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10일 이명박 대통령이 오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를 방문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 점은 정확히 맞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가 문제죠. 밤 12시, 1시에라도 불도저 운전수를 깨우고 횃불 켜고 공기(工期) 단축하는 ‘안 되면 되게 하라’ 방식은 국정에서는 곤란합니다. 먹는 문제에 까지 ‘추진력’ 발휘하면 안 되죠. 지금 우리 한나라당, 여권에 필요한 건 국민의 소리를 최대한 듣고 반영하겠다는 겸손이예요. 더 이상의 혼란을 막으려면 이런 자세를 더욱 가다듬어야 해요.”
▼ 박근혜 전 대표는 일전에 우리 정부의 쇠고기 협상에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친박계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건가요.
“큰 틀에서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문제는 절차죠. 이 대통령 말씀에 따르면 서울 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을 위해 노점상인들을 3000번인가, 5000번인가 만나 설득하셨다죠. 국정도 그렇게만 하면 되는 겁니다. 상대편 얘기 들어주고, 반영할 부분 있으면 반영해주면 상호 이해가 가능한 것 아니겠어요? 미국 쇠고기 건은 청와대와 정부의 문제로만 볼 건 아니라고 봐요. 한나라당도 지금 신뢰의 위기에 직면했어요.”
“정책엔 ‘사람 냄새’ 나야”
▼ 한나라당이 협상한 것도 아닌데 미국 쇠고기 수입 건이 한나라당과 어떤 관련이 있다는 건가요.
“네이버 검색창에 ‘한나라’ ‘쇠고기’ ‘반대’라고 한번 쳐보세요. 2007년 12월19일(정권교체일) 이전에 우리 한나라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 여러 논리와 방법을 통해 반대 의견을 낸 적이 있어요. 우리가 국민 안전을 이유로 얼마나 진지하게 노무현 정권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하려는 걸 비판하고 반대했는지 고스란히 나와 있어요. 그런데 한나라당이 지금 와서 입장을 바꾼데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문제없다,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 좌파의 선동이다’라고 하는 건 자칫 ‘신뢰의 위기’를 자초할 수가 있는 거죠. 이런 방식으로는 이제 국민의 동의와 성원을 받아 낼 수 없어요.”
▼ 그러나 보수 진영에서는 ‘진보 좌파 진영이 미국 쇠고기 문제를 이념공세, 반미선동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은데.
“이런 식의 색깔론 공세는 잘못하면 다 죽었던 좌파들이 득세하도록, 춤추도록, 난장을 터줄 수 있게 되요. 우리 스스로 이런 부분은 앞으로 경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정현 당선자는 “미국산 쇠고기 건뿐만 아니라 혁신도시 건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혁신도시 문제점을 지적한 감사원 자료를 느닷없이, 밑도 끝도 없이 발표하고 ‘전면 재검토 하겠다’고 흘리면 지방은 당연히 이 정책이 중단되는 것으로 받아들여 불안해한다. 토지 보상 다 끝났고 재산권 행사 다 했고 공기업 맞을 꿈에 부풀어 있는데. 혼란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앞선 정권의 정책을 변경-단절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대국민 설득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혁신도시는 예정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봐요. 그러나 만약 정부에서 ‘수도권 공기업을 지방에 보내는 게 국익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떠 보기’ 하지 말고 국민에게 그 당위성을 솔직히 얘기해야 해요. 그리고 대안이 무엇인지, 지금 터 닦아 놓은 곳들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는 마스터플랜을 제시해야합니다.
우리 한나라당이 집권한 후 정부 부처 통폐합으로 상당히 많은 수, 수천여 명의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대기발령-재교육 상태에 놓이게 된 것으로 압니다. 이 분들은 우리 사회의 ‘엘리트 계층’이고 대체로 ‘보수안정 세력’이죠. 모든 정책에는 ‘사람 냄새’가 나야 해요. ‘좀 더 점진적으로, 세심하게, 기회를 주면서 추진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박근혜 대표 시절부터 한나라당은 작은 정부를 주창해온 것이 사실이죠. 그러나 작은 정부 추진 과정에서 자리를 떠나게 된 분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 또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봐요.”
이 당선자는 “일방적 ‘밀어붙이기’는 결국 탈이 난다. (이 대통령의) ‘탈(脫) 여의도’ 방침이 ‘정치는 3류니까 상종하지 않겠다’는 취지라면 곤란하다. 타협 조정 양보 통합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이명박 대통령-박근혜 전 대표 회동 건으로 옮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