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호

기업에도 영혼이 있다

  • 강경태 한국CEO연구소 소장

    입력2008-12-08 16: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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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에도 영혼이 있다

    <B>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B><BR>안철수 지음 김영사

    1995년 ‘별난 컴퓨터 의사 안철수’라는 책이 출간됐다. 그는 당시 백신프로그램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었다. 불확실한 미래였지만, 인생의 전환점에서 열심히 걸어온 삶의 궤적을 정리한 책이었다.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는 이후 6년 동안 CEO로서 살아온 이야기를 담았다.

    천신만고 끝에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한 그는 경영공부를 위해 미국 유학을 다녀왔다. 그 후 과로로 쓰러져 병실에서 외환위기를 맞은 그는 회사를 국내 보안업체로는 최초로 매출액 100억원을 돌파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렇게 백신회사에서 통합보안회사로, 작은 조직에서 큰 조직으로, 비상장회사에서 상장회사로, 국내기업에서 글로벌기업으로 변화하는 여정을 담은 이 책에는 안철수의 경험, 공부,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지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책의 백미는 ‘영혼이 있는 기업 만들기’의 ‘핵심가치’에 대한 내용이다. 그는 “기업도 인간처럼 살아 있는 유기체이며 따라서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 생명력이 있다”고 강조한다. 이 가치관의 유무에 따라 영혼이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이 구분된다. 핵심가치는 기업의 존재 이유고, 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초심을 일깨우고자 하는 경영자에게, 그리고 벤처 경영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유용한 처방전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Abstract

    이 책은 1995년부터 2001년까지 6년간의 안철수연구소 경영 여정, 영혼이 있는 기업을 만들기 위한 핵심가치 소개, CEO의 역할과 고민, 경영자 및 창업자를 위한 벤처클리닉, 개인적인 단상을 모아 소개하고 있다. 그의 인간적 면모를 따라가보자.



    ▲평생공부

    그는 공부는 할수록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백번 공감 가는 얘기다. 자만을 경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부하는 자세를 잃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공부를 통해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는지, 또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뼈저리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교과서대로 하기(기본을 충실히 하기)

    사회생활은 교과서대로 하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그는 여기에 찬성하지 않는다. 교과서와 책은 지혜와 행동의 기준을 얻는 데 가장 효과적인 도구라고 말한다.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과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그룹 명예회장도 그들의 저서에서 “교과서에서 얘기하는 ‘거짓말하지 않기, 남에게 피해 주지 않기, 정직하게 행동하기, 욕심 부리지 않기’ 등 단순한 규범을 경영지침에 그대로 적용해 판단기준으로 삼았다”라고 적었다.

    ▲남을 이해하는 마음

    그는 자라면서 책을 많이 읽었는데, 특히 소설을 통해서 다른 성격을 가진 인물을 다수 만났다. 그러면서 세상에 다양한 사람과 삶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이런 학습으로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일방적인 단정을 경계하게 됐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자세를 가지게 된 것이다.

    ▲타인에게 피해 안 주기

    그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행동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며 발전을 가로막는다. 고객에게 절대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경영적 가치관도 이런 맥락에서 세우게 됐다.

    ▲상대방의 말 경청하기

    목소리를 높여 자신의 주장만을 되풀이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양쪽 모두 손해가 된다. 그래서 상대방의 얘기를 먼저 들어주는 자세가 중요하다. 경영에서도 경청은 자기집착과 편견을 막아주는 좋은 도구이자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만드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최선을 다하기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든 늘 최선을 다하고 살아야 한다는 게 부모님의 큰 가르침이었다고 한다.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탓하지 않아야 상황이 바뀌더라도 열심히 생활할 수 있으며, 상황이 좋아지면 더 크게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런 태도로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게 됐다고 말한다.

    기업에도 영혼이 있다

    안철수 KAIST 석좌교수.

    ▲방심을 경계함

    직원들에게 과거의 성공은 미래의 실패를 불러올 수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과거의 업적에 자족하는 순간 실패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늘 진지하게 긴장을 유지하면 미처 보지 못했던 문제까지 보게 된다고 충고한다.

    ▲몰입

    그는 집중력 하나는 자신 있다고 말한다. 집중을 하면 천둥이 쳐도 안 들린다고 할 정도로 무아지경에 빠지는 스타일이다. 이런 집중력은 회사의 생존 전략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장기적으로 생각하기

    순간적인 영감이 문제 해결의 단서가 될 때가 있다. 하지만 지혜로운 해결책은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차근차근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온다.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기보다 길게 봤을 때 옳은 쪽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 판단에 따라 차근차근 일을 진행하면 큰 성공이 따라온다.

    ▲원칙 중심의 판단과 선택

    원칙을 기준으로 한 행동은 결국 질적인 성공을 보장한다. 원칙을 지키는 순간에는 크고 작은 피해를 볼 수 있지만 만사가 순조로울 때 원칙을 지키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원칙의 힘은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다. 스티븐 코비 박사의 말처럼 원칙은 수시로 변경 가능한 지도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든 항상 정북을 가리키는 나침반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 About the author

    필자가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매월 CEO와 명사를 초청해 강연 형식의 정기모임을 갖는다. 2년 동안 노력을 기울인 끝에 강연 승낙을 받고 2005년 3월 그와 대면했다. 그의 첫인상은 수줍음 많은 소년 같았다.

    그는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서울대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기술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벤처비즈니스 과정을 수료했으며,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비즈니스스쿨 경영공학 석사를 받았다. 현재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이며, KAIST 석좌교수로 학생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고 있다. ‘별난 컴퓨터 의사 안철수’ ‘CEO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등의 저서가 있다. 동탑산업훈장, 산업포장, 윤리경영대상, 한국공학한림원 ‘젊은 공학인상’ 등을 수상했다. ‘비즈니스 위크’가 뽑은 ‘아시아의 별 25인’, 세계경제포럼이 뽑은 ‘차세대 아시아의 리더 한국 대표 18인’에 선정됐다.

    ▼ Impact of the book

    이 책은 2007년 대검찰청이 선정한 ‘검사들이 올해 읽어야 할 10권의 책’에 포함됐다. “검사가 갖춰야 할 덕목인 정의감, 인간애, 사명감 등을 되새겨볼 수 있는 책을 골랐다”고 한다. 이밖에 2002년 산업정책연구원 경영자독서모임에 초대되고 대학 교재로 활용되는 등 호응을 얻었다. 온라인 교보문고의 한 회원(아이디 bestheroo)이 쓴 리뷰는 이 책의 가치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사회적 기준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봤을 때는 가슴이 뛴다. 자신의 가치를 평생 지켜온 사람을 보면 더 가슴이 뛴다. 하지만 둘 다 해낸 안철수 같은 사람을 보면 가슴이 잔잔해진다. 우리 모두가 꿈꾸는 유토피아를 그가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 Impression of the book

    벤처기업의 모럴헤저드는 오래된 문제다. 정직하게 경영하는 CEO가 오히려 바보 취급을 받는다. 저자 안철수는 정직하고 깨끗한 원칙주의자다. 늘 국내의 존경받는 CEO를 꼽을 때 상위권에 오른다. 그는 이 책의 ‘벤처기업가의 기업가 정신’ 부분에서 “돈과 명예, 주가에 초점을 맞추면서 영업외 이익에 몰두하다 보면 사업을 단기적으로 끌고 갈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는 실패할 확률이 더욱 많다”고 적었다. 또 일부 벤처기업이 실패한 이유로 외형 확대 경쟁과 부풀리기를 꼽았다.

    그는 지혜롭다. 멀리 보고 기다리는 사람이 궁극적으로 승리한다는 것을 잘 알고 실천한다. 반면 인생과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욕심과 조급은 절대 멀리한다. 이런 점에서 그는 무서울 정도의 치밀함을 갖춘 전략가이기도 하다.

    안철수연구소의 핵심가치는 세 가지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우리는 존중과 신뢰로 서로와 회사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한다, 우리는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이다. 그는 백년이 지나도 세 가지 핵심가치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핵심가치를 정한 후 회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회사의 핵심가치를 어기면 살아날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면 회사를 존속시키기 위해 핵심가치를 거슬러야 하는가? 나는 차라리 회사가 스스로 소멸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 기업이 스스로 설정한 핵심가치를 위반하면, 설령 그 회사가 생명을 이어가더라도 생존할 존재 이유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영혼이 있는 기업의 끊임없는 진화를 기대해본다.

    Tips for further study

    기업에도 영혼이 있다
    경영자의 향기로운 경영철학이 잘 녹아든 도서로는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마쓰시타그룹의 창업자 자서전인 ‘영원한 청춘’(마쓰시타 고노스케 지음, 김정환 옮김, 거름·사진),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자인 교세라그룹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가 쓴 ‘카르마 경영’(김형철 옮김, 서돌), 국내 벤처 1세대의 대부인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의 ‘아름다운 경영’(키와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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