 밀어붙이기”
- “먹는 문제까지 ‘추진력’ 발휘하면 안 돼”
- “색깔론이 다 죽은 좌파 춤추도록 난장 터줘”
- “대통령당 안 된 게 천만다행…친박계는 한나라 自淨장치”
박근혜 전 대표가 “이 사람만은 반드시…”라면서 당선권 진입을 관철시키려 한 인물이 바로 이정현 당선자다. 그러자 주류 측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선 아슬아슬한 순번인 22번에 이 당선자를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표 당일 저녁 박근혜 전 대표는 “20번까지 될 것 같다”면서 “22번인 이정현 후보가 꼭 되어야 할 텐데” 하며 마음을 졸였다고 한다. 친박계 내에도 내놓으라하는 전문가나 지명도 높은 인사가 있었지만 박 전 대표는 이정현 당선자에 대해 유난히 당선권 내에 진입시키려고 애착을 보였다. 그만큼 그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 사람만은 반드시…”
이정현 당선자는 전남 곡성 출신으로 1988년 민자당에 당직자로 참여한 뒤 줄곧 한나라당과 인연을 이어온 다소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당내에서 전략가로 이름을 날려 국회 정책연구위원, 한나라당 정책기획팀장, 한나라당 정세분석팀 팀장, 이회창 후보 선대위 전략기획단 단장 등을 맡았다. 2004년 17대 총선 때는 광주(7개 선거구)에서 유일하게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광주 서 을)해 드라마 ‘대장금’의 남자주인공 복장으로 선거운동을 하며 유권자들을 즐겁게 했으나 낙선했다.
그는 일찌감치 박근혜 전 대표와 뜻을 함께 한 뒤 지난해 대선 한나라당 경선 중반 박근혜 후보 선대위 대변인에 전격 발탁됐다. 이명박 후보 선대위와의 ‘논평(論評) 전쟁’에서 순발력, 저돌성, 충성심이 탁월했다는 내부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경선 패배 이후 이정현 당선자는 박 전 대표가 대구 달성에 칩거할 때나, 전국을 누빌 때나 늘 그의 곁을 따라다니는 핵심 측근 중 한 명이 됐다.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담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이 그 깊은 배경과 의미를 알고자 할 때 가장 먼저 찾는 취재원 중 한 명이 이 당선자다. 지난해부터 여러 정치적 굴곡을 겪는 와중에도 박 전 대표는 이 당선자를 무던히도 챙겼고, 이 당선자는 박 전 대표의 복심(腹心)이자 대변인 노릇을 맡아오고 있다.
“C, E, O 리더십 안 통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등 최근의 롤러코스터 정국 현안에 대해 그로부터 기탄없는 얘기를 들어봤다. 정치적 수사(修辭)의 이면에 박근혜계, 특히 한나라당 내 박근혜계가 내심 어떤 생각과 계획을 갖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찾아온 위기의 근원은 ‘설득과 통합의 문제’”라고 했다.
▼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인한 민심이반 조짐도 심상치 않고요.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과 절차를 생략하고 무조건 따라오라면서 밀어붙인 측면이 있죠.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혁신도시 재검토, 영어 몰입교육, 대운하 등이 모두 같은 맥락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500만 표 차이로 당선된 건 본인의 인기만은 아니죠. 이 대통령을 포함해 정치 지도자가 하는 얘기를 국민들은 다 믿지 않아요. ‘안 따라오면 놔두고 가면 된다, 끌고 가면 된다’로는 안 통하죠. 자신이 월급 주는 회사 직원 다루듯 (또박또박 끊어서) C, E, O 리더십만으로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그 상위개념은 원칙에 기반 한 정당성 확보를 통해 승복하게 하는 통합력이고 설득의 과정이죠.”
5월10일 이명박 대통령이 오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를 방문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 점은 정확히 맞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가 문제죠. 밤 12시, 1시에라도 불도저 운전수를 깨우고 횃불 켜고 공기(工期) 단축하는 ‘안 되면 되게 하라’ 방식은 국정에서는 곤란합니다. 먹는 문제에 까지 ‘추진력’ 발휘하면 안 되죠. 지금 우리 한나라당, 여권에 필요한 건 국민의 소리를 최대한 듣고 반영하겠다는 겸손이예요. 더 이상의 혼란을 막으려면 이런 자세를 더욱 가다듬어야 해요.”
▼ 박근혜 전 대표는 일전에 우리 정부의 쇠고기 협상에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친박계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건가요.
“큰 틀에서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문제는 절차죠. 이 대통령 말씀에 따르면 서울 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을 위해 노점상인들을 3000번인가, 5000번인가 만나 설득하셨다죠. 국정도 그렇게만 하면 되는 겁니다. 상대편 얘기 들어주고, 반영할 부분 있으면 반영해주면 상호 이해가 가능한 것 아니겠어요? 미국 쇠고기 건은 청와대와 정부의 문제로만 볼 건 아니라고 봐요. 한나라당도 지금 신뢰의 위기에 직면했어요.”
“정책엔 ‘사람 냄새’ 나야”
▼ 한나라당이 협상한 것도 아닌데 미국 쇠고기 수입 건이 한나라당과 어떤 관련이 있다는 건가요.
“네이버 검색창에 ‘한나라’ ‘쇠고기’ ‘반대’라고 한번 쳐보세요. 2007년 12월19일(정권교체일) 이전에 우리 한나라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 여러 논리와 방법을 통해 반대 의견을 낸 적이 있어요. 우리가 국민 안전을 이유로 얼마나 진지하게 노무현 정권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하려는 걸 비판하고 반대했는지 고스란히 나와 있어요. 그런데 한나라당이 지금 와서 입장을 바꾼데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문제없다,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 좌파의 선동이다’라고 하는 건 자칫 ‘신뢰의 위기’를 자초할 수가 있는 거죠. 이런 방식으로는 이제 국민의 동의와 성원을 받아 낼 수 없어요.”
▼ 그러나 보수 진영에서는 ‘진보 좌파 진영이 미국 쇠고기 문제를 이념공세, 반미선동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은데.
“이런 식의 색깔론 공세는 잘못하면 다 죽었던 좌파들이 득세하도록, 춤추도록, 난장을 터줄 수 있게 되요. 우리 스스로 이런 부분은 앞으로 경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정현 당선자는 “미국산 쇠고기 건뿐만 아니라 혁신도시 건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혁신도시 문제점을 지적한 감사원 자료를 느닷없이, 밑도 끝도 없이 발표하고 ‘전면 재검토 하겠다’고 흘리면 지방은 당연히 이 정책이 중단되는 것으로 받아들여 불안해한다. 토지 보상 다 끝났고 재산권 행사 다 했고 공기업 맞을 꿈에 부풀어 있는데. 혼란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앞선 정권의 정책을 변경-단절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대국민 설득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혁신도시는 예정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봐요. 그러나 만약 정부에서 ‘수도권 공기업을 지방에 보내는 게 국익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떠 보기’ 하지 말고 국민에게 그 당위성을 솔직히 얘기해야 해요. 그리고 대안이 무엇인지, 지금 터 닦아 놓은 곳들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는 마스터플랜을 제시해야합니다.
우리 한나라당이 집권한 후 정부 부처 통폐합으로 상당히 많은 수, 수천여 명의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대기발령-재교육 상태에 놓이게 된 것으로 압니다. 이 분들은 우리 사회의 ‘엘리트 계층’이고 대체로 ‘보수안정 세력’이죠. 모든 정책에는 ‘사람 냄새’가 나야 해요. ‘좀 더 점진적으로, 세심하게, 기회를 주면서 추진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박근혜 대표 시절부터 한나라당은 작은 정부를 주창해온 것이 사실이죠. 그러나 작은 정부 추진 과정에서 자리를 떠나게 된 분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 또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봐요.”
이 당선자는 “일방적 ‘밀어붙이기’는 결국 탈이 난다. (이 대통령의) ‘탈(脫) 여의도’ 방침이 ‘정치는 3류니까 상종하지 않겠다’는 취지라면 곤란하다. 타협 조정 양보 통합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이명박 대통령-박근혜 전 대표 회동 건으로 옮겨졌다.
“MB정부 원위치 될 것”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사이에서 타협 조정 양보 통합의 문제가 잘 안 풀리는 것 같네요. 친박연대, 친박 무소속 의원의 복당 문제도 그렇고요.
“‘사람 냄새’ 얘기를 좀 더 해야겠어요. 박근혜 전 대표는 총선 후 자신의 선거사무소를 찾은 친박연대 당선자들을 접견했을 때 전면적이고 즉각적인 복당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요. 박 전 대표는 이들이 선별공천으로 희생된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무원칙과 무기준으로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들을 공천에서 배제한 것이고 그건 사실상 정치보복의 산물이라는 생각일 겁니다. 박 전 대표는 경선에서 패자가 깨끗하게 승복한 게 중요한 만큼 승자도 정치 보복을 해선 안 되는데 지난 공천과정에서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확신한 거죠. 그건 정치발전의 후퇴고 이것이 관행이 되면 더 이상 깨끗한 승복이나 경선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복당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겁니다. 선별복당이 갖는 가학성을 거부하는 거예요. 선별복당은 정치적 이유로 억울하게 복당에서 빠진 의원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고 매장하는 일이죠. 박 전 대표는 부당한 희생 위에서 어떤 거래를 도모하지 않을 거예요.”
▼ 이 대통령▼ 박 전 대표 회동이 당의 통합과 국정 안정의 전기가 됐다고 봅니까.
“위기의식, 프로세스를 갖고 있으면 어느 대목에서 기존의 흐름을 끊어줘야 할지, 흐름을 끊어줄 카드가 무엇인지 보이게 됩니다. 이번 회동이 쇄신과 전환점이 될 수 있었다고 봐요. 그러나 두 분의 회동이 끝난 후 나는 이 대통령께서 가지고 나온 카드가 무엇이었는지 쉽게 알아차릴 수가 없었어요. 두 분이 1시간50분 동안 대화했는데 지금 여권이 처해있는 모든 어려운 점을 감안했을 때 조금 솔직하고 진정성을 갖고 준비된 내용으로 박 전 대표를 만났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것은 국정혼란을 차단하고 새로운 국면을 마련하겠다는 열의와 의지의 문제라고 봐요.”
▼ 이 대통령은 ‘친이도, 친박도 없다’고 말하는데요.
“그렇다면 해답은 간단해요. 한나라당을 살렸고 국가정체성 수호에 앞장섰고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 집권을 위해 노력했던 친박 인사들을 즉각 받아줘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회동 후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사실상 당 대표를 맡아달라고 제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정현 당선자는 “이 대통령이 직접 밝힌 것이 아니고 측근이 비공식적으로 흘린 얘기인데 그것이 이 대통령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한나라당 대표직은 대통령이 지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24만 선거인단이 선출하게 되어 있고 그 규정은 당헌에 분명히 나와 있다. 대통령께서 당헌을 무시하고 선거인단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얘기란 말인가”라고 반박했다.
“빌딩 건축과 국정의 차이”
▼ 차기 당 대표 경선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박 전 대표의 뜻은 확고한 건가요?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의 경선 출마를 바라는 듯한데, 친박 복당 등 정치상황의 변화에 따라 박 전 대표의 뜻은 유동적일 수 있나요.
“박 전 대표는 상황 변화에 따라 말을 달리 하는 정치인이 아닙니다. 복당 문제 등 여권이 안정되어 강력하게 ‘경제 살리기’에 매진할 수 있었으면 해요.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로 있을 때 노무현 정권의 여당 당 의장은 8명이나 바뀌었죠.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만으로는 안 됩니다. 그 것으로는 과반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의 리더십을 안정시킬 수 없어요. 새 대표는 친이-친박을 떠나 원칙을 중시여기면서 당권 대권 분리, 집단지도체제 정신, 원내 정당화, 정책정당화, 상향식 인사를 지향하는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봐요.
이런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여러 중진 의원들이 총선 공천 파동 과정에서 정략적 이유에 의해 낙천한 점은 돌이켜보면 한나라당에 큰 손실이었어요. 여당의 리더십이 약화되고 ‘좋은 의미의 권위’가 사라지면 마치 노무현 정권 시절의 열린우리당과 같은 무기력이 찾아 올 수 있어요. 이는 우파가 최대의 위기에 처하게 되는 상황이며 한나라당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점이죠.”
▼ 이명박 정부는 언제쯤 안정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현 정부는 작은 정부, 수출 증대, 투자 활성화, 한미관계 복원 등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요. 국민정서와 관련된 문제가 연쇄적으로 나와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국정의 큰 방향은 옳기 때문에 곧 원위치로 되돌아가, 정상을 찾을 것으로 기대해요. 다만 한 가지 염려되는 게 있긴 합니다.”
▼ 그게 뭡니까.
“사람 존중과 통합의 정신에 대한 거죠. 정부가 항상 이걸 염두에 두면 좋겠습니다. 실용을 강조하다 정작 사람을 잃는 우를 범해선 안 되니까. 자기 사람, 반대 정파, 국민은 한 번 쓰고 버리는 비닐우산이 아닙니다. 건설회사가 고층빌딩, 아파트 지을 때 땅 파기 작업에는 포크레인 기사가 필요하죠. 땅 파기가 끝나면 포크레인 기사 내보냅니다. 건물 올릴 때 미장 기사 썼다가 다 올리면 내보내죠. 마무리 도배할 때 도배공을 불렀다가 끝나면 또 내보내죠. 그런데 국정은 건설공사와 달라요. 필요할 땐 불러 쓰다가 필요 없으면 안 보는 스타일은 정말 위험하죠.”
▼ 보수층에서는 ‘어떻게 되찾은 정권인데…이러다 큰일 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는데요. 한나라당, 이러다 얼마 안 가 정권을 다시 내주게 되는 건 아닌가요.
“저는 생각이 조금 달라요. 지난 대선을 계기로 정치 구도에 대변혁이 일어났어요. 이제는 이념대결, 지역대결보다는 정책대결이 먹히는 시대예요. 이 점에서 한나라당은 범야권에 비해 강점이 있어요. 집권을 위해선 우선 국민적 신임을 받는 전국적 리더가 있어야 하는데 한나라당에는 그런 자질을 갖춘 분들이 여럿 있어요. 그러나 민주당에는 잘 보이지 않아요. 인재를 키우는 데는 절대적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난 10년 진보세력 집권기 동안 그들은 후계자 양성을 소홀히 한거죠. 국정을 이끌 정책에 있어서도 국민들은 ‘그래도 한나라당의 정책이 더 시대적 조류에 맞고 설득력이 있다’고 보고 있어요. 반(反) 한나라당 정치세력은 자신들이 고수해온 이념과 가치의 문제 때문에 한나라당 정책을 벤치마킹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더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죠.”
‘50년 장기 집권 플랜’
▼ 한나라당은 여당이 되어서도 반사적 이익만을 취할 것이라는 뜻인가요.
“그건 아니고, 저희는 한나라당이 ‘50년 집권 플랜’을 세워 진행해 나아가면 큰 위기는 없다고 봅니다. 5년 만에 끝나는 것이 아닌, 차기 정권에서도 확실하게 승계해 나아가야 하는 매력적인 국정 비전을 세워 실천하는 전략이죠. 국민들이 대통령은 미워해도 정책이 마음에 들기 때문에 선거에서 계속 지지하도록 해야 합니다. 정부와 당은 당장의 경제 살리기, 민생현안도 적극 챙기면서 다른 한편으로 과학, 금융, 에너지, 연금, 교육, 행정구역, 문화, 복지, 국방, 통일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일류로 나아갈 수 있는 장기적 선진화 정책을 마련해 꾸준히 실천해나가야 해요.”
“친박계는 한나라당 플러스 요인”
▼ 18대 국회에서 친이계와 친박계의 대립과 갈등으로 정치가 실종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한나라당이 ‘대통령당’ 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봐요. 여당 내의 야당, 친박계라는 견제세력이 있다는 점은 오히려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죠. 우선 당권과 대권이 확실히 분리됩니다. 정부가 만든 정책은 당에서 철저한 검증을 거치게 돼요. 당장은 시끄럽겠지만 일단 당·정이 합의를 이루면 그 추진력은 훨씬 배가되죠. 이명박 정부 임기가 종료되더라도 한나라당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 재집권 시) 이명박 정부의 중·장기 정책은 차기 정권과 한나라당이 계속 승계하는 확실한 기반이 되죠. 반대로 한나라당이 대통령 거수기 정당이면 대통령의 임기 종료와 동시에 그 대통령의 정책도 종료되고 마는 겁니다.”
이정현 당선자는 “친박계의 존재로 인해 당내에서 서로 싸우고 경쟁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한나라당은 살아 있다, 건강하다’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줄 수 있다. 친박계는 한나당의 자정(自淨)장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뭘 알아야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국회의 정책 연구·수립 기능을 강화시켜줘야 ‘정쟁의 정치’에서 벗어나 ‘민생의 정치’가 가능하다고 봐요. 이를 위해 정부 부처 산하의 중복된 각종 정책연구기관을 국회로 이관해 국회의원을 돕도록 함으로써 국회의원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지금보다 수 십 배 높여주는 일에 전력을 다하고 싶습니다. 또 국회가 수백조원에 이르는 국민 혈세를 제대로 감시하기 위해선 전문 인력이 확보된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해야 한다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