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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에 빠진 욕망의 전차

  • 황숙혜 머니투데이 재테크부 기자

수렁에 빠진 욕망의 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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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사태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이번 위기와 1980년대 이후 나타난 주기적인 위기의 차이점을 이해해야 한다. 최근의 위기는 장기 슈퍼 버블의 분기점을 형성하고 있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에서 촉발된 이번 위기는 슈퍼 버블의 청산을 알리는 신호탄일 뿐이다. 그렇지만 세계 경제가 통째로 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강력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수렁에 빠진 욕망의 전차

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
조지 소로스 지음 황숙혜 옮김 위즈덤하우스

어느 날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CDO(부채담보부증권)이라는 낯선 용어가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 상륙하더니, 주식시장과 실물경기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물가가 오르면서 성장은 둔화되는 이른바 ‘S(스테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시장의 최대 화두였다. 하지만 곧 일부 경제학자와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미국이 ‘R(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고백이 이어졌고, 이제 국내외 경제가 ‘D(디플레이션)’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투자가들은 세계 경기가 ‘L’자 형의 침체로 흐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D’는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미국의 쟁쟁한 공룡 IB(투자은행)들이 힘없이 나가떨어지더니 실물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고,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4% 아래로 떨어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자산시장과 실물경기를 한꺼번에 망가뜨린 원흉은 대체 무엇일까. 지구촌 경제는 과연 어디를 향해 내달리는 것인가.

현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구하기를 원한다면 소로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것을 권한다. 소로스는 이 책에서 위기의 핵을 직접적으로 공략했다. 독자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측면이 있지만, 직설적인 화법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의 향방을 전망했다.

소로스의 이야기는 단순한 경제 논리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투자 세계에서 나타나는 인간 심리와 시장 생리를 보다 근원적인 측면에서 조명했다. 주식은 물론 부동산과 원자재, 심지어 미술품과 와인에 이르기까지 자산이라는 이름이 붙기만 하면 이유를 막론하고 가격을 끌어올린 거품이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아울러 그 붕괴는 어떤 형태로 진행되는지도 밝히고 있다.



소로스의 책은 경제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식견을 넓히기에 충분하다. 핵심 논제는 경제 문제지만 접근 방식이 다각적이기 때문이다. 경제 문제를 철학적으로, 역사적으로, 사회학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고민하는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이번 위기를 진중하게 고찰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유익할 것이라 확신한다.

▼ Abstract

오늘의 금융위기는 대공황 이후 이어진 버블이 붕괴되면서 나타났다. 즉 이번 위기는 경기 사이클의 하강 국면과는 차원이 다르다.

거품은 두 가지 요소를 수반한다. 하나는 현실을 근거로 한 추세이며 다른 하나는 그 추세에 대한 오해 또는 오역이다. 오해는 지배적인 추세를 강화하며, 이를 통해 현실과 그 현실에 대한 인식의 간극을 최대한 벌려놓는다. 그리고 오해가 비로소 오해로 인식되고 현실에 대한 각성이 생기기 시작하면 추세는 뒤바뀐다. 추세는 거품이 형성될 때보다 붕괴될 때 짧고 가파른 흐름을 보인다.

지난 60여 년 동안 거대한 거품이 만들어진 것은 시장이 항상 옳다는 인식과 재귀성(하나의 변화가 일어나면 그것이 가속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조지 소로스의 이론)으로 인한 것이다. 시장은 항상 옳은 게 아니라 항상 틀린다. 시장은 경제이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균형을 이루지 못하며, 경기 둔화를 정확하게 예측해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둔화를 유발한다.

하지만 투자자는 물론 정책 당국자까지 시장이 자기정화 작용으로 균형을 찾아간다는 생각에 빠져 감독에 소홀했다. 금융위기를 방조한 셈이 된 것이다. CDO나 대출담보부(CLO)증권과 같은 합성금융상품은 이런 잘못된 이론과 신념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로널드 레이건이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마거릿 대처가 영국 총리에 오른 1980년대, 지배적인 경제사조로 자리 잡은 시장근본주의에 과도하게 의존한 결과 슈퍼 버블을 일으킨 오해가 촉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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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혜 머니투데이 재테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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