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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보수, ‘新평등’ 깃발로 반격 노린다

汎개혁보수·중도그룹, ‘평등의 역습’ 출간행사 집결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심층분석] 보수, ‘新평등’ 깃발로 반격 노린다

  • ● “진보가 독점물 삼는 가치, 보수가 개척해야”
    ● “‘평등’은 시대정신, 보수도 설득력 있는 논리 내놔야”
    ● “내년 총선도 민주당 이기면 정당 재편 현실화”
    ● “보수가 외연 확대 위해 뭉치는 시발점”
    ● 담론 투쟁 넘어 정치결사체 운동 지향
    ● “소득주도성장은 80년대 화석화된 의식의 결과”
    ● “위선·독선 진보에 정권 맡기니 양극화 더 심각”
    ● “탄핵 입장 정리 없으면 중도보수층 못 잡아”
6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평등의 역습’ 북콘서트 행사장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이 악수를 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6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평등의 역습’ 북콘서트 행사장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왼쪽에서 두 번째)이 악수를 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2016년 이후 ‘보수’는 선거에서 지리멸렬하다. 같은 해 4월 20대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은 더불어민주당에 12년 만에 원내 1당 자리를 뺏겼다. 이듬해 5월 ‘장미대선’에서 자유한국당은 557만여 표 차이로 대패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는 보수가 아예 폭삭 주저앉았다. 한국당은 광역자치단체선거 17곳 중 14곳에서 졌다. 바른미래당은 광역단체장은커녕 기초단체장 한 명조차 배출하지 못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없었던 일이다. 

사회의 주류 세력이 영속적으로 교체될 거라는 전례 없는 위기감이 보수를 휘감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는 “(한국에서) 이제까지 선거에서 4번 연속 승리한 세력은 없다. 만약 내년 총선에서 이와 같은 전무후무한 일이 현실화한다면? 정당 재편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의 처지에서 보면 섬뜩한 미래다.


“자기부정과 정책 역주행”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등이 공저한 ‘평등의 역습’.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등이 공저한 ‘평등의 역습’.

“정권이 흔들려도 총선은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는 구도다. 구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보수가) 어떤 경우에도 이길 수 없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게 전략인데, 그런 점에서 한국 보수는 전략적으로 굉장히 취약하다.” 

김 교수는 이런 경고를 보수진영 면전에서 내놨다. 6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평등의 역습’(기파랑 출간) 북콘서트 행사장에서다. ‘평등의 역습’은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이재교 세종대 법학부 교수, 최홍재 신문명연대 대표,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백경훈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 등이 공동 집필한 책이다. 


6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평등의 역습’ 북콘서트 행사장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6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평등의 역습’ 북콘서트 행사장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이 중 김 소장은 한때 진보진영 정치인들의 멘토로 꼽히던 인물이다. NL(민족해방 계열) 핵심에서 활동했던 민경우 전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도 386세대의 의식세계를 추적한 글을 책에 실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색깔과 결이 달랐던 인사들이 ‘공저자’가 된 것. 



왜 ‘평등의 역습’일까. “평등과 분배 중시의 좌파이념을 내세운 문재인 정권이 기득권 상층 노동자의 이익은 지켜주고 하층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자기부정과 정책 역주행을 계속한 결과 불평등의 확산이라는 역설을 빚고 있기 때문”(5쪽)이란다. 

고로 책 집필 계기와 목표의식은 단순하고 뚜렷하다. 이 전 수석은 “패배주의에 젖어 세월을 보낼 때가 아니다. ‘차별 없는 세상 만들겠다’던 사람들이 집권했는데 밑바닥 서민들이 살기 어려운 역설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운을 뗐다. 

“뿌리를 찾아 올라가보니 1980년대 화석화된 의식에 다다랐다. 이 사람들에게 소득주도성장이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정책이 아니라 이념이고 도그마다. 그러니 (노선을) 바꿀 수가 없는 것이다. 우선 이걸 고발하자 싶었다. 거기에 좀 보태 자유우파 진영이 2022년을 겨냥해 집권 역량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준비하고, 공부하고, 행동하자.” 

그 진지가 ‘2022희망프로젝트포럼’이다. 즉 ‘평등의 역습’은 담론투쟁을 넘어 일종의 정치결사체 운동을 지향하는 셈이다. 어쩐지 묘한 기시감이 든다.


“이념, 철학 로드맵 공유하는 집권”

6월 10일 ‘평등의 역습’ 북콘서트 행사장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박해윤 기자]

6월 10일 ‘평등의 역습’ 북콘서트 행사장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박해윤 기자]

1852년, 카를 마르크스는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 헤겔을 인용하며 이런 유명한 구절을 남겼다. “세계사의 중대한 사건이나 인물은 두 번 반복해 나타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으로.” 

노무현 정부 2~3년차 즈음에도 보수진영의 목소리가 전례 없이 분출된 적이 있었다. ‘동아일보’가 2004년 11월 한 달 동안 내놓은 ‘뉴라이트, 침묵에서 행동으로’라는 연재가 시발점이 됐다. 당시 ‘동아일보’ 정치부장이 이 전 수석이다. 같은 해부터 ‘자유주의연대’와 ‘교과서포럼’ ‘뉴라이트싱크넷’ ‘시민들과 함께하는 변호사모임’ 등이 잇따라 출범했다. 이듬해 11월에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이 얼개를 드러냈다. 

뉴라이트 세력은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MB) 후보가 당선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MB 정부의 지지율 하락과 동시에 뉴라이트 운동도 동력을 잃었다. 말하자면 비극으로 끝난 셈. 이 전 수석에게 ‘뉴라이트 재탕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하자 “15년 전 했던 걸 재탕한다고 먹히겠느냐”며 말을 이었다. 

“뉴라이트 운동이 실패한 까닭은 (집권 후) 권력 내부의 추동체로 내장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담론은 따로 있고 실제 권력 논리는 전혀 다른 쪽으로 움직인 것이다. 그런 한계를 넘어서야 하고, 사회정치운동으로서 제대로 된 의미를 가지려면 보수의 지평도 넓혀야 한다.”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념, 철학 로드맵을 공유하는 확실한 집권세력을 준비해야 한다”(88쪽)는 것이 ‘희망프로젝트포럼’의 창립 의의다. 그 출발점은 집권 세력과의 차별화다. 

아무래도 문재인 정부의 가장 약한 고리는 ‘밑바닥 경제’다. 5월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에 따르면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명목소득은 월평균 125만5000원(2인 이상 가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줄었다. 소득 하위 20%의 명목소득은 2018년 1분기 이후 다섯 분기 연속 내림세다. ‘2018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의 경우, 상위 20%와 하위 20% 계층 사이 소득 격차가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로 벌어졌다.


“‘메신저’에 대한 불신”

그럼에도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는 견고하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6월 10~12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9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2.5%포인트)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은 직전 주보다 0.4%포인트 오른 48.4%로 집계됐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도 40%를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 범여권 정당의 지지율을 합하면 48.6%로 대통령 지지율과 거의 같다. 이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진영 지지율 합계(37.5%)를 크게 웃돈다.(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지금이야 여러 야당으로 흩어져 있지만 보수는 한국 현대사에서 다수파를 형성해왔던 세력이다. 더구나 민생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 ‘남북 평화무드’는 시계제로 상황에 놓여 있다. 보수가 ‘전투력’이 없어서라는 분석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야권은 연일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을 겨누며 날 선 공세를 펴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쉬 꺼지지 않는 이유를 굳이 찾자면 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막말’에 따른 반사이익을 범여권이 누리고 있다는 지적 정도다. 하지만 이 역시 온전한 설명을 제공해 주지는 못한다. 

한국당 내부의 진단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김용태 한국당 의원(3선·서울 양천을)은 ‘평등의 역습’을 두고 “보수우파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명령서 같은 책”이라고 평했다. 김 의원은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사무총장을 지냈고 ‘비박계’로 분류된다. 2017년 8월에는 ‘문재인 포퓰리즘’이라는 책을 낸 적도 있을 만큼 ‘담론투쟁’에 조예가 깊다. 행사장에서 만난 김 의원은 기자에게 답답함을 토로했다. 

“‘진보좌파 틀렸다’고 말하면 우리(보수)에게 주어지는 질문은 ‘그럼 너희의 대안은 무엇이냐. 옛날로 돌아가자는 것이냐’다. 사실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내용(대안)은 있다. 그런데 더 잘 아시겠지만 ‘메신저’에 대한 불신이 존재한다. ‘당신들 예전에 어땠나. 당신들이 잘못했으니까 (정권) 뺏긴 것 아니냐’는 인식이 있다. 우리가 어떻게 답하건 사람들이 그렇게 인식하는 게 핵심이다.” 

김 의원의 진단을 채택하자면 보수혁신을 위한 방책은 크게 보아 세 가지다. ‘(1)메신저를 바꾸거나’ ‘(2)진화한 메시지를 내놓거나’ ‘(3)둘 다 실행하거나’다. 김 의원은 “‘평등의 역습’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틀렸나 안 틀렸나 한번 따져보자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그다음에는 우리가 끊임없이 강조해온 ‘신보수’ 혹은 ‘보수의 새로운 발견’을 갖고 (국민께) 얘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교안·손학규·유승민

때마침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북콘서트장에 들어와 김 의원과의 대화가 끊겼다. 유 의원은 먼저 행사장에 도착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악수를 나눴다. 곧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내 근래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황 대표와 손 대표, 유 의원이 나란히 앉아 행사를 지켜본 것. 같은 당 소속인 손 대표와 유 의원이 황 대표를 사이에 두고 착석한 점은 흥미로웠다. 유 의원은 “안 그래도 손 대표님께서 저를 곱게 보시지 않을 텐데 그 앞에서 축사를 하게 돼 걱정”이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날 행사장에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이재오 한국당 상임고문 등 보수 원로와 주호영 한국당 의원,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 등 야권 중진들이 참석했다. 한국당 이은재 의원과 전희경 의원, 신보라 의원,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의 모습도 보였다. 이명박 정부에 참여한 전직 장·차관급 인사들의 얼굴도 여럿 눈에 띄었다. 

소속과 결이 모두 다른 보수진영 인사들의 ‘총출동’은 이날 행사가 구축해놓은 울타리의 넓이를 잘 드러냈다. 이동관 전 수석에게 “보수의 여러 정파가 한자리에 모인 것 같다”고 하니 그가 상기된 표정으로 답했다. 

“그러니까요. 친박·비박은 물론 바른미래당의 양 계파도 왔다. (이번 행사를) ‘보수가 외연 확대를 위해 뭉치는 시발점’이라고 보시면 된다.” 

이 전 수석 말마따나 ‘평등의 역습’은 보수의 외연 확대를 공개적으로 주창한다. 이는 앞서 보수 혁신의 방책으로 언급한 ‘(2)’, 그러니까 ‘진화한 메시지’와 결부돼 있다. 그간 한국 보수는 성장, 경쟁, 효율, 자유 등의 가치를 앞세워왔다. 평등은 진보의 가치로 분류됐다. 그런데 이 전 수석은 “평등이란 가치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시대정신이 됐다”(122쪽)고 주장한다.


“보수가 평등·공정·정의 가치 개척해야”

6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평등의 역습’ 북콘서트 행사장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낸 화환이 들어가고 있다. [박해윤 기자]

6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평등의 역습’ 북콘서트 행사장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낸 화환이 들어가고 있다. [박해윤 기자]

책에 나온 골자를 정리하면 이렇다. ‘정치담론의 장에서 진보는 평등을 앞세우고 보수는 성장을 강조하니 수세적 입장에 몰렸다’ ‘선심성 균등이 아니라 복지 혜택이 공동체 성원에게 공정하게 돌아감으로써 다시 성장의 기제로 선순환하는 사회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지 보수가 설득력 있는 논리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 

이 전 수석의 작명대로라면 이것이 ‘신(新)평등’이다.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에서 보수가 ‘신평등’이라는 화두를 선점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개혁보수’의 선두주자 중 한 명인 유승민 의원의 생각과도 결이 통한다. 

“보수가 ‘저 위선적이고 독선적인 진보 세력에 정권을 맡기니 양극화, 불평등이 더 심해지지 않았는가’라고 (국민께) 당당히 얘기해나가야 한다. 헌법의 주요한 가치 중 ‘평등’ ‘공정’ ‘정의’ 등 진보가 독점물 삼는 가치들을 새로운 보수 세력이 개척해나감으로써 보수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그래서인지 이날 행사장에는 오랫동안 진보로 분류돼왔던 인사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평등의 역습’ 공동 필자인 김대호 소장을 비롯해 주대환 ‘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도 얼굴을 드러냈다. 주 의장은 1987년 인천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 결성을 주도한 이른바 ‘PD(민중민주 계열) 운동권의 전설’이다. 소위 ‘골수 친박’과 비박계 일부 계파를 제외한 ‘빅텐트’가 잠시나마 꾸려진 셈. 굳이 규정하자면 이날 행사장에 모인 그룹은 ‘범(汎)개혁보수-중도연합’정도로 칭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야권의 한 재선의원은 “한국당 바깥에서 자꾸 ‘신보수’에 대한 논쟁이 펼쳐지는 건 좋은 일이다. 그래야 한국당도 혁신을 위한 시늉이라도 할 것 아닌가”라면서 “(현 보수진영보다) 왼쪽에 있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까지 포괄하는 우파 정치 세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핵 프레임 벗어나야”

다시 논의를 보수 혁신의 방책, 그러니까 ‘(1)메신저를 바꾸거나’ ‘(2)진화한 메시지를 내놓거나’ ‘(3)둘 다 실행하거나’로 돌려보자. ‘평등의 역습’은 ‘(2)’의 실행을 위한 신호탄을 쐈다. 여기까지는 보수 제(諸) 정파가 일정한 교집합을 이룰 수 있다. 행사장에 모인 면면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1)’에 이르러서는 비박과 친박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린다. ‘탄핵 논쟁’을 피하고서는 어떤 경우에도 완결될 수 없는 과제여서다. 특히 한국당이 중도로 외연을 넓히려면 반드시 이 경유지를 지나야 한다. 중도층이 한국당의 주요 메신저를 ‘친박’으로 보는 순간 지지율은 박스권에 갇힐 공산이 크다. 

이 전 수석은 “친박 프레임에 매여가지고는 정치적 장래도 없지만 의미 있는 집권도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김대호 소장은 책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결자해지하면 좋다”(95쪽)고 주장했다. 하지만 ‘탄핵 논쟁’은 결자해지 수준으로 마무리할 수 없는 복잡한 함수가 됐다. 한국당의 한 비박계 중진의원은 그 딜레마를 이렇게 설명했다. 

“약 20% 안팎인 중도보수 유권자층을 한국당 지지자로 끌어오지 않으면 집권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정책에서 보수 쪽 입장에 서지만 탄핵을 놓고는 진보 유권자와 입장을 같이한다. 따라서 한국당 안에서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가 반드시 필요한데, 지금은 어정쩡한 상태로 놔두고 있다. 현재 인적 구성을 보면 탄핵 때 조용히 움츠러들었거나, 혹은 논의를 피했거나, 그도 아니라면 권력에 굴종했던 사람이 많으니….” 

결국 최대 관건은 ‘인적 쇄신’이다. 그렇다면 보수 혁신의 방책은 단 하나, 즉 ‘(3)둘 다 실행하거나’ 밖에 남지 않는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열쇠를 쥔 한국당은 정작 이 사실을 아직까지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신동아 2019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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