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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눈의 시각으로 세상을 두드려라

  •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소 대표

겹눈의 시각으로 세상을 두드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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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눈의 시각으로 세상을          두드려라

2008년 6월26일 대구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가 젊음의 탄생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벌집이 둥글거나 팔각형이었다면 그 연결 부분에 많은 틈새가 생겨 공간을 활용하는 효율이 떨어질 것이다. ‘최소의 재료를 가지고 최대의 면적을 지닌 용기를 만들려 할 때 그 용기의 주위는 육각형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아무리 육각형 벌집이 우주의 위대한 힘을 담고 있다 하더라도, 벌에게는 지우개가 없다. 꽉 찬 벌집의 완벽한 육각형밖에는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벌에게는 창조의 힘은 있어도 연필처럼 창조의 프로세스, 즉 창조의 역사는 없다. 하지만 인간은 일단 자신이 창조한 것을 지울 줄도 안다. 연필의 육각형 위에는 지우개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연필에서 얻는 최종적인 학습은 바로 지우개가 달려 있는 연필 모양이다. 한번 쓰면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잉크 펜이나 볼펜 같은 경직된 사고형에서는 결코 창조적인 생각이 나오지 않는다.

▲‘따로따로’ vs ‘서로서로’

여백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자. 결핍은 필요를 낳고 필요는 목표를 낳고 목표는 노력을 낳고 노력은 창조를 낳고 창조는 당신의 젊음을 더욱 새롭고 찬란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 □ ilk’의 공백 안에 글자를 넣어서 낱말을 만드는 문제인데, M자를 넣으면 밀크(milk)가 되고 S자를 써넣으면 실크(silk)가 될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시간대에 따라 실험 결과가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밥 먹기 전에 테스트를 하면 밀크의 M이 많고 밥 먹고 나서 하면 실크의 S쪽이 우세하다고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처럼 목마르고 배고플 때에는 자기도 모르게 먹을 것에 정신이 팔리게 된다. 그러나 배부르고 나면 “언제 밥만 먹고 살았더냐”라는 마음으로 비단옷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가 보다. 삶이란 것도 결국은 이런 빈칸 메우기와 같다. 반은 운명처럼 주어진 문자도 있고 그 옆에는 자기 마음대로 써넣을 수 있는 자유로운 공백이 있다.



겹눈의 시각으로 세상을          두드려라
▲그레이트 아마추어가 되어라

앎의 계단에서 삶의 계단으로 올라서자. 아는 자와 좋아하는 자 그리고 즐기는 자, 그중에 제일은 즐기는 자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구분하는 요건은 속도전에 있지 않다. 진정 그것을 즐길 줄 아는 사람만이 인생이라는 길고 험한 암벽 등반을 함께 할 든든한 동료를 얻을 수 있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공자는 사람을 ‘아는 자’와 ‘좋아하는 자’ 그리고 ‘즐기는 자’의 세 그룹으로 나누었는데, 그 가운데 뜻밖에도 아는 자를 가장 아랫자리에 두고 즐기는 자를 제일 높은 자리에 올려놓았다. 즐기는 것이 요즘 젊은이만의 특권이라고 알던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인 말로 들릴 것이다.

흔히 아마추어란 프로보다 기량이나 수준이 떨어지는 서툰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알고 있다. 그러나 원래 이 말은 ‘사랑한다’는 라틴어의 ‘아마레’(amare=to love)에서 유래했다. 그러니까 일에 대한 기량이나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에 임하는 정신과 태도의 차이를 뜻한다. ‘논어’의 호지자를 영문으로 번역한 것을 보면 ‘those who love it’인데 그것을 독립명사로 옮기면 바로 ‘아마추어’란 말이 된다. 그러므로 호지자의 배움과 학문은 어디까지나 아마추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문을 사랑하는 교수라면 월급도 연구비도 필요 없다는 말로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

▼ About the author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 ‘지성’인 저자는 1934년 충남 아산 온양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56년 한국일보에 ‘우상의 파괴’를 발표해 문학계의 주목을 받은 뒤 소설, 극작, 평론, 일본문화론 등 다양한 사회적인 글쓰기를 해왔다. 1966~1989년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1986~1989년 이화여자대학교 기호학연구소장을 지냈다. 이밖에 ‘조선일보’ ‘한국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등의 논설위원을 역임했고, 1972~1985년엔 월간 ‘문학사상’ 주간을 역임했다. 1990~1991년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내는 등 한국 문학계의 산 증인이다.

저서로는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신한국인’ ‘축소지향의 일본인’ ‘한국과 한국인’ ‘이어령 전집(22권)’ ‘문장대백과사전’ ‘디지로그’, 편저 ‘그래도 바람개비는 돈다’ 등이 있다. 대한민국 문화예술상(1979), 일본문화디자인대상(1992), 대한민국 예술원상(2003)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중앙일보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 Impact of the book

젊은 독자에게는 젊음이라는 의미와 함께 자유, 도전 그리고 열정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과 함께 하는 장년층의 경영진에게도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한 방법과 독창적인 마인드를 갖는 데 도움을 주었다. 아울러 젊은이들과 조화롭게 ‘융합’할 수 있는 지혜도 제공했다.

▼ Impression of the book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워지는 책이다. 이 책을 읽은 젊은이들이 만들어낼 2050년 서울의 모습이 기대된다. 그리고 우리 모두 젊음으로 재탄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Tips for further study

겹눈의 시각으로 세상을          두드려라
저자의 다른 저서들을 추천하고 싶다. 그중에서도 ‘디지로그 digilog’(생각의 나무), ‘우리문화 박물지’(디자인하우스), ‘이어령 문화코드’(문학사상사)를 권한다.


신동아 200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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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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