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말하는‘내 책은…’세상 끝 오지를 가다 _ 이정식 지음, 쌤앤파커스, 432쪽, 1만8000원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 수는 해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여행의 목적도 다양해져서 단순 관광을 벗어나 음악, 미술, 건축, 사진 등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심도 있는 여행을 하기 위해 해외로 떠나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여행자는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해외에 나가 짧은 기간에 수박 겉핥기식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다. 이런 식의 여행은 여행자에게 큰 감동이나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마치 화장한 여인의 얼굴처럼 단정하게 치장한 겉모습만을 보고 오는 여행이 무슨 감흥이 있으랴.
물론 필자도 처음에는 이런 여행에 참가하고 관여했지만 곧 싫증을 느끼고 무언가 좀 더 의미 있는 여행을 하기 위해 오랜 생각 끝에 오지여행을 선택하게 되었다. 오지라고 하면 대개 현대의 문명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가난하고 비참하게 살아가는 지역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나는 문명에 덜 오염된, ‘나름의 문화를 최대한 옛 모습대로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고 정의하고 싶고 실제가 그렇다. 그들은 가난하지만 비굴하지 않고 찬란한 전통문화가 있으며 꾸밈없는 웃음과 인간적인 애환과 구수한 사람냄새를 지니고 있었다.
한마디로 오지여행의 매력은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세상을 여행하면서 그곳의 사람들과 교감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비슷해서, 아무리 깊고 험한 곳을 들어가도 낯선 여행자를 경계하는 사람보다는 따뜻하게 맞아주는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은 처음 보는 배고픈 여행자를 위해 따뜻한 음식과 하룻밤 편안히 잠잘 수 있도록 잠자리도 마련해 주었다. 다시 만날 기약 없이 떠날 이방인에게 서슴지 않고 호의를 베푸는 그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이런 감동스러운 경험을 잊을 수 없어 불편함과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다시 찾게 되는 곳이 바로 오지다.
‘세상 끝 오지를 가다’는 오지여행에 관한 작은 아이디어를 독자에게 주고자 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책 한 권으로 ‘오지란 이런 곳이다’라고 정의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여행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깊이 있는 여행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하나의 방법과 의견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여행이란 결국 자기 자신을 찾아 길을 떠나는 것이다. 고작 책 한 권으로 그곳에서 느낀 모든 것을 다 전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호기심으로 가득한 여행자에게 아직 지구촌 구석구석에 남아있을 순수한 오지로 지금 당장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조금이라도 보태줄 수 있다면 이 책은 역할을 다한 게 아닌가 싶다.
이정식│사진작가, 오지여행 전문가│
New Books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_ 허영만·송철웅 지음, 이정식 사진“바다에도 길은 있지? 그런데 왜 우리는 그동안 산으로만 다녔지? 돛단배를 타고 바다의 백두대간을 가보자. 서해에서 남해를 돌아 국토의 막내 독도까지.” 1년간에 걸친 한반도 해안선 일주 대장정은 한적한 인사동 술집에서 지인들과 술잔을 기울이던 허영만 화백의 한마디로 시작됐다. 그러나 현실은 ‘오 마이 갓’. 허영만 선장과 집단가출호 대원들은 ‘웃자’고 시작한 일에 ‘죽자’고 덤빌 수밖에 없었다. 밤낮으로 덤비는 깔따구와 모기들의 공습을 견뎌내야 했고, 추운 겨울에도 시멘트 바닥에서 침낭 하나에 의지해 자야 하는 비박에 익숙해져야 했다. 바람이 없는 날은 배가 전진하지 않아서 걱정, 바람이 강한 날은 높은 파도와의 사투에 위험에 처한 적도 있다. ‘집 나가면 생고생’이라는 진리를 몸소 체험했지만, 눈부시게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섬과 해안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가디언, 304쪽, 1만3000원신기원의 꼴 관상학 _ 신기원 지음얼굴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창구이자 지나온 삶과 미래의 삶이 교차하는 척도다. 얼굴을 연구하고 체계화해놓은 것이 바로 관상학이다. 관상학을 통해 얼굴에 담긴 갖가지 기호를 해석함으로써 그 사람의 됨됨이와 복량을 읽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사람 보는 법’을 익힐 수도 있다. 그렇다면 관상은 타고난 운명만을 나타내는 것일까. 저자는 ‘타고난 운명이 50%라면, 나머지 50%의 노력으로 타고난 50%의 운명까지 뒤바꿀 수 있는 것이 바로 인생’이라고 주장한다. 즉 관상학이 단순히 ‘당신의 운명이 이러하다’고 선언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운명을 앎으로써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방향을 제시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마음이 모양을 바꾼다’는 말처럼 무엇보다 마음, 즉 심상(心相)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위즈덤하우스, 216쪽, 1만800원이야기 그림 이야기 _ 이종수 지음미술은 동서양과 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온 창조활동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자신의 삶과 세상을 통찰하려는 현대인에게 인류의 문화사 가운데 한 분야인 미술사를 접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이야기 그림 이야기’는 동양미술사나 동양화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이야기 그림’을 매개로 문학적 서사물인 문학작품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교양서다. 예술가가 작품에 담고자 한 것이 이야기라는 ‘내용’이었다면 그림이라는 ‘형식’은 소통의 방식이었던 것이다. ‘내용’과 ‘형식’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작품이야말로 완성도가 높고, 당대 혹은 후세까지 영향력을 갖게 마련이다. 저자는 명작을 엄선해 ‘감상 포인트’로 독자를 안내한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동양화가 어느새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돌베개, 236쪽,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