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을 완전히 품에 안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본계약 및 매각대금 납부 시점을 둘러싸고 매각주체인 산업은행과 한화그룹 간 입장차가 크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일정을 앞당기려고 하는 데 반해, 한화는 예정된 일정에 따라 진행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MOU 체결이 예정보다 늦어진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끼어들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한화의 자금 동원력을 믿지 못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한화가 이를 확실히 보장해야 정밀실사를 허용하겠다는 게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입장이다. 그러나 한화는 매매대금의 5%를 지급한 뒤 곧바로 정밀실사에 나설 계획이다. 한화그룹 홍보담당 장일형 부사장의 설명이다.
“매각대금 완납 시점을 두고 산업은행과 이견이 있어 MOU 체결이 다소 늦어졌다. 그러나 이제 MOU가 체결된 만큼 3~4주간 재무구조 등 대우조선해양 전 분야에 걸쳐 현장 확인 실사를 한 뒤, 연말까지 본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한화에 대한 의구심은 크게 두 가지. 대우조선해양을 너무 비싸게 샀다는 것과 한화가 과연 인수자금을 마련할 능력이 있느냐 하는 점이 그것이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제시한 가격은 6조~6조50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가치는 11월13일 종가(1만3650원) 기준으로 2조6124억8380만원. 따라서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해도 4조원 안팎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는 셈이 된다.
한화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가치는 월스트리트발(發) 금융위기로 현재 과도하게 낮게 평가된 상태”라면서 결코 비싸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 주가의 고점에 비해서는 오히려 싸게 인수한 셈이라는 것. 이 관계자는 이어 “자금 동원 역시 재계 일각의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화가 6월14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자기 자금을 3조원 이상 마련할 계획이다. 대한생명과 한화건설 등을 상장하고 유휴 부동산을 매각하면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생명도 올 5월 누적 결손금 2조3000억원을 전액 해소하면서 상장이 가능해졌다. 한화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긴 했지만 대한생명 주식 매각은 가능한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고 밝혔다.
확고한 인수 의지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을 되짚어보면 이런 자신감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한화 관계자들은 “김승연 회장의 강력한 인수 의지 및 리더십, 인수팀의 시의적절한 대응 전략, 상대 그룹의 ‘자살골’ 등이 어우러져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올 4월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참여를 공식 선언했을 때만 해도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경쟁 그룹에 비해 약체라고 평가한 때문이다. 포스코가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GS그룹과 두산그룹이 그 뒤를 이었다. 한화는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든 현대중공업과 함께 ‘2약(弱)’으로 분류됐다.
무엇보다 포스코는 자금 동원력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 ‘국민기업’이라는 명분도 있었다. 또 GS는 정유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두산 역시 풍부한 M&A 경험을 바탕으로 다크호스로 평가받았다. 다만 현대중공업은 경쟁 업체인 대우조선해양 기업 비밀을 들여다보기 위한 차원에서 인수전 참여를 선언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그러나 이때도 한화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김승연 회장의 인수 의지가 확고한 만큼 두고 보면 알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한편으론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후에는 그룹의 주력으로 키우겠다는 명분을 설파해나갔다.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을 향해서는 고용 승계 보장을 약속하면서 진지하게 접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