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55년 일본 출생<br>●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졸업, 미국 컬럼비아대 MBA<br>● 노무라증권, 호남석유화학 상무, 코리아 세븐 전무, 롯데그룹 정책본부 본부장<br>● 저서 : ‘유통을 알면 당신도 CEO’
2시30분께 기자가 그의 집무실로 찾아갔을 때 그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비서가 챙겨주는 1식 4찬의 간단한 점심을 먹고 나서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고 있었다. 다시 이어질 오후 회의를 준비하고 있던 그는 기자를 만나 처음엔 당황스러워했지만 이내 밝은 웃음을 지으며 반갑게 맞이했다. 신 부회장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겐 두 손으로 공손하게 명함을 건네고 무척이나 겸손한 태도를 취한다. 재계 서열 5위 그룹의 ‘황태자’이면서도 소탈한 인상을 준다.
신 부회장은 아직 어떤 언론매체도 단독 인터뷰를 하지 않아 기자들을 애태우는 재계 인사 중 한 명이다. 현재 롯데그룹 부회장으로서 사실상 ‘회장 대행’ 노릇을 하고 있는 그는 최근 대외활동이 늘면서 기자들과 접촉할 기회도 잦아졌지만 늘 즉답을 회피하는 신중형이다.
거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아버지 신격호(辛格浩·86) 회장의 영향 탓이다. 신 회장은 평소 “기업가는 경영에만 집중해야 한다. 돈을 벌어 국민에게 봉사하는 데서 재미를 찾아야 한다”며 언론 인터뷰나 전시성 행사 참석 같은 것을 꺼렸고, 실제로 인터뷰를 한 것도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신 부회장이 인터뷰를 자제하는 것도 아버지의 그런 가르침을 따르기 때문이라고 홍보실 관계자가 전했다.
다른 이유 하나는 신 부회장이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 구단주로 있어 일본의 스포츠지 기자들에게서 시달림을 많이 받은 탓이다. 또 하나, 그가 일본에서 나고 자라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그러나 이는 과장된 얘기다. 발음에서 일본말투가 묻어나긴 해도 그의 말솜씨는 조리 있는 편이다.
엘리트 코스 밟은 국제금융 전문가
최근 롯데그룹의 ‘글로벌 경영’이 화제여서 그 실상을 듣기 위해 지난 4월말 신 부회장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룹 홍보실에선 “절대 불가”를 고집했다. 신 부회장이 워낙 인터뷰를 꺼리는데다 다른 언론사에서 신청한 인터뷰 요청이 100건도 넘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자의 집요한 요청에 결국 신 부회장 측은 “글로벌 경영은 롯데그룹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응하겠다”고 밝혀왔다. 신 부회장은 답변에서 글로벌 경영뿐 아니라 국내 유통업계의 1위 다툼, 금융업과 잠실 제2롯데월드, 그룹 오너인 아버지에 대한 생각과 자신의 경영수업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신 부회장은 5월13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글로벌 경영은 이제 자리가 잡혀가는 중”이라는 요지의 말을 했다. 롯데그룹의 미래 청사진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날은 “지난해부터 요청한 미래 비전을 5월말까지 구체적으로 짜라”는 신격호 회장의 ‘엄명’에 따라 그 비전을 강구하기 위해 신 부회장과 계열사 대표들이 분주하게 머리를 맞댄 날이었다.
신격호 회장은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며 롯데의 주요 업무를 챙기고 있지만 롯데의 ‘얼굴’은 이렇듯 차츰 신동빈 부회장 쪽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롯데그룹의 한 간부에 따르면 신 회장의 장남인 신동주(54) 일본롯데 부사장은 ‘학자 스타일’로 알려져 있으며, 일본 롯데그룹 경영에 전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에서 한국과 일본의 사업 규모는 8.5대 1.5 정도로 나뉘므로 한국 롯데를 장악하는 이가 사실상 차기 ‘대권’을 거머쥐게 된다고 보면 된다. 그런 면에서 신 부회장이 대권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