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호

“결단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

  • 권춘오 네오넷코리아 편집장

    입력2008-12-08 16:5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결단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

    <b>도요타 에이지의 결단 </b<br>도요타 에이지 지음 박정태 옮김 굿모닝북스

    지방의 작은 방직기 공장에서 출발해 세계 최고의 자동차 제조회사로 성장한 도요타. 사실 그 초창기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초라했다. 일례로 1950년 도요타 에이지가 미국의 포드자동차를 방문했을 당시 포드의 하루 자동차 생산대수가 8000대였던 반면 도요타는 40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53년이 지난 2003년 도요타는 전세계적으로 678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672만대에 그친 포드를 제치고 세계 자동차업계 2위로 올라선 것이다.

    ‘도요타 에이지의 결단’은 현재 도요타 가문의 최고 원로인 도요타 에이지의 자서전이다. 아울러 도요타가 최고의 자동차 제작회사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도요타사(史)다. 도요타 에이지는 도요타 최초의 고유 승용차 모델인 크라운에서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 잡은 렉서스 모델에 이르기까지 50여 년 동안 도요타와 함께한 인물이다. 도요타 자동차의 모든 곳에 그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그 어떤 도요타 관련 책보다도 생생하게 도요타의 성장 과정을 보여준다.

    ▼ Abstract

    도요타는 처음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나왔을까. 도요타는 자동차 제조회사로 출발한 것이 아니었다. 도요타라고 하면 누구나 도요타 사키치를 떠올린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괴짜’ 취급을 당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한 끝에 직기(직물 만드는 기계)를 만들어냈다. 도요타 에이지의 아버지인 헤이키치는 오래 전부터 큰아버지인 사키치의 사업을 도와주고 있었다. 1897년 사키치는 도요타식 목제 동력직기를 완성했고, 오츠카와 면포 합자회사를 만들었다. 이 공장이 제 궤도에 오른 1913년 9월12일 이 책의 주인공 도요타 에이지가 태어났다.

    도요타 자동차가 자동차 제조를 시작하기로 결정한 것은 도요타 에이지가 대학교에 입학한 1933년 12월이었다. 기존 직기 공장에 자동차부가 신설돼 처음에는 자전거에나 붙이는 작고 보잘 것 없는 엔진을 시험 제작하는 일부터 시작했으나 곧이어 미국에서 수입한 부품을 조립해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었다. 전기장치 부품에서 카뷰레터와 스피드미터, 플러그 등에 이르는 모든 것을 수입에 의존했다.



    도요타가 자동차 회사로 독립해 정식 출범한 것은 1937년 8월이다. 도요타가 항상 승승장구한 것만은 아니다. 어려운 시기도 여러 번 겪었다.

    오늘날 도요타 생산방식이라 부르는 개념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바로 고로모 공장에서였다. 에이지와 사촌 간인 기이치로는 당시 “매일매일 필요한 부품을 필요한 만큼만 만들라”는 유동작업 방식을 택했다. 정해진 수만큼 생산하면 퇴근 시간 이전에도 퇴근할 수 있었다. 대신 그렇지 못하면 잔업을 해야 했다. 이를 어떻게 사내에 정착시킬 것인가가 문제였다. 이를 위해 기이치로는 두께 10cm에 달하는 책자를 만들었는데, 이 책의 내용이 도요타 생산방식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이란 말도 이때부터 쓰게 됐다.

    한편 기이치로는 검사 과정에서 불량품이 발견되면 즉각 불량품이 나온 공정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2차대전 종전 후 도요타는 품질관리(QC) 기법을 연구해 매우 적극적으로 도입했는데 현대적인 품질 관리에서 말하는 “품질은 공정에서 만들라”는 것과 기이치로의 생각은 사실상 같은 것이었다.

    전쟁 특수를 거쳐 1951년에 접어들자 자금에 여유가 생겨 연구개발에 힘을 쓰게 됐다. 순이익 증가와 자본금 증자를 통해 양쪽에서 자금이 들어오니 회사의 재무구조는 빠르게 개선됐다. 그리고 1952년엔 부도위기와 감원 등으로 물러났던 기이치로가 도요타 사장으로 복귀했다. 그런데 그해 3월27일 기이치로는 뇌일혈로 쓰러져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향년 57세였다.

    도요타에서 승용차라고 이름 붙이기에 어울리는 차를 생산한 것은 1955년 1월에 발표한 크라운(Crown)이 처음이었다. 크라운은 일본 내에서 무척 평판이 좋았다. 그러나 과감하게 도전한 미국시장에선 성과가 그리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엔진 출력이 떨어져 미국 고속도로에서 제대로 주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에이지는 “지금 되돌아보면 정말 무모한 짓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타이밍’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이런 참담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뒤 정말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어떻게 하면 미국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승용차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를 연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크라운의 대미 수출은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택시를 중심으로 한 영업용 자동차와 일반 기업에서의 수요가 점차 늘어나 급기야 공급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에이지는 이 시점을 잡아 승용차 전용 공장을 건립하자는 건의했다. 신공장을 건설하기로 이시다 사장이 결단을 내림에 따라 1958년 7월 회사 내에 신공장 건설위원회가 발족해 신공장 건설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신공장은 모토마치 공장으로 명명했다.

    일본의 자동차 대중화 시대는 도쿄 올림픽이 열린 다음해인 1965년 빠르게 진전됐다. 도요타는 1966년 10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카롤라(Carolla)를 출시했다. 최고의 전성기였던 1980년에는 카롤라 단일 차종만으로 85만6000대를 생산했다.

    1967년 10월30일 도요타 에이지는 드디어 사장으로 취임했다. 에이지가 사장으로 재임한 1967년부터 1982년까지 15년동안 도요타는 한마디로 순풍에 돛을 단 배와 같았다고 말할 수 있다. 파란이 있었다면 배출가스 규제와 두 차례에 걸친 오일 쇼크 정도였다.

    도요타 에이지는 도요타가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결단이 있었다고 술회한다. 결단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또한 완전히 상반되는 두 가지 방향을 놓고, 어느 쪽으로 가는 것이 좋을지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최후의 순간에 결단을 내리는 것은 사람이다. 도요타 에이지는 이 사실을 잊지 않았다.

    도요타 에이지는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아주 밝다고 밝힌다. 하지만 여기에는 끝없는 경쟁이 있기 때문에 도요타의 장래도 무조건 밝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앞으로 도요타의 미래가 계속 밝고 순조로울지의 여부는 오로지 도요타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 최고의 정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하면 그 순간이 끝이다.

    ▼ About the author

    1913년 일본 아이치현에서 태어난 에이지는 1936년 도쿄제대 공학부 기계과를 졸업했다. 도요타 자동직기 제작소에 입사, 도요타의 첫 자동차 연구소인 시바우라 연구소를 만드는 등 도요타 자동차의 기술적 기초를 닦았다. 1937년 도요타 자동차공업이 분사한 뒤 1945년 이사가 됐고, 기술담당 부사장을 거쳐 1967년 도요타 자동차공업 사장에 올랐다. 이때 도요타는 크라운에 이어 코로나와 카롤라를 출시, 잇따라 베스트셀러 카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는 1982년 도요타 자동차공업과 자동차 판매를 합병해 새로운 도요타 자동차를 출범시킨 뒤 기이치로의 장남인 쇼이치로에게 사장직을 물려주고 회장이 되었다. 그뒤 1992년 명예회장을 맡았고 1995년에는 최고 고문으로 경영일선에서 떠났다.

    ▼ Impact of the book

    ‘초우량 기업의 원류’ ‘최강의 기술과 경영’ ‘무한질주 도요타 웨이’등의 극찬을 받고 있는 도요타 자동차. 그래서인지 서점에는 도요타에 관한 책이 넘치고 많은 경영자가 도요타에게서 경영 전략 등을 배우기 위해 열심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관련 서적은 도요타의 생산 방식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도요타 생산 방식에 대한 분석서가 아닌 말 그대로 도요타의 탄생과 성장통, 그리고 도요타 문화의 성립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예를 들어‘간판 방식’과 ‘저스트 인 타임’으로 대표되는 도요타 생산방식의 원류가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도요타와 평생을 함께한 도요타 에이지가 자신의 회상을 통해 말해주는 식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기업이든 그 안에서 성공을 이끌었던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의외의 사건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에피소드들은 재미도 있지만 교훈도 담고 있다. 그래서 ‘나의 이력서’라는 제목으로 ‘니혼게이자신문’에 처음 연재되었던 도요타 에이지의 이야기(이 책은 연재물을 도서로 묶어 간행한 것이다)는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도요타라는 기업과 그 기업 경영자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솔직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 Impression of the book

    도요타자동차는 항상 최고였을 것 같다는 일반인의 생각은 이 책 한 권으로 깨질 것이다. 도요타가 처음에는 자전거에나 쓰는 모터를 연구하고, 한때 일본에 제대로 작동되는 ‘스피드미터’를 제작·납품할 회사가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한편 도요타가 무에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회사로 발돋움한 과정은 참으로 놀랍다.

    다만 ‘결단’이라는 제목을 붙이기에는 약간 부족한 면이 있다. 이 책에는 수많은 결단의 순간이 나오는데 그러한 결단으로 도요타가 성공 발판을 마련했음에도그러한 결단의 의의와 중요성에 대해서는 친절한 해석이 붙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하고 쉽게 넘어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Tips for further study

    “결단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
    아래 책의 일독을 함께 권한다.

    ▲‘도요타 혁신 SYSTEM’(아오키 미키하루 지음, 안영철 옮김, 일송미디어)

    ▲‘도요타 방식’(제프리 라이커 지음, 김기찬 옮김, 가산출판사)

    ▲‘도요타 경영정신’(고미야 가즈유키 지음, 조두섭 옮김, 청림출판·사진)

    ▲‘도요타는 어떻게 세계 1등이 되었나’(데이비드 마지 지음, 이현철 옮김, 한언)

    ▲‘도요타 생산방식의 창시자가 말하는 현장경영’(오노 다이이치 지음, 김현영 옮김, 미래사)

    ▲‘렉서스, 세계를 삼킨 거대한 신화’(체스터 도슨 지음, 서지원 옮김, 거름)

    ▲‘도요타 제품개발의 비밀’(제임스 모건 지음, 박정규 옮김, KMAC)

    ▲‘낭비 0를 실현하는 도요타 개선력’(정일구 지음, 시대의창)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