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FMS지위 격상에 이바지한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
지난 1월엔 에드 로이스 하원의원을 면담해 같은 설명을 했다. 로이스 의원은 한 달 뒤 한국의 FMS 지위를 ‘나토+3국’ 수준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법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주한미합동군사업무단은 두 의원이 발의한 법안 작성에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의 FMS 지위 격상에 필요한 미국의 무기수출통제법 관련 조항을 검토해 법안의 초안을 직접 작성했다는 것이다.
미 방산업계의 지속적 요청 반영
지난 3월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하원 군사청문회에서 “한국이 ‘나토+3국’의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이해 못할 일”이라고 주장하며 로이스 의원의 법안을 지지했다. 벨 사령관의 답변안은 주한미군사령부에서 작성했는데, 주한미합동군사업무단 관계자가 초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게이트 국방부 장관이 한국의 무기구매국 지위 격상을 지지한 것도 주한미합동군사업무단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게이트 장관의 지지 결정에는 한국 국방부의 집요한 요청 못지않게 전직 주한미합동군사업무단 요원의 정책 제언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의 한국과 소속인 그는 지난해 6월까지 주한미합동군사업무단에 근무하면서 한국의 FMS 지위 격상과 관련된 실무를 담당했다.
주한미합동군사업무단의 적극적인 개입은 미 상공회의소와 보잉사를 비롯한 방산업계의 지속적인 요청을 반영한 것이다. 미 상공회의소가 큰 관심을 보인 것은 한국의 무기구매국 지위 격상이 자국 방위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상공회의소에서 이 일을 주도한 부서는 방산위원회다. 한 군사평론가는 “한국의 FMS 지위 격상은 이명박 정부의 외교적 성과로 비치는 면도 있지만, 보잉사의 로비를 받은 미 상공회의소와 주한미대사관의 합작품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발의된 로이스 법안에 서명한 미 하원 의원 24명 중에는 워싱턴, 미주리, 캘리포니아 등에 지역 기반을 둔 의원이 많다. 이 지역들에는 미 상공회의소 방산위원회가 후원하는 방산업체들의 본사나 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방산업계가 한국의 FMS 지위 격상 법안 개정에 발 벗고 나선 데 대해 한국 방산업계 주변에서는 “유럽 무기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군사전문지 ‘D&D FOCUS’(2008년 5월호)는 국내 방산업체 관계자의 말을 빌려 “한국 국방부가 ‘국방개혁 2020’을 발표한 이후 미국 방산업계는 한국이 유럽제 무기로 관심을 돌리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유럽제 무기가 한국 시장에 밀려들 가능성을 우려한 미 방산업계의 ‘선수 치기’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