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호

“병목 지점을 찾아라”

  • 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

    입력2008-12-08 15: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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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목 지점을 찾아라”

    <B>더 골(The Goal) </B><BR>엘리 골드렛 지음 김일운 외 옮김 동양문고

    1990년대 후반, 미국 경제는 일본에 밀리고 있었다. 특히 미국 내 제조업은 일본에 비해 효율성과 현금창출률이 한참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숙련된 노동자, 최첨단 기술력, MBA 출신의 경영자, 현장 경험이 풍부한 관리자가 있음에도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이 책의 주인공 알렉스 로고를 따라가다 보면, 조직 내 문제가 생기는 이유와 개인의 행동과 그 행동에 따르는 결과물 사이의 인과관계를 알 수 있다. 동시에 만성 신경 위장병을 앓는 제조업 현실에 TOC(Theory of Constraints·제약조건이론)를 접목시킴으로써, ‘효율성’의 그늘에 숨겨진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 여기서 TOC란 눈에 보이는 물리적 제약 및 눈에 보이지 않는 정책적 제약을 찾아 집중적으로 개선해 더 나은 경영으로 이끌어주는 경영 혁신 철학을 말한다.

    ▼ Abstract

    알렉스 로고는 유니코사의 베어링톤 공장장이다. 평소보다 이른 시각, 알렉스는 공장 사무실 내 주차장에서 낯익은 진홍색 벤츠를 발견한다. 본부장 빌 피치의 차였다. 최대 고객인 버키 번사이드 사장의 항의 전화를 받고 빌 피치가 직접 공장에 나타난 것이다. 빌 피치는 버키 번사이드 사장의 일에 불같이 화를 냈다. 그리고 그는 사업부 가운데 알렉스의 베어링톤 공장이 적자를 가장 많이 내고 있다며, 3개월 안에 변화가 없으면 공장 폐쇄를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알렉스는 난감했다. 도대체 이런 상황은 어디서 왔을까?

    “우리는 꽤 괜찮은 공장이다. 기술 노하우, 값비싼 자동수치제어기, 완벽한 로봇, 컴퓨터 시스템, 경력 10년 이상의 인력 시스템…인력, 기계, 필요한 원자재가 넘친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공과대학 출신에 MBA까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나의 능력이 부족한 탓일까?”



    알렉스는 가정 문제로도 골치가 아픈 참이었다. 알렉스의 고민은 학창 시절 은사인 요나 교수의 말을 들으면서 출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돈을 번다는 목표를 완벽하게 표현하는 지표들은 현금창출률, 재고, 운영비용으로 요약되네. 현금창출률은 조직이 판매를 통해 돈을 창출하는 비율, 재고는 조직에서 팔고자 하는 물품을 구매하는 데 투자한 총액, 운영비용은 조직이 재고를 현금창출로 전환시키기 위해 발생되는 총비용이라고 정의할 수 있지.”

    요나 교수가 전화로 설명한 바에 따르면 공장은 로봇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부품을 과잉생산함으로써 재고를 양산하고 있었던 셈. 그것은 돈을 번다는 기업의 목표에 반하는 것이었다. 이후 알렉스는 뉴욕 콘티넨탈 호텔 로비에서 드디어 요나 교수와 대면한다. 요나 교수는 지난 번 자신이 전화로 설명해준 세 가지 지표를 잘 관리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리고 알렉스에게 좀 더 근본적인 문제에 집중할 것을 권했다.

    “균형 잡힌 공장이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나? 이것은 본질적으로 서구 사회 전체의 모든 제조업 경영자가 추구하는 바일세. 시장의 수요와 생산능력을 맞추려는 것이지. 그러나 실제로 그런 공장은 없네. 놀라지 말게. 오히려 그런 공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수록 그만큼 파산에 가까워지기 때문이지. 자네 회사에서 인원을 감축했을 때 건진 거라고는 운영비용 개선 효과뿐이야. 우리가 말한 세 가지 지표 중 어느 하나라도 모자라면 목표로서의 가치를 상실한다는 점을 기억하게. 생산능력이 시장 수요에만 맞춰져 있을 경우, 현금창출률은 점점 감소하는 반면 재고는 천정부지로 치솟게 되지. 또한 재고량이 증가해 운영비용에 속하는 물류비용도 상승한다네. 애초에 의도했던 한 가지 지표인 운영비용조차 의도한 대로 절감하지 못하게 되는 걸세.”

    알렉스는 요나 교수의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요나 교수는 그 이유를 두 가지 복잡한 현상으로 설명했다. 사건의 종속성과 통계적 변동이 그것이었다. 사건의 종속성은 ‘후속 사건은 선행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고, 통계적 변동은 예측 가능한 정보와 그렇지 못한 정보의 차이라는 것이다. 요나 교수는 이 두 가지가 결합될 때 중대한 일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알렉스는 요나 교수의 말이 선뜻 이해되진 않았다. 알렉스가 요나 교수의 말을 이해한 것은 아들 데이빗과 함께 보이스카우트 자원봉사로 산행을 하면서였다. 그 과정은 이러했다.

    알렉스는 행군 속도를 시간당 2마일로 잡았다. 이 상태를 유지하면 5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문제는 뚱뚱한 대원, 허비라는 녀석이었다. 허비 때문에 허비를 포함한 뒤쪽의 대원들은 선두와 점점 멀어진 것이다. 뒤쪽의 대원들은 허비를 앞지르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결국 후미는 거의 달리다시피 하여 선두를 따라잡았다.

    선두 론은 알렉스의 지시대로 평균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대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왜 전체 인원이 론과 보조를 맞추지 못할까? 순간 알렉스의 머리에 섬광이 번쩍였다. 론의 속도가 전체의 속도를 결정짓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변수였다. 론보다 빠르게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대원도 론의 속도에 맞춰야 한다. 즉 평균 속도(선두인 론의 속도)보다 빨리 갈 수 없다는 ‘제약조건’ 아래, 속력이 제한되어 있어 앞사람의 통계적 변동치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문제는 변동의 평균치가 아니라 바로 변동의 축적이었다. 현재 대원들은 누적 시간만큼 목표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알렉스는 이번 산행과 공장을 비교했다. 대원들이 하나의 제품(=산행)을 생산한다고 가정했을 때 론은 자기 앞에 놓인 길을 소비함으로써 산행 과정을 처리하고 다음으로 데이빗,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다른 대원들이 과정을 처리한다. 이러한 절차에 따라 허비와 후미 대원들을 거쳐 최종 결과가 맨 후미의 내게 돌아온다. 즉 모두가 ‘종속적 사건’ 집합의 한 구성 요소가 되는 것이다. 이것을 공장 운영지표에 대입시키면, 맨 뒤에 선 알렉스는 최종 작업인 판매에 해당된다. 즉 알렉스가 산행을 마치고 나면 제품 하나가 판매되는 것이다. 여기서 발생되는 현금창출률은 론의 산행 속도가 아니라 알렉스의 속도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원자재를 소비하는 론과 제품이 판매되는 시점인 알렉스 사이에 존재하는 길은 재고량을 의미한다.

    이렇게 보니 대원 중 누가 얼마나 더 빨리 갈 수 있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선두가 빠르다고 해서 대열의 속도가 빨라지거나 현금창출률이 증가될 순 없다. “요나 교수가 말한 것이 바로 이거야!” 다음날 알렉스는 공장 내 병목/비병목 지점, 즉 허비를 급히 찾아 나섰고, 일감이 밀려 이발소에서 줄을 서듯 공정이 지지부진한 병목지점을 찾아냈다. 다음 문제는 ‘이렇게 한정된 설비를 가지고 어떻게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였다. 요나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힌트를 줬다.

    “알렉스, 모든 부품이 병목자원에서만 생산돼야 하는가? 동일 공정을 처리할 만한 다른 기계가 있으면 활용하고, 없다면 그런 설비를 갖춘 외주업체를 확보하는 것도 병목자원의 부하량을 덜어준다네.”

    새로운 시스템은 이후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속도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병목자원의 부하량을 줄이는 것!

    그 일부는 ‘즈메그마’라는 기계가 해결해줬다. 다른 지역 공장에서 폐기 처분할 기계를 운 좋게 운송비만 들여 공장으로 옮겨올 수 있었다. 기존 기계에 비해 성능은 비교할 바가 안 되지만, 공장의 다른 기계와 결합해 병목자원의 부하량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밖에도 부하량을 줄이는 여러 가지 좋은 아이디어가 나타났고 알렉스의 공장은 창사 이래 최고의 매출 기록을 세웠다.

    ▼ About the author

    이스라엘 물리학자인 엘리 엠 골드렛은 1948년에 출생했으며 TOC의 제창자로 널리 알려졌다. 공장을 경영하던 지인으로부터 생산 스케줄링 상담을 받고선 물리학 연구에서 얻은 발상과 지식을 구사해 해결법을 이끌어냈다. 이후 획기적인 생산 스케줄링 방법과 스케줄링 소프트 ‘OPT’를 개발했으며 그 기본 원리를 소설 형식으로 만든 이 책을 1984년 출간했다. 이후 TOC 연구와 교육을 추진하는 ‘아브라함 H 골드렛 연구소’를 설립, TOC를 단순한 생산관리 이론에서 새로운 회계 방법과 일반적인 문제 해결 방법으로 전개시켜 미국 생산관리에 큰 영향을 끼쳤다.

    ▼ Impact of the book

    이 책은 미국의 대기업 및 MBA 스쿨의 필독서로 지정됐다. 6000여 곳에 달하는 기업과 700개 이상의 경영대학이 교재로 채택한 초 베스트셀러다. 책에 나오는 스토리대로 실행하는 것만으로 성과를 거두는 공장이 속출했다.

    미국 외 기업의 급속한 경쟁력 향상이 두려워 17년 동안 출간이 금지됐다는 말도 있지만, 사실인지는 모른다. 다만 초판 발행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한국어로 번역 출간된 것을 보면 전혀 허무맹랑한 말이 아닐 수도 있다.

    ▼ Impression of the book

    생산관리 혁신과 TOC를 소설 형식으로 풀어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다만 단순한 생산관리 이론으로 제조업과 공장에는 적용이 가능하지만, 다른 산업군에도 똑같이 이 이론이 적용될 수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저자인 골드렛 박사 역시 이런 한계를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책 이후 ‘The Goal 2’를 출간했다. ‘The Goal’ 이후 골드렛 박사는 TOC를 단순한 생산관리 이론에서 여러 업계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의 해결에 응용할 수 있는 ‘사고 프로세스’로 발전시켰다. 새로운 문제에 부닥친 주인공 알렉스는 2권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다만 사고 프로세스 또한 그 원형이 ‘생산관리 이론’에서 나왔기 때문에 자재든 인력이든 병목자원을 줄이고 현금창출률을 높이는 데 집중돼 있다. 물리적 자재와 달리 인간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고려해볼 때, 이 책의 획일적인 접근 방식은 다소 무리일 수도 있다. 기계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Tips for further study

    “병목 지점을 찾아라”
    아래 책을 함께 읽기를 권한다.

    ▲‘It’s Not Luck’(엘리 골드렛 지음, 김일운 외 옮김, 동양문고)

    ▲‘한계를 넘어서’(엘리 골드랫 지음, 이정숙 옮김, 동양문고·사진)

    ▲‘신기술 도입의 함정’(엘리 골드렛 지음, 이정숙 외 옮김, 동양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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