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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양극화 시대의 한국 경제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경고

  • 이승협 한국노동연구원 교수 solnamu@gmail.com

양극화 시대의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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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시대의 한국 경제
‘양극화시대의 한국 경제’ : 유태환·박종현·김성희·이상호 공저, 후마니타스, 303쪽, 1만5000원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는 사회만이 발전한다. 근대 이후 사회 발전의 원동력은 울리히 벡이 말하는 성찰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 가장 부족한 것도 바로 역사에 대한 성찰이다. 이러한 공백을 메워주는 책이 후마니타스 출판사에서 발간됐다. ‘양극화시대의 한국 경제’는 말 많고 시끄러웠던 지난 5년을 냉철하게 성찰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성찰의 공백 메워주는 책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제목에서부터 은연중에 저자들은 노무현 정부에서 이루어진 통상(한미FTA), 금융(자본시장 육성), 노동(노동시장 유연화) 및 연금(연금개혁)이 사회 양극화를 확대 심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에 대한 저자들의 평가는 상당히 인색하고 비판적이다. 나아가 이 책은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경고로도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한미FTA, 자본시장, 노동시장 유연화 및 연금 개혁은 완료된 프로젝트가 아니라 진행 중인 의제들이기 때문이다.

역사적 성찰을 통해 이명박 정부에 사회 양극화를 경고하는 것 또한 저자들의 숨겨진 의도로 읽힌다. 따라서 이 책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보고, 현재를 통해 미래를 경고하는 성찰적 글쓰기를 하고 있다. 이러한 경고를 이명박 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능력에 달려 있다.



유태환은 노무현 정부의 대외통상정책을 한미FTA를 중심으로 전략과 시스템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노무현 정부는 폐쇄적 고립경제모델에 대한 반성으로 대외통상정책을 추진했지만, 의욕 과잉과 전략 부재로 인해 준비되지 못한 정부의 한계를 그대로 노출한 것으로 본다. 유태환은 이러한 측면에서 전략적 대외개방 정책을 주장한다. 전략적 대외개방 정책의 핵심은 통상정책의 도구화다. 경제발전을 통해 시민의 삶의 질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통상정책을 놓고, 내적 합의를 거쳐 경제구조를 외부화하는 전략적 접근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노무현 정부는 현실적으로 주어진 다양한 선택지를 배제하고 한미FTA로 통상정책을 축소시키는 전략적 오류를 범했다고 평가한다. 더구나 정부의 전략적 실수를 은폐하기 위해 계속해서 전술적 실수를 저지르는 악순환에 빠져들어 결과적으로 한미FTA를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것들마저 얻어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미국에 끌려 다녔다고 분석한다.

노무현 정부의 대외통상정책의 기조는 자유무역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제시하는 세계경제에 자율적인 발전경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예를 들어 자유무역(free trade)이라는 시장근본주의적 접근이 아니라, 시장참여자의 삶의 질이 고려되는 공정무역(fare trade)이라는 새로운 공동체적 접근이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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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협 한국노동연구원 교수 solnam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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