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호

눈이 번쩍 뜨일 ‘물건’으로 승부를 걸어라

  • 이주형 콜레오마케팅그룹 실장

    입력2008-12-08 14: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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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마케터와 경영자가 마케팅을 제품과 분리해서 생각하기 쉽다. 마케팅을 마치 제품에 가하는 그 무엇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세스 고딘은 ‘보랏빛 소가 온다’를 통해 마케팅이 곧 제품이고, 제품이 곧 마케팅이라고 주장한다. “마케팅은 이미 제품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기대했던 많은 독자는 마케팅의 기본으로 돌아가 우리가 마케터로서 하는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되돌아보라는 저자의 주장에 충격을 받았다.

    세스 고딘은 지루한 제품에 천문학적인 광고비를 쏟아 부어 인지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매출을 올리는 기존의 안일한 마케팅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광고는 죽었다”는 선언이다.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가 입소문의 대상이 될 만큼 리마커블하지 않으면 기업에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주장을 추상적으로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생생하게 설명함으로써 마케터와 경영자들 사이에 수많은 ‘퍼플 카우 마니아’를 만들어냈다.

    ▼ Abstract

    크리스피 크림 도넛, 미국의 신생 항공사 제트블루, 차세대 검색엔진 구글, 그리고 스타벅스까지. 이들의 마케팅 공통점은 무엇일까. 세계적 베스트셀러 ‘퍼미션 마케팅’의 저자 세스 고딘에 따르면, 이 네 가지 마케팅 성공 사례의 공통점은 이들이 모두 ‘퍼플 카우’(purple cow)라는 사실이다. 퍼플 카우란 딱 보는 순간 사람들의 시선을 확 잡아끄는,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 화젯거리가 되고 추천거리가 될 만한 그런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이른바 ‘퍼플 카우’ 콘셉트는, 저자 세스 고딘이 프랑스를 여행하는 도중에 떠오른 통찰력에서 비롯됐다. 저자는 프랑스의 그림 같은 초원을 따라 자동차 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수백마리의 소를 보고 처음에는 매우 아름답다고 느꼈다. 하지만 한참 동안 소 떼를 보고 있노라니, 어떤 소가 나타나도 식상해 보이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지겨워졌다. 이때 저자의 머릿속에 다음과 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저 평범한 소 떼 속에 갑자기 ‘보랏빛 소’가 나타난다면 어떨까. 그런 특이한 소를 보고 나면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해지지 않을까.

    과거 수십년 동안, 기업들은 적당히 쓸 만한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화려한 광고로 포장하는 전략을 활용해 엄청난 성공을 누려왔다. 이는 미국의 군산복합체에 비견할 만한 ‘TV-산업복합체’(TV-industrial complex)의 위력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아무리 광고, 선전으로 유혹해도 소비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제품이 사람들 눈앞에 있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지경’(invisibility)에 이른 것이다.

    이제 마케터에게 다른 대안은 없다. 이러한 절망적 시장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촉진(promotion) 등으로 구성된 기존의 마케팅 통합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고, ‘퍼플 카우 만들기’를 마케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저자는 이제 별로 이목도 끌지 못하는 광고는 중단하고, 광고에 쏟아 붓던 엄청난 돈을 창조적 연구개발과 제품혁신 과정에 투자하라고 말한다. 틈새시장을 노려 입소문을 퍼뜨리라고 강조한다. 그는 이 과정을 몇 단계로 설명한다.

    먼저 ‘스니저’(sneezer)가 대상이다. 이들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훌륭하다고 판단되면 친구·동료 등 주변에 적극적으로 권하고 아이디어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각계의 전문가 집단이다. 이들은 어느 시장에나 있다. 따라서 이들을 발견하고 끌어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든 사람을 위한 제품은 어떤 사람을 위한 제품도 못된다. 오늘날과 같은 거대시장에서 스니저는 무수한 선택의 가능성과 마주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을 위한 제품은 그 누구를 위한 제품도 되지 못한다.

    열성적 전파자 역할을 할 만한 잠재 소비자 집단을 발굴하고, 이들에게 화젯거리가 되고 추천거리가 될 만한, 한마디로 리마커블한 제품을 공급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효과적으로 주변 친구나 동료들에게 전파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와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 새로운 마케팅 환경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 About the author

    세스 고딘은 베스트셀러 ‘퍼미션 마케팅’(Permission Marketing)과 ‘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All Marketers Are Liars)의 저자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집에서 100마일이나 떨어진 한국 식당까지 손수 운전하고 가서 순두부찌개를 먹고 올 정도로 한국 음식의 열렬한 팬이기도 하다.

    그는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최초의 인터넷 다이렉트 마케팅 회사인 요요다인(Yoyodyne)을 설립해 AT&T를 비롯한 여러 대기업에 온라인 프로모션 기법을 전파했다. 1998년 이 회사를 야후!에 매각한 뒤 야후!의 다이렉트 마케팅 담당 부사장을 역임했으며, 2000년 초 회사를 떠나 현재는 집필과 강연에 전념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그를 “정보화시대 최고의 기업가”라고 평했으며, 회의 기획자들을 위한 세계적 권위지 ‘석세스풀 미팅’(Successful Meetings)은 ‘차세대의 명강사 21인’중 한 사람으로 그를 꼽기도 했다.

    저자의 홈페이지(www.sethgodin.com)를 방문하면 그의 다양한 저술 및 강연 활동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그의 블로그(sethgodin.typepad.com)는 전세계 마케터 및 경영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블로그 가운데 하나다.

    ▼ Impact of the book

    이 책은 2003년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마케팅 서적이자 같은 해에 출간된 모든 신간 도서 가운데 판매량 35위를 기록했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비즈니스위크’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2003년 아마존 ‘독자가 뽑은 최고의 책’ 48위에 선정되는 영예도 누렸다.

    세스 고딘이 저술한 10여 권의 책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 부수를 기록한 이 책은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퍼플 카우 마니아를 양산하며 ‘보랏빛 소 만들기’ 열풍을 일으켰다.

    새로운 마케팅 전략에 목말라 하던 마케터와 경영자들은 “마케팅을 한답시고 막판 눈가림으로 덕지덕지 바르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주목할 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리마커블 마케팅(remarkable marketing)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 Impression of the book

    세스 고딘은 “위험한 길이 오히려 안전한 길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정말로 놀랄 만한 일을 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도록 하는 것”이 이 책을 쓰게 된 목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번역자이자 한글판 ‘보랏빛 소가 온다’의 마케팅을 책임졌던 사람으로서 항상 이 글귀를 마음에 두고 번역과 마케팅 업무에 임하고자 했다.

    그러나 안전한 길에 대한 유혹은 프로젝트 내내 필자를 괴롭혔다. 아마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마케팅 현장에서 퍼플 카우 정신을 실천하고자 할 때에도 이런 어려움에 숱하게 부닥쳤을 것이다.

    절대 다수의 독자가 기대 이상으로 이 책의 메시지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 독자는 별다른 메시지도 없는 208쪽(한글판 기준)짜리 책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특히 퍼플 카우 만들기의 ‘비법’을 기대했던 독자는 뒤이어 나온 ‘보랏빛 소가 온다 2’도 그 갈증을 충분히 해소시켜주지 못했다고 불평했다.

    세스 고딘이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매번 퍼플 카우를 창조할 수 있는, 바보라도 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이 아니라 “제품을 리마커블하게 만들어주는 극단(edges)을 발견하기 위해 조직들이 사용하는 과정(process)”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Tips for further study

    눈이 번쩍 뜨일 ‘물건’으로       승부를 걸어라
    세스 고딘의 리마커블 마케팅 전략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저자의 후속작 가운데 ‘보랏빛 소가 온다 2’(Free Prize Inside·안진환 옮김, 재인)와 ‘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안진환 옮김, 재인)를 읽어보기 바란다. 많은 독자가 ‘보랏빛 소가 온다’를 읽고 나서 리마커블한 그 무엇, 즉 보랏빛 소를 만들어야 한다는 세스 고딘의 주장에 공감했지만, 어떻게 보랏빛 소를 만들 수 있는지 그 방법론에 대해 많은 의문을 제기했다. ‘보랏빛 소가 온다 2’는 이에 대한 저자의 대답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전편이 워낙 강렬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인지 일부 독자는 실망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저자가 ‘보랏빛 소가 온다’ 본문에서 소개한 책 중에서 ‘캐즘 마케팅’(Crossing the Chasm)과 ‘티핑 포인트’(The Tipping Point, 맬컴 글래드웰 지음, 임옥희 옮김, 21세기북스)도 세스 고딘의 리마커블 마케팅을 이해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된다. 특히 ‘블링크’(Blink)의 저자이기도 한 맬컴 글래드웰이 쓴 ‘티핑 포인트’는 아이디어가 한 사람에게서 시작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퍼져나가는 과정을 명확하게 밝혀낸 역작이다.

    세스 고딘은 퍼플 카우 콘셉트를 말로만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책 ‘보랏빛 소가 온다’를 마케팅하는 과정에 적용해서 그 유용성을 몸소 증명해 보였다. 이 책은 2003년 5월 미국의 포트폴리오(Portfolio) 출판사에서 정식으로 출간되기 전에 이미 1만권이나 팔렸는데 거기에는 나름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당신은 보랏빛 우유 팩에 담긴 마케팅 서적을 본 적이 있는가?’ 저자는 자신의 홈페이지(sethgodin.com)와 경영잡지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 칼럼을 통해 이제껏 어디서도 보지 못한 유별난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했는데, 새로운 것에 목말라 있던 얼리 어답터족들은 보랏빛 우유 팩에 담긴 ‘퍼플 카우’ 1만권을 19일 만에 모두 사는 것으로 화답했다. 그것도 한 권이 아니라 열두 권씩만 살 수 있는 기상천외한 구매 조건을 수용하면서 말이다.

    아울러 ‘보랏빛 소가 온다’를 베스트셀러로 만든 입소문 마케팅의 숨은 주역들에 대해 알고 싶다면 ‘고객이 최고의 마케터다’(Grapevine, 데이브 볼터 지음, 이존기 옮김, 토네이도·사진)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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