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호

깎고 다듬은 범재, 열 천재 안 부럽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입력2008-12-08 15: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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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날의 지식기반 경제체제에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매킨지 컨설팅은 ‘탁월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것은 바로 인재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업문화와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모든 직원이 훌륭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깎고 다듬은 범재, 열 천재    안 부럽다

    <B>숨겨진 힘-사람</B><BR>찰스 오레일리·제프리 페퍼 지음 김병두 옮김 김영사<BR>원제:Hidden Value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우리나라에도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가 산업 전체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경기가 침체되면 기업들은 보통 제일 먼저 기구 축소와 감원을 추진한다. 평소에는 인재 제일주의를 표방하고, 멋진 비전을 제시해 직원을 채용하고, 회사와 운명을 같이하자며 애사심을 강조하던 많은 기업이 상황이 어려워지면 감원부터 생각하는 것이다.

    스탠퍼드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조직행동론을 강의하는 찰스 오레일리와 제프리 페퍼 교수는 공동으로 저술한 ‘숨겨진 힘-사람’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직원 개개인의 숨은 가치를 발견하고 계발해 그들이 자신의 자질과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인재 경영과 관련해 기업은 성과 제일주의와 차별화를 위한 경쟁 전략 위주의 경영을 전개한다. 이 책은 그런 흐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직원 각자가 업무를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행복을 추구하도록 배려하는 인간 중심 경영이야말로 성공으로 가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인간 중심 경영을 바탕으로 탁월한 성과를 이끌어낸 7개 기업의 생생한 사례를 들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 Abstract

    이들 7개 기업의 성공 사례를 간단히 살펴보자.



    ▲사우스웨스트 항공 - 성공의 비결은 단순하다. 그러나 모방은 어렵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단 4대의 비행기로 출발, 30년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미국 굴지의 대형 항공사로 성장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성공 비결은 일에 대한 즐거움, 가족적 분위기, 그리고 고객뿐 아니라 직원의 만족까지 강조하는 독특한 기업문화로 알려졌다. 1998년에는 ‘포춘’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성공에 대해 우리는 두 가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첫째, 왜 경쟁 업체들은 이미 알려진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단순한 성공 비결을 똑같이 사용하지 못했나 하는 점이다. 실제로 사우스웨스트를 따라 한 항공사는 신생이든 메이저 항공사든 모두 실패했다. 둘째,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오랫동안 뛰어난 성과를 지속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이 의문에 대해 허브 켈러허 사장은 이렇게 답한다. “경쟁업체들은 비행기나 그 밖의 하드웨어적인 요소는 모방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직원들의 적극적인 태도는 누구도 모방할 수 없다.”

    ▲맨즈웨어하우스 - 사양 산업에서 이룩한 놀라운 성장

    1995~1999년 맞춤 신사복업계의 최대 할인 유통업체인 맨즈웨어하우스의 매출은 연간 26% 증가하고 순이익은 29% 증가했다. 사양 산업으로 인식되는 의류업계에서 맨즈웨어하우스가 성공을 거둔 비결은 무엇일까.

    짐머 사장은 “우리 사업은 의류 사업이 아니라 사람 중심 사업이다”라고 강조한다. 회사의 목표는 직원들이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자신과 동료가 모두 최대한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잠재력 발휘는 단순히 옷 판매와 관련된 문제가 아니다. 개인 능력을 발전시키고 가정에서는 더 좋은 배우자, 더 좋은 부모가 되는 것까지 포함한다.

    맨즈웨어하우스의 사훈은 짐머 사장의 이 철학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매출을 극대화하고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며 최상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우리 자신도 즐겁게 일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는 창의성을 계발하고, 회사와 함께 발전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며, 지역 사회에도 적극적으로 기여할 뿐 아니라 자아실현에도 최선을 다하는 것을 말한다.”

    ▲뉴 유나이티드 모터스 매뉴팩처링 - 의식과 시스템의 혁명

    지금까지 성공을 거두지 못한 기업도 인간 중심 경영 방식과 기업문화를 도입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이런 점에서 뉴 유나이티드 모터스 매뉴팩처링은 흥미롭다. 이 기업은 제너럴 모터스(GM)가 운영하다가 폐쇄한 캘리포니아의 한 공장 직원들을 해고한 뒤 도요타 합작으로 설립됐다. 이 회사는 해고 근로자들을 그대로 흡수했다.

    GM은 1983년부터 품질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해 8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왔다. 그러나 이런 천문학적인 투자에도 1998년 GM에서 최고의 생산성을 기록한 공장들조차 뉴 유나이티드보다 40%나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뉴 유나이티드가 GM을 능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 비결은 기술이나 직원들의 능력 차이가 아니다. 뉴 유나이티드가 추구하는 상호 신뢰, 존중 등의 가치와 이런 가치를 실제 경영방식에 적용하는 일관성이 경쟁력이 됐다. 그렇다면 왜 GM이나 다른 기업은 뉴 유나이티드의 방식을 모방하지 않았을까. 그것은 직원들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이 달랐기 때문이다. 뉴 유나이티드 경영진은 직원들이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갖고 능동적으로 회사에 기여하기를 원한다고 믿었다.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경영진은 직원들의 잠재력을 계발하고 활용하려면 그에 따른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고 판단, 이를 실행에 옮겼다. 이런 차이를 외면한 채 시스템의 모방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경영의 밑바탕에 깔린 이런 가치가 뉴 유나이티드가 성공한 핵심 배경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시스코시스템스의 기업문화도 주목할 만하다. 시스코시스템스는 신바람 나는 직장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직원들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려 노력하고 창의력을 가로막는 요소를 하나하나 제거해나갔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성공한 기업들은 인재 전쟁의 승리를 통해서가 아니라 기존의 인력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함으로써 탁월한 성과를 이뤄냈다. 이 책은 이들 기업의 밑바탕에는 다음의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 각 기업은 명확하고 확고한 가치를 가지고 있고, 전사적으로 공유된 이 가치는 핵심 역량의 토대가 됐다. 둘째, 핵심 가치 실현을 위한 이들 기업의 인간 중심 경영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일관성을 지니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들 기업의 창업자, 최고경영자, 임원진은 리더로서 기업 가치를 유지하고 기업의 모든 구성원이 이를 현실화해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

    뉴 유나이티드 모터스 매뉴팩처링과 GM의 비교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이 직원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 기업의 사명과 가치관, 경영철학, 고객 서비스, 그리고 궁극적으로 기업의 성과가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 있다. 직원을 단순한 도구나 자원이 아닌 감성을 가진 인간으로 바라볼 때, 그리고 그들 안에 내재된 숨은 가치를 발견하고자 할 때 즐겁고 활력 넘치는 기업문화가 형성된다. 당연히 이런 문화는 탁월한 성과로 이어진다.

    ▼ About the author

    찰스 오레일리는 텍사스 주립대학교를 졸업한 뒤 UC 버클리에서 MBA를 취득한 후 조직행동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인적자원 및 조직행동론을 강의하는 한편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초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제프리 페퍼는 카네기멜런대학교에서 학사·석사학위를 받은 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79년부터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조직행동론을 강의하고 있다. 일리노이대학교, UC 버클리에서 교수로 재직해왔으며,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초빙 교수로 강의를 했다.

    ▼ Impact of the book

    이 책은 최근 경영서들의 주장과 몇 가지 점에서 대비된다. 첫째, 우수 인재의 확보보다 기존 구성원들의 숨겨진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등 많은 경영서는 기업 경영에서 인재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수 인재의 확보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 책은 인간 중심 경영을 꾸준히 실천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관성 있는 인간 중심 경영으로 평범한 사람이 더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전략보다 가치를 더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많은 기업이 성과 향상을 위해 경쟁적 전략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 책은 가치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셋째, 직원을 통제하고 관리하기보다는 그들을 신뢰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Impression of the book

    이 책은 인간 중심 경영을 발판으로 성공을 지속하고 있는 기업들의 성장 과정, 핵심 가치와 기업문화, 경영 철학, 교육 체계와 인사 관리 및 복리후생 시스템 등을 상세하게 담고 있다. 아직도 직원을 실적 향상을 위한 단순한 도구나 자원쯤으로 생각하는 기업인이 있다면 반드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다만 비슷한 내용이 반복돼 아쉽다. 아울러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보완됐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冬

    Tips for further study

    깎고 다듬은 범재, 열 천재    안 부럽다
    인간 중심 경영의 성과는 잘 알려졌다. 감성 경영, 서번트 리더십 등을 주제로 한 저서가 많이 나온 덕분이다. 문제는 이를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제임스 쿠제스와 배리 포스너가 공동으로 저술한 ‘리더’(The Leadership Challenge, 김예리나 옮김, 크레듀)와 ‘격려의 힘’(Encouraging the Heart, 최주연 옮김, 에코리브르·사진)은 실행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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