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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뇌 생각의 출현

사람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어준 뇌

  • 김동억 동국대 일산병원 신경과장, 뇌졸중 전문의, 의학박사 dxtxok@hitel.net

뇌 생각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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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생각의 출현
‘뇌 생각의 출현’: 박문호 지음, 휴머니스트, 502쪽, 2만5000원

우리의 뇌는 소우주라고도 한다. 양자우주론에 따르면 뇌를 통한 관찰이 없다면 우주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주의 중심이고 우주는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우주는 언제 어떻게 생겼고, 우리와 우리의 뇌는 어떻게 생겨났으며, 우주와 우리는 어떻게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가? ‘뇌 생각의 출현’은 이러한 질문을 품고30년간 뇌신경학을‘공부’해온 박문호 박사의 첫 번째 책이다.

어디서나 필요한 ‘과학적 사고’

우주의 나이는 약 137억년이고 빅뱅 이후 점점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우주가 팽창하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1000억개의 은하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멀어져서 1500억년 후에는 관측 가능한 은하의 숫자가 수천개로 줄어든다고 한다. 현재 관측 가능한 은하의 수와 같은 숫자인 1000억개의 뇌신경세포를 가진 우리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



천문학자 골드스미스에 따르면, 수십억년 전에 우주 어딘가에서 수명을 다하고 폭발하면서 사라진 초신성이 뿌린 잔해(무거운 원소들)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또 우리는 모두 별의 후손이며, 진화를 거듭한 끝에 드디어 초신성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려는 지적 수준에까지 도달했다는 것이다. 모든 연구자가 그렇게 믿고 있지 않을뿐더러 그냥 덮어놓고 비웃는 사람도 있겠지만, 논리의 논리를 따라가보면 타당성이 충분히 있는, 설득력 있는 주장이자 과학적인 추측이다.

미치오 가쿠의 ‘평행우주’를 읽어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1682년에 나타난 혜성은 지구의 종말을 비롯해 각종 비극을 암시하는 불길한 징조로 여겨져 전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 혜성의 최초 발견자인 핼리는 당대 최고 과학자인 뉴턴을 찾아갔다. 뉴턴은 너무도 태연히 20년 전부터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한 바에 의하면 혜성은 거리의 역제곱에 비례하는 힘의 영향을 받아 타원 궤도를 그린다고 대답했다. 이에 따라 핼리는 과거의 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혜성이 1758년에 다시 나타난다고 예측했고, 이것은 정확하게 맞았다. 탄탄한 과학적 논리에 기반을 둔 예측이나 추측은 쉽게 폄하할 성질의 것이 아니란 말이다.

방대한 분량의 뇌신경학 공부를 오랜 기간 해왔고, 매일 과학을 끼고 사는 게 분명한 저자는 ‘대중의 과학화’가 절실히 필요하며 과학적 세계관이 확고해질수록 많은 사람이 미래를 더 잘 예측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과학적 사고는 어디서나 필요하다.

뇌졸중으로 우측 마비가 생겨 다리를 절게 되었다고 믿는 환자가 얼마 전에 입원한 적이 있다. 외부 병원에서 찍은 뇌 MRI를 살펴보니 우측 뇌에서 2개의 뇌경색이 관찰되었다. 마비는 하지뿐 아니라 상지에도 있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정답은 환자를 강력히 설득해서 경추 MRI를 찍도록 하는 것이다. 우측 뇌의 뇌경색은 우측이 아닌 좌측에 마비를 일으켜야 한다 (책의 멋진 컬러 그림을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따라서 뇌 MRI 소견은 환자의 증상에 대한 설명이 전혀 안 된다. 하지와 함께 상지도 마비되려면 뇌에서 내려와 상하지로 가는 운동신경 중 상지로 가는 신경이 빠져나가기 전 위치, 즉 (상지가 허리 밑이 아닌 목 밑에 달려 있으므로) 목 부위의 척수에 병변이 있어야 한다. 경추 MRI를 찍어보니 우리가 예측한 바로 그 위치에 척수를 심하게 누르고 있는 디스크가 발견됐다. 늦게 발견했으면 증상이 악화돼 평생 못 걸을 수도 있을 환자였다. 과학적 사고는 사람의 몸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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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억 동국대 일산병원 신경과장, 뇌졸중 전문의, 의학박사 dxtxok@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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