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은 해마다 가을이면 이런 궁금증을 품는다. 경제학도, 경제 전문가, 시사문제 전문가도 마찬가지다. 수상자가 발표되면 언론은 그의 경력과 학문 업적을 소개한다. 대부분의 경우 학문 업적은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다. 최정상급 학자의 논문이니만큼 전문 용어와 개념이 생소하기 짝이 없다. 경제학계 내부에서는 유명할지 몰라도 대중적인 지명도가 떨어지는 학자가 수상할 때도 많다.
물론 상금을 이혼한 전 부인에게 위자료로 준 로버트 루카스 교수 같은 사례는 세간의 화제가 된다. 루카스 교수의 전처는 이혼할 때 “그렇게 가정을 돌보지 않고 연구에 몰두하는 당신은 언젠가 노벨상을 받을 테니 지금 몇 푼 위자료보다 노벨상 상금을 달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루카스 교수는 ‘합리적 기대이론’을 제시했는데 경제학자들은 “그의 전처가 이 이론을 가장 잘 활용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 기사를 쓰는 기자는 애를 먹는다. 자료를 찾고 국내 전문가에게 전화를 걸어 보충 취재를 하지만 내용이 어려워 쩔쩔맨다. 수상자의 논문을 구해 일별해도 어떤 것은 거의 수식(數式)만으로 채워져 글로 나타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더욱이 짧은 시간 안에 기사를 써야 한다. 어렵사리 완성한 기사를 넘기면 데스크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으니 다시 작성하라”는 주문이 내려진다. 이렇게 몇 차례 퇴짜를 맞고서야 원고가 넘어간다. 2008년에는 이런 고충이 없었다.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널리 알려진 인물인데다 대중을 위한 저서를 많이 펴내 그의 학문세계는 이해하기가 쉬웠다.

뉴딜 정책과 같은 공공투자 사업으로 빈부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미래를 말한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연구하는 저자는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로도 문명(文名)을 떨친다. 이 신문에 격주로 기고하는 칼럼은 현실 문제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정평이 났다. “경제학자 가운데 가장 우아한 문장을 쓴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저자는 요즘 미국에서는 빈부격차가 극심하다면서 이를 시급히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보주의자를 자처하는 저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정권을 노골적으로 비판한다. 미국 공화당은 원래는 온건 보수파였는데 1980년대 이후 네오콘이 득세하면서 소수 부자를 위한 극단적인 이데올로그로 전락했다는 것. 민주당 당원이기도 한 그는 민주당이 집권해야 할 당위성을 주장하면서 2008년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것임을 예견했다. 그는 새 민주당 정권이 빈곤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넓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추진한 뉴딜 정책 덕분에 노동자들이 중산층으로 부상하면서 빈부격차가 줄었던 ‘개혁의 시대’를 이상적인 시대로 높이 평가했다. 최고경영자가 차지하는 보수가 근로자 평균 임금의 300배나 되는 사실을 통탄하면서 “이런 도덕적 해이가 횡행하는 미국 경제는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