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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쿠페 & 쏘울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제네시스 쿠페 & 쏘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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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네시스 쿠페의 힘은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강력했다. 단숨에 차 옆 풍경이 뒤로 사라지고, 달릴수록 시트에 몸이 파고드는 느낌은 경험한 자가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다. 반면 ‘디자인의 혁명’이라 평가되는 쏘울은 어디에 내 놓아도 눈길을 끈다. 자존심 세고 개성 강한 ‘도시 트렌드세터(Urban Trendsetter)’에게 딱 어울리는 차다.
제네시스 쿠페 & 쏘울

제네시스 쿠페 380GT

▼ 제네시스 쿠페

글로벌 정통 스포츠카

상상 초월의 파워, 관념의 한계를 뛰어넘다

‘녀석’을 첫 대면한 건 지난 11일7일 저녁이었다. 어둠 속을 미끄러지듯 달려오는 날쌘 ‘흑표범’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검정 제네시스 쿠페 380 GT(풀 옵션, 3600만원). 각진 곳이라곤 단 한 군데도 볼 수 없는 유려한 몸체에 지면과 맞닿을 듯한 하부, 일견에도 공기저항지수(0.32)가 극도로 낮은 스포츠카의 전형이었다. 짧은 오버항과 긴 휠베이스, 낮은 프런트와 높은 리어의 스포츠 쿠페 특유의 다이내믹한 조형미는 한 마리의 잘 빠진 흑표범을 연상시켰다. 보는 것만으로도 달리고 싶은 욕망이 샘솟는 그런 차였다.

국내 최초로 시도된 프런트 전면부의 다크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은 이 차의 경쟁자가 누구인지 직감케 했다. 꿈의 스포츠 쿠페라 불리는 인피니티 G37과 아우디 TT가 바로 그들. 휠 하우스에 꽉 들어찬 대구경 19인치 브리지스톤 포텐자 타이어와 세계 최고의 브레이크 시스템 업체인 이탈리아 브렘보사의 빨간색 캘리퍼도 휠 사이로 그 모습을 드러내며 야생미를 더했다. 날카로운 표범의 눈을 닮은 헤드램프는 G37과 TT의 그것보다 더 매섭다. 전체적으로 도전적이고 공격적인 분위기가 차 외관을 감싸고 돌았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0월10일 제네시스 쿠페를 출시한 후 약 25일 만에 1000대 넘게 팔았다. 고성능 쿠페가 일부 마니아의 전유물인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반증. 현대차는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처럼 기업 CEO가 대형 스포차카에서 내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현대차는 내년 쿠페 판매목표를 내수 5000대, 수출 3만5000대로 잡았다. 국내 업체로는 최초로 글로벌 고성능 스포츠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실질적인 국내 최초의 스포츠카

현대차의 이 같은 자신감은 제네시스 쿠페의 엄청난 파워와 성능에서 비롯됐다. 현대차는 1990년 국내 최초의 쿠페인 스쿠프를 시장에 내놓은 후 1996년에 티뷰론, 2001년엔 투스카니를 연이어 출시했지만, 스포츠카의 본령인 후륜구동의 대형 플랫폼을 가진 쿠페 스포츠카는 제네시스 쿠페가 최초다. 카 마니아들이 제네시스 쿠페를 ‘실질적인’ 국내 최초의 정통 스포츠카라고 평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제네시스 쿠페 200 Turbo(2300만~2900만원)는 배기량 1998cc의 2.0 세타 I4 TCI 엔진이 장착됐는데, 동급 경쟁 수입차종인 아우디 TT(I4 2.0 TCI엔진 장착)보다 최대출력과 최대토크에서 모두 앞선다.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시간(제로백)은 8.5초. 기존 국산 쿠페와는 상대도 되지 않는 파워를 가졌다. 제네시스 쿠페 380 GT(3000만~3600만원)에 얹어진 V6 3.8 람다 RS 엔진은 기존 제네시스의 3.8 람다 엔진을 스포츠카용으로 개조한 것으로, 현대차 엔진 라인업 중 최고출력(303마력)과 최대토크(36.8kgf·m/rpm)를 자랑한다.

쿠페 380 GT는 전장이나 폭 등 차량 크기뿐 아니라 최대출력과 토크 면에서도 경쟁차종인 인피니티 G37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100km까지의 도달시간은 불과 6.5초.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눈 깜짝할 새에 저 멀리 사라지는 슈퍼카의 성능을 모두 갖췄다. 최대출력이 167마력인 전륜구동의 투스카니 2.7과 비교하면 시쳇말로 게임이 되지 않는다. 녀석을 처음 보는 순간, 그 즉시 달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면서 가슴속에 감춰진 무한질주의 본능이 살아났다. 이런 설렘을 애써 감추고 시승차의 키를 넘겨받는데 현대차 직원이 한마디 툭 던졌다.

“조심하세요.”

지금껏 시승차를 많이 몰아봤지만 이런 경고를 받기는 처음. 전에 없던 노파심에 “갑자기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 직원은 그저 “밟아보면 압니다”라고만 했다. 차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는데 마치 전투기 조종석에 앉은 느낌이었다. 스포츠카 고유의 저중심 운전석은 운전자의 몸을 뒤에서 잡고 있는 양 안정감이 돋보였다. 무언가에 폭 싸여 안긴 느낌이랄까. 센터플로어 박스에는 기존 제네시스에 얹힌 잡다한 액세서리 기능의 스위치들이 사라진(심지어 그 흔한 내비게이션도 없다) 대신, 오디오(JBL, 6체인지 CD)와 공조시스템 조작용 스위치만이 가지런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한눈에도 고속주행을 하면서 재빨리 조작할 수 있도록 배치하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인테리어 또한 외관과 비슷하게 역동적이고 하이테크한 분위기.

뒷좌석도 생각보단 넓었지만 몸이 비대하거나 키가 큰 사람이 앉으면 조금 불편할 듯 보였다. 하지만 흔히 스포츠카의 단점으로 지목되는 트렁크의 협소함은 어느 정도 극복했다. 평상시에도 골프백 하나와 다른 짐들이 충분히 들어가고 뒷좌석을 접으면 골프백 2개와 웬만한 잡동사니를 실을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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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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