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호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외국인 투자 유치 위해 찬밥 더운 밥 가릴 때 아니다”

  • 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8-12-05 14: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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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서 이탈하는 외화 줄고, 4/4분기 경상수지 흑자 예상”
    • “국제 경쟁력 지닌 의료산업, 규제 풀어 중점 육성해야”
    • “2009년 성장률 4%대 목표… 좋은 정책 찾아 5% 안팎 가능토록 노력”
    • “토지이용규제가 투자의 최대 걸림돌 …규제 완화로 외자 유치해야”
    • “재정부 vs 한은 갈등 깊지 않다”
    • “한미 FTA 이익 균형 맞기 때문에 지금 바로 비준해야”
    • “신자유주의 국내선 아직 유효”
    • “가장 큰 문제는 빠른 실업 증가, 일자리 창출 능력 약화”
    • “농업, 서비스산업 경쟁력 살리기 위해 투자 유치해야”
    • 환경부, 선진국보다 앞서나간 환경규제들 손질 중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사진 김형우 기자

    미국발(發)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경제위기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국내에선 이미 실물경제로 전이된 양상이다. 내수 부진으로 인한 경기 저하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41위인 신성건설이 자금난에 빠져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지엠대우가 2주간 조업 중단을 예고하는 등 경기침체의 다양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과 실직, 심각한 취업난도 예고되고 있다. 주가지수와 환율 지표 등은 국민을 심각한 ‘경제 피로 증후군’으로 내몰고 있다. 도대체 이 어두운 터널은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국민은 무거운 마음으로 경제정책 라인을 바라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전광우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박병원 경제수석비서관 등 이 나라 경제정책을 이끌어가는 이들이 일거에 한국 경제를 일으키는 ‘묘약(妙藥)’이라도 만들어주기를 기대한다.

    중소 출판사 K 사장(38)은 요즘 속이 새카맣다. 전반적인 출판시장 쇠락에다 환율이 올라 저작권 계약 로열티가 급등했고, 적기에 은행대출도 잘 되지 않아 출판사 운영이 크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K씨는 “언제쯤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라도 알면 어떻게 해서든 버텨보겠는데,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신동아’는 11월11일 K사장의 마음으로 박병원(56) 경제수석비서관을 만났다. 대통령과 경제부처 사이에서 경제정책을 조율하는 그는 매일 대통령의 ‘경제 손발’ 노릇을 하며 정신없이 바쁘면서도 신동아를 위해 시간을 내고, 한국 경제의 현 상황과 전망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박 수석은 이번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이탈하는 외화가 줄고 있고, 4/4분기 경상수지도 흑자가 예상된다. 국제 유동성 문제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며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다. 그러나 그는 “금융위기의 불똥이 실물경제로 튀고 있다.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 능력이 계속 약화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해 조만간 고용과 실업 문제가 주요 사회적 이슈로 등장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정책 당국 간의 조정이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상황이 긴박한 만큼 이견이 있어도 단기간에 합의에 도달하고 있다. 믿어달라”고 했다.



    ‘금융위기 회복 시간 걸릴 듯’

    박 수석은 또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성장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핵심 어젠다로 삼고 있다”며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특히 서비스산업, 농업 등의 영역에서 과감한 규제완화와 지원을 통해 부족한 역량을 외국에서 빌려오는 적극적인 투자유치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1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11월6일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산학정 정책과정’ 비공개 강연에서 들은 내용도 참고했다.

    ▼ 금융위기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해소될 것 같습니까.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이것이 우리 내부에서 시작된 일이라면 해결책을 쉽게 찾을 텐데 1차 원인이 외부에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소방서에도 불이 나서 불 끄러 오는 소방서가 없어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는 우리 집에 불이 났지요. 기아자동차로 대표되는 실물경제에서 부실이 발생했고 그 부실이 은행으로 전이됐습니다. 그러나 그때와 비교하면 우리 자체로는 아무런 일이 없는데 소방서에서 불이 나니 심리적으로 위축된 데다 세계적으로 외화 유동성이 고갈되다 보니 서로 달러 확보에 나서는 상황이 됐습니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에 물어봐도 그곳에서 확실한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미국 재무부도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공급하면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우리도 10년 전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공적자금을 써야 했습니다. 따라서 현재로선 자신 있게 언제 이 위기가 해소된다고 말하기가 힘듭니다.”

    ▼ 외환보유액이 2100억달러에 달한다고 하지만 외화 유동성에는 정말 문제가 없는지요?

    “외환보유액으로 지금 당장 막아야 하는 것이 외채 전체나 수입대금 전체가 아닙니다. 외국 채권도 회수하고, 한쪽으로 빚도 갚으면서 부족한 부분만 메우면 되거든요. 경상수지에서 상품수지와 서비스 수지의 적자는 한 달에 많아야 몇십억 달러입니다. 문제는 자본수지입니다. 외국인들이 유동성이 부족해지니 손익을 불문하고 주식과 채권을 팔고, 달러를 확보하는 일이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결국 경상수지에서 흑자 낸 것으로도 메울 수 없고, 외환보유액을 계속 까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상태가 오래 계속되어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들면 그 자체가 또 하나의 불안요인이 됩니다.

    최근 추이를 보면 주식시장에서 외국 투자자들이 하루 평균 2000억원어치를 팔고 나갔습니다. 한 달 거래일을 20일로 보면 4조원대입니다. 이 정도라면 2100억달러 외환보유액으로 수십개월을 버틸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이미 10월에는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섰고, 4/4분기 전체로도 흑자가 예상됩니다. 또 원자재 가격도 많이 떨어졌고, 원유도 지난해 수준보다 더 떨어졌습니다. 올해 초 고유가 상황으로 400억달러 이상 추가 지출이 불가피했는데, 원유가가 지난해 수준에 머문다면 그만큼 남게 되는 겁니다. 따라서 유동성 위기는 넘겼다고 보고 있습니다.”

    ▼ 경상수지에서 흑자가 난다 해도 큰 폭으로 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비정상적인 환율상승 등 금융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다른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인지요.

    “물론 자본수지에서의 적자를 경상수지 흑자로만 막을 수는 없습니다. 우선 경제에 대한 전망이 좋아져 외환이 덜 빠져나가게 해야 합니다만, 더 근본적인 대책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투자하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알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일이지만, 금융투자라는 것은 언제든 외부 사정에 따라 일시에 빠져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물투자, 즉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외국인 투자유치는 내국인 투자 활성화와 다를 게 없습니다. 토지이용규제나 수도권규제 합리화 등 여러 가지 제도개선을 통해 투자유치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들을 제거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물투자는 빠져나가려면 굉장히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실물경제와 연결돼 있는 이런 근본적 노력들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패닉 빠지면 백약 무효’

    ▼ 한미 통화스와프로 확보한 300억달러는 언제 사용하게 됩니까?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돈은 환율 안정을 위해 국내 외환시장에 풀 수 없다는 단서가 붙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한미 통화스와프로 확보한 300억달러에 의존해야 할 필요성은 크지 않습니다. 통화스와프는 우리가 갖고 있는 외환을 사용하면서 여러 상황을 감안해 적절히 활용될 것입니다. 다만, 이번 한미통화스와프는 내년 4월 말까지 한시적인 것이므로 궁극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 등을 통해 외환보유액을 확대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많은 이가 지적하듯이 지금 ‘금융위기는 신뢰의 위기’입니다. 더욱이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신뢰도가 낮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시장에서 정부 정책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할는지요.

    “예를 들어 정부가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중소기업 현장에서 비올 때 우산 뺏어가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얘기하고 또 은행창구나 금융감독원을 통해 점검해도 혜택을 입은 사람은 입을 닫고, 혜택을 입지 못한 사람만 불만을 제기합니다. 이번에 중소기업 신속지원(패스트 트랙·Fast Track) 정책에서 기업을 A, B, C, D 등급으로 분류해 대응하기로 했는데요. 불만을 제기하는 기업만 목소리가 크고, 수긍하는 기업들은 가만히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부 정책은 전체 결과를 확인하고 판단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정책에 대한 신뢰성 문제는 시행된 뒤 그 효과를 보고 판단해야 되는데 그 사이에 발표된 정책이 실천에 옮겨지는 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 10월27일 한국은행이 0.75%p 금리를 인하했을 때 처음에는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많이 올랐고, 나중에는 다시 조정돼 주가가 조금 올랐지만, 다음날은 또 가라앉았습니다. 그러니까 정부 정책에 대해 시장이 거꾸로 반응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국내 주식, 외환시장이 외국인들의 반응에 의해 좌우됩니다.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그런 때가 팔고 떠나기 좋은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정부가 드디어 금리까지 인상하는 것을 보니까 외환보유액 갖고는 도저히 외환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백기를 드는 것이 아니냐라는 해석까지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정부의 액션에 대해 패닉에 빠진다면 백약이 무효입니다. 그런 현상들이 요즘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우리 시장은 우리가 지켜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좀 냉정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인위적 증시부양 안 해’

    ▼ 경제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특히 정책 당국 간의 조정(coordination)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특히 위기 상황에는 정책들 사이의 일관성이 핵심인데 조정의 부족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10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계 유동성 지원방안에 대해 서로 다른 말을 한 것이나, 9월 초 강 장관이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겠다”고 했을 때 이 총재는 “환율상승 압력이 커지게 된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것은 누가 봐도 엇박자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애초 서로 같은 생각만 갖고 있다면 재정부나 한국은행을 왜 분리해뒀겠습니까. 설령 이견이 있다 해도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조율하면서 하나의 결론을 내리는 게 중요합니다. 이제껏 재정부와 한국은행은 그렇게 해왔습니다. 지난 수십년간 재정부와 한국은행 간에 갈등이 어느 정도 있어온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상황이 긴박한 만큼 이견이 있어도 단기간에 합의에 도달하고, 또 어긋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경제인들은 같은 기준, 잣대로 경제를 평가합니다. 그래서 밖에서 보는 것처럼 심각한 인식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부처 간 이견에 대해 외부의 우려를 접하면 세상의 인식이 내부에서 돌아가는 상황보다 한 템포 느리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8월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참석키 위해 이명박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 박병원 경제수석, 정정길 대통령실장, 사공일 위원장 (왼쪽부터)이 이야기를 나누며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 최근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뒤 한은과 재정부가 공(功)을 다투는 것으로 비친 일화가 있었습니다. 10월29일 오후 재정부의 한 관리가 언론에 그 내용을 흘리자 이성태 총재가 이례적으로 다음날 아침 6시30분에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그리고 체결 사실을 미리 흘린 재경부 관리에 대해 한국은행 측이 그 관리를 교체해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이 알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대통령은 어떤 반응을 보이셨는지요?

    “위에서 설명한 대로 큰 차원에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 주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시장에 직접 개입할 생각이 있는지요.

    “특히 주식시장에는 개입할 경우 이유를 불문하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이들에게 좋은 일만 시킵니다. 여러 가지 애로 사항이 있는데, 아무튼 요즘엔 주가를 떠받치기 위해 많은 대가를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 지난 10월 말 국회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박 수석께서 “재정지출에서 경기활성화 효과가 제일 큰 것은 수입유발을 적게 하고 내수경기 활성화 효과가 큰 건설사업”이라며 건설경기 부양 방침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 경제는 건설이 GDP의 14~15%를 차지할 정도로 과도한 측면이 있어 한국 경제가 건설업에 ‘볼모’로 잡혀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건설경기 부양을 통해 경기를 활성화하려는 것은 단기적인 대책이 될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부정적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건설이라면 건축과 토목 등이 포함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도로 등 SOC 사업을 할 곳이 많습니다. 경북 북부나 강원 남부 지역엔 지금도 도로 여건이 좋지 않습니다.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SOC 투자를 훨씬 더 많이 해야 합니다. 그 다음, 미분양주택이 이렇게 많은데 또 주택건설이냐고 합니다. 이것은 두 달 전에 내놓은 중장기 주택 건설 공급대책과 연계해서 종합적으로 봐야 합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더 좋은 집으로 옮기려고 합니다. 모두가 한걸음씩 전진하기를 원한다는 말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주택 가운데 절반은 앞으로 10년 안에 새로 지어야 할 정도로 낡았습니다. 그런 업그레이드 수요를 크게 감안해야 합니다. 또 수도권 주택보급률은 95%, 서울은 90% 정도이므로 수도권과 서울은 아직도 주택의 절대량이 부족합니다. 지방에 일부 미분양주택이 있다 해도 국가적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보면 주택 건설 수요는 계속 있는 겁니다.”

    미분양 주택 15만채 넘어

    ▼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미분양 주택이 15만채 이상이라고 합니다.

    “주택 미분양 사태를 초래한 원인을 먼저 짚어봐야 합니다. 분양가상한제가 큰 요인입니다. 수요가 없는 곳에도 일단 땅을 확보해둔 곳이라면 이 규제를 피해가기 위해 건축을 한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엔 가구당 평균 인구가 2.8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당연히 소형주택 수요도 더 많아졌습니다. 특히 수도권은 그처럼 변하는 주택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것이 몇 년 누적되면 공급부족이 심각해져 다시 가격이 급등하게 될 겁니다. 그래서 주택 건설이나 SOC 투자확대 등은 결과적으로 꼭 필요한 상황입니다. 더욱이 건설과 건축 분야는 어려운 계층의 일자리와 직결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관련, 제2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로 유동성 위기가 우려됩니다.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지요.

    “부동산과 관련한 일련의 대책들이 유동성 지원 쪽에 초점을 많이 맞추고 있는 것은 바로 저축은행을 비롯한 금융 쪽으로 문제가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 실물경제에도 위기 징후가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부터 진짜 염려되는 것은 금융위기의 불똥이 얼마나 실물경제로 전이되느냐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실물경제의 위기는 전세계적 금융위기 전에도 이미 심각한 벽에 부딪혀 있었습니다. 경제정책 운용의 궁극적 목표는 소득수준을 올리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인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일자리 창출능력이 계속 약화되고 있는 것이 우리 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저는 이 얘기를 1998년 런던에 가서 유럽부흥개발은행 이사로 3년을 보내고, 2001년 귀국해서 당시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을 맡은 뒤부터 계속해왔습니다.”

    ▼ 고용불안, 일자리 창출 문제는 어떻게 대처해나갈 계획인지요.

    “우려가 많은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는 대책들에 대해 표면적인 것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중소기업이나 건설업계 지원 또는 투자 활성화를 위한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 등을 그 직접적인 수혜자만을 위한 대책이라고 받아들인다는 겁니다. 건설업계 지원책에 대해서는 업체가 비싼 값에 분양하니까 안 팔리는 건데 거기에 대해 지원을 해주면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국가의 모든 경제정책은 궁극적으로 고용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은 고용창출 이전에 기업들이 망해서 실업자가 생기는 것을 최소화해야 되는 상황입니다. 정부가 SOC 사업 등을 통해 만드는 일시적 일자리 외에 안정적 일자리(decent job)는 기업이 스스로 만드는 것이므로 기업의 투자 활성화 대책이 곧 고용을 의식한 정책이란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의료산업 지나친 규제’

    정부의 고용통계에 따르면 1992년 이후 15년 동안 제조업에서 10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제조업이 국제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임금이나 기술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국내 임금이 높아서 다수의 공장이 동남아나 중국으로 빠져나갔고, 국내에서 공장을 새로 짓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보다 없어지는 속도가 더 빨라져 연간 7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비슷한 숫자의 일자리가 농림어업에서도 사라졌다. 농림어업 제조업을 제외한 범서비스업과 건설업, 전기·가스·수도 공급업에서 연평균 42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지만 사라진 일자리를 빼고 나면 결과적으로 연간 30만개의 일자리가 생긴 셈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고용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여름에는 15만, 10월엔 9만7000명선으로 떨어졌다.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왼쪽에서 두 번째)이 10월26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긴급 경제장관회의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30만이라는 수치에도 거품이 끼어 있습니다. 소규모 음식점 소매점 등 독립자영업은 고용통계에 잡히긴 하지만 남에게 월급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30만개 일자리 가운데 약 30%가 그런 종류입니다. 물론 이 분야에서도 성공한 이가 있긴 합니다만 자신이 투자한 금액의 이자만큼도 벌지 못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지난 15년간 매년 30만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4% 수준의 실업률을 유지하면서 사태가 심각해지지 않았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 통계에 거품이 많습니다.”

    ▼ 이런 상황이 초래된 이유가 무엇입니까.

    “서비스업의 경쟁력이 총체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서비스업 가운데는 해운업과 항공업만이 경쟁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관광 레저 교육 의료 여행 등은 만성 적자입니다. 이게 모든 문제를 만들어냅니다. 지난해 해외 교육비로 50억달러를 썼고, 150억달러는 해외여행에 들어갔습니다. 국내 관광산업이 경쟁력이 없으니 국내보다 해외서 돈 쓰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오죽하면 골프채 때문에 비행기가 이륙에 실패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겠습니까. 그나마 IMF 체제 이후 개방해서 국제시장에 노출돼 조금 낫다는 금융이나 디자인 분야도 경쟁력이 부족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또 치·의과대나 한의대에는 오랫동안 우수한 인력의 쏠림현상이 심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의료 경쟁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어요. 중국 부자 10%만이라도 한국 의료시장에 관심을 갖는다면 우리는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겁니다. 그게 안 되는 이유는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놓은 장애요인 때문입니다. 의료산업의 지나친 규제 탓이라는 말입니다.”

    박 수석의 논리는 간단하다. 한국이 우수한 의료 인력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해외에 제대로 홍보가 돼 있지 않고 그만한 시설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의료 금융 디자인 같은 고급서비스업에는 항상 브랜드 가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국내에는 그런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즉 합작투자 같은 방식으로 대규모 병원을 지으려 해도 투자와 배당이 가능한 영리법인은 운영권을 가질 수 없다는 규제 탓에 불가능하다.

    토지 필지별 평균 5개 규제

    ▼ 투자 유치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입니까.

    “첫째 불합리한 토지이용규제가 문제입니다. 전국 필지별로 평균 다섯 개의 규제가 얽혀 있습니다. 예컨대 자연보전권역, 군사시설보호구역, 문화재보호구역 등으로 묶여 있는 겁니다. 땅값 상승의 원인도 이처럼 복수로 토지 이용 규제가 이뤄지고, 공급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관광 레저 스포츠 등 서비스 산업은 특히 땅을 많이 필요로 합니다. 이천 지역에 투자자가 레고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하자, 수도권규제와 자연환경보전 때문에 할 수 없다고 거부했습니다. 투자유치는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세계적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간도 쓸개도 다 빼줘야 할 판인데,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투자만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니 뭐가 되겠습니까.”

    ▼ 외국의 일류 기업이 들어오면 같은 업종의 국내 기업 기반이 약해지지 않을까요.

    “한미 FTA에서 서비스업 개방이라는 의미는 서비스업 분야에 미국 기업들이 투자를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톱브랜드 업체가 국내에 앞다퉈 들어와 영세 업체들을 다 죽일 거라고 합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제가 보기에는 안 들어옵니다. 여러 가지 규제가 많고 사람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곳에 왜 들어오겠습니까.”

    ▼ 지난 9월 도시 근교의 그린벨트를 해제한 이유도 토지 공급을 늘려 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차원에서 진행된 겁니까.

    “그린벨트는 시내에 공원이나 녹지가 들어설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 부정적 효과도 낳았습니다. 땅이 필요하니 그린벨트 너머 지역의 녹지를 훼손하고 필요한 만큼 집과 공장을 지었습니다. 즉 그린벨트가 녹지의 훼손 위치만 바꿔놓았고, 통근 거리와 수송 거리만 늘려놓았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그린벨트 해제나 농지 훼손을 반대하는 이가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과연 그렇게 여유 만만한가요?

    더욱이 선진국보다 더 강한 환경규제도 문제입니다. 그래서 환경부가 선진국보다 앞서 나간 규제들은 조정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우리나라 환경규제는 원천적으로 하지 말라는 과잉규제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 규제를 분류하는 작업을 환경부가 하고 있습니다. 이미 그린벨트가 아닌 것들을 중심으로 도시와 가까운 곳에 토지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입니다.”

    박 수석이 이처럼 규제 완화를 강조하는 것은 그것이 가장 근본적인 일자리 창출과 관련돼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금리 환율 세금 예산 등을 따지는 거시경제 정책은 단기 경기 변동을 조절하는 정도의 방편이고, 시간 벌기 수단이지 근본적인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과는 크게 상관없다”며 “몇조원대 SOC 사업을 벌여도 그 돈이 떨어지는 순간 일자리도 없어진다. ‘서스테이너블’(sustainable·지속적인)한 일자리는 오직 투자를 통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수도권 규제 완화 이익금 지방 이양’

    그러나 규제에는 양면성이 있다. 규제로 인해 득을 보는 이들도 있는 것이다. 이번 수도권 규제 합리화에 대한 반발이 예상보다 큰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한 수도권 규제 합리화 대책은 정부가 국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처리할 수 있는 차원에서, 즉 법이 아니라 시행령 정도 고치는 수준에서 진행된 것입니다. 수도권 공장 총량제 등 법을 고쳐야 하는 사안은 국회에 들고 가면 반발이 무척 심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찬밥 더운밥을 가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만간 법을 고쳐서라도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겁니다.”

    ▼ 수도권 규제 합리화에 따른 지방 지원책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11·3종합대책과 2009년 수정예산안에 지방지원을 위한 여러 가지 내용을 반영시켰습니다. 우선 SOC 추가 투자액 4조6000억원 가운데 90% 수준을 지방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계획입니다. 호남·경부고속철도, 동해안고속도로 등을 제때 완공하고, 새만금과 행복도시 등 지방의 성장거점 지역에 투자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 수도권 규제합리화에 따른 이익을 지방에 이양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내년 상반기에 지방재정조정제도를 개편할 때 세부 추진방안을 확정해서 2010년부터 시행할 계획입니다.”

    ▼ 미국이 FTA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특히 오바마 측이 대선 전에 FTA에서 자동차 부문의 추가협상 방안을 전달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대통령선거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 캠프에서 얼마나 여유가 많아서 한국에 와서 그런 것을 협의할 시간이 있었겠습니까. 미국은 어느 나라보다 관세율이 낮고 자기 나라 시장을 활짝 개방하고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개방 수준에 대해 불만을 제기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FTA는 분명히 서로의 이익이 균형 잡혀서 타결된 협상입니다. 오바마 대통령당선자가 우리에게 자동차 부문을 더 양보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나중의 일입니다. 그때 가서 서로 협상해서 고치더라도 일단은 타결된 사안이므로 현 단계에서 양국이 비준하는 게 옳습니다.”

    ▼ 한-EU FTA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마무리 단계에 와 있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면 파괴력이 무척 클 겁니다. EU도 미국도 경제규모가 큰 나라와는 아직 제대로 된 FTA를 안 했습니다. EU 안의 국가는 자기들끼리 FTA를 한 셈이나 마찬가지고요. 미국도 인접한 캐나다와 멕시코 외엔 대부분 정치적으로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이스라엘 등 작은 나라와 FTA를 실시했습니다. 우리가 미국, EU와 FTA를 체결하면 낮은 관세라는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기 때문에 수출 전망이 밝아질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인도와도 FTA를 교섭하는 등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차원에서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11월3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박병원 경제수석, 전광우 금융위원장(오른쪽부터)이 경기부양 종합대책발표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신자유주의 국내선 아직 유효’

    ▼ 정부의 시장개입을 강조하는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 미국은 앞으로 과거의 레이거노믹스식 경제정책을 대폭 수정해서 케인스주의나 루스벨트식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한국은 여전히 대처리즘, 레이거노믹스 등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 우위의 정책을 천명해왔고 앞으로도 별로 수정할 의지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경제 정책과 우리의 경제 정책이 마찰을 빚는 부분도 있을 텐데요.

    “신자유주의가 아무런 문제점이나 결함이 없는, 또는 시장경제가 아무런 문제나 결함이 없는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장경제주의자일수록 사실은 시장경제 메커니즘의 허점이나 약점, 보완해야 될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봅니다. 더욱이 저는 한 정부의 정책을 무슨 주의로 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규제가 아주 적고 개방된 나라이지만 우리는 아직도 ‘규제 천국’이고 어느 나라보다도 규제가 많은 편입니다. 사실 어떤 부분에서는 중국이 우리보다 더 개방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따라서 그 나라가 처한 상황에 따라 과제가 달라지는 것이지 미국이 규제나 감독을 강화한다고 해서 우리도 똑같이 규제를 강화한다는 것은 논리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 그런데 금융과 실물경제는 구분해서 봐야 하지 않을까요. 왜냐 하면 실물 쪽에서는 금방 지적하신 대로 규제가 완화될수록 투자가 활성화되지만 금융 쪽은 감독을 제대로 해야 모럴 해저드를 막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ㆍKnock-In, Knock-Out)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 금융기관이 원칙에 따라 경영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현재의 전세계적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미국이니까 미국 금융의 실패에서 그런 반성이나 지적이 당연히 나오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규제와 감독, 그리고 리스크 관리를 구분해서 생각하면 좋겠어요. 미국이 규제를 너무 완화한 부분도 일부 있겠지요. 그러나 개별 회사나 새로운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어낸 사람이 더 철저히 관리하고, 또 국가 단위에서 감독을 철저히 했더라면 이런 결과가 안 나올 수도 있었다고 봅니다. 비유하자면, 물에 빠질까 봐 겁이 나서 물가에는 절대로 안 간다면 영원히 헤엄은 못 치게 됩니다. 최신 금융상품은 위험하니까 규제해서 아예 하지 못하게 한다면 어떻게 발전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리스크 관리와 감독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찬성하지만, 규제는 아직도 우리가 더 풀어야 될 입장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민영화 앞둔 산은에 1조원 출자

    ▼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이 표류해왔습니다. 어떤 대안을 생각하고 계십니까(이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은 11월13일 당정협의를 갖고 “민영화 일정은 늦추더라도 민영화 관련 법안은 올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금융위기가 진행 중이므로 관련법 통과 후 지분매각 시기 등은 금융시장 안정 등을 봐가며 탄력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 이번에 산은에 정책금융 수행을 위해 1조원을 출자하는 데 대해 일각에서 정부의 민영화 방침과 상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증자는 산은을 통해 정책금융을 강화하는 것으로 민영화 추진과는 상충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오히려 민영화가 추진돼 중소기업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는 한국개발펀드(KDF)가 신설될 경우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즉, 보증지원과 더불어 KDF를 통해 유동성을 직접 공급해나갈 경우 현재 중소기업 대출에 소극적인 은행들의 태도를 바꾸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 많은 국민이 자기 소득이나 고용 등과 관련해 내년도 경제성장률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국내 전문기관들은 대체로 3%대 정도로 보는 데에 비해서 일부 외국기관들은 3% 아래로 보는데 낙관·비관의 시각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3%라는 수치는 단순히 경제분석의 툴(tool)만으로 전망한 것입니다. 정부는 거기에 만족하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경기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려 합니다. 그런 노력이 내년도 예산안에 담겨 있습니다. 4조6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고, 14조원 규모의 추가지원을 요청하는 수정예산을 또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또 한국은행이 과거에 비해서는 굉장히 기민하게 대응해서 한 달 사이에 기준금리를 1.25%p나 내렸습니다. 이것은 가계나 중소기업에 금리부담을 덜어주고 경기를 활성화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또 제도개선을 통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수도권에 공장을 짓기가 어려웠지만 그게 가능해졌습니다. 또 기업들이 지방에서 활동하기 좋게 SOC 시설들을 보강해주는 것 등을 감안해서 정부는 4% 성장률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또 앞으로 부작용이 적은 좋은 정책 수단들을 찾아내면 5% 안팎까지도 가능하도록 노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서울대서 ‘국난극복상’ 받아

    작고 단단한 체구에 항상 웃는 상(相)인 박 수석은 매사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다. 야생화와 식물에 대해 조예가 깊고, 식물 사진을 촬영하는 게 취미로 알려져 있다. 1952년 부산에서 태어나 경기고,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워싱턴대 경제학, 서울대 국제법·경영과학 석사를 마쳤으며 1975년부터 경제기획원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EBRD 파견근무, 조지워싱턴대 연수, 재경부 경제정책국장, 차관보, 차관을 지냈다. 2007년부터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미래에의 도전’이 있다.

    박 수석은 노무현 정권 때 재경부 차관을 지냈지만 경제 철학이 다른 이명박 정권에서 경제수석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MB 측근들에게서 박 수석이 “MB노믹스를 실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왔다. 그럼에도 그는 경제관료 경험과 정책 경륜이 높은 점수를 받아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수석은 수석이 되기 전에는 이 대통령과 직접 대면해서 얘기를 나눠본 적도 없는 사이지만 지금은 신임을 얻고 있다.

    경제 라인이 미국발 경제위기에 대처하면서 은행에 대한 지급보증이나 금리인하 등 주요 카드를 끄집어낼 때 다른 나라에 비해 한발 늦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 주도세력들의 비난을 듣기도 했지만, 박 수석은 큰 실책 없이 무난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래선지 항간에는 그의 차기 재정부 장관 등용설까지 돌고 있다.

    박 수석은 지난 7월15일 서울대 인문학 최고지도자 과정을 수료했다. 당시 청와대에 갓 입성한 뒤라 대학 측은 겉으로는 1학기를 성실히 공부했다는 뜻으로, 또 한편으로는 한국 경제를 살려달라는 바람의 뜻으로 ‘국난극복상’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함께 했던 이들이 “아주 적절한 상을 내려서 적절한 임무를 부여했다”는 평을 했다고 한다. 그 일화를 끄집어내자 박 수석은 “그때만 해도 경제가 이렇게까지 어려워질 줄은 몰랐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열심히 하겠다. 정부를 믿고 따라와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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