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과 육본 요직에 앉았던 장교들도 약속이라도 한 듯 동반 탈락했다. 합참에서는 윤광웅·김장수 전 장관의 인맥으로 분류되는 장경석(39기) 합동작전과장이 별을 못 달았다. 합동작전과장은 100% 진급되는 자리로 통해왔다. 장 대령은 윤 장관 재직시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유력한 진급자로 꼽히던 김종배(육사 36기) 합참 작전처장도 사단장에 진출하지 못했다. 김 준장은 노무현 정부 마지막 육군참모총장인 박흥렬씨 인맥으로 분류된다. 박씨가 총장을 할 때 비서실장을 지냈다.
합참 전력기획부장 정홍용(육사 33기) 소장도 별을 하나 더 붙이는 데 실패했다. 정 소장은 노무현 정부 초기 조영길 장관 밑에서 군사보좌관을 역임했다.
육본에서는 부재원(36기) 준장이 소장 진급을 못했다. 부 준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육본 인참부 선발관리실장으로 육군 인사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도 박흥렬 전 총장의 인맥으로 통한다. 박씨가 총장일 때 2군사령부 인사처장으로 근무했다.
청와대에 파견되는 장교들은 대체로 군내에서 유능하다고 인정받는 사람들이다. 이는 정권의 성격과 별 관계가 없다. 국방부 외의 부처도 같은 상황이기 때문. 부처의 ‘명예’가 걸려 있기 때문에 다들 ‘에이스’급을 내보내게 마련이다. ‘정치적 줄타기’로 입성하는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국방부와 합참 요직에 근무하는 장교들도 우수하기는 마찬가지다. 다들 진급 1순위로 꼽히고, 실제로도 그랬다. 대령이라면 1차로 별을 달았고, 준장은 어김없이 소장으로 올라갔다.
군 장교 진급은 통상 3차례 기회가 주어진다. 청와대와 국방부, 합참 요직 근무자들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1차로 진급하는 게 그간의 관례였다. 위에 거론된 장교들 중에는 이미 ‘정권 프리미엄’을 누린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여전히 유력한 진급대상자인 이들 중 상당수가 추풍낙엽이 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딱 한 사람, 예외가 있다. 청와대 파견근무를 했던 권오한(육사 39기) 대령이다. 권 대령은 이번에 별을 달았다.
국방부 측은 ‘노무현 군맥 죽이기’와 관련해 ‘신동아’ 질의에 대해 이렇게 답변했다.
“청와대나 국방부 요직, 혹은 특정직에 근무했다고 반드시 진급하지는 않는다. 전문성과 능력이 중요하다. ‘노무현 군맥 죽이기’라는 표현에 동의할 수 없다. 군인은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상부에서 가라니까 간 것이지 원해서 간 게 아니잖은가. 물론 군에서는 에이스급들을 내보냈지만. 하나회 해체 이후 더는 군맥이란 게 없다. 근무 인연이 있을 뿐이다.”
국방부 측은 “이승우 소장 보직인사에 이상희 장관이 개입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육본 장교)보직인사는 총장의 고유 권한”이라며 “장관은 총장에게 이 소장 인사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8월14일 계룡대를 순시한 이명박 대통령.
장종대(육사 32기) 육군훈련소장은 중장으로 진급하지 못한 채 교육사 교리발전부장으로 전보됐다.
박성우(육사 36기) 인사사령부 인사운영처장은 소장으로 진급했으나 한직인 종합행정학교장(종행교장)으로 발령 났다. 소장 1차 진급자가 사단장으로 진출하지 못한 것은 드문 경우다. 종행교장은 통상 사단장을 마치고 가는 자리로, 인사 특기 장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보직이다. 종행교가 인사업무가 아닌 일반 행정을 가르치는 부대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군 인사통 출신 예비역 장교는 “대외용 구색 갖추기 인사”라고 비판했다. 즉 인사 특기도 진급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진급은 시켰지만, 보직에서는 불이익을 줬다는 것이다. 전임자인 권용원(육사 31기) 종행교장은 이번에 전역했다.
육본 인사운영감실 통제과장 유성식(육사 39기) 대령도 별을 못 달았다. 요직으로 꼽히는 통제과장은 진급 1순위로 꼽힌다. 남재준 총장 시절 육본에서 진급 실무를 총괄한 유 대령은 장성진급비리수사 당시 군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인사 특기 중에 장성 진급자가 나오지 않은 건 아니다. 육사 38기 2명과 39기 1명이 별을 달았다. 하지만 내용 면에서 예전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