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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50년간 조선문학 연구 오무라 마스오 와세다大 명예교수

“꼴 보기 싫은 일본인이라고? 하지만 누구보다 박지원과 윤동주를 사랑합니다”

  • 윤필립 在호주 시인 phillipsyd@hanmail.net

50년간 조선문학 연구 오무라 마스오 와세다大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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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에 와세다대에서 중국 근대사와 문학을 공부하던 오무라는 아시아 문화와 역사가 새로운 관점에서 연구돼야 한다는 생각에 조선을 연구하기로 마음먹었고, 이를 위해 조선어부터 배웠다. 거기서 ‘불쌍한 일본인’의 역사가 시작됐다.(웃음)

1964년부터 와세다대 중국어 담당 전임강사였던 오무라 선생은 1978년부터는 아예 한국어 담당 교수로 활동했다. 주변에서 만류하는데다, 일본에서 조선문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거의 없다는 불리함도 있었지만 그의 결심은 견고했다.

운이 좋았던지 오무라 교수가 조선문학 연구과정에서 큰 업적을 이루자, 이번에는 ‘꼴 보기 싫은 일본인’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 소리를 가장 많이 들은 곳이 한국이지만, 정도 차이가 있을 뿐 일본과 중국에서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오무라 교수의 조선문학 연구는 갈수록 활기를 띠어, 1985년에는 중국 조선족 문학을 연구하기 위해 와세다대 연구원 신분으로 옌볜대학에서 1년 동안 연구에 몰두했고, 고려대 교환 연구원 신분으로 2년 동안 한국에 머무르기도 했다. 2004년 와세다대를 정년퇴직한 다음 인하대 초빙교수로 동아시아 비교문학을 강의하는 기회도 가졌다.

그 과정에서 오무라 교수가 40년 동안 잊힌 윤동주 시인의 묘소를 최초로 찾아낸 사실과, 단절된 남북한 문학을 50년 동안 연구한 유일한 학자라는 평가는 과분한 영예이기도 했지만 무거운 짐으로 작용한 경우가 더 많았다.



뭔가 중요한 연구업적을 발표할 때마다 ‘꼴 보기 싫은 일본 놈이 또 한 건 하는군’이라는 비아냥거림이 환청으로 들려올 정도였다. 실제로 논문을 발표하는 학회에서 그런 수군거림을 들은 적도 있다.

50년간 조선문학 연구 오무라 마스오 와세다大 명예교수

오무라 교수와 그의 부인 아키코 여사. 아키코 여사는 3년 전 뇌경색으로 마비증세가 온 뒤 귀가 어두워진 오무라 교수를 대신해 조선문학을 설명하는 평생 동지다.

“그건 일본인의 관점 아닌가?”라는 말도 수없이 들어야 했다. 정작 오무라 교수는 제3자적 관점보다는 ‘내재적 연구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말이다.

특기할 것은, 그런 말에 상처를 받아 의욕상실에 시달리기는커녕, 일본 학자에게 선점당한 한국 학자들의 당연한 반응이라는 생각과 함께 더욱 분발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곤 했다는 점이다.

지금도 제주도 시인들의 작품을 일역하고 있으며, 이기영의 소설‘고향’을 일어로 번역 중이다. 물론 보수가 거의 없는 고단한 작업이다. 아내인 나 또한 ‘불쌍한 일본인’ 신세를 면할 길이 없다. 아니 포기했다(웃음).”

국제전화로 아키코 여사의 얘기를 들으면서, 문득 명심보감에 나오는 ‘심청사달(心淸事達)’이라는 사자성어가 스쳤다. ‘마음이 맑으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오무라 교수가 한국문학을 연구하면서 다른 학자 같으면 하나도 이루기 힘든 업적을 대여섯 가지나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마음이 시종 명경지수처럼 맑았기 때문은 아닐까.

‘한국인이 왜 일본인한테 절하나’

아키코 여사는 시드니 문학세미나에서 주제발표가 끝난 후 위트가 거의 없는 오무라 교수를 대신해 청중의 질문에 재치 있는 답변을 했다.

“이번에 오무라 교수를 호주로 초청한 분이 한국문학 연구에 일생을 바친 오무라 교수의 업적을 칭송하면서 ‘절하고 싶은 일본인’이라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내오자 호주 방문을 취소하겠다고 말했다. ‘왜 한국인이 일본사람한테 절을 하나’라면서 매우 부담스러워했다.

오무라 교수가 워낙 고집이 센 분이라서 호주 방문이 거의 취소된 상태였다. 그러다가 그분한테서 온 다음 메일에서 ‘세미나를 이세돌 기사의 누나 이세나 아마6단이 운영하는 ‘시드니기원’에서 열 예정’이라는 구절을 읽고는 ‘그러면 가야겠다. 가서 지도대국도 받고…’ 하면서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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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립 在호주 시인 phillipsy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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