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아메바 경영</b><br>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우성주 옮김 예문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그룹 명예회장의 저서인 ‘아메바 경영’은 이런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회사가 성장해도 작은 기업의 민첩함과 유연함, 그리고 비용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는 해법을 담았다.
아메바는 단세포의 원생동물이다. 아무리 커도 고작 0.2mm에 불과하다. 형태가 일정하지 않으며 위족(僞足)으로 먹이를 흡수하면서 살아간다. 흐느적거리는 모습처럼 어떤 환경에도 금방 적응한다.
이나모리 회장은 기업의 덩치가 아무리 커도 아메바 경영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공정별 또는 제품별로 조직을 나누면 각 조직이 독립채산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교세라그룹과 계열사에 이 이론을 적용해서 큰 성과를 거뒀다.
각 단위조직, 즉 아메바 조직의 리더는 경영자 의식을 갖게 된다. 기업이 커지더라도 창업 초기처럼 업무에 전력투구한다. 아메바 경영을 처음 도입한 교세라그룹에는 3000개가량의 아메바가 있다. 그 외에 일본에는 3000개 이상의 기업이 이 경영 시스템을 도입했다. 즉 이론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충분히 효능이 입증된 시스템이라 하겠다.
그러나 아메바 경영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몇 가지의 전제조건을 갖춰야 성공할 수 있다. 아메바 경영을 도입하기 전 우선 이나모리 회장의 충고에 귀를 기울여보자.
“아메바 경영은 단순한 경영 노하우가 아니다. 단순한 경영 노하우는 방법이나 순서만 배우면 된다. 하지만 아메바 경영은 방식만 따라 해서는 제대로 그 기능을 하지 않는다. 아메바 경영은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회사 운용에 관련된 모든 제도와 깊게 관련된 종합적인 경영관리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메바 경영의 특성과 지향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한 뒤 활용을 고려해야 한다. 아메바 경영은 세 가지의 목표를 추구한다. 시장과 직결된 부문별 채산제도를 확립하고, 경영자 의식을 가진 인재를 육성하며, 전원참가 경영을 실현한다는 게 그것이다.
▼ Abstract
이 책은 모두 5개 장으로 구성됐다. 아메바 경영의 탄생 배경에 대해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원 수가 100명일 때까지는 혼자서 관리할 수 있었다. 그러니 회사가 커져도 조직을 작은 조직으로 나누면 어떨까. 리더 혼자서 100명을 관리하기는 힘들지만 20,30명의 소집단은 맡을 수 있지 않은가. 그들에게 소집단 리더 역할을 맡겨 조직을 관리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성장하는 회사 경영자는 조직 관리에 대한 어려움에 맞닥뜨린다. 아메바 경영은 그들에게 실용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조직을 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단위로 나누고, 그 조직마다 리더를 두면 최상의 성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핵심적인 도구나 수단이 있어야 한다. 저자는 ‘시간당 채산표’라는 결산서가 그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채산표는 매출 항목을 만들고 그 아래에 필요한 경비 항목을 열거하는 식으로 구성된다. 두 항목의 차이를 집계하면 전체적인 채산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단위조직의 리더는 늘 채산표를 분석하고 그것을 직원들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러면 사원들은 경영자의 마음으로 부가가치를 최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아메바 경영은 어떻게 운영되는 것일까.
파인세라믹스를 생산하는 제조공장의 예를 들면 이해가 쉽다. 제조공정은 원료 구입부터 가공까지 여러 단계를 거친다. 각각의 공정은 하나의 단위조직이 다른 단위조직에 자신이 만든 상품을 판매하는 형식을 취한다. 원료 부문이 원료를 구매해서 성형 부문에 원료를 팔면 원료 부문에서는 판매가, 성형 부문에서는 구입이 발생한다. 하나의 기업에 속한 각각의 공정은 독자적인 채산제도로 운영된다. 기업 안에 여러 중소기업이 있는 셈이다.
각각의 단위조직은 최대의 매출과 최소의 비용을 위해 개선과 혁신을 강도 있게 추진하게 된다. 단위조직이 이렇게 움직이면 기업 전체도 큰 성과를 거두게 된다. 경영자는 어떤 조직이 돈을 벌고 있는지, 어떤 조직에서 손실이 발생하는지를 확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경영 현황이 숫자로 드러나기에 구성원들도 자신이 속한 단위조직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명확히 이해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교세라에서 출발한 아메바 경영 시스템의 줄기다.
이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누구든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그중 핵심은 앞서 말한 시간당 채산표다. 시간당 채산표는 각 아메바의 수입, 경비, 부가가치 등을 계산한 뒤 그 부가가치를 총 노동시간으로 나눠 시간당 부가가치를 계산한 것이다. 이 시간당 채산표를 활용하면 누구나 자신이 속한 아메바가 생산하는 부가가치를 간단히 파악할 수 있다.
2004년 11월22일 한국을 방문한 이나모리 가즈오 일본 교세라 명예회장(오른쪽)이 최태원 SK 회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나모리 회장은 아메바 경영으로 얻은 최고의 성과는 모든 구성원이 ‘나도 경영자의 한 사람이다’는 주인의식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주인의식은 모든 개선, 혁신, 창조의 원천이다. 주인의식이 없다면 조직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는 늘 궁색하게 마련이다. 이나모리 회장은 아메바 경영이 가져오는 개인 차원의 긍정적 변화를 이렇게 설명한다.
“일정시간 일하면 일정한 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소극적인 입장에서 아메바 구성원에 대한 보상을 책임진다는 적극적인 입장으로 바뀐다. 자기희생을 하더라도 경영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함께 경영책임을 질 공동경영자가 잇따라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교세라는 아메바 경영을 시작한 덕분에 공동경영자 역할을 할 리더를 다수 확보하게 됐다.”
▼ Impact of the book
언젠가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인 시오노 나나미가 대중을 설득하는 가장 좋은 방법에 대해 쓴 글을 읽었다. 그 글에 따르면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는 리더는 하나같이 “대중에게 숫자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하며 이를 토대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생한 손실, 상대적인 조직의 위치 등에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야 명쾌한 설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한 안철수 KAIST 교수는 사업을 그만두고 미국에서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적이 있다. 미국에 머무는 동안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소해 보이는 부분까지 ‘계량화한다(quantitify)’는 미국 경영의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경영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에 있다. 조직 규모가 커지면 인식의 격차가 발생한다. 각자의 상황, 직위, 직책에 따라서 같은 현상을 다르게 본다. 그렇다면 이들 사이에 공통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도구나 수단을 통일하는 방법뿐이다.
가장 멋진 방법은 매출에서 비용을 뺀 부가가치로 대화를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수치는 대화를 명쾌하게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 부가가치를 측정하는 대상은 사내 전체가 아니라 각 공정의 단위조직이어야 한다. 그러면 조직 내부의 구성원이 현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으며 자연히 분발해야 할 이유를 찾을 것이다.
▼ Impression of the book
이나모리 회장은 맨손으로 창업해 온갖 역경을 딛고 일본의 10대 부자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 소이치로와 더불어 ‘일본의 3대 기업인’으로 불린다. 그는 부가 축적되면서 자신의 안위만이 아니라 타인의 복리에 깊은 관심을 가진 경영자로도 유명하다. 1994년 이나모리 재단을 설립, ‘교토상’을 창설해 매년 인류 사회의 발전에 공적이 있는 사람에게 상을 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젊은이에게 사업하는 방법과 철학을 전수하기 위해서 ‘이나모리 학교’를 세웠다. 전국을 대상으로 창업에 관심이 있는 젊은이를 위한 각종 세미나도 활발히 열고 있다. 성공한 경영자인 동시에 인생 경영자로서 깊은 인상을 주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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