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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으로 점철된 여성 CEO 스토리

  • 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

도전으로 점철된 여성 CEO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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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으로 점철된 여성                  CEO 스토리

2002년 11월 칼리 피오리나 당시 HP 회장(오른쪽)이 한국을 방문, 이건희 당시 삼성 회장과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1999년은 피오리나에게 역사적인 해였다. 여러 굵직한 회사를 다니면서 경력을 쌓아온 그녀에게 황금 같은 제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바로 HP 신임 사장으로 선임된 것이다. 그녀는 HP의 첫 외부 출신 CEO였다. 엔지니어를 숭배하고, 남성 중심 문화인 HP에서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HP의 속은 겉과 달리 많은 문제가 있었다.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기업 내부에서 어떤 변화를 이뤄야 할지 알고 싶다면 고객에게 물어보면 된다. 제너럴 모터스(GM)의 가장 중요한 고객 중 한 사람은 말했다. ‘칼리, 당신 회사 직원들은 업계 최고입니다. 하지만 난 누구한테 연락을 취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미리 알아서 움직이기보다는 요구에 대응하는 식이고, 우리가 너무 느려서 같이 비즈니스를 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HP는 고객에 주력하는 기업이 아니었다. 변혁은 우리가 어떻게 고객들에게 서비스하느냐로 시작해야 했다.”

변화는 큰 아이디어에서 소소한 세부사항까지 모두 해당되었다. 꿈쩍도 하지 않던 엄청난 덩치의 조직이 피오리나로 인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첫 결실은 2000년 9월 출시된 유닉스 서버 ‘수퍼돔’이었다. HP 직원들은 ‘수퍼돔’을 출시할 때 처음으로 경계를 허문 협동 작업을 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 새로운 작업 방식은 차츰 습관이 됐다. 피오리나가 몰고 온 변화 바람 중 가장 강력한 것은 컴팩 인수 건이었다. 피오리나는 그 과정을 ‘최악의 더러운 싸움’이라고 묘사했다. 2001년 9월4일, HP는 컴팩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주요 주주들이 합병에 반대했고 언론과 애널리스트들도 합병에 부정적이었다. 내부 직원들도 반대하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결국 특별 주총에서 표 대결이 벌어졌다. 피오리나는 주총 직후 “적지만 충분한 격차를 두고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피오리나가 원하는 대로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다시 피오리나에게 부메랑이 됐다.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갑작스러운 해고는 이때부터 준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5년 2월6일 일요일. 나는 집에서 월요일에 있을 이사회 회의를 준비했다. 최근 이사회의 움직임이 미심쩍었다. 월요일, 역학관계는 분명했다. 나를 제외한 참석자 전원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는 눈치였다. 문건을 읽었고, 질문을 예상했지만 좌중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고, 방에서 나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회의에 다시 참석하라는 전화를 받고 회의장에 가자, 이사 둘을 제외한 전원이 떠난 상태였다. 나는 해고당했음을 직감했다.… 나는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되새길 시간이 필요했고, 열기를 가라앉혀야 했다. 나 자신과 회사의 품위를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피오리나는 2005년의 실적을 예로 들며 자신의 길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2005년 결과를 보면 HP가 정말 변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실수도 했지만, 변화를 이루어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회사와 내가 믿는 것에 내주었다. 나는 힘든 선택을 했고, 그 결과를 안고 살아갈 수 있었다. 잃어버린 사람들과 목표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컸지만, 내 영혼을 잃었다는 슬픔은 없었다….”

▼ About the author

칼리 피오리나는 1999년부터 2005년까지 HP의 CEO로 일했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는 이사회 의장을 겸직했고, HP에 부임하기 전까지 20년 가까이 AT&T와 루슨트 테크놀로지에서 일하면서 고위관리자 자리에 올랐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중세역사와 철학으로 학사학위를 취득했고, 메릴랜드 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MIT의 슬론 경영대학원에서 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레볼루션 헬스케어 그룹, 타이완 세미컨덕터 매뉴팩처링을 비롯해 세계적인 기업의 이사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 Impression of the book

칼리 피오리나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이다. 2006년 5월24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결국, 피오리나가 옳았다!’는 기사를 통해 그녀를 옹호했다. 문제가 많았던 HP의 체질을 개선시킨 변화 주도자라는 것이다. 반면 HP의 CEO로 있던 동안 그녀에 대한 내부 평가는 냉정하고 무섭다. 대량 해고와 구조조정으로 회사에 최악의 상황을 몰고 온 실패한 CEO였다는 주장이다.

칼리 피오리나가 없었다면 HP가 더 성장했을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지금으로서는 확실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 시기상조라 할 수 있다. 다만 확실한 사실 한 가지는 이 책의 제목을 통해 칼리 피오리나가 말하고 싶었던 것, 즉 그러한 결정이 ‘매우 힘든 선택’이었다는 점일 것이다.

HP의 기업문화는 상호 배려와 민주적 의사결정을 중시한다. 반면 피오리나는 한 번 결정을 내리면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그녀 말대로 ‘힘든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런 점이 해고의 한 요인이 됐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는 이 책에서 그에 대한 섭섭함을 이렇게 표현했다.

“빌과 데이브(HP의 창업주)는 한때 급진적이고 선구자였지만, 이제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너무나 성급하게 ‘우리는 그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 그건 HP 방식이 아니다’라는 말로 제쳐버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HP 방식’이라는 말이 변화를 막는 방패로 이용되고 있었다.”

‘성장’ ‘변화’ ‘파이 키우기’ 등 피오리나가 지향한 방향은 결과적으로 HP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규모와 전통을 믿지 않고 대대적인 혁신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던 피오리나는 용기 있는 CEO임에는 틀림없다. 여성이라는 핸디캡을 이겨내고 거대 기업의 CEO가 되기까지 험난한 여정을 걸어온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Tips for further study

도전으로 점철된 여성                  CEO 스토리
‘칼리 피오리나 - 세계 최고의 여성 CEO’(조지 앤더스 지음, 이중순 옮김, 해냄·사진)는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집단인 HP에서 어렵게 모셔간 여성 CEO 칼리 피오리나의 성공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일반적인 성공 스토리가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 성공기까지 세세하게 그리는 데 반해 이 책은 제3자의 입장에서 군더더기를 빼고 철저히 그녀의 경영철학과 경영전략에 초점을 맞추었다.


신동아 200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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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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