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건 위원장은 이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이날 보고회에서 “지역주의 정치구조가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인데, 현행 소선거구제는 지역별 일당 독점체제 강화의 주요 원인이므로 이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고 위원장은 “현행 소선거구제가 다른 당을 지지한 표를 사표로 만들어 국민 표심을 왜곡하는 결과도 낳는다”고 덧붙였다.
사통위는 한국정당학회 및 선거 전문가들과 중·대선거구제와 소선거구제의 장단점, 정당투표와 인물투표의 비율, 의원정수, 유권자 투표 횟수와 종류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결론을 내 공론화할 계획이다. 사통위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정가에서는 당초 이 대통령이 하반기에 단행하려던 개헌 및 선거구제 개편, 행정구역 통·폐합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MB, “선거제도 반드시 개혁해야”
이 대통령도 보고회에서 “우리 사회의 내부 갈등을 줄이는 문제는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사통위가 이러한 갈등을 치유하는 데 기여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지역주의 문제를 극복하고 정치발전과 선진화를 이룰 수 있도록 현 정부에서 선거제도를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평소 신념이 영남에서 민주당이, 호남에서 한나라당이 당선되는 선거가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현행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9월15일 연합뉴스와 일본 교도통신 공동 인터뷰에서 “소선거구제로는 동서 간 화합이 이뤄질 수 없는 만큼 소선거구제와 중선거구제를 결합한 선거구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부분을 정치권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앞서 그해 8·15 경축사에선 선거 시기를 일치시키기 위한 개헌과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촉구하며 이를 위한 행정구역 통·폐합 추진을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현행 선거제도로는 지역주의를 벗어나지 못한다”며 “여기에 100년 전에 마련된 낡은 행정구역이 지역주의를 심화시키고 효율적인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구역 통·폐합을 통한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전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했던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한나라당의 전국정당화를 위해 탈지역주의를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며 “지역주의 극복과 전국정당화를 위해 중·대선거구제로 선거법을 개정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국정당화만이 19대 총선 승리는 물론 정권재창출의 지름길이라는 데 모두가 동의할 것이기 때문에 한나라당 내에서 전국정당을 하자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이계 유력 정치인은 조금 다른 측면에서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했다. 그는 “요즘 국회에서 대화가 사라지고 극한 대치가 일어나는 것은 한 선거구에서 한 명만 뽑는 소선거구제 때문이기도 하다. 2명씩을 선출한 12대 국회까지는 이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호남에서 여야 의원들이 고루 나오면 물밑에서라도 대화가 될 텐데, ‘영남=한나라당’ ‘호남=민주당’ 구도가 되니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