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차기’ 얘기에 대해선 손사래를 친다. 집권여당 최고위원 입장에서 정권 초기에 다음 정권을 운운하는 것은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별 의미도 없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언론에서 정 최고위원을 ‘차기’ 반열에 올려놓고 물을 때마다 그가 하는 말은 이런 내용이다. “우리가 등산을 할 때 산꼭대기만 보고 갈 수는 없고, 실제로 꼭대기가 잘 보이지도 않는다. 과정이 중요한데 그 과정을 가다 보면 정상에 갈 수도 있는 것이다.”(방송 인터뷰)
‘대권’에 대한 ‘의지’ 피력
정 최고위원의 보좌진에게 인터뷰 섭외를 했을 때도 돌아온 첫마디는 “대권 얘기를 묻겠다면 안 하겠다고 할 것”이었다. 그러나 11월10일 오후 국회도서관 5층 의원열람실에서 만난 정 최고위원은 ‘차기’와 관련한 질문에 조금 머뭇거리기는 했지만 굳이 에둘러 답변하지 않았다. 2시간여 진행된 인터뷰 말미엔 ‘의지’가 강하게 묻어나는 발언도 했다. 그의 한 측근은 “정 최고위원이 오늘처럼 차기 대권에 관해 구체적으로 많은 말을 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정 최고위원은 10월30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비치는 발언을 했다. 전날 치러진 10·29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연기군수 선거에 낙선한 것을 두고서다. “우리 당 연기군수 후보가 당선되지 못했는데, 돌이켜 보면 과연 최선을 다했는지 아쉽다. 물론 열심히 한다고 무조건 당선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렇게 하는 게 공당의 의무가 아닌가 생각한다.” 선거 막판 당 지도부는 박 전 대표에게 긴급 지원유세를 요청했지만 박 전 대표 측은 국정감사 일정 등을 이유로 고사한 바 있다.
▼ 박 전 대표를 염두에 둔 발언이란 얘기도 나오던데요.
“꼭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건 아니지만…. 박 전 대표가 갔으면 분명히 도움이 됐겠죠. 박희태 대표가 두어 번 다녀왔는데, ‘후보 유세차량에 박근혜 전 대표 사진은 두 개나 붙어 있는데 내 사진은 없더라’고 웃으면서 말하더군요. 그래서 저희들끼리 앉아서 ‘박 전 대표가 갔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얘기를 한 적 있어요.”
▼ 박 전 대표가 지원유세를 왜 거부했을까요.
“그건 제가 잘 모르죠.”
▼ 박 전 대표와는 장충초등학교 동기동창이고, 이전에는 함께 테니스도 치셨다던데요.
“전엔 그랬는데, 박 전 대표께서 수년 전 어깨를 다쳤다던가? 그때부터는 안 쳤어요. 저도 2년 전 겨울에 등산을 하다 넘어져서 어깨를 조금 다쳤는데 그래도 테니스 치는 데는 문제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