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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하는 의사들

떠돌이, 신용불량, 자살…“야간분만 아르바이트로 입에 풀칠”

  • 이은영 신동아 전속기고가 donga4587@hanmail.net

몰락하는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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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취제 ‘프로포폴’로 쉽게 자살하는 의사들
  • 국과수 관계자 “의사 자살 동기는 100% 경영난”
  • “야간분만 당직, 응급실 ‘땜빵’으로 20만원 버는 게 속 편해”
  • 소파수술로 돈 벌던 산부인과, 사후 피임약 좋아져 울상
  • 저출산 직격탄 맞은 소아과 “파리 새끼라도 왔으면…”
  • “환자도 없는데 의보수가 깎이니 허위 청구할 수밖에”
  • 간판 내리는 외과, 정신과, 피부과…‘OO클리닉’으로 승부
  • 성형외과, 비뇨기과, 피부과의 국적불명 비보험상품
몰락하는 의사들
“의사들도 먹고 살기 힘든가요?”

“제가 망한 스토리, 들어보실래요? ‘의사 망하는 거 순간’이란 걸 아시게 될 겁니다. 저는 서울 신촌에 산부인과를 개업했어요. 새로 지은 건물 6층에 132㎡(40평)를 얻었는데 보증금 6000만원, 월 400만원에 계약했죠. 인테리어에 1억7000만원, 중고 초음파기계 사는 데 4000만원, 의료기구 리스하는 데 1억원이 들어갔습니다. 1억원이면 한 달에 원금, 이자 포함해서 200만~300만원 내야 해요. 개업 초기에는 마케팅 비용이 들어가요. 플래카드 걸고 홍보물 돌리는 데 3000만원 들어갔어요. 전부 계산해보세요. 진료과마다 다르지만 병원 개업하는 데 보통 2억~4억원 들어요. 은행에서 100% 대출받지요.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6개월간 버티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저는 용케 1년을 버텼는데 자, 생각해보세요. 간호사 두 명 쓰는 데 한 달에 250만원 나갔어요. 집세가 400만원, 전기요금·수도요금 포함되는 관리비가 100만원 나갑니다. 거기다 기구 리스 비용 이자가 월 300만원이에요. 월 1000만원을 벌어도 ‘똔똔’인 거죠. 개업할 때 선배들 말 듣고 은행에서 여유자금으로 1억원을 더 빌려놓은 의사들은 1년까지는 버틸 수 있다고 들었어요.”

“하루 50명 받아야 현상유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김주경 대변인은 “의사는 더 이상 고소득 전문직종이 아니다”라면서 “내가 바로 생활고를 걱정하던 개업의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3년 전 신촌에서 산부인과 병원을 개업했다가 1년 만에 문을 닫고 대한의사협회 임원으로 취직한 스토리를 실감나게 들려줬다.



“계산해봅시다. 도대체 환자를 몇 명 봐야 월 1000만원 이상 벌 수 있겠습니까. 환자 1인 부담금이 과별로 차이가 있는데, 진료비로 보통 1500~3000원 내잖아요. 병원은 건강보험공단에 환자 1인당 진료비로 7000원에서 1만원까지 청구해 받아요. 결국 환자 1명당 받는 돈이 최대 1만원이라는 얘기죠. 순수 건강보험 환자를 하루에 몇 명 봐야 현상유지를 할 수 있겠어요? 하루에 50명씩 25일간 진료하면 겨우 현상유지한다는 계산이 나오죠.”

그에 따르면 개인병원에서 하루에 50명을 진료한다는 건 온종일 환자가 줄을 서 있다는 뜻이다.

“순수익으로 월 1000만원을 올리려면 하루에 100명 이상을 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잖아요. 8시간 동안 4~5분에 1명씩 봐야 100명을 진료할 수 있어요. 거의 대학병원 외래 수준이 되는 거죠. 꿈 같은 얘기입니다. 개인 산부인과는 하루에 20명 받기도 힘들어요. 두고 보세요. 앞으로 자살하는 의사 많을 거예요(한숨).”

실제로 개원가(開院街)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각하다. 진료과목에 따라 지역별로 연간진료비 매출액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이 전국 동네병원의 진료비를 분석한 결과 내과의원 기준으로 연간 진료비가 평균인 3억4664만원에 못 미치는 경우가 절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진료비가 1억원대인 병원도 전체의 13.4%에 달했다. 연간 진료비가 5억원이 넘는 병원은 전체의 15.5%였다. 500여 군데 병원만이 연 5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의사가 되면 무조건 고소득 전문직종군에 포함되던 시대는 지난 것일까.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은 우리나라 의료법인은 대표적인 비영리 공익법인임에도 부도율이 일반 중소기업보다 5배 이상 높다고 발표했다. 2000년 이후 현재까지 병원의 부도율은 종합병원이 3%, 병원급이 13%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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