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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슈바이처’ 선우경식 원장 타계 후 요셉의원

“언제나 부족했지만 언제나 채워져 있었다”

  • 김일동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ildong@donga.com

‘쪽방촌 슈바이처’ 선우경식 원장 타계 후 요셉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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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과 요셉의원

‘쪽방촌 슈바이처’ 선우경식 원장 타계 후 요셉의원

고 선우경식 원장과 요셉의원 건물.

진료가 전부는 아니다. 잘 데 없는 사람은 숙소(성모자헌의 집)로 보내고, 알코올 재활이 필요한 사람은 시설(목동의 집)로 보낸다. 옷 없는 사람은 옷 입혀서 보내고, 밥 굶는 사람은 밥 먹여서 보낸다. 냄새나는 사람은 목욕시키고 노숙자들에게는 동사하지 않도록 이불도 덮어준다.

1973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 킹스브룩 메디컬센터에서 유학한 선우경식 원장은 1980년 한림대 의대 부교수로 부임할 때까지 그저 수많은 의사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1983년 후배인 가톨릭의대생들의 주말진료 봉사단에 참가해 서울 신림동 철거민촌을 찾으면서 그의 인생은 뒤바뀌게 된다.

크고 작은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의료혜택은 꿈도 못 꾸는 사람들이 꾸역꾸역 봉사단을 찾아왔다. 입원해야 할 사람, 수술이 필요한 사람, 지속적인 간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1주일에 한 번뿐인 주말진료는 턱이 없었다. 게다가 소문이 나자 봉천동 월계동에서, 멀리 구리시에서도 환자가 왔다.

급기야 매일 진료가 가능한 자선병원을 만들자는 말이 나왔다. 지역주민, 봉사자들이 모여 모금을 하고 사방팔방으로 뛰었다. 선우 원장도 1987년 방지거병원 내과과장을 그만두고 관악구 신림시장 내 낡은 건물 2층에 방 한 칸을 세내어 요셉의원을 열었다. 국민의료보험이 시작되기 2년 전이어서 가난한 사람들은 병원 가기가 쉽지 않은 때였다.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약속했던 후원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3개월 후에는 제약사의 약품 공급이 끊어졌다. 선우 원장은 환자 진료보다 동료, 선후배 의사 찾아다니기 바빴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도망가고 싶었지만 환자들이 계속 밀려와 도망갈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 무렵 미국에서 약품 샘플을 제법 얻어와 약을 처방했는데, 미제 약을 써서 용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고 한다.

왜 병원 이름이 요셉인가. 첫째는 선우 원장의 가톨릭 세례명이 요셉이고, 둘째는 예수의 양부인 요셉 성인이 노동자와 죽음을 앞둔 임종자의 수호성인이라는 설명이다. 내원 환자의 대부분이 일용직 노동자였음을 감안하면 걸맞은 작명같이 들린다.

요셉의원 후원자는 199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1000명을 돌파했다. 현재는 약 2500명. 정부나 교구 지원은 일절 없다. 개인 기부와 기업의 장비 지원이 전부다. 몇 년 전 한 대기업에서 병원 건물을 새로 지어주겠다고 제안한 적이 있으나 거절했다고 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그 외 신수정 전 서울대 음대 학장 등 음악인들이 9년째 자선음악회를 열어 수익금을 기탁하고 있고, 김경인 인하대 교수 등 미술인들이 5회의 자선 전시회를 열어주기도 했다.

선우 원장의 인간적인 치료

요셉의원 개설자는 정진석 추기경으로 돼 있다. 선우경식 원장은 이 병원 ‘근무의사’로 돼 있었다. 선우 원장 타계 후 근무의사는 2006년부터 이곳에서 상근해온 최영아(38) 내과의사로 바뀌었다. 그는 1주일에 네 번, 월·수·목·금 오후에 하루 4시간씩 환자를 본다. 나머지 시간은 집에서 두 아이의 엄마로 생활한다. 의사 되고 나서 제대로 월급 받은 적이 없다.

2001년 1월 내과 전문의를 취득한 최영아 원장은 그해 바로 요셉의원에서 봉사를 시작했다. 곧 문을 열 최일도 목사의 다일천사병원 개원에 참고하기 위해서였다. 무료병원 운영의 노하우를 어느 정도 익힌 그는 2002년 10월부터 만 2년간 다일천사병원에서 의무원장 겸 상근의사로 일했다. 그리고 2006년 7월부터는 다시 요셉의원에서 붙박이로 일하고 있다.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 중에는 알코올 중독과 관계되는 우울증 환자가 많다. 표현이 어눌해 의사는 그런 환자와 의사소통하는 데 애로가 있다. 말이 안 통하니까 화를 잘 내고 때로는 폭력적으로 변한다. 의사도 사람이므로 환자가 말 안 들으면 짜증나게 마련이다. “저 인간 또 왔어?”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때로는 그런 환자의 블랙리스트가 병원들 사이에서 돌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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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동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il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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