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단독 인터뷰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외국인 투자 유치 위해 찬밥 더운 밥 가릴 때 아니다”

  • 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2/7
▼ 금융위기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해소될 것 같습니까.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이것이 우리 내부에서 시작된 일이라면 해결책을 쉽게 찾을 텐데 1차 원인이 외부에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소방서에도 불이 나서 불 끄러 오는 소방서가 없어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는 우리 집에 불이 났지요. 기아자동차로 대표되는 실물경제에서 부실이 발생했고 그 부실이 은행으로 전이됐습니다. 그러나 그때와 비교하면 우리 자체로는 아무런 일이 없는데 소방서에서 불이 나니 심리적으로 위축된 데다 세계적으로 외화 유동성이 고갈되다 보니 서로 달러 확보에 나서는 상황이 됐습니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에 물어봐도 그곳에서 확실한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미국 재무부도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공급하면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우리도 10년 전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공적자금을 써야 했습니다. 따라서 현재로선 자신 있게 언제 이 위기가 해소된다고 말하기가 힘듭니다.”

▼ 외환보유액이 2100억달러에 달한다고 하지만 외화 유동성에는 정말 문제가 없는지요?

“외환보유액으로 지금 당장 막아야 하는 것이 외채 전체나 수입대금 전체가 아닙니다. 외국 채권도 회수하고, 한쪽으로 빚도 갚으면서 부족한 부분만 메우면 되거든요. 경상수지에서 상품수지와 서비스 수지의 적자는 한 달에 많아야 몇십억 달러입니다. 문제는 자본수지입니다. 외국인들이 유동성이 부족해지니 손익을 불문하고 주식과 채권을 팔고, 달러를 확보하는 일이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결국 경상수지에서 흑자 낸 것으로도 메울 수 없고, 외환보유액을 계속 까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상태가 오래 계속되어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들면 그 자체가 또 하나의 불안요인이 됩니다.

최근 추이를 보면 주식시장에서 외국 투자자들이 하루 평균 2000억원어치를 팔고 나갔습니다. 한 달 거래일을 20일로 보면 4조원대입니다. 이 정도라면 2100억달러 외환보유액으로 수십개월을 버틸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이미 10월에는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섰고, 4/4분기 전체로도 흑자가 예상됩니다. 또 원자재 가격도 많이 떨어졌고, 원유도 지난해 수준보다 더 떨어졌습니다. 올해 초 고유가 상황으로 400억달러 이상 추가 지출이 불가피했는데, 원유가가 지난해 수준에 머문다면 그만큼 남게 되는 겁니다. 따라서 유동성 위기는 넘겼다고 보고 있습니다.”



▼ 경상수지에서 흑자가 난다 해도 큰 폭으로 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비정상적인 환율상승 등 금융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다른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인지요.

“물론 자본수지에서의 적자를 경상수지 흑자로만 막을 수는 없습니다. 우선 경제에 대한 전망이 좋아져 외환이 덜 빠져나가게 해야 합니다만, 더 근본적인 대책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투자하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알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일이지만, 금융투자라는 것은 언제든 외부 사정에 따라 일시에 빠져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물투자, 즉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외국인 투자유치는 내국인 투자 활성화와 다를 게 없습니다. 토지이용규제나 수도권규제 합리화 등 여러 가지 제도개선을 통해 투자유치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들을 제거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물투자는 빠져나가려면 굉장히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실물경제와 연결돼 있는 이런 근본적 노력들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패닉 빠지면 백약 무효’

▼ 한미 통화스와프로 확보한 300억달러는 언제 사용하게 됩니까?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돈은 환율 안정을 위해 국내 외환시장에 풀 수 없다는 단서가 붙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한미 통화스와프로 확보한 300억달러에 의존해야 할 필요성은 크지 않습니다. 통화스와프는 우리가 갖고 있는 외환을 사용하면서 여러 상황을 감안해 적절히 활용될 것입니다. 다만, 이번 한미통화스와프는 내년 4월 말까지 한시적인 것이므로 궁극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 등을 통해 외환보유액을 확대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많은 이가 지적하듯이 지금 ‘금융위기는 신뢰의 위기’입니다. 더욱이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신뢰도가 낮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시장에서 정부 정책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할는지요.

“예를 들어 정부가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중소기업 현장에서 비올 때 우산 뺏어가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얘기하고 또 은행창구나 금융감독원을 통해 점검해도 혜택을 입은 사람은 입을 닫고, 혜택을 입지 못한 사람만 불만을 제기합니다. 이번에 중소기업 신속지원(패스트 트랙·Fast Track) 정책에서 기업을 A, B, C, D 등급으로 분류해 대응하기로 했는데요. 불만을 제기하는 기업만 목소리가 크고, 수긍하는 기업들은 가만히 있습니다. 그러니까 정부 정책은 전체 결과를 확인하고 판단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정책에 대한 신뢰성 문제는 시행된 뒤 그 효과를 보고 판단해야 되는데 그 사이에 발표된 정책이 실천에 옮겨지는 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2/7
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목록 닫기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댓글 창 닫기

2021/08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