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호

겹눈의 시각으로 세상을 두드려라

  •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소 대표

    입력2008-12-09 11: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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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겹눈의 시각으로 세상을          두드려라

    <b>젊음의 탄생</b><br>이어령 지음 생각의나무

    우리가 가슴을 펴고 세계에서 외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그들처럼 남의 나라 정복하고 남의 가슴에 못질하고 남의 눈에서 피눈물 나게 해서 부자 나라 강한 나라가 된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가난했고 괴로움도 많이 받았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죄가 없는 세대로서 전세계에 당당하게 나설 수 있는 것이다. ‘나는 한국인이오’하더라도 멱살 잡힐 일이 없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여러분만 잘하면 되는 것이다.”

    저자의 외침이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그 시대를 준비해야 할까. 그 답을 가진 9개의 카드를 알고 싶다면, 그리고 젊음으로 다시 탄생하고 싶다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이다.

    ▼ Abstract



    ▲뜨지 말고 날자

    항공 용어로 치자면 뜨는 것은 이륙(take off)의 순간이다. 비행기 바퀴가 땅에서 떨어지고 동체가 하늘로 떠오르는 이 이륙의 5분이야말로 비행 기간 중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간이다. 그만큼 치명적이고도 중요한 때다. 성공적으로 날기 위해서는 제대로 뜨는 것이 먼저다. ‘뜨는 것’의 힘은 밖에서부터 온다. 구름이나 풍선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공기 위에 떠다니다가 사라지고, 물에 뜬 거품과 부평초는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표류하다가 꺼져버린다.

    하지만 ‘나는 것’은 다르다. ‘나는 것’은 자신의 힘과 의지에 의해 움직인다.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향해 돛을 올리고 날개를 편다. 독수리의 날개는 폭풍이 불어도 태양을 향해 꼿꼿이 날아오르고, 잉어의 강한 지느러미는 거센 물살과 폭포수를 거슬러 용문(龍門)에 오른다. 죽은 고기만이 물위에 떠서 아래로 떠내려갈 뿐이다.

    겹눈의 시각으로 세상을          두드려라
    지식도 마찬가지다. 강의실이나 도서관에서 일방적으로 지식을 얻는 것이 아니다. 직접 참여해야 능동적으로 지식을 창조하고 공유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지식의 공간에서 그냥 뜨지만 말고 마음껏 날아다니자.

    ▲’나나’에서 ‘도도’로

    이 그림은 오리일까, 토끼일까?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사물은 하나 그 이상의 모습일 수 있다. 진정한 지식과 진리는 양면성을 띠고 있다.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택일 패러다임에서 이것이기도 하고 저것이기도 한 겹눈의 시각이 필요하다.

    이렇게 사물을 자르는 칼자루가 내 눈 속과 내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그것만으로도 여러분은 세상을 보는 눈이 확 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은 바깥에서 자극이 없어도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inside-out의 존재라는 것을 직접 눈으로 실험해보면 된다.

    ▲연필과 유연한 사고

    우리는 연필에서 벌집 모양의 사고를 발견해야 한다. 세모와 네모의 각진 사고는 편견을 부르고, 꽉 찬 원형의 사고는 배척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원과 사각형의 끝없는 갈등과 긴장의 딜레마 사이에서 비로소 인체공학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육각형이 탄생한다.

    흥미로운 점은 500년 동안의 지적 프로세스에 의해 창조된 연필의 육각형 모델이 자연계에서도 꽤 많이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육각형의 벌집을 비롯해 거북 등딱지의 무늬, 물의 결정, 눈의 결정, 곤충의 복안(複眼) 등 이루 다 열거하기도 힘들다.

    평면을 꽉 채우는 것, 이른바 평편 충전형은 정삼각형·정방형·정육각형의 세 종류밖에 없다. 그 가운데서도 면적 둘레 길이가 가장 짧은 도형은 육각형이라는 사실, 즉 정육각형은 가장 넓은 공간을 가장 적은 재료로 둘러싸고 있는 가장 효율이 높은 도형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겹눈의 시각으로 세상을          두드려라

    2008년 6월26일 대구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가 젊음의 탄생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벌집이 둥글거나 팔각형이었다면 그 연결 부분에 많은 틈새가 생겨 공간을 활용하는 효율이 떨어질 것이다. ‘최소의 재료를 가지고 최대의 면적을 지닌 용기를 만들려 할 때 그 용기의 주위는 육각형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아무리 육각형 벌집이 우주의 위대한 힘을 담고 있다 하더라도, 벌에게는 지우개가 없다. 꽉 찬 벌집의 완벽한 육각형밖에는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벌에게는 창조의 힘은 있어도 연필처럼 창조의 프로세스, 즉 창조의 역사는 없다. 하지만 인간은 일단 자신이 창조한 것을 지울 줄도 안다. 연필의 육각형 위에는 지우개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연필에서 얻는 최종적인 학습은 바로 지우개가 달려 있는 연필 모양이다. 한번 쓰면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잉크 펜이나 볼펜 같은 경직된 사고형에서는 결코 창조적인 생각이 나오지 않는다.

    ▲‘따로따로’ vs ‘서로서로’

    여백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자. 결핍은 필요를 낳고 필요는 목표를 낳고 목표는 노력을 낳고 노력은 창조를 낳고 창조는 당신의 젊음을 더욱 새롭고 찬란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 □ ilk’의 공백 안에 글자를 넣어서 낱말을 만드는 문제인데, M자를 넣으면 밀크(milk)가 되고 S자를 써넣으면 실크(silk)가 될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시간대에 따라 실험 결과가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밥 먹기 전에 테스트를 하면 밀크의 M이 많고 밥 먹고 나서 하면 실크의 S쪽이 우세하다고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속담처럼 목마르고 배고플 때에는 자기도 모르게 먹을 것에 정신이 팔리게 된다. 그러나 배부르고 나면 “언제 밥만 먹고 살았더냐”라는 마음으로 비단옷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가 보다. 삶이란 것도 결국은 이런 빈칸 메우기와 같다. 반은 운명처럼 주어진 문자도 있고 그 옆에는 자기 마음대로 써넣을 수 있는 자유로운 공백이 있다.

    겹눈의 시각으로 세상을          두드려라
    ▲그레이트 아마추어가 되어라

    앎의 계단에서 삶의 계단으로 올라서자. 아는 자와 좋아하는 자 그리고 즐기는 자, 그중에 제일은 즐기는 자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구분하는 요건은 속도전에 있지 않다. 진정 그것을 즐길 줄 아는 사람만이 인생이라는 길고 험한 암벽 등반을 함께 할 든든한 동료를 얻을 수 있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공자는 사람을 ‘아는 자’와 ‘좋아하는 자’ 그리고 ‘즐기는 자’의 세 그룹으로 나누었는데, 그 가운데 뜻밖에도 아는 자를 가장 아랫자리에 두고 즐기는 자를 제일 높은 자리에 올려놓았다. 즐기는 것이 요즘 젊은이만의 특권이라고 알던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인 말로 들릴 것이다.

    흔히 아마추어란 프로보다 기량이나 수준이 떨어지는 서툰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알고 있다. 그러나 원래 이 말은 ‘사랑한다’는 라틴어의 ‘아마레’(amare=to love)에서 유래했다. 그러니까 일에 대한 기량이나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에 임하는 정신과 태도의 차이를 뜻한다. ‘논어’의 호지자를 영문으로 번역한 것을 보면 ‘those who love it’인데 그것을 독립명사로 옮기면 바로 ‘아마추어’란 말이 된다. 그러므로 호지자의 배움과 학문은 어디까지나 아마추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문을 사랑하는 교수라면 월급도 연구비도 필요 없다는 말로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

    ▼ About the author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 ‘지성’인 저자는 1934년 충남 아산 온양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56년 한국일보에 ‘우상의 파괴’를 발표해 문학계의 주목을 받은 뒤 소설, 극작, 평론, 일본문화론 등 다양한 사회적인 글쓰기를 해왔다. 1966~1989년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1986~1989년 이화여자대학교 기호학연구소장을 지냈다. 이밖에 ‘조선일보’ ‘한국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등의 논설위원을 역임했고, 1972~1985년엔 월간 ‘문학사상’ 주간을 역임했다. 1990~1991년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내는 등 한국 문학계의 산 증인이다.

    저서로는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신한국인’ ‘축소지향의 일본인’ ‘한국과 한국인’ ‘이어령 전집(22권)’ ‘문장대백과사전’ ‘디지로그’, 편저 ‘그래도 바람개비는 돈다’ 등이 있다. 대한민국 문화예술상(1979), 일본문화디자인대상(1992), 대한민국 예술원상(2003)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중앙일보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 Impact of the book

    젊은 독자에게는 젊음이라는 의미와 함께 자유, 도전 그리고 열정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과 함께 하는 장년층의 경영진에게도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한 방법과 독창적인 마인드를 갖는 데 도움을 주었다. 아울러 젊은이들과 조화롭게 ‘융합’할 수 있는 지혜도 제공했다.

    ▼ Impression of the book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워지는 책이다. 이 책을 읽은 젊은이들이 만들어낼 2050년 서울의 모습이 기대된다. 그리고 우리 모두 젊음으로 재탄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Tips for further study

    겹눈의 시각으로 세상을          두드려라
    저자의 다른 저서들을 추천하고 싶다. 그중에서도 ‘디지로그 digilog’(생각의 나무), ‘우리문화 박물지’(디자인하우스), ‘이어령 문화코드’(문학사상사)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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